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 고파서…” 라면 훔친 장애 부부에 온정 이어져

[앵커]

한 무인 편의점에서 라면 등을 계속 훔친 범인을 경찰이 잡았습니다.

잡고 보니 생활고에 시달리는 50대 장애인이었는데요,

배가 고파 훔쳤다는 말에, 경찰은 붙잡은 범인에게 생필품을 줬고, 부산시도 지원 방안을 찾아 나섰습니다.

정민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한 여성이 무인 편의점에 놓인 컵라면을 그냥 가져갑니다.

다음날 새벽, 다시 같은 무인 편의점을 찾은 여성, 또 컵라면과 과자 등을 집어갑니다.

이달 초부터 이 여성이 16번에 걸쳐 훔친 물품은 다 해서 8만 원어치입니다.

여성이 훔친 건 대부분 이런 라면과 같이 한 개, 천 원 미만의 먹거리들이었습니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동선을 추적해 인근에 사는 50대 여성을 붙잡았습니다.

고시원에서 살고 있는 이 여성과 60대 남편, 부부 모두가 중증 장애를 앓고 있습니다.

여성은 경찰 조사에서 배가 고파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했습니다.

딱한 사정을 알게 된 경찰관들은 형사 입건과는 별개로 돈을 모아 부부에게 라면과 마스크 같은 생필품을 전달했습니다.

[김종섭/부산진경찰서 형사 : "직접 범인을 만나서 보니까 살고 있는 주거지 환경이 너무 열악하고, 또 범인이 배가 고프다고 해서 저희가 민생고를 해결하기 위해서 생필품을 지급하게 됐습니다."]

부산시도 부부가 영구임대아파트에서 지낼 수 있게 돕고, 활동 보조인을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KBS 뉴스 정민규입니다.

촬영기자:류석민/영상편집:김종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