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경찰청장의 ‘특별’한 퇴근길…교통 통제까지?

입력 2022.12.21 (21:10) 수정 2022.12.21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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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보신 것처럼 눈에, 한파에, 출퇴근길은 평소보다 훨씬 힘들었습니다.

신호 바뀌어도 차 안에서 꼼짝 못한 분들 많았는데요.

지금부터는 윤희근 경찰청장의 특별한 퇴근길, 단독 취재해서 전해드립니다.

대통령이 움직일 때처럼 길목마다 경찰이 나와 교통을 통제하면서 경찰청장 관용차의 길을 터주고 있었습니다.

먼저 최혜림 기자입니다.

[리포트]

오후 5시 반 경찰청 앞, 순찰차 2대가 멈춰 서 있습니다.

도로 한가운데선 교통순찰대 소속 경찰관이 경광봉을 들고 분주하게 움직입니다.

잠시 뒤인 6시쯤, 도로 위 파란 신호등이 아직 살아있을 때, 직진하려는 차량을 경찰이 수신호로 막아 세웁니다.

그렇게 비워진 도로.

맞은편 건물에서 검은 승용차 한 대가 좌회전해 나오는데, 건물은 경찰청이고, 차량은 윤희근 경찰청장 관용차입니다.

[경찰/음성변조 : "청장님 퇴근하십니다. 퇴근하십니다. 퇴근하십니다."]

취재진이 지난 14일부터 평일 닷새 동안 같은 시간대에 지켜봤는데, 매일 같은 상황이 연출됐습니다.

청장 퇴근 시간에 순찰차가 나타나고, 별도의 교통경찰관이 배치되는 풍경, 똑같이 되풀이됐습니다.

이런 조치는 경찰청 앞에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청장을 태운 차량이 지나가는 서대문역 사거리, 역시 5시 반쯤 순찰차가 도착하더니, 경찰관이 교통신호제어기를 조작하는 모습이 포착됩니다.

[경찰/음성변조 : "(여기 뭐 사고 났어요?) 아니요, 아니요. (원래 서 계시는 거예요?) 네네."]

경찰은 청장을 위한 단속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해온 '꼬리물기 단속' 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또 퇴근 시간대 경찰청에서 차량이 나오는 것과 보행자들의 횡단보도 이용이 모두 어려운 상황이어서, 교통 근무자를 배치했다고 덧붙였습니다.

경찰청 앞은 물론 서대문 사거리에서 퇴근길 교통 소통을 위해 일상적인 업무를 했다는 설명입니다.

하지만 꼬리물기가 심각한 다른 시간대에는 경찰관들이 나와있지 않습니다.

폭설로 혼잡했던 오늘(21일) 아침 출근 시간대에도, 일반 차량과 시민들을 위한 꼬리물기 단속은 없었습니다.

KBS 뉴스 최혜림입니다.

촬영기자:허수곤/영상편집:여동용/그래픽:서수민

[앵커]

보신 것처럼 경찰은 "통상적인 꼬리물기 단속이 공교롭게도 청장 퇴근시간과 겹쳤다"고 설명합니다.

그런데 KBS가 취재하는 동안 현장엔 청장의 차량을 지켜보며 일일이 '무전 보고'를 하는 직원이 있었습니다.

또 최근 윤희근 청장 퇴근길과 그 시각 근무 상황을 알리는 내부 공지가 있었다는 제보도 KBS에 접수됐습니다.

단독보도, 이어서 김성수 기잡니다.

[리포트]

영하 10도 추위가 닥쳤던 이달 중순 저녁.

윤희근 경찰청장의 관용차가 청사를 나서자, 경찰관 한 명이 걸어서 뒤를 따릅니다.

청장이 탄 차량을 지켜보며 어딘가로 무전 보고를 합니다.

[경찰/음성변조 : "거기서 '유턴'할지 아니면 '좌회로'할지 모르겠어요. 그건 안 보여요."]

청장을 칭하는 내부 용어도 등장합니다.

[경찰/음성변조 : ('청 하나(청장)' 나오실 때 콜이 안 걸렸지? '청인집(경찰청)' 정문에서 좌회전 한 거예요?) 아니야, 북문에서 우회 타가지고..."]

청장 차가 신호를 받고 도로를 완전히 빠져나가자, '상황 종료'가 언급됩니다.

[경찰/음성변조 : "종산(상황종료)해도 될 것 같아."]

경찰은 이 날 일에 대해서도 시민을 위한 조치였다고 주장했습니다.

경찰청 '정문 공사' 때문에 따로 안전 관리를 했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 무렵, 경찰 내부에는, 다음과 같은 공지 사항이 돌았다고 합니다.

'경찰청 앞 근무자는 17:30까지 도착, 서대문서 근무자와 2인 1조로 근무', '청장님께서 퇴근길 좌회전 신호를 세 번 받고 나오셨다' KBS로 들어온 이 제보를 담당 부서는 부인했습니다.

공지를 뿌린 것으로 지목된 부서 측에선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냈고, 현장 조치와 관련해선 "퇴근길 꼬리물기를 해소하려는 근무였다"고 밝혔습니다.

일부 고위급 경찰 관계자들은 마찬가지로 '꼬리물기'를 거론하면서 "단속 필요성을 '내'가 말했다, '청장' 지시는 없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런데 KBS가 접촉한 복수의 또다른 경찰 관계자들은 '청장 이동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관리를 하고 있다'는 취지로 말했습니다.

경찰청 사무분장 규칙 상, 교통 경찰은 요인 경호와 집회 시위 교통관리를 할 수 있지만, 경찰청장 등 특정 기관장을 위한 통제 업무는 수행할 근거가 없습니다.

청장 퇴근길에 관한 '내부 공지'설이 제기된 시점은, 경찰 고위급 인사를 앞둔 무렵이었습니다.

KBS 뉴스 김성숩니다.

촬영기자:하정현/영상편집:김종선/그래픽:이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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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경찰청장의 ‘특별’한 퇴근길…교통 통제까지?
    • 입력 2022-12-21 21:10:33
    • 수정2022-12-21 22:07:40
    뉴스 9
[앵커]

보신 것처럼 눈에, 한파에, 출퇴근길은 평소보다 훨씬 힘들었습니다.

신호 바뀌어도 차 안에서 꼼짝 못한 분들 많았는데요.

지금부터는 윤희근 경찰청장의 특별한 퇴근길, 단독 취재해서 전해드립니다.

대통령이 움직일 때처럼 길목마다 경찰이 나와 교통을 통제하면서 경찰청장 관용차의 길을 터주고 있었습니다.

먼저 최혜림 기자입니다.

[리포트]

오후 5시 반 경찰청 앞, 순찰차 2대가 멈춰 서 있습니다.

도로 한가운데선 교통순찰대 소속 경찰관이 경광봉을 들고 분주하게 움직입니다.

잠시 뒤인 6시쯤, 도로 위 파란 신호등이 아직 살아있을 때, 직진하려는 차량을 경찰이 수신호로 막아 세웁니다.

그렇게 비워진 도로.

맞은편 건물에서 검은 승용차 한 대가 좌회전해 나오는데, 건물은 경찰청이고, 차량은 윤희근 경찰청장 관용차입니다.

[경찰/음성변조 : "청장님 퇴근하십니다. 퇴근하십니다. 퇴근하십니다."]

취재진이 지난 14일부터 평일 닷새 동안 같은 시간대에 지켜봤는데, 매일 같은 상황이 연출됐습니다.

청장 퇴근 시간에 순찰차가 나타나고, 별도의 교통경찰관이 배치되는 풍경, 똑같이 되풀이됐습니다.

이런 조치는 경찰청 앞에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청장을 태운 차량이 지나가는 서대문역 사거리, 역시 5시 반쯤 순찰차가 도착하더니, 경찰관이 교통신호제어기를 조작하는 모습이 포착됩니다.

[경찰/음성변조 : "(여기 뭐 사고 났어요?) 아니요, 아니요. (원래 서 계시는 거예요?) 네네."]

경찰은 청장을 위한 단속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해온 '꼬리물기 단속' 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또 퇴근 시간대 경찰청에서 차량이 나오는 것과 보행자들의 횡단보도 이용이 모두 어려운 상황이어서, 교통 근무자를 배치했다고 덧붙였습니다.

경찰청 앞은 물론 서대문 사거리에서 퇴근길 교통 소통을 위해 일상적인 업무를 했다는 설명입니다.

하지만 꼬리물기가 심각한 다른 시간대에는 경찰관들이 나와있지 않습니다.

폭설로 혼잡했던 오늘(21일) 아침 출근 시간대에도, 일반 차량과 시민들을 위한 꼬리물기 단속은 없었습니다.

KBS 뉴스 최혜림입니다.

촬영기자:허수곤/영상편집:여동용/그래픽:서수민

[앵커]

보신 것처럼 경찰은 "통상적인 꼬리물기 단속이 공교롭게도 청장 퇴근시간과 겹쳤다"고 설명합니다.

그런데 KBS가 취재하는 동안 현장엔 청장의 차량을 지켜보며 일일이 '무전 보고'를 하는 직원이 있었습니다.

또 최근 윤희근 청장 퇴근길과 그 시각 근무 상황을 알리는 내부 공지가 있었다는 제보도 KBS에 접수됐습니다.

단독보도, 이어서 김성수 기잡니다.

[리포트]

영하 10도 추위가 닥쳤던 이달 중순 저녁.

윤희근 경찰청장의 관용차가 청사를 나서자, 경찰관 한 명이 걸어서 뒤를 따릅니다.

청장이 탄 차량을 지켜보며 어딘가로 무전 보고를 합니다.

[경찰/음성변조 : "거기서 '유턴'할지 아니면 '좌회로'할지 모르겠어요. 그건 안 보여요."]

청장을 칭하는 내부 용어도 등장합니다.

[경찰/음성변조 : ('청 하나(청장)' 나오실 때 콜이 안 걸렸지? '청인집(경찰청)' 정문에서 좌회전 한 거예요?) 아니야, 북문에서 우회 타가지고..."]

청장 차가 신호를 받고 도로를 완전히 빠져나가자, '상황 종료'가 언급됩니다.

[경찰/음성변조 : "종산(상황종료)해도 될 것 같아."]

경찰은 이 날 일에 대해서도 시민을 위한 조치였다고 주장했습니다.

경찰청 '정문 공사' 때문에 따로 안전 관리를 했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 무렵, 경찰 내부에는, 다음과 같은 공지 사항이 돌았다고 합니다.

'경찰청 앞 근무자는 17:30까지 도착, 서대문서 근무자와 2인 1조로 근무', '청장님께서 퇴근길 좌회전 신호를 세 번 받고 나오셨다' KBS로 들어온 이 제보를 담당 부서는 부인했습니다.

공지를 뿌린 것으로 지목된 부서 측에선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냈고, 현장 조치와 관련해선 "퇴근길 꼬리물기를 해소하려는 근무였다"고 밝혔습니다.

일부 고위급 경찰 관계자들은 마찬가지로 '꼬리물기'를 거론하면서 "단속 필요성을 '내'가 말했다, '청장' 지시는 없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런데 KBS가 접촉한 복수의 또다른 경찰 관계자들은 '청장 이동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관리를 하고 있다'는 취지로 말했습니다.

경찰청 사무분장 규칙 상, 교통 경찰은 요인 경호와 집회 시위 교통관리를 할 수 있지만, 경찰청장 등 특정 기관장을 위한 통제 업무는 수행할 근거가 없습니다.

청장 퇴근길에 관한 '내부 공지'설이 제기된 시점은, 경찰 고위급 인사를 앞둔 무렵이었습니다.

KBS 뉴스 김성숩니다.

촬영기자:하정현/영상편집:김종선/그래픽:이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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