‘도시’가 버린 것들 ‘섬’으로…“치울 배가 없다”

입력 2022.11.24 (07:44) 수정 2022.11.24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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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24일)부터 일회용품 규제가 한층 강화돼 식당·카페에선 일회용컵을 쓸 수 없고 편의점, 음식점 등에선 비닐봉투를 제공할 수 없습니다.

이 같은 불편을 우리 사회가 감수하려는 이유, 생생히 보여주는 곳이 바다입니다.

바다 쓰레기의 88.5%가 플라스틱, 일회용품의 종착지가 바다인 셈인데요.

그러나 바다는 육지에 비해 쓰레기를 치울 여건이 부족합니다.

김혜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자연이 빚어낸 천혜의 절경, 한려해상국립공원은 '청정 바다'의 상징입니다.

그런데 이곳 섬들이 밀려드는 해양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고 하는데요.

어떤 상황인지 직접 가서 확인해보겠습니다.

통영에서 배로 15분 거리인 학림도.

곳곳이 쓰레기 천지입니다.

스티로폼 어구에 플라스틱 물병, 라면 봉지까지.

주민들은 손도 못 대고 있습니다.

[전정권/마을 이장 : "과거에는 집집마다 한 사람씩 나와서 수거 활동을 했는데. 지금은 나이 많으신 분들이 있고 이러니까, 연로해 가지고."]

인접한 섬들도 마찬가지.

움푹한 해변마다 '쓰레기장'이 됐습니다.

내륙 해안과 달리, 섬에는 '관리의 손길'이 잘 닿지 않습니다.

[강순성/국립공원관리공단 해양관리팀장 : "접근이 어려운 도서 지역이 많아서 월 1회, 또는 분기에 1회 정도밖에 (수거)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인력이나 예산이 부족한 한계가 있는 상황이고요."]

한 달에 한 번쯤 자원봉사자들이 들어옵니다.

20여 명이 단 3시간 동안 모은 게 4천 리터 분량입니다.

[김정수/인제대 미래인재교육원 팀장 : "해양쓰레기라면 해변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 비탈진 산속에까지 이렇게 폐어구들이나 스티로폼이 나와 있어서 상당히 충격적입니다."]

섬에선 소각이나 매립을 못하니 육지로 옮겨야 합니다.

오늘 하루 수거한 이 쓰레기, 해변가에 이렇게 망에 넣어 묶어뒀는데요.

하지만 오늘은 이 쓰레기를 가지고 나갈 수 없습니다.

양이 많다 보니 일반 선박엔 실을 수도 없고, 크레인 등이 장착된 별도의 정화 운반선이 필요합니다.

통영에 딱 1대, 전국을 통틀어도 10대 수준입니다.

[남용웅/통영아라호 선장 : "(쓰레기가) 최소한 여섯 망 이상 나올 정도 되면 거기 한 곳을 가고, 안 그러면 (섬이) 너무 많기 때문에 일일이 할 수가 없거든요."]

결국 모아놓은 쓰레기들도 또 몇 달씩 쌓여있기 일쑤입니다.

[배제선/녹색연합 해양생태팀 : "이런 도서 지역은 쓰레기가 잘 치워지지 않고, 사실은 방치되고 있다고 보시는 게..."]

이러는 사이 수거해 놓은 쓰레기들은 알게 모르게 바다로 다시 휩쓸려 들기도 합니다.

KBS 뉴스 김혜주입니다.

촬영기자:김형준 류재현/영상편집:강정희/그래픽:최민영 노경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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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시’가 버린 것들 ‘섬’으로…“치울 배가 없다”
    • 입력 2022-11-24 07:44:42
    • 수정2022-11-24 07:5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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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24일)부터 일회용품 규제가 한층 강화돼 식당·카페에선 일회용컵을 쓸 수 없고 편의점, 음식점 등에선 비닐봉투를 제공할 수 없습니다.

이 같은 불편을 우리 사회가 감수하려는 이유, 생생히 보여주는 곳이 바다입니다.

바다 쓰레기의 88.5%가 플라스틱, 일회용품의 종착지가 바다인 셈인데요.

그러나 바다는 육지에 비해 쓰레기를 치울 여건이 부족합니다.

김혜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자연이 빚어낸 천혜의 절경, 한려해상국립공원은 '청정 바다'의 상징입니다.

그런데 이곳 섬들이 밀려드는 해양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고 하는데요.

어떤 상황인지 직접 가서 확인해보겠습니다.

통영에서 배로 15분 거리인 학림도.

곳곳이 쓰레기 천지입니다.

스티로폼 어구에 플라스틱 물병, 라면 봉지까지.

주민들은 손도 못 대고 있습니다.

[전정권/마을 이장 : "과거에는 집집마다 한 사람씩 나와서 수거 활동을 했는데. 지금은 나이 많으신 분들이 있고 이러니까, 연로해 가지고."]

인접한 섬들도 마찬가지.

움푹한 해변마다 '쓰레기장'이 됐습니다.

내륙 해안과 달리, 섬에는 '관리의 손길'이 잘 닿지 않습니다.

[강순성/국립공원관리공단 해양관리팀장 : "접근이 어려운 도서 지역이 많아서 월 1회, 또는 분기에 1회 정도밖에 (수거)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인력이나 예산이 부족한 한계가 있는 상황이고요."]

한 달에 한 번쯤 자원봉사자들이 들어옵니다.

20여 명이 단 3시간 동안 모은 게 4천 리터 분량입니다.

[김정수/인제대 미래인재교육원 팀장 : "해양쓰레기라면 해변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 비탈진 산속에까지 이렇게 폐어구들이나 스티로폼이 나와 있어서 상당히 충격적입니다."]

섬에선 소각이나 매립을 못하니 육지로 옮겨야 합니다.

오늘 하루 수거한 이 쓰레기, 해변가에 이렇게 망에 넣어 묶어뒀는데요.

하지만 오늘은 이 쓰레기를 가지고 나갈 수 없습니다.

양이 많다 보니 일반 선박엔 실을 수도 없고, 크레인 등이 장착된 별도의 정화 운반선이 필요합니다.

통영에 딱 1대, 전국을 통틀어도 10대 수준입니다.

[남용웅/통영아라호 선장 : "(쓰레기가) 최소한 여섯 망 이상 나올 정도 되면 거기 한 곳을 가고, 안 그러면 (섬이) 너무 많기 때문에 일일이 할 수가 없거든요."]

결국 모아놓은 쓰레기들도 또 몇 달씩 쌓여있기 일쑤입니다.

[배제선/녹색연합 해양생태팀 : "이런 도서 지역은 쓰레기가 잘 치워지지 않고, 사실은 방치되고 있다고 보시는 게..."]

이러는 사이 수거해 놓은 쓰레기들은 알게 모르게 바다로 다시 휩쓸려 들기도 합니다.

KBS 뉴스 김혜주입니다.

촬영기자:김형준 류재현/영상편집:강정희/그래픽:최민영 노경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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