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5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 불이 밝혀져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국가주석과 영빈관에서 국빈 만찬을 했다. [사진 출처 : 대통령실]
올해 5월 일반에 개방된 청와대 영빈관이 다시 외국 손님을 맞이했습니다.
정부는 어제(5일) 국빈 자격으로 방한한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국가주석 만찬 행사를 영빈관에서 열었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기존 청와대 시설을 활용한 첫 사례입니다. 영빈관에서 행사가 열린 건 작년 12월 미르지요예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 만찬 이후 약 1년 만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실 부대변인은 만찬 직후 "청와대 영빈관 활용은 역사와 전통의 계승과 실용적 공간의 재활용이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면서 "국격에 걸맞은 행사 진행을 위해 영빈관을 실용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 국립중앙박물관→靑 영빈관으로 바뀐 만찬장
이번 행사는 애초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릴 예정이었습니다. 중앙박물관은 5월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방한 당시 만찬 장소이기도 합니다. 윤 정부가 출범 이후 처음 '국빈 방문'을 접수한 만큼, 최고 수준으로 예우하겠다는 계획이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 방한은 형식상으론 '공식 방문'이었습니다.)
중앙박물관은 지난달 21일 국가 중요 행사로 휴관한다는 공지를 발표하고 오후 시간대 관람 예약을 취소 처리했습니다.
그러나 정·재계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 1일 만찬 장소를 청와대 영빈관으로 기재한 초청장을 참석자들에게 발송했습니다. 영빈관은 푹 주석 방한 전날인 3일부터 사흘간 관람이 제한됐습니다.
청와대 관람 예약자들이 받은 문자 안내(왼쪽), 국립중앙박물관이 지난달 21일부터 게재 중인 휴관 안내문.
■ 영빈관 왜 다시 쓰기로 했나
취임 한 달 만에 청와대를 서둘러 개방한 대통령실이었기에 이번 영빈관 사용은 예상 밖이었습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난 1일 기자들에게 영빈관 사용 계획을 알리며 "국격에 걸맞은 대규모 내외빈 행사 시 최적의 장소를 찾는 노력의 일환으로,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는 범위에서 청와대 영빈관을 활용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그동안 용산 국방컨벤션이나 전쟁기념관, 호텔 등에서 외빈 행사를 치르면서 경호상 문제 등 어려움이 많았고 국빈급 외빈을 맞기에 알맞은 장소를 찾기도 쉽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청와대 영빈관은 말 그대로 손님 맞이를 위해 설계한 2층 건물로, 연회를 위한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습니다. 행사가 열리는 내부 홀 역시 면적 500 제곱미터, 층고(천장 높이) 10 미터로 웅장합니다. 이 수준의 시설을 민간에선 찾기 어려웠던 겁니다.
위부터 차례로 국립중앙박물관(5월 21일 미국 대통령 방한), 용산 대통령실(7월 28일 인도네시아 대통령 방한), 청와대 영빈관(베트남 국가주석 방한)에서 만찬 행사가 열린 모습.
외교부 자료를 보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총리급 이상 외빈 방한은 10건이었습니다. 이 가운데 9명이 윤 대통령과 공식 오·만찬을 했습니다. 영빈관 대신 가장 많이 활용된 장소는 용산 대통령실이었습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경우처럼 매번 국립중앙박물관을 활용하기는 어려웠던 거로 보입니다.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는 한남동 대통령 관저 첫 손님으로 초청해 예우했는데, 모든 외빈을 관저로 부를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신라·콘래드 호텔 등 특급호텔에서 만찬이 열리기도 했는데, 국빈 행사를 호텔에서 여는 것도 국격에 맞지 않는단 지적이 제기됐습니다.
박물관을 행사장으로 쓰는 걸 곱게 보지 않는 여론도 영빈관 활용 결정에 영향을 준 거로 보입니다.
바이든 대통령 방한 당시 국립중앙박물관은 행사 3일 전에야 휴관 일정을 알리고 관람자 774명의 예약을 취소·변경했습니다. 당시 고 이건희 삼성 회장 기증 1주년 전시가 인기를 얻으면서 예약 경쟁이 치열하던 때였습니다. 임종성 민주당 의원(국회 문체위원)은 정부가 대관 규정을 어기고 졸속으로 행사를 준비했다고 비판했습니다.
■ 설득 부족했던 영빈관 신축 계획
윤 대통령이 집무실을 서둘러 용산으로 이전할 때부터 어디에서 외빈을 맞이할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일었습니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회견에선 청와대를 개방하더라도 영빈관은 쓸 수 있다는 취지로 발언했지만, 관람객이 몰리기 시작하면서 사실상 이 계획을 접은 거로 보였습니다.
그러다 올해 9월 내년도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정부의 영빈관 신축 계획이 알려졌습니다.
영빈관 신축 예산 878억 원. 9월 15일 언론 보도를 통해 이 사실이 알려지며 여론이 들끓었습니다. 16일 대통령실 관계자는 "용산 시대에 걸맞은 영빈관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공감해주리라 믿는다", "영빈관을 만든다면, 윤석열 정부가 아니라 대한민국 정부를 대표하는 영빈관인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윤 대통령은 같은 날 오후, 영빈관 신축 계획 철회를 지시했습니다.
현재 정부 예산안에는 아직 신축 예산이 원안대로 기재돼 있습니다. 야당은 이 예산을 전액 삭감할 예정입니다.
적절한 대체 장소도 부족한데다 접견 시설을 새로 짓기도 어려운 상황, 청와대 영빈관은 당분간 외빈을 맞이하는 본래 역할을 종종 맡게 될 거로 보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尹 대통령은 왜 청와대 영빈관을 다시 쓰기로 했나
-
- 입력 2022-12-06 08:00:16
올해 5월 일반에 개방된 청와대 영빈관이 다시 외국 손님을 맞이했습니다.
정부는 어제(5일) 국빈 자격으로 방한한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국가주석 만찬 행사를 영빈관에서 열었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기존 청와대 시설을 활용한 첫 사례입니다. 영빈관에서 행사가 열린 건 작년 12월 미르지요예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 만찬 이후 약 1년 만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실 부대변인은 만찬 직후 "청와대 영빈관 활용은 역사와 전통의 계승과 실용적 공간의 재활용이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면서 "국격에 걸맞은 행사 진행을 위해 영빈관을 실용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 국립중앙박물관→靑 영빈관으로 바뀐 만찬장
이번 행사는 애초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릴 예정이었습니다. 중앙박물관은 5월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방한 당시 만찬 장소이기도 합니다. 윤 정부가 출범 이후 처음 '국빈 방문'을 접수한 만큼, 최고 수준으로 예우하겠다는 계획이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 방한은 형식상으론 '공식 방문'이었습니다.)
중앙박물관은 지난달 21일 국가 중요 행사로 휴관한다는 공지를 발표하고 오후 시간대 관람 예약을 취소 처리했습니다.
그러나 정·재계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 1일 만찬 장소를 청와대 영빈관으로 기재한 초청장을 참석자들에게 발송했습니다. 영빈관은 푹 주석 방한 전날인 3일부터 사흘간 관람이 제한됐습니다.
■ 영빈관 왜 다시 쓰기로 했나
취임 한 달 만에 청와대를 서둘러 개방한 대통령실이었기에 이번 영빈관 사용은 예상 밖이었습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난 1일 기자들에게 영빈관 사용 계획을 알리며 "국격에 걸맞은 대규모 내외빈 행사 시 최적의 장소를 찾는 노력의 일환으로,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는 범위에서 청와대 영빈관을 활용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그동안 용산 국방컨벤션이나 전쟁기념관, 호텔 등에서 외빈 행사를 치르면서 경호상 문제 등 어려움이 많았고 국빈급 외빈을 맞기에 알맞은 장소를 찾기도 쉽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청와대 영빈관은 말 그대로 손님 맞이를 위해 설계한 2층 건물로, 연회를 위한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습니다. 행사가 열리는 내부 홀 역시 면적 500 제곱미터, 층고(천장 높이) 10 미터로 웅장합니다. 이 수준의 시설을 민간에선 찾기 어려웠던 겁니다.
외교부 자료를 보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총리급 이상 외빈 방한은 10건이었습니다. 이 가운데 9명이 윤 대통령과 공식 오·만찬을 했습니다. 영빈관 대신 가장 많이 활용된 장소는 용산 대통령실이었습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경우처럼 매번 국립중앙박물관을 활용하기는 어려웠던 거로 보입니다.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는 한남동 대통령 관저 첫 손님으로 초청해 예우했는데, 모든 외빈을 관저로 부를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신라·콘래드 호텔 등 특급호텔에서 만찬이 열리기도 했는데, 국빈 행사를 호텔에서 여는 것도 국격에 맞지 않는단 지적이 제기됐습니다.
박물관을 행사장으로 쓰는 걸 곱게 보지 않는 여론도 영빈관 활용 결정에 영향을 준 거로 보입니다.
바이든 대통령 방한 당시 국립중앙박물관은 행사 3일 전에야 휴관 일정을 알리고 관람자 774명의 예약을 취소·변경했습니다. 당시 고 이건희 삼성 회장 기증 1주년 전시가 인기를 얻으면서 예약 경쟁이 치열하던 때였습니다. 임종성 민주당 의원(국회 문체위원)은 정부가 대관 규정을 어기고 졸속으로 행사를 준비했다고 비판했습니다.
■ 설득 부족했던 영빈관 신축 계획
윤 대통령이 집무실을 서둘러 용산으로 이전할 때부터 어디에서 외빈을 맞이할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일었습니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회견에선 청와대를 개방하더라도 영빈관은 쓸 수 있다는 취지로 발언했지만, 관람객이 몰리기 시작하면서 사실상 이 계획을 접은 거로 보였습니다.
그러다 올해 9월 내년도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정부의 영빈관 신축 계획이 알려졌습니다.
영빈관 신축 예산 878억 원. 9월 15일 언론 보도를 통해 이 사실이 알려지며 여론이 들끓었습니다. 16일 대통령실 관계자는 "용산 시대에 걸맞은 영빈관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공감해주리라 믿는다", "영빈관을 만든다면, 윤석열 정부가 아니라 대한민국 정부를 대표하는 영빈관인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윤 대통령은 같은 날 오후, 영빈관 신축 계획 철회를 지시했습니다.
현재 정부 예산안에는 아직 신축 예산이 원안대로 기재돼 있습니다. 야당은 이 예산을 전액 삭감할 예정입니다.
적절한 대체 장소도 부족한데다 접견 시설을 새로 짓기도 어려운 상황, 청와대 영빈관은 당분간 외빈을 맞이하는 본래 역할을 종종 맡게 될 거로 보입니다.
-
-
신지혜 기자 new@kbs.co.kr
신지혜 기자의 기사 모음
-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
좋아요
0
-
응원해요
0
-
후속 원해요
0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