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돋보기] ‘한국 반도체’ 잡겠다며 토요타·소니 뭉쳤다…파급력은?

입력 2022.11.24 (10:51) 수정 2022.11.24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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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국과 타이완에 밀린 일본 반도체 산업 부활을 외치며 토요타, 소니 등 일본 간판 기업들이 뭉쳤습니다.

'라피더스'라는 새 회사를 만들었는데요.

목표는 5년 뒤 세계 최고 수준 반도체 생산, 실현 가능한 건지, 일본 현지 반응은 어떤지, <지구촌 돋보기>에서 홍석우 기자와 짚어봅니다.

새 반도체 회사 이름이 '라피더스'예요, 무슨 뜻입니까?

[기자]

'라피더스'는 라틴어로 '빠르다'는 뜻입니다.

말 그대로 속도를 강조하고 있는데요.

토요타, 소니, 소프트뱅크 등 내로라하는 일본 대기업 8곳이 뭉쳤습니다.

[앵커]

자동차에 금융, 통신까지, 다양한 업종의 회사들인데, 어떤 반도체를 만든다는 건가요?

[기자]

네, 반도체 중에서도 '비메모리'라 부르는 시스템 반도체입니다.

자율주행, 인공지능, 스마트시티까지, 미래 먹거리 산업의 핵심 기술인데요.

2027년까지 2나노미터 미만 반도체 양산이 목표입니다.

1나노미터는 머리카락 한 올의 10만 분의 1 정도거든요.

쉽게 말해 숫자가 작을수록 최첨단 공정에 해당하는데요.

현재 5나노 미만 반도체는 삼성전자와 타이완 TSMC만 만들 수 있고, 두 회사는 2025년 이후 2나노 이하 반도체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이 2나노 생산해서 단숨에 한국과 타이완을 따라잡겠단 겁니다.

[고이케 아츠요시/라피더스 회장 : "첨단 반도체 개발에 일본은 10년, 20년 뒤처져 있습니다. 이번이 일본 제조업의 장점을 이용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봅니다."]

[앵커]

일본이 이런 목표 세운 배경이 있을 텐데요?

[기자]

네, 미래 반도체 산업 경쟁력은 앞서 설명한 시스템 반도체에서 기술력이 있겠고요.

또, 이러한 시스템 반도체를 주문에 따라 유연하게 위탁 생산하는 파운드리 시설이 필요합니다.

현재 일본 기업들은 반도체 생산을 타이완 TSMC 등 해외 파운드리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데요.

타이완을 둘러싼 미·중 갈등 등으로 안정적인 반도체를 공급에 대한 요구가 높은 상황입니다.

문제는 기술력이 되느냐?

일본이 모든 반도체 분야에서 뒤처져 있는 건 아닙니다.

시스템 반도체 가운데 하나인 이미지센서는 소니가 세계 1위고요.

키옥시아는 반도체 생산 능력이 있는 곳이죠.

반도체 만들 때 꼭 필요한 소재·부품·장비 이른바 '소부장'은 일본이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일본 정부도 전폭 지원하고 나섰는데요.

라피더스에 우리 돈 6천7백억 원을 보태기로 했습니다.

[앵커]

현지 반응은 어떻습니까?

우호적이지만은 않단 이야기가 나오던데요?

[기자]

일본 언론들은 라피더스의 2나노 반도체 양산 계획이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습니다.

현재 일본 반도체 생산기술력이 40나노 수준에 머물러 있는데, 5년 안에 2나노 양산이 가능하겠냔 겁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이 한국을 이기긴커녕 중국 레거시 반도체한테도 밀릴 수 있다는 진단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레거시 반도체'는 나노 단위의 최첨단 반도체는 아니지만 전자제품이나 자동차 등에 반드시 필요한, 보급형 제품인데요.

중국이 이 레거시 반도체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세계 28나노미터 반도체 생산량에서 중국의 점유율은 15%로 집계됐는데요.

니혼게이자이신문은 3~4년 뒤면 저가에 품질도 좋은 중국산 레거시 반도체가 시장에 쏟아져 나올 텐데, 일본은 약 80개의 레거시 공장이 있지만 다수가 부실 경영으로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앵커]

일본이 '반도체 왕좌'를 탈환하는 게 쉽지 않아 보입니다?

[기자]

일본 반도체가 내리막길로 걷게 된 건 사실 미국 영향이 크죠.

1980년대 당시 일본 반도체가 너무 잘 나가니까, 미국에 수출하는 일본 반도체는 비싸게 팔게 하고, 일본 내수 시장에는 미국 반도체 제품을 강제로 팔게 했거든요.

일본 정부가 사실 그동안 반도체 살려보려고 부단히 노력했었는데, 번번이 실패했어요.

일본 언론들은 실패 주요 원인을 '자금 조달 능력'에서 찾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TSMC가 수십조 원을 쏟아부으며 공격적으로 투자하는데, 일본의 자본력으로 게임이 되겠느냔 거죠.

아사히신문은 일본 대기업 8곳이 모인 라피더스의 자본력이 정부 지원 더해도 7천억 원이 조금 넘는다며 이번에도 '세금 낭비'에 그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일본 정부가 최근 12조 원 규모의 반도체 관련 예산을 확보하고 미국과 첨단 반도체 연구센터를 설립하기로 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일본 반도체가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까진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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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1-24 10:51:17
    • 수정2022-11-24 13: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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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타이완에 밀린 일본 반도체 산업 부활을 외치며 토요타, 소니 등 일본 간판 기업들이 뭉쳤습니다.

'라피더스'라는 새 회사를 만들었는데요.

목표는 5년 뒤 세계 최고 수준 반도체 생산, 실현 가능한 건지, 일본 현지 반응은 어떤지, <지구촌 돋보기>에서 홍석우 기자와 짚어봅니다.

새 반도체 회사 이름이 '라피더스'예요, 무슨 뜻입니까?

[기자]

'라피더스'는 라틴어로 '빠르다'는 뜻입니다.

말 그대로 속도를 강조하고 있는데요.

토요타, 소니, 소프트뱅크 등 내로라하는 일본 대기업 8곳이 뭉쳤습니다.

[앵커]

자동차에 금융, 통신까지, 다양한 업종의 회사들인데, 어떤 반도체를 만든다는 건가요?

[기자]

네, 반도체 중에서도 '비메모리'라 부르는 시스템 반도체입니다.

자율주행, 인공지능, 스마트시티까지, 미래 먹거리 산업의 핵심 기술인데요.

2027년까지 2나노미터 미만 반도체 양산이 목표입니다.

1나노미터는 머리카락 한 올의 10만 분의 1 정도거든요.

쉽게 말해 숫자가 작을수록 최첨단 공정에 해당하는데요.

현재 5나노 미만 반도체는 삼성전자와 타이완 TSMC만 만들 수 있고, 두 회사는 2025년 이후 2나노 이하 반도체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이 2나노 생산해서 단숨에 한국과 타이완을 따라잡겠단 겁니다.

[고이케 아츠요시/라피더스 회장 : "첨단 반도체 개발에 일본은 10년, 20년 뒤처져 있습니다. 이번이 일본 제조업의 장점을 이용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봅니다."]

[앵커]

일본이 이런 목표 세운 배경이 있을 텐데요?

[기자]

네, 미래 반도체 산업 경쟁력은 앞서 설명한 시스템 반도체에서 기술력이 있겠고요.

또, 이러한 시스템 반도체를 주문에 따라 유연하게 위탁 생산하는 파운드리 시설이 필요합니다.

현재 일본 기업들은 반도체 생산을 타이완 TSMC 등 해외 파운드리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데요.

타이완을 둘러싼 미·중 갈등 등으로 안정적인 반도체를 공급에 대한 요구가 높은 상황입니다.

문제는 기술력이 되느냐?

일본이 모든 반도체 분야에서 뒤처져 있는 건 아닙니다.

시스템 반도체 가운데 하나인 이미지센서는 소니가 세계 1위고요.

키옥시아는 반도체 생산 능력이 있는 곳이죠.

반도체 만들 때 꼭 필요한 소재·부품·장비 이른바 '소부장'은 일본이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일본 정부도 전폭 지원하고 나섰는데요.

라피더스에 우리 돈 6천7백억 원을 보태기로 했습니다.

[앵커]

현지 반응은 어떻습니까?

우호적이지만은 않단 이야기가 나오던데요?

[기자]

일본 언론들은 라피더스의 2나노 반도체 양산 계획이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습니다.

현재 일본 반도체 생산기술력이 40나노 수준에 머물러 있는데, 5년 안에 2나노 양산이 가능하겠냔 겁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이 한국을 이기긴커녕 중국 레거시 반도체한테도 밀릴 수 있다는 진단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레거시 반도체'는 나노 단위의 최첨단 반도체는 아니지만 전자제품이나 자동차 등에 반드시 필요한, 보급형 제품인데요.

중국이 이 레거시 반도체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세계 28나노미터 반도체 생산량에서 중국의 점유율은 15%로 집계됐는데요.

니혼게이자이신문은 3~4년 뒤면 저가에 품질도 좋은 중국산 레거시 반도체가 시장에 쏟아져 나올 텐데, 일본은 약 80개의 레거시 공장이 있지만 다수가 부실 경영으로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앵커]

일본이 '반도체 왕좌'를 탈환하는 게 쉽지 않아 보입니다?

[기자]

일본 반도체가 내리막길로 걷게 된 건 사실 미국 영향이 크죠.

1980년대 당시 일본 반도체가 너무 잘 나가니까, 미국에 수출하는 일본 반도체는 비싸게 팔게 하고, 일본 내수 시장에는 미국 반도체 제품을 강제로 팔게 했거든요.

일본 정부가 사실 그동안 반도체 살려보려고 부단히 노력했었는데, 번번이 실패했어요.

일본 언론들은 실패 주요 원인을 '자금 조달 능력'에서 찾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TSMC가 수십조 원을 쏟아부으며 공격적으로 투자하는데, 일본의 자본력으로 게임이 되겠느냔 거죠.

아사히신문은 일본 대기업 8곳이 모인 라피더스의 자본력이 정부 지원 더해도 7천억 원이 조금 넘는다며 이번에도 '세금 낭비'에 그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일본 정부가 최근 12조 원 규모의 반도체 관련 예산을 확보하고 미국과 첨단 반도체 연구센터를 설립하기로 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일본 반도체가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까진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앵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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