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7] 국외훈련보고서 표절 검사 결과, 실태는?

입력 2022.11.30 (19:38) 수정 2022.11.30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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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KBS는 이번주 대한민국 공무원들의 국외훈련보고서가 표절로 얼룩져 있다는 걸 집중 보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이 시간엔 이 문제를 취재한 담당 취재기자와 함께,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보도국의 김문영 기자 나와 있습니다.

김 기자, 먼저, 이번 표절 실태 조사 왜 시작하게 된 건가요?

[기자]

네, 취재진은 올해 초에 제보를 하나 받았는데요.

바로 강원도 공무원 한 명이 해외로 장기연수를 다녀왔는데, 이 보고서가 표절 판정을 받았다.

그래서, 이 사람이 받았던 국외훈련비를 다시 뱉어내야 하는데, 이게 수천만 원에 달한다는 겁니다.

이 문제를 취재하다보니, 이 사안이 어느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는 강한 의심을 갖게 됐습니다.

보고서가 표절이라는 건, 공무원들 사이에선 아는 사람은 다 아는.

그야말로 공공연한 비밀이나 다름 없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직접 그 실태를 조사해보자.

이렇게 된 겁니다.

[앵커]

그래서, 시작이 된 거군요.

그럼, 표절 여부를 어떻게 조사했습니까?

[기자]

네, 먼저 보고서부터 수집하기 시작했습니다.

보고서 제출 시기는 2017년부터 올해 6월까지로, 대상자는 1년 이상 해외 연수를 받은 우리나라 공무원 전체로 했습니다.

그랬더니, 해당 기간에 외국을 다녀온 공무원들은 2,000명 정도.

이들이 낸 보고서 1,800개 정도를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확보한 보고서를 2단계에 걸쳐 표절 여부를 검증했습니다.

우선, 1단계론 표절 검증 전문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1,800개가 넘는 보고서들을 일일이 입력해서 표절 여부를 조사했습니다.

이때 표절 판정 기준은 표절률 15%로 잡았습니다.

학계의 통상적인 표절 판정 기준인데요.

쉽게 말해, 제출된 보고서를 다른 보고서나 논문과 비교해서 두 글에 나온 단어가 15% 이상 겹치면 표절이라는 판정이 나오는 방식입니다.

이게 1단계였고요.

2단계론 컴퓨터 검사에서 표절률이 낮게 나온 보고서들에 대해 정말 표절이 아닌지 정밀 검증을 했습니다.

일단, 컴퓨터가 못 잡아냈기 때문에 고도의 전문성과 엄청난 노력, 또 시간이 필요한 작업이었는데요.

이 작업은 서울교육대학교의 이인재 교수와 박사급 연구원들과 함께 진행했습니다.

[앵커]

네, 그렇군요.

그럼, 이렇게 조사한 결과, 보고서 표절 어느 정도였습니까?

[기자]

우선, 1단계 컴퓨터를 이용한 표절 검사 결과부터 화면을 보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지금 화면에 나온 건 한 소방관이 작성한 보고선데요.

이걸 예전에 나온 한 대학의 연구논문과 비교해봤습니다.

'분석틀'이란 소제목이 보이시죠?

그리고, 맨 첫줄의 '미국의 국가재난대응체계'부터 마지막 '판단이 된다'까지 두 개의 글이 똑같습니다.

표절률은 93%.

그냥 복사해서 붙여넣었다는 얘깁니다.

이런 식으로 한눈에 보기에도 베꼈구나 싶은 보고서가 전체 보고서의 22%, 5분의 1를 차지했습니다.

[앵커]

그럼, 표절률 15% 미만.

그러니까, 컴퓨터 프로그램이 표절이 아니다라고 판정한 보고서들이 한 80%는 된다는 건데요.

이건 정말 표절이 아니었습니까?

[기자]

네, 유감스럽게도 표절이 아니라는 1차 판정이 나온 보고서들 가운데에서도 대다수가 사실은 표절이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컴퓨터 표절 검사 프로그램으로는 잡아낼 수 없도록 다양한 방식이 동원된 결관데요.

예를 들어, 화면에 보이는 영문 보고서의 경우, 1차 검사에서 표절률 단 2%, 표절이 아니라는 판정을 받은 보고섭니다.

그런데, 사실은 이전에 나온 한글 보고서를 영어로 번역해 놓은 것이었습니다.

그것도 컴퓨터 자동번역기를 쓴 건지.

번역을 잘못해서, 한글로 '수의 분야'라고 말, 다시말해 '수의학 분야'라는 말을 영어로 '넘버 오브 필즈', '숫자의 분야'라고 표현해 놨습니다.

그런데, 이런 보고서가 한둘이 아니었습니다.

연구진의 정밀 분석 결과, 표절이 아니라던 보고서 9건 가운데 7건, 무려 77%가 표절이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앵커]

그럼, 보고서의 대다수가 표절이란 건데, 표절이 도대체 왜 이렇게 만연한 겁니까?

[기자]

네, 근본적인 이유는 공무원들의 도덕 불감증 때문입니다.

표절은 엄밀히 말해 남의 글을 훔치는 행위, 다시 말해 지식 절도에 해당합니다.

실제로 해외 선진국에선 표절은 범죄라는 인식이 굳어져 있는데요.

하지만, 우리나라 공무원들은 별다른 죄의식 없이 표절을 일삼고 있습니다.

보고서는 그저 해외 연수의 통과의례 정도로 치부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앞으로 이런 일을 막으려면, 보고서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고요.

또, 빼놔선 안될 게 표절 보고서나 부실 보고서 작성자에 대해선 그동안 지원해준 국외훈련비를 반드시 환수하도록 해야 할 겁니다.

[앵커]

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말씀 잘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보도국의 김문영 기자였습니다.

영상편집:신정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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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파일7] 국외훈련보고서 표절 검사 결과, 실태는?
    • 입력 2022-11-30 19:38:28
    • 수정2022-11-30 20:07:39
    뉴스7(춘천)
[앵커]

KBS는 이번주 대한민국 공무원들의 국외훈련보고서가 표절로 얼룩져 있다는 걸 집중 보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이 시간엔 이 문제를 취재한 담당 취재기자와 함께,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보도국의 김문영 기자 나와 있습니다.

김 기자, 먼저, 이번 표절 실태 조사 왜 시작하게 된 건가요?

[기자]

네, 취재진은 올해 초에 제보를 하나 받았는데요.

바로 강원도 공무원 한 명이 해외로 장기연수를 다녀왔는데, 이 보고서가 표절 판정을 받았다.

그래서, 이 사람이 받았던 국외훈련비를 다시 뱉어내야 하는데, 이게 수천만 원에 달한다는 겁니다.

이 문제를 취재하다보니, 이 사안이 어느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는 강한 의심을 갖게 됐습니다.

보고서가 표절이라는 건, 공무원들 사이에선 아는 사람은 다 아는.

그야말로 공공연한 비밀이나 다름 없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직접 그 실태를 조사해보자.

이렇게 된 겁니다.

[앵커]

그래서, 시작이 된 거군요.

그럼, 표절 여부를 어떻게 조사했습니까?

[기자]

네, 먼저 보고서부터 수집하기 시작했습니다.

보고서 제출 시기는 2017년부터 올해 6월까지로, 대상자는 1년 이상 해외 연수를 받은 우리나라 공무원 전체로 했습니다.

그랬더니, 해당 기간에 외국을 다녀온 공무원들은 2,000명 정도.

이들이 낸 보고서 1,800개 정도를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확보한 보고서를 2단계에 걸쳐 표절 여부를 검증했습니다.

우선, 1단계론 표절 검증 전문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1,800개가 넘는 보고서들을 일일이 입력해서 표절 여부를 조사했습니다.

이때 표절 판정 기준은 표절률 15%로 잡았습니다.

학계의 통상적인 표절 판정 기준인데요.

쉽게 말해, 제출된 보고서를 다른 보고서나 논문과 비교해서 두 글에 나온 단어가 15% 이상 겹치면 표절이라는 판정이 나오는 방식입니다.

이게 1단계였고요.

2단계론 컴퓨터 검사에서 표절률이 낮게 나온 보고서들에 대해 정말 표절이 아닌지 정밀 검증을 했습니다.

일단, 컴퓨터가 못 잡아냈기 때문에 고도의 전문성과 엄청난 노력, 또 시간이 필요한 작업이었는데요.

이 작업은 서울교육대학교의 이인재 교수와 박사급 연구원들과 함께 진행했습니다.

[앵커]

네, 그렇군요.

그럼, 이렇게 조사한 결과, 보고서 표절 어느 정도였습니까?

[기자]

우선, 1단계 컴퓨터를 이용한 표절 검사 결과부터 화면을 보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지금 화면에 나온 건 한 소방관이 작성한 보고선데요.

이걸 예전에 나온 한 대학의 연구논문과 비교해봤습니다.

'분석틀'이란 소제목이 보이시죠?

그리고, 맨 첫줄의 '미국의 국가재난대응체계'부터 마지막 '판단이 된다'까지 두 개의 글이 똑같습니다.

표절률은 93%.

그냥 복사해서 붙여넣었다는 얘깁니다.

이런 식으로 한눈에 보기에도 베꼈구나 싶은 보고서가 전체 보고서의 22%, 5분의 1를 차지했습니다.

[앵커]

그럼, 표절률 15% 미만.

그러니까, 컴퓨터 프로그램이 표절이 아니다라고 판정한 보고서들이 한 80%는 된다는 건데요.

이건 정말 표절이 아니었습니까?

[기자]

네, 유감스럽게도 표절이 아니라는 1차 판정이 나온 보고서들 가운데에서도 대다수가 사실은 표절이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컴퓨터 표절 검사 프로그램으로는 잡아낼 수 없도록 다양한 방식이 동원된 결관데요.

예를 들어, 화면에 보이는 영문 보고서의 경우, 1차 검사에서 표절률 단 2%, 표절이 아니라는 판정을 받은 보고섭니다.

그런데, 사실은 이전에 나온 한글 보고서를 영어로 번역해 놓은 것이었습니다.

그것도 컴퓨터 자동번역기를 쓴 건지.

번역을 잘못해서, 한글로 '수의 분야'라고 말, 다시말해 '수의학 분야'라는 말을 영어로 '넘버 오브 필즈', '숫자의 분야'라고 표현해 놨습니다.

그런데, 이런 보고서가 한둘이 아니었습니다.

연구진의 정밀 분석 결과, 표절이 아니라던 보고서 9건 가운데 7건, 무려 77%가 표절이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앵커]

그럼, 보고서의 대다수가 표절이란 건데, 표절이 도대체 왜 이렇게 만연한 겁니까?

[기자]

네, 근본적인 이유는 공무원들의 도덕 불감증 때문입니다.

표절은 엄밀히 말해 남의 글을 훔치는 행위, 다시 말해 지식 절도에 해당합니다.

실제로 해외 선진국에선 표절은 범죄라는 인식이 굳어져 있는데요.

하지만, 우리나라 공무원들은 별다른 죄의식 없이 표절을 일삼고 있습니다.

보고서는 그저 해외 연수의 통과의례 정도로 치부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앞으로 이런 일을 막으려면, 보고서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고요.

또, 빼놔선 안될 게 표절 보고서나 부실 보고서 작성자에 대해선 그동안 지원해준 국외훈련비를 반드시 환수하도록 해야 할 겁니다.

[앵커]

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말씀 잘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보도국의 김문영 기자였습니다.

영상편집:신정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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