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K] 제주 바다가 위험하다…기후위기 특집 다큐 ‘민둥바당’

입력 2022.11.28 (19:42) 수정 2022.11.28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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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KBS는 지난주에 개국 72주년을 맞아 제주의 기후위기 현장과 실태를 조명한 특집 다큐멘터리 '민둥바당'을 전해해드렸습니다.

기획뉴스로도 관련 소식 전해드렸는데요.

오늘 이 내용을 취재한 문준영 기자와 더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문 기자 오랜만입니다.

지난주 특집 방송 전까지 한동안 뉴스에 안 나왔잖아요.

지난 여름부터 열심히 바다에 다니셨던 거죠.

[기자]

네 맞습니다.

두 달 정도 제주 바다 전역을 돌아다녔는데요.

뉴스에 안 나오니까 주변에서도 왜 방송 안 나오느냐, 휴직했느냐 이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앵커]

특집 주제로 기후위기와 해양생태계를 잡으셨는데요.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요?

[기자]

제가 생각했을 때, 이제는 기후위기를 넘어 기후비상 시대거든요.

너무 심각한 문제인데도 우리가 느끼는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이 둔감한 것 같아서 주제로 잡아봤는데, 처음엔 굉장히 막막했습니다.

어떻게 이 문제를 다뤄야 할까 고민하다가,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발행한 '국내기후변화 보도의 현황과 개선방안'이라는 보고서를 보게 됐는데요.

기후위기를 어떤 방식으로 틀을 짜고 이야기화 하느냐가 대중의 이해와 행동을 결정한다는 내용이 있었어요.

그래서 처음엔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을 살펴볼까, 아니면 기후위기 교육 현장을 조명해볼까 고민하다가, 사람들이 기후위기를 피부로 느꼈으면 좋겠다, 이게 미래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주변의 일이라는 걸 보여 주자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해양 생태계의 변화를 조명하게 된 건 제주는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잖아요.

어딜 가든 바다가 보이고, 그래서 우리에게 친숙한, 늘 볼 수 있으면서도 아름다운 장소이기 때문에 좀 더 와닿을 것 같다 라는 생각에 취재하게 됐습니다.

[앵커]

다큐를 보면 제주 동서남북 바다를 다 다니셨는데, 동쪽 온평리 해녀 분이 주인공으로 등장해요.

"바다가 해녀보다 빨리 늙더라" 라고 말한 부분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기자]

네, 해녀 송명자 씨인데요.

제가 취재하면서 명자 삼춘 명자 삼춘 이러면서 줄곧 따라다녔던 분입니다.

사실 명자 삼춘이 20년 전에 저희 KBS 다큐에 나왔었던 분이에요.

20년 전에도 온평리 막내 해녀였는데 지금도 여전히 막내 해녑니다.

그동안 새로운 해녀가 없었다는 얘긴데요.

온평리 바다는 저도 직접 들어가 봤지만, 바다 사막화라 불리는 갯녹음이 굉장히 심각합니다.

수온이 올라가면서 해조류가 사라지고, 또 육상 오염원도 해안가로 많이 배출되고 있거든요.

이런 영향으로 전복이나 소라도 줄고 있고, 해녀의 수입도 예전만 못한데요.

벌이가 안 되니까 새로운 해녀는 없고, 기존의 해녀들도 물질보다 밭일을 더 많이 가거나 숙련도가 높은 해녀인 상군들은 다른 지역으로 출가 물질을 가고 있었습니다.

사실 이게 온평리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제주도 전체로 보면 지난해 기준, 연안 암반지대 40%, 6천4백ha에서 갯녹음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명자 삼춘이 막내 때 농담처럼 그런 말을 하셨대요.

언니들이 해녀 그만두면 자기가 바다에 있는 것들 몽땅 잡을 거라고.

그런데 지금 바다가 자기보다 빨리 늙어버렸다고 말했습니다.

저도 이 부분에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앵커]

다큐를 보면 해녀들이 애써 잡은 성게를 바다에 뿌리는 장면도 인상적이었어요.

[기자]

네, 저도 기억에 남는 장면 중 하나인데요.

성게를 잡아도 먹은 게 없어서 알이 없대요.

그래서 해조류가 있는 곳으로 옮기는 장면이었는데요.

저도 해녀 삼춘들 촬영한다고 같이 바다에 들어갔는데, 그나마 해조류가 있는 곳도 양식장 배출수가 나오는 근처더라고요.

지하에서 끌어올리는 물을 쓰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물이 차갑거든요.

그나마 그곳엔 해조류가 조금 있더라고요.

지금 보시는 영상이 10년 전 온평리 바닷속인데요.

온평리 해녀들을 기록해온 박정근 작가가 2013년에 촬영한 영상입니다.

감태가 바닥에 군락을 이루고 있죠.

예전에는 감태를 잡으면서 물질했는데, 지금은 잡을 게 없어서 골갱이로 바닥을 긁으면서 작업할 정도로 해조류 자체가 보기 힘든 상황입니다.

[앵커]

해녀들의 주 수입원이 소라인데요.

소라를 갖고도 특별한 실험을 진행하셨죠?

[기자]

네, 맞습니다.

기후위기가 우리 주변의 일이다라는 걸 보여주는 것도 중요한데요.

더 나아가서 그러면 기후위기가 객관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라는 부분도 뒷받침돼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해녀들의 주 수입원인 소라를 정해서 실험을 하게 됐습니다.

[앵커]

해양환경공단에서 남해안 소라가 수온 상승으로 10년 동안 120km 넘게 북상했다는 연구 결과도 냈었잖아요.

여기서 한 걸음 더 들어가신 거죠?

[기자]

네, 맞습니다.

소라가 점점 북상하고 있는데, 소라들의 상태는 어떨까, 해역별로 차이가 있을까 하는 고민이 들어서 실험을 진행하게 됐습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과 소라의 북상 경로를 따라서 제주 2개, 동해 4개 등 모두 6개 해역에 있는 소라를 무작위로 채취해서 실험을 해봤는데요.

그 결과 제주 소라가 동해 소라보다 평균 1cm 가까이 작았고, 무게도 33g으로, 50g인 동해 소라보다 17g이나 덜 나갔습니다.

크기와 무게는 소라의 성장 환경과도 연결되잖아요.

그래서 뭘 먹고 자랐는지 소라의 위 내용물도 살펴봤는데요.

6개 해역 소라 중에 석회조류가 검출된 건 경북 울진 앞바다에 있는 왕돌초를 제외하면 제주가 유일했습니다.

특히 왕돌초에선 해조류인 녹조류, 갈조류, 홍조류가 모두 검출됐는데 제주산에선 일부만 발견됐습니다.

[앵커]

수온이 올라가면서 해조류가 사라지는 지역은 석회조류를 먹고 있었고, 반면 해조류가 풍부한 동해안 지역은 상대적으로 잘 먹고 잘 크고 있었다, 이런 의미인가요?

[기자]

네, 맞습니다.

수온이 소라의 먹이원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뜻인데요.

그렇다면 수온이 소라 자체에 미치는 영향은 없을까? 하는 고민도 있었어요.

그래서 연구팀과 수온 실험도 해봤거든요.

동일한 조건에서 수온을 하루에 1도씩, 23도부터 최대 30도까지 올려봤습니다.

하루마다 주사기를 이용해서 소라의 혈액을 채취했는데요.

참고로 소라의 피는 적혈구가 없어 하늘색을 띱니다.

분석기에 돌려봤더니 외부 침입 물질을 방어하는 식세포율이 사흘째 25%에서 15%로 10% 감소했습니다.

면역력이 떨어진 겁니다.

반대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발생하는 활성산소량은 두 배나 증가했습니다.

연구진은 해조류가 없는, 먹거리가 없는 해역의 소라는 수온에 더 큰 영향을 받고, 이대로 계속 수온이 올라가면 개체군도 감소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앵커]

제가 통계를 보니깐요.

2010년 제주 소라 생산량이 2천4백여 톤 정도 됐는데, 10년이 지난 2020년엔 천5백여 톤으로 줄었더라고요.

기후위기로 인한 영향도 있는 건가요?

[기자]

사실 기후위기로 생산량이 줄었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고령화로 해녀가 줄고 있고, 또 수출 감소 등으로 생산량 자체가 적을 수도 있거든요.

소라는 총허용어획량제도, TAC라고 해서 쿼터제 개념으로 어촌계에 할당을 해서 채취하고 있습니다.

어족 자원을 관리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래서 기후위기로 생산량이 줄었다고 단정하긴 어렵지만, 수온 상승으로 먹이원이 사라지고 소라의 크기도 점점 줄고 있다는 건 분명한 것 같고요.

또 해녀들 입장에서는 기후위기로 평생 몸담았던 바다 터전이 떠나가고 있다, 이 말은 우리 미래세대가 지금의 온전한 바다를 경험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이렇게 볼 수 있겠습니다.

[앵커]

실험 말고도 제주 바다에서 변하는 이상 징후도 많이 관찰하셨어요.

제주항 어선 부두에서 발견된 산호들, 서귀포 섶섬에서 찍은 야간 어류 탐사 장면.

이 가운데 저는 제주 바다에서 발견된 천연기념물 점박이물범이 신기했거든요.

[기자]

네, 뭐 모래말미잘, 거품돌산호가 가득한 수중 환경도 기억에 남고요.

또 야간에 진행한 서귀포 섶섬의 신기한 아열대 물고기들도 인상적이었는데요.

그 중에서 저도 제주시 구좌읍 앞바다에서 촬영한 점박이물범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점박이물범은 전 세계 18종의 물범 중 유일하게 한반도에 서식하는 종으로 알려졌는데요.

개체 수가 급감하면서 2007년부터는 해양보호생물로도 지정돼 관리되고 있습니다.

겨울철 중국에서 새끼를 낳고, 봄부터 늦가을까지 백령도 등 서해로 내려와서 먹이 활동을 하는 종인데, 제주 바다에서 발견됐다는 게 굉장히 신기한 일이거든요.

기후위기로 인한 생태계 교란인지, 해류 등 다른 요인 때문인지 아직은 연구가 더 필요한 상황인데, 어쨌든 전에 없던 이상 징후인 것만은 틀림없습니다.

[앵커]

너무 빠르고, 또 민감한 종이기 때문에 촬영도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기자]

네, 물범을 보려고 장시간 대기하기도 했고요.

또 촬영기자는 ENG라고 하는 큰 촬영장비를 들고 물에 들어가서 대기하다가 올라오면 줌을 당겨서 촬영했습니다.

저는 물속에서 작은 카메라인 고프로로 촬영했고요.

하늘에선 또 드론으로도 찍고요.

어렵게 포착한 장면이라 저도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지금까지 특집 다큐멘터리 '민둥바당' 뒷이야기 취재기자와 나눠봤는데요.

KBS제주 유튜브를 통해서도 다시 보실 수 있습니다.

아직 못 보신 분들 계시면 많은 시청 부탁드리고요.

기후위기, 미래의 일이 아니라 우리 주변의 일입니다.

소중한 제주 바다를 위해서 모두가 노력했으면 좋겠습니다.

문준영 기자 고맙습니다.

촬영기자:양경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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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친절한K] 제주 바다가 위험하다…기후위기 특집 다큐 ‘민둥바당’
    • 입력 2022-11-28 19:42:27
    • 수정2022-11-28 20:04:16
    뉴스7(제주)
[앵커]

KBS는 지난주에 개국 72주년을 맞아 제주의 기후위기 현장과 실태를 조명한 특집 다큐멘터리 '민둥바당'을 전해해드렸습니다.

기획뉴스로도 관련 소식 전해드렸는데요.

오늘 이 내용을 취재한 문준영 기자와 더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문 기자 오랜만입니다.

지난주 특집 방송 전까지 한동안 뉴스에 안 나왔잖아요.

지난 여름부터 열심히 바다에 다니셨던 거죠.

[기자]

네 맞습니다.

두 달 정도 제주 바다 전역을 돌아다녔는데요.

뉴스에 안 나오니까 주변에서도 왜 방송 안 나오느냐, 휴직했느냐 이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앵커]

특집 주제로 기후위기와 해양생태계를 잡으셨는데요.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요?

[기자]

제가 생각했을 때, 이제는 기후위기를 넘어 기후비상 시대거든요.

너무 심각한 문제인데도 우리가 느끼는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이 둔감한 것 같아서 주제로 잡아봤는데, 처음엔 굉장히 막막했습니다.

어떻게 이 문제를 다뤄야 할까 고민하다가,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발행한 '국내기후변화 보도의 현황과 개선방안'이라는 보고서를 보게 됐는데요.

기후위기를 어떤 방식으로 틀을 짜고 이야기화 하느냐가 대중의 이해와 행동을 결정한다는 내용이 있었어요.

그래서 처음엔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을 살펴볼까, 아니면 기후위기 교육 현장을 조명해볼까 고민하다가, 사람들이 기후위기를 피부로 느꼈으면 좋겠다, 이게 미래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주변의 일이라는 걸 보여 주자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해양 생태계의 변화를 조명하게 된 건 제주는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잖아요.

어딜 가든 바다가 보이고, 그래서 우리에게 친숙한, 늘 볼 수 있으면서도 아름다운 장소이기 때문에 좀 더 와닿을 것 같다 라는 생각에 취재하게 됐습니다.

[앵커]

다큐를 보면 제주 동서남북 바다를 다 다니셨는데, 동쪽 온평리 해녀 분이 주인공으로 등장해요.

"바다가 해녀보다 빨리 늙더라" 라고 말한 부분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기자]

네, 해녀 송명자 씨인데요.

제가 취재하면서 명자 삼춘 명자 삼춘 이러면서 줄곧 따라다녔던 분입니다.

사실 명자 삼춘이 20년 전에 저희 KBS 다큐에 나왔었던 분이에요.

20년 전에도 온평리 막내 해녀였는데 지금도 여전히 막내 해녑니다.

그동안 새로운 해녀가 없었다는 얘긴데요.

온평리 바다는 저도 직접 들어가 봤지만, 바다 사막화라 불리는 갯녹음이 굉장히 심각합니다.

수온이 올라가면서 해조류가 사라지고, 또 육상 오염원도 해안가로 많이 배출되고 있거든요.

이런 영향으로 전복이나 소라도 줄고 있고, 해녀의 수입도 예전만 못한데요.

벌이가 안 되니까 새로운 해녀는 없고, 기존의 해녀들도 물질보다 밭일을 더 많이 가거나 숙련도가 높은 해녀인 상군들은 다른 지역으로 출가 물질을 가고 있었습니다.

사실 이게 온평리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제주도 전체로 보면 지난해 기준, 연안 암반지대 40%, 6천4백ha에서 갯녹음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명자 삼춘이 막내 때 농담처럼 그런 말을 하셨대요.

언니들이 해녀 그만두면 자기가 바다에 있는 것들 몽땅 잡을 거라고.

그런데 지금 바다가 자기보다 빨리 늙어버렸다고 말했습니다.

저도 이 부분에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앵커]

다큐를 보면 해녀들이 애써 잡은 성게를 바다에 뿌리는 장면도 인상적이었어요.

[기자]

네, 저도 기억에 남는 장면 중 하나인데요.

성게를 잡아도 먹은 게 없어서 알이 없대요.

그래서 해조류가 있는 곳으로 옮기는 장면이었는데요.

저도 해녀 삼춘들 촬영한다고 같이 바다에 들어갔는데, 그나마 해조류가 있는 곳도 양식장 배출수가 나오는 근처더라고요.

지하에서 끌어올리는 물을 쓰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물이 차갑거든요.

그나마 그곳엔 해조류가 조금 있더라고요.

지금 보시는 영상이 10년 전 온평리 바닷속인데요.

온평리 해녀들을 기록해온 박정근 작가가 2013년에 촬영한 영상입니다.

감태가 바닥에 군락을 이루고 있죠.

예전에는 감태를 잡으면서 물질했는데, 지금은 잡을 게 없어서 골갱이로 바닥을 긁으면서 작업할 정도로 해조류 자체가 보기 힘든 상황입니다.

[앵커]

해녀들의 주 수입원이 소라인데요.

소라를 갖고도 특별한 실험을 진행하셨죠?

[기자]

네, 맞습니다.

기후위기가 우리 주변의 일이다라는 걸 보여주는 것도 중요한데요.

더 나아가서 그러면 기후위기가 객관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라는 부분도 뒷받침돼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해녀들의 주 수입원인 소라를 정해서 실험을 하게 됐습니다.

[앵커]

해양환경공단에서 남해안 소라가 수온 상승으로 10년 동안 120km 넘게 북상했다는 연구 결과도 냈었잖아요.

여기서 한 걸음 더 들어가신 거죠?

[기자]

네, 맞습니다.

소라가 점점 북상하고 있는데, 소라들의 상태는 어떨까, 해역별로 차이가 있을까 하는 고민이 들어서 실험을 진행하게 됐습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과 소라의 북상 경로를 따라서 제주 2개, 동해 4개 등 모두 6개 해역에 있는 소라를 무작위로 채취해서 실험을 해봤는데요.

그 결과 제주 소라가 동해 소라보다 평균 1cm 가까이 작았고, 무게도 33g으로, 50g인 동해 소라보다 17g이나 덜 나갔습니다.

크기와 무게는 소라의 성장 환경과도 연결되잖아요.

그래서 뭘 먹고 자랐는지 소라의 위 내용물도 살펴봤는데요.

6개 해역 소라 중에 석회조류가 검출된 건 경북 울진 앞바다에 있는 왕돌초를 제외하면 제주가 유일했습니다.

특히 왕돌초에선 해조류인 녹조류, 갈조류, 홍조류가 모두 검출됐는데 제주산에선 일부만 발견됐습니다.

[앵커]

수온이 올라가면서 해조류가 사라지는 지역은 석회조류를 먹고 있었고, 반면 해조류가 풍부한 동해안 지역은 상대적으로 잘 먹고 잘 크고 있었다, 이런 의미인가요?

[기자]

네, 맞습니다.

수온이 소라의 먹이원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뜻인데요.

그렇다면 수온이 소라 자체에 미치는 영향은 없을까? 하는 고민도 있었어요.

그래서 연구팀과 수온 실험도 해봤거든요.

동일한 조건에서 수온을 하루에 1도씩, 23도부터 최대 30도까지 올려봤습니다.

하루마다 주사기를 이용해서 소라의 혈액을 채취했는데요.

참고로 소라의 피는 적혈구가 없어 하늘색을 띱니다.

분석기에 돌려봤더니 외부 침입 물질을 방어하는 식세포율이 사흘째 25%에서 15%로 10% 감소했습니다.

면역력이 떨어진 겁니다.

반대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발생하는 활성산소량은 두 배나 증가했습니다.

연구진은 해조류가 없는, 먹거리가 없는 해역의 소라는 수온에 더 큰 영향을 받고, 이대로 계속 수온이 올라가면 개체군도 감소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앵커]

제가 통계를 보니깐요.

2010년 제주 소라 생산량이 2천4백여 톤 정도 됐는데, 10년이 지난 2020년엔 천5백여 톤으로 줄었더라고요.

기후위기로 인한 영향도 있는 건가요?

[기자]

사실 기후위기로 생산량이 줄었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고령화로 해녀가 줄고 있고, 또 수출 감소 등으로 생산량 자체가 적을 수도 있거든요.

소라는 총허용어획량제도, TAC라고 해서 쿼터제 개념으로 어촌계에 할당을 해서 채취하고 있습니다.

어족 자원을 관리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래서 기후위기로 생산량이 줄었다고 단정하긴 어렵지만, 수온 상승으로 먹이원이 사라지고 소라의 크기도 점점 줄고 있다는 건 분명한 것 같고요.

또 해녀들 입장에서는 기후위기로 평생 몸담았던 바다 터전이 떠나가고 있다, 이 말은 우리 미래세대가 지금의 온전한 바다를 경험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이렇게 볼 수 있겠습니다.

[앵커]

실험 말고도 제주 바다에서 변하는 이상 징후도 많이 관찰하셨어요.

제주항 어선 부두에서 발견된 산호들, 서귀포 섶섬에서 찍은 야간 어류 탐사 장면.

이 가운데 저는 제주 바다에서 발견된 천연기념물 점박이물범이 신기했거든요.

[기자]

네, 뭐 모래말미잘, 거품돌산호가 가득한 수중 환경도 기억에 남고요.

또 야간에 진행한 서귀포 섶섬의 신기한 아열대 물고기들도 인상적이었는데요.

그 중에서 저도 제주시 구좌읍 앞바다에서 촬영한 점박이물범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점박이물범은 전 세계 18종의 물범 중 유일하게 한반도에 서식하는 종으로 알려졌는데요.

개체 수가 급감하면서 2007년부터는 해양보호생물로도 지정돼 관리되고 있습니다.

겨울철 중국에서 새끼를 낳고, 봄부터 늦가을까지 백령도 등 서해로 내려와서 먹이 활동을 하는 종인데, 제주 바다에서 발견됐다는 게 굉장히 신기한 일이거든요.

기후위기로 인한 생태계 교란인지, 해류 등 다른 요인 때문인지 아직은 연구가 더 필요한 상황인데, 어쨌든 전에 없던 이상 징후인 것만은 틀림없습니다.

[앵커]

너무 빠르고, 또 민감한 종이기 때문에 촬영도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기자]

네, 물범을 보려고 장시간 대기하기도 했고요.

또 촬영기자는 ENG라고 하는 큰 촬영장비를 들고 물에 들어가서 대기하다가 올라오면 줌을 당겨서 촬영했습니다.

저는 물속에서 작은 카메라인 고프로로 촬영했고요.

하늘에선 또 드론으로도 찍고요.

어렵게 포착한 장면이라 저도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지금까지 특집 다큐멘터리 '민둥바당' 뒷이야기 취재기자와 나눠봤는데요.

KBS제주 유튜브를 통해서도 다시 보실 수 있습니다.

아직 못 보신 분들 계시면 많은 시청 부탁드리고요.

기후위기, 미래의 일이 아니라 우리 주변의 일입니다.

소중한 제주 바다를 위해서 모두가 노력했으면 좋겠습니다.

문준영 기자 고맙습니다.

촬영기자:양경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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