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0억 들인 5년간의 국외훈련보고서들 ‘표절 얼룩’

입력 2022.11.29 (19:36) 수정 2022.11.29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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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KBS는 최근 5년여 사이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이 장기 해외 연수를 다녀온 뒤 제출한 훈련보고서 1,800여 건을 입수해 표절률을 전수 조사했습니다.

컴퓨터 프로그램과 박사급 연구진을 투입해 분석해 보니 남의 논문을 복사해서 붙여넣거나 남의 한글 보고서를 외국어로 단순 번역하는 등 표절이 만연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김문영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한 소방관이 2017년 미국으로 장기 훈련을 다녀온 뒤 제출한 보고서입니다.

이전에 발표된 한 대학의 연구논문과 비교했습니다.

소방관 보고서의 '분석틀'이란 단락.

맨 첫 줄 '미국의 국가재난대응체계'부터 마지막 '판단이 된다'까지 대학 논문과 문장이 똑같습니다.

100장짜리 이 보고서에 대해 국내외 논문 또는 보고서와 비교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검사해 보니, 표절률은 93%에 이릅니다.

[소방관/보고서 작성자/음성변조 : "그 당시에는 그런 (표절 검수) 시스템이 안 되어 있었어요. 그런 제도적인 맹점이 좀 있었어요."]

또 다른 중앙부처 공무원의 지난해 5월 제출된 영어 보고섭니다.

8년 전 한국무역협회의 한글 보고서와 대조해 봤습니다.

공무원 보고서의 '재팬 포커시스'로 시작하는 문장, 무역협회 보고서의 일본 관련 문장과 일치합니다.

잘못 번역된 문장도 드러난 이 보고서의 표절률은 2% 불과합니다.

영어로 번역해 표절 검사를 피한 것으로 보입니다.

KBS가 입수한 중앙부처와 지자체 공무원들의 2016년부터의 장기국외훈련보고서는 1,800여 건.

단순 유사 표현을 비교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조사한 결과 보고서의 22%가 표절로 의심된다는 판정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표절 의심에서 벗어난 나머지 보고서를 박사급 인력이 분석했더니, 무작위로 조사한 9건 가운데 7건, 77%가 표절로 드러났습니다.

[윤순철/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총장 : "누가 안 보니까 가능하죠. 원래는 훈련보고서를 홈페이지에 올려서 다 활용하도록 해야 하거든요."]

최근 5년여 사이 1년 이상 해외로 업무 관련 훈련을 다녀온 대한민국 공무원은 2,000여 명.

이들에겐 훈련비 명목으로 세금 2,300억 원이 지원됐습니다.

KBS 뉴스 김문영입니다.

촬영기자:김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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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300억 들인 5년간의 국외훈련보고서들 ‘표절 얼룩’
    • 입력 2022-11-29 19:36:19
    • 수정2022-11-29 19:4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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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KBS는 최근 5년여 사이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이 장기 해외 연수를 다녀온 뒤 제출한 훈련보고서 1,800여 건을 입수해 표절률을 전수 조사했습니다.

컴퓨터 프로그램과 박사급 연구진을 투입해 분석해 보니 남의 논문을 복사해서 붙여넣거나 남의 한글 보고서를 외국어로 단순 번역하는 등 표절이 만연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김문영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한 소방관이 2017년 미국으로 장기 훈련을 다녀온 뒤 제출한 보고서입니다.

이전에 발표된 한 대학의 연구논문과 비교했습니다.

소방관 보고서의 '분석틀'이란 단락.

맨 첫 줄 '미국의 국가재난대응체계'부터 마지막 '판단이 된다'까지 대학 논문과 문장이 똑같습니다.

100장짜리 이 보고서에 대해 국내외 논문 또는 보고서와 비교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검사해 보니, 표절률은 93%에 이릅니다.

[소방관/보고서 작성자/음성변조 : "그 당시에는 그런 (표절 검수) 시스템이 안 되어 있었어요. 그런 제도적인 맹점이 좀 있었어요."]

또 다른 중앙부처 공무원의 지난해 5월 제출된 영어 보고섭니다.

8년 전 한국무역협회의 한글 보고서와 대조해 봤습니다.

공무원 보고서의 '재팬 포커시스'로 시작하는 문장, 무역협회 보고서의 일본 관련 문장과 일치합니다.

잘못 번역된 문장도 드러난 이 보고서의 표절률은 2% 불과합니다.

영어로 번역해 표절 검사를 피한 것으로 보입니다.

KBS가 입수한 중앙부처와 지자체 공무원들의 2016년부터의 장기국외훈련보고서는 1,800여 건.

단순 유사 표현을 비교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조사한 결과 보고서의 22%가 표절로 의심된다는 판정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표절 의심에서 벗어난 나머지 보고서를 박사급 인력이 분석했더니, 무작위로 조사한 9건 가운데 7건, 77%가 표절로 드러났습니다.

[윤순철/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총장 : "누가 안 보니까 가능하죠. 원래는 훈련보고서를 홈페이지에 올려서 다 활용하도록 해야 하거든요."]

최근 5년여 사이 1년 이상 해외로 업무 관련 훈련을 다녀온 대한민국 공무원은 2,000여 명.

이들에겐 훈련비 명목으로 세금 2,300억 원이 지원됐습니다.

KBS 뉴스 김문영입니다.

촬영기자:김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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