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경매에 ‘눈속임 계량’…고철 30톤 ‘증발’

입력 2022.11.30 (19:26) 수정 2022.11.30 (19:44)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철도 공기업들이 경매로 내놓은 폐 철로를 사들인 고철업체가 1억여 원을 가로챈 혐의로 경찰에 적발됐습니다.

계량소와 짜고 고철의 중량을 속인 건데, 허술한 감시를 틈타 이런 사기 행각은 수차례 반복됐습니다.

이지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지하철 차량 정비기지 한쪽에 철로가 쌓여 있습니다.

심하게 마모된 데다 붉게 녹슬어 있습니다.

사용한 지 20년이 지나 더이상 쓸 수 없는 철도 레일입니다.

이곳에 보관됐다가 중고 고철을 사고파는 중개상에게 매각됩니다.

경매에 부쳐 처분하는데, 부피가 워낙 크다 보니 철로 1m 당 무게로 환산한 뒤 실제 중량은 낙찰 이후 측정합니다.

지난해 3월, 인천교통공사는 폐 철로 90톤을 경매에 내놨고, 한 중개업체 대표 A 씨가 4천2백여만 원에 낙찰 받았습니다.

그런데 열흘 뒤 교통공사는 천5백만 원가량을 돌려줘야 했습니다.

고철 무게를 쟀더니 계약한 물량보다 약 30톤이 적다는 이유였습니다.

두 달 뒤에도 이런 일은 반복됐습니다.

고철 80톤을 같은 업체에 팔았는데, '30톤 가량 적다'는 말에 또 돈을 물어줬습니다.

고철 30톤이 사라진 이유는 뭘까?

무게를 측정했다는 공인 계량소를 찾아가봤습니다.

철판 저울 위에 짐을 실은 화물차가 서자, 화면에 중량이 표시됩니다.

그런데, 화면에 뜬 숫자, 얼마든지 바꿔 입력할 수 있었습니다.

손쉽게 조작이 가능하단 뜻입니다.

[계량소 대표/음성변조 : "짜고 하는 거예요. 계량소 괜히 괴롭히지 말라고 그러세요. 다 짜고 그렇게 빼내는 거예요."]

인천과 서울교통공사, 코레일 등이 A 씨에게 피해를 본 금액만 최근 2년간 1억 5천만 원에 달합니다.

특히, 고철 무게를 잴 때 공기업 직원들도 입회하게 돼 있는데, 이를 걸러내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전상주/인천교통공사 상임감사 : "(공공기관으로서) 매각 과정의 투명성을 담보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를 살펴야 하는데 그런 과정에서 아쉬운 부분이 있었습니다."]

수사가 본격화되자 A 씨는 잠적했습니다.

경찰은 A 씨 행적을 쫓는 한편, 공범 2명과 계량소 대표를 송치하고 '눈속임 계량'을 방조한 의혹을 받는 교통공사와 코레일 직원들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지은입니다.

촬영기자:김재현 류재현/영상편집:유지영/그래픽:채상우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공공기관 경매에 ‘눈속임 계량’…고철 30톤 ‘증발’
    • 입력 2022-11-30 19:26:34
    • 수정2022-11-30 19:44:41
    뉴스 7
[앵커]

철도 공기업들이 경매로 내놓은 폐 철로를 사들인 고철업체가 1억여 원을 가로챈 혐의로 경찰에 적발됐습니다.

계량소와 짜고 고철의 중량을 속인 건데, 허술한 감시를 틈타 이런 사기 행각은 수차례 반복됐습니다.

이지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지하철 차량 정비기지 한쪽에 철로가 쌓여 있습니다.

심하게 마모된 데다 붉게 녹슬어 있습니다.

사용한 지 20년이 지나 더이상 쓸 수 없는 철도 레일입니다.

이곳에 보관됐다가 중고 고철을 사고파는 중개상에게 매각됩니다.

경매에 부쳐 처분하는데, 부피가 워낙 크다 보니 철로 1m 당 무게로 환산한 뒤 실제 중량은 낙찰 이후 측정합니다.

지난해 3월, 인천교통공사는 폐 철로 90톤을 경매에 내놨고, 한 중개업체 대표 A 씨가 4천2백여만 원에 낙찰 받았습니다.

그런데 열흘 뒤 교통공사는 천5백만 원가량을 돌려줘야 했습니다.

고철 무게를 쟀더니 계약한 물량보다 약 30톤이 적다는 이유였습니다.

두 달 뒤에도 이런 일은 반복됐습니다.

고철 80톤을 같은 업체에 팔았는데, '30톤 가량 적다'는 말에 또 돈을 물어줬습니다.

고철 30톤이 사라진 이유는 뭘까?

무게를 측정했다는 공인 계량소를 찾아가봤습니다.

철판 저울 위에 짐을 실은 화물차가 서자, 화면에 중량이 표시됩니다.

그런데, 화면에 뜬 숫자, 얼마든지 바꿔 입력할 수 있었습니다.

손쉽게 조작이 가능하단 뜻입니다.

[계량소 대표/음성변조 : "짜고 하는 거예요. 계량소 괜히 괴롭히지 말라고 그러세요. 다 짜고 그렇게 빼내는 거예요."]

인천과 서울교통공사, 코레일 등이 A 씨에게 피해를 본 금액만 최근 2년간 1억 5천만 원에 달합니다.

특히, 고철 무게를 잴 때 공기업 직원들도 입회하게 돼 있는데, 이를 걸러내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전상주/인천교통공사 상임감사 : "(공공기관으로서) 매각 과정의 투명성을 담보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를 살펴야 하는데 그런 과정에서 아쉬운 부분이 있었습니다."]

수사가 본격화되자 A 씨는 잠적했습니다.

경찰은 A 씨 행적을 쫓는 한편, 공범 2명과 계량소 대표를 송치하고 '눈속임 계량'을 방조한 의혹을 받는 교통공사와 코레일 직원들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지은입니다.

촬영기자:김재현 류재현/영상편집:유지영/그래픽:채상우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