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옥외광고의 비밀]① ‘계약 따로 대행 따로’…법 피한 잇속 챙기기

입력 2022.12.12 (19:33) 수정 2022.12.12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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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도심 어딜 가든 이런 전광판이나 광고판을 쉽게 찾아볼 수 있죠.

광고는 보통 기업이 한다고 생각하지만, 정부나 자치단체 역시 광고를 내겁니다.

정책을 알리고 자치단체를 홍보하자는 취지인데, 예산도 상당히 들어갑니다.

광주시의 경우를 볼까요.

홍보를 담당하는 대변인실 예산이 한 해 120억 원이 넘는데요.

이 가운데 언론 매체를 활용한 홍보 광고비가 13억 원이고, 전광판이나 광고판에 올리는 옥외 광고 예산이 38억 원에 이릅니다.

대변인실 예산 가운데 단일 항목으로는 비중이 가장 높은 게 바로 이 '옥외 광고비'인데요.

해마다 세금 수십억 원이 소요되지만 이 돈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았습니다.

KBS는 광주시 옥외 광고비에 얽힌 여러 의문을 추적하는 연속 기획보도를 준비했습니다.

첫 번째 의문은 광주시와의 계약이 금지된 시의원 남편의 업체가 광주시 옥외광고 일감을 우회적으로 대행하고 있다는 의혹입니다.

김정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광주 송정역 택시승강장, 광주시 광고가 실려 있습니다.

광고판에는 광고사 A가 '대행사'라고 쓰여 있습니다.

전화를 걸어봤습니다.

[A 광고사 관계자/음성변조 : "(송정역 택시승강장 광고하고 계시죠?) 네. (절차가 어떻게 되나요?) 저희하고 계약하시고 디자인이 있으시면 주시고..."]

그런데 광주시가 공개한 옥외광고 계약 업체 목록을 보면 송정역 택시승강장 광고를 맡긴 곳은 광고사 B로 돼 있습니다.

광주시가 광고를 맡긴 유스퀘어 광고판도 계약은 B와 했지만, 실제로는 A사가 맡고 있습니다.

수소문 끝에 광고사 B를 찾아가 봤습니다.

이처럼 평범한 주택가 원룸에 사무실이 있는데요.

이렇게 올 때마다 문이 잠겨있습니다.

문밖에는 전화번호도 없이 광고 기획사라는 스티커 한 장이 전부입니다.

관할 구청에 확인해보니 B사는 광고 제작, 설치는 하지 않는 대행만 하는 업체입니다.

[광주 남구청 관계자/음성변조 : "광고물 제작도 안 하시고 설치도 안 하시고. 대행만 한다고 하시더라고요. 중간 수수료만 받는 방식으로..."]

광주시는 최근 2년간 이 업체 B에 계약금액으로만 4억 8천만 원어치, 옥외광고 8건을 맡겼습니다.

광고사 A·B와 얽힌 또 한 곳. 광고사 C입니다.

C사는 2019년부터 2020년 사이 광주시 옥외광고 4건을 대행했는데, 이 4건이 2021년 모두 B에 넘어갑니다.

[C 광고사 대표/음성변조 : "내가 원래 A 업체하고 협약을 해서. 협력업체이고 해서 가끔 메일도 받지..."]

계약과 실제 운영을 주거니 받거니, 이 세 회사는 모두 현직 광주시의원과 직간접적으로 관계가 있습니다.

A사는 현직 광주시의원의 남편이 대표, A와 B, C는 서로 협력사 관계라는데 계약은 각자 광주시와 했지만, 실제 광고는 모두 A가 도맡았습니다.

지방계약법에 따라 지방의원 등 공직자의 배우자는 자치단체와의 계약이 금지돼 있습니다.

광주시가 최근 4년간 B 업체와 C 업체에 준 광고비는 9억여 원.

시의원 남편이자 A사 대표는 '대행사인 B, C가 각자 광주시와 계약을 맺은 것'이기 때문에 본인과 무관하다고 했고, 또 해당 시의원은 '남편 사업에 전혀 관여하지 않고 있다며 모르는 사안'이라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김정대입니다.

▼[광주시 옥외광고의 비밀]② ‘이해충돌방지’ 우회한 잇속 챙기기, 광주시는 몰랐나?

[기자]

이해충돌 방지법은 공직자의 직무 수행과 관련해 사적 이익추구를 금지하는 겁니다.

대상자는 공직자 자신은 물론, 직계 가족도 포함합니다.

법은 피해 갔다지만 가족이 우회적으로 이득을 챙기는 것은 괜찮을까요.

그리고, 광주시는 이런 사실을 전혀 모르는 걸까요?

KBS 취재진은 광주시의원 관계 회사의 우회적인 잇속 챙기기 정황을 더 취재했습니다.

이어서 양창희 기자입니다.

[리포트]

광주시 옥외광고 계약 목록입니다.

A 광고사는 2018년까지 광주시 광고를 직접 맡아 왔습니다.

그러다가 업체의 대표이사 부인이 시의원이 되고 난 이듬해, 2019년부터는 계약에서 빠집니다.

A사가 맡았던 광고는 협력사라는 B와 C로 넘어갔습니다.

이때 A사가 하던 광고를 이어받은 또 다른 광고사가 있습니다.

이 회사 대표는 A사의 친형, 그러니까 시의원의 아주버니가 운영하는 회사입니다.

A사와 이름도 비슷하고, 서로를 '서울 사무실'과 '광주 사무실'로 소개할 정도로 관련성이 명확합니다.

이 업체가 광주시 옥외광고를 맡은 건 4년간 20건, 계약 금액만 10억 원가량 됩니다.

그런데 지난 6월 돌연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광주시에 통보했습니다.

배우자의 형제까지 이해 관계에 포함시키는 '이해충돌 방지법' 시행 직후입니다.

해당 시의원은 남편 사업에 관여하지 않는다면서도 문제의 소지가 있어서 해지가 된 걸로 안다고 전했습니다.

광주시는 시의원과의 관련성을 몰랐다고 해명합니다.

업체 간 '대행 계약' 등 속사정은 알 수 없었다는 겁니다.

[이영동/광주시 대변인 : "업체 대표자하고 업체 이름만 가지고 계약을 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혹시 그게 다른 분들하고 연계가 돼 있는지는 확인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현장만 가 봐도 계약 업체가 아닌 A사의 상호와 전화번호가 버젓이 적혀 있는 점을 고려해 보면, 이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기우식/참여자치21 사무처장 : "형식상 수의계약의 요건을 피하려고 했지만. 실제로는 편법을 동원해서 이익을 얻고 있는 상황이라고 보고요. 광주시가 이 문제에 대해서 제대로 다루지 않고 있는 것은 상당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곳곳에 석연치 않은 정황이 엿보이는 광주시 옥외광고 계약.

의혹을 사는 업체는 모두 광주시가 수의 계약을 통해 선정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KBS 뉴스 양창희입니다.

촬영기자:조민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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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주시 옥외광고의 비밀]① ‘계약 따로 대행 따로’…법 피한 잇속 챙기기
    • 입력 2022-12-12 19:33:49
    • 수정2022-12-12 20:37:57
    뉴스7(광주)
[기자]

도심 어딜 가든 이런 전광판이나 광고판을 쉽게 찾아볼 수 있죠.

광고는 보통 기업이 한다고 생각하지만, 정부나 자치단체 역시 광고를 내겁니다.

정책을 알리고 자치단체를 홍보하자는 취지인데, 예산도 상당히 들어갑니다.

광주시의 경우를 볼까요.

홍보를 담당하는 대변인실 예산이 한 해 120억 원이 넘는데요.

이 가운데 언론 매체를 활용한 홍보 광고비가 13억 원이고, 전광판이나 광고판에 올리는 옥외 광고 예산이 38억 원에 이릅니다.

대변인실 예산 가운데 단일 항목으로는 비중이 가장 높은 게 바로 이 '옥외 광고비'인데요.

해마다 세금 수십억 원이 소요되지만 이 돈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았습니다.

KBS는 광주시 옥외 광고비에 얽힌 여러 의문을 추적하는 연속 기획보도를 준비했습니다.

첫 번째 의문은 광주시와의 계약이 금지된 시의원 남편의 업체가 광주시 옥외광고 일감을 우회적으로 대행하고 있다는 의혹입니다.

김정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광주 송정역 택시승강장, 광주시 광고가 실려 있습니다.

광고판에는 광고사 A가 '대행사'라고 쓰여 있습니다.

전화를 걸어봤습니다.

[A 광고사 관계자/음성변조 : "(송정역 택시승강장 광고하고 계시죠?) 네. (절차가 어떻게 되나요?) 저희하고 계약하시고 디자인이 있으시면 주시고..."]

그런데 광주시가 공개한 옥외광고 계약 업체 목록을 보면 송정역 택시승강장 광고를 맡긴 곳은 광고사 B로 돼 있습니다.

광주시가 광고를 맡긴 유스퀘어 광고판도 계약은 B와 했지만, 실제로는 A사가 맡고 있습니다.

수소문 끝에 광고사 B를 찾아가 봤습니다.

이처럼 평범한 주택가 원룸에 사무실이 있는데요.

이렇게 올 때마다 문이 잠겨있습니다.

문밖에는 전화번호도 없이 광고 기획사라는 스티커 한 장이 전부입니다.

관할 구청에 확인해보니 B사는 광고 제작, 설치는 하지 않는 대행만 하는 업체입니다.

[광주 남구청 관계자/음성변조 : "광고물 제작도 안 하시고 설치도 안 하시고. 대행만 한다고 하시더라고요. 중간 수수료만 받는 방식으로..."]

광주시는 최근 2년간 이 업체 B에 계약금액으로만 4억 8천만 원어치, 옥외광고 8건을 맡겼습니다.

광고사 A·B와 얽힌 또 한 곳. 광고사 C입니다.

C사는 2019년부터 2020년 사이 광주시 옥외광고 4건을 대행했는데, 이 4건이 2021년 모두 B에 넘어갑니다.

[C 광고사 대표/음성변조 : "내가 원래 A 업체하고 협약을 해서. 협력업체이고 해서 가끔 메일도 받지..."]

계약과 실제 운영을 주거니 받거니, 이 세 회사는 모두 현직 광주시의원과 직간접적으로 관계가 있습니다.

A사는 현직 광주시의원의 남편이 대표, A와 B, C는 서로 협력사 관계라는데 계약은 각자 광주시와 했지만, 실제 광고는 모두 A가 도맡았습니다.

지방계약법에 따라 지방의원 등 공직자의 배우자는 자치단체와의 계약이 금지돼 있습니다.

광주시가 최근 4년간 B 업체와 C 업체에 준 광고비는 9억여 원.

시의원 남편이자 A사 대표는 '대행사인 B, C가 각자 광주시와 계약을 맺은 것'이기 때문에 본인과 무관하다고 했고, 또 해당 시의원은 '남편 사업에 전혀 관여하지 않고 있다며 모르는 사안'이라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김정대입니다.

▼[광주시 옥외광고의 비밀]② ‘이해충돌방지’ 우회한 잇속 챙기기, 광주시는 몰랐나?

[기자]

이해충돌 방지법은 공직자의 직무 수행과 관련해 사적 이익추구를 금지하는 겁니다.

대상자는 공직자 자신은 물론, 직계 가족도 포함합니다.

법은 피해 갔다지만 가족이 우회적으로 이득을 챙기는 것은 괜찮을까요.

그리고, 광주시는 이런 사실을 전혀 모르는 걸까요?

KBS 취재진은 광주시의원 관계 회사의 우회적인 잇속 챙기기 정황을 더 취재했습니다.

이어서 양창희 기자입니다.

[리포트]

광주시 옥외광고 계약 목록입니다.

A 광고사는 2018년까지 광주시 광고를 직접 맡아 왔습니다.

그러다가 업체의 대표이사 부인이 시의원이 되고 난 이듬해, 2019년부터는 계약에서 빠집니다.

A사가 맡았던 광고는 협력사라는 B와 C로 넘어갔습니다.

이때 A사가 하던 광고를 이어받은 또 다른 광고사가 있습니다.

이 회사 대표는 A사의 친형, 그러니까 시의원의 아주버니가 운영하는 회사입니다.

A사와 이름도 비슷하고, 서로를 '서울 사무실'과 '광주 사무실'로 소개할 정도로 관련성이 명확합니다.

이 업체가 광주시 옥외광고를 맡은 건 4년간 20건, 계약 금액만 10억 원가량 됩니다.

그런데 지난 6월 돌연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광주시에 통보했습니다.

배우자의 형제까지 이해 관계에 포함시키는 '이해충돌 방지법' 시행 직후입니다.

해당 시의원은 남편 사업에 관여하지 않는다면서도 문제의 소지가 있어서 해지가 된 걸로 안다고 전했습니다.

광주시는 시의원과의 관련성을 몰랐다고 해명합니다.

업체 간 '대행 계약' 등 속사정은 알 수 없었다는 겁니다.

[이영동/광주시 대변인 : "업체 대표자하고 업체 이름만 가지고 계약을 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혹시 그게 다른 분들하고 연계가 돼 있는지는 확인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현장만 가 봐도 계약 업체가 아닌 A사의 상호와 전화번호가 버젓이 적혀 있는 점을 고려해 보면, 이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기우식/참여자치21 사무처장 : "형식상 수의계약의 요건을 피하려고 했지만. 실제로는 편법을 동원해서 이익을 얻고 있는 상황이라고 보고요. 광주시가 이 문제에 대해서 제대로 다루지 않고 있는 것은 상당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곳곳에 석연치 않은 정황이 엿보이는 광주시 옥외광고 계약.

의혹을 사는 업체는 모두 광주시가 수의 계약을 통해 선정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KBS 뉴스 양창희입니다.

촬영기자:조민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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