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돋보기] 월드컵 보다 열받은 중국인들…“시진핑 물러나라!”

입력 2022.12.01 (10:50) 수정 2022.12.01 (10:54)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카타르 월드컵의 나비효과일까요?

코로나 봉쇄에 지친 중국인들이 거리로 나와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시진핑 퇴진' 구호까지 나왔습니다.

<지구촌 돋보기> 중국으로 가 봅니다.

홍석우 기자, 통제와 검열이 강력한 중국의 대도시에서 터져 나오는 시위, 더는 못 참겠다, 이런 건가요?

[기자]

네, 중국만 전 세계서 유일하게 고강도 방역 정책을 고수하고 있죠.

'제로 코로나'요.

이 정책이 지금 꼬박 3년이 다 돼 갑니다.

이번 시위는 백일 넘게 봉쇄 중인 신장 우루무치에서 화재로 10명이 숨지면서 촉발됐는데요.

봉쇄로 화재 진압이 늦어져서 인명 피해가 커졌다는 이야기가 퍼지면서 불만이 폭발한 겁니다.

이후 상하이, 청두 등 중국 곳곳으로 확산했고, 수도 베이징에서도 불붙었습니다.

["PCR 검사 멈춰라! 자유를 달라!"]

시위대 목소리를 들어보면 모든 봉쇄 풀고 코로나 검사 그만하라는 건데, '공산당과 시진핑 주석 물러나라'는 구호도 있습니다.

들어보시죠.

["문화혁명 필요 없다! 개혁을 원한다! 지도자 필요 없다! 선거권을 원한다!"]

[앵커]

그런데 '시진핑 퇴진'까지 나오는 이번 시위가 월드컵과 관련이 있다는데 무슨 얘긴가요?

[기자]

네, 지금 카타르 월드컵이 한창이죠.

관중석에서, 거리에서 수만 명의 축구팬들이 마스크를 벗고 열광적으로 응원하는 모습이 전 세계에 생중계되고 있는데요.

이걸 본 중국인들, 중국만 마스크 쓰고, 격리되고 왜 이렇게 살아야 하나 싶은 거죠.

여기에 중국 국영방송인 CCTV가 월드컵 경기 장면의 일부를 바꿔 내보내, 논란을 키웠습니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관중들 모습을 뺀 건데요.

이미 SNS엔 FIFA(피파) 공식 화면과 CCTV 화면을 비교하는 영상이 퍼진 상탭니다.

[앵커]

조금 전에 시위 영상을 보니까 사람들이 흰 종이를 들고 흔들던데, 그건 무슨 뜻이에요?

[기자]

네, 보신 것처럼 이런 아무것도 없는 하얀색 종이를 들고 있습니다.

중국의 검열과 통제에 반대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겁니다.

뭘 주장해도 중국 정부가 삭제해 이처럼 백지화된다는 건데요.

실제로 중국 매체들은 이번 시위 자체를 다루지 않고 있습니다.

SNS에 올라오는 시위 영상과 사진은 곧바로 삭제되고 있고, 검색도 차단됐습니다.

그럼에도 중국에선 백지를 들고 거리로 나서는 시민들이 늘고 있습니다.

국가보안법 시행으로 시위가 금지된 홍콩에서도, 시 주석 모교인 칭화대에서도 백지를 들었는데요.

이 때문에 '백지 운동', '백지 혁명'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블룸버그는 "1989년 톈안먼 사태 이후 처음으로 나타난 통일된 저항의 표시"라고 진단했는데요.

미국과 일본, 호주 등 세계 각국에서도 이걸 지지하는 연대 시위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앵커]

사실 중국에서는 이런 시위가 이례적인 일이잖아요?

[기자]

네, 중국 정부도 매우 당혹해하고 있는데요.

시 주석이 3연임을 확정했을 때도 중국 안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죠.

'독재자, 반역자인 시진핑은 물러나라'는 현수막이 베이징 도심 한복판에 걸리기도 했는데요.

이번엔 백지 시위가 확산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겁니다.

외신들은 시 주석이 집권 이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분위기에도 중국이 봉쇄를 풀지 않을 거란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영국 BBC는 그 이유에 대해 백신 문제를 꼽았습니다.

중국이 자체 개발한 코로나 백신이 화이자, 모더나 등에 사용된 mRNA 기술만큼 효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고, 백신 접종률도 충분하지 않다는 겁니다.

특히 고위험군인 고령층의 추가 접종률이 턱없이 낮습니다.

게다가 제로 코로나 성과를 가장 큰 업적으로 내세웠던 시 주석 입장에서 방역 정책 전환은 실패를 인정하는 셈이니 '자존심'이 걸려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는 거죠.

[앵커]

시 주석 퇴진 구호까지 나온 상황에서, 중국 정부가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까요?

[기자]

중국 정부는 지금의 방역이 성공할 거라며 시위 확산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있습니다.

시위대를 공권력으로 억누를 가능성이 점쳐지는데요.

시위를 취재하던 영국 BBC 기자가 체포돼 구타를 당하는 일이 발생하면서 과잉 진압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중국 당국은 베이징과 상하이 등 주요 도시에 중무장한 경찰들을 배치하고, 시위대가 모였던 거리엔 바리케이드를 세웠습니다.

시위 확산을 경계하고 있는 건데요.

길을 지나는 시민들의 휴대전화까지 검사하고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들은 "시위가 계속된다면 중국이 무자비한 진압에 나설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알프레드 우/싱가포르국립대 교수 : "시진핑 주석은 경제 성장보다 '안보'에 더 관심이 있습니다. 그래서 시위를 매우 강경한 태도로 다룰 것으로 봅니다."]

[앵커]

미국 하버드대에서도 연대집회가 열렸단 소식이 들리던데요.

이례적인 중국 시위, 어디로 가게 될까요.

잘 들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지구촌 돋보기] 월드컵 보다 열받은 중국인들…“시진핑 물러나라!”
    • 입력 2022-12-01 10:50:10
    • 수정2022-12-01 10:54:59
    지구촌뉴스
[앵커]

카타르 월드컵의 나비효과일까요?

코로나 봉쇄에 지친 중국인들이 거리로 나와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시진핑 퇴진' 구호까지 나왔습니다.

<지구촌 돋보기> 중국으로 가 봅니다.

홍석우 기자, 통제와 검열이 강력한 중국의 대도시에서 터져 나오는 시위, 더는 못 참겠다, 이런 건가요?

[기자]

네, 중국만 전 세계서 유일하게 고강도 방역 정책을 고수하고 있죠.

'제로 코로나'요.

이 정책이 지금 꼬박 3년이 다 돼 갑니다.

이번 시위는 백일 넘게 봉쇄 중인 신장 우루무치에서 화재로 10명이 숨지면서 촉발됐는데요.

봉쇄로 화재 진압이 늦어져서 인명 피해가 커졌다는 이야기가 퍼지면서 불만이 폭발한 겁니다.

이후 상하이, 청두 등 중국 곳곳으로 확산했고, 수도 베이징에서도 불붙었습니다.

["PCR 검사 멈춰라! 자유를 달라!"]

시위대 목소리를 들어보면 모든 봉쇄 풀고 코로나 검사 그만하라는 건데, '공산당과 시진핑 주석 물러나라'는 구호도 있습니다.

들어보시죠.

["문화혁명 필요 없다! 개혁을 원한다! 지도자 필요 없다! 선거권을 원한다!"]

[앵커]

그런데 '시진핑 퇴진'까지 나오는 이번 시위가 월드컵과 관련이 있다는데 무슨 얘긴가요?

[기자]

네, 지금 카타르 월드컵이 한창이죠.

관중석에서, 거리에서 수만 명의 축구팬들이 마스크를 벗고 열광적으로 응원하는 모습이 전 세계에 생중계되고 있는데요.

이걸 본 중국인들, 중국만 마스크 쓰고, 격리되고 왜 이렇게 살아야 하나 싶은 거죠.

여기에 중국 국영방송인 CCTV가 월드컵 경기 장면의 일부를 바꿔 내보내, 논란을 키웠습니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관중들 모습을 뺀 건데요.

이미 SNS엔 FIFA(피파) 공식 화면과 CCTV 화면을 비교하는 영상이 퍼진 상탭니다.

[앵커]

조금 전에 시위 영상을 보니까 사람들이 흰 종이를 들고 흔들던데, 그건 무슨 뜻이에요?

[기자]

네, 보신 것처럼 이런 아무것도 없는 하얀색 종이를 들고 있습니다.

중국의 검열과 통제에 반대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겁니다.

뭘 주장해도 중국 정부가 삭제해 이처럼 백지화된다는 건데요.

실제로 중국 매체들은 이번 시위 자체를 다루지 않고 있습니다.

SNS에 올라오는 시위 영상과 사진은 곧바로 삭제되고 있고, 검색도 차단됐습니다.

그럼에도 중국에선 백지를 들고 거리로 나서는 시민들이 늘고 있습니다.

국가보안법 시행으로 시위가 금지된 홍콩에서도, 시 주석 모교인 칭화대에서도 백지를 들었는데요.

이 때문에 '백지 운동', '백지 혁명'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블룸버그는 "1989년 톈안먼 사태 이후 처음으로 나타난 통일된 저항의 표시"라고 진단했는데요.

미국과 일본, 호주 등 세계 각국에서도 이걸 지지하는 연대 시위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앵커]

사실 중국에서는 이런 시위가 이례적인 일이잖아요?

[기자]

네, 중국 정부도 매우 당혹해하고 있는데요.

시 주석이 3연임을 확정했을 때도 중국 안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죠.

'독재자, 반역자인 시진핑은 물러나라'는 현수막이 베이징 도심 한복판에 걸리기도 했는데요.

이번엔 백지 시위가 확산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겁니다.

외신들은 시 주석이 집권 이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분위기에도 중국이 봉쇄를 풀지 않을 거란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영국 BBC는 그 이유에 대해 백신 문제를 꼽았습니다.

중국이 자체 개발한 코로나 백신이 화이자, 모더나 등에 사용된 mRNA 기술만큼 효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고, 백신 접종률도 충분하지 않다는 겁니다.

특히 고위험군인 고령층의 추가 접종률이 턱없이 낮습니다.

게다가 제로 코로나 성과를 가장 큰 업적으로 내세웠던 시 주석 입장에서 방역 정책 전환은 실패를 인정하는 셈이니 '자존심'이 걸려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는 거죠.

[앵커]

시 주석 퇴진 구호까지 나온 상황에서, 중국 정부가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까요?

[기자]

중국 정부는 지금의 방역이 성공할 거라며 시위 확산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있습니다.

시위대를 공권력으로 억누를 가능성이 점쳐지는데요.

시위를 취재하던 영국 BBC 기자가 체포돼 구타를 당하는 일이 발생하면서 과잉 진압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중국 당국은 베이징과 상하이 등 주요 도시에 중무장한 경찰들을 배치하고, 시위대가 모였던 거리엔 바리케이드를 세웠습니다.

시위 확산을 경계하고 있는 건데요.

길을 지나는 시민들의 휴대전화까지 검사하고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들은 "시위가 계속된다면 중국이 무자비한 진압에 나설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알프레드 우/싱가포르국립대 교수 : "시진핑 주석은 경제 성장보다 '안보'에 더 관심이 있습니다. 그래서 시위를 매우 강경한 태도로 다룰 것으로 봅니다."]

[앵커]

미국 하버드대에서도 연대집회가 열렸단 소식이 들리던데요.

이례적인 중국 시위, 어디로 가게 될까요.

잘 들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