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in뉴스] 힐튼호텔, 역사 속으로

입력 2022.12.28 (12:38) 수정 2023.01.10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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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2022년도 사흘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다 보면 아쉬움이 많이 남는데요.

남산 힐튼호텔, 정식 명칭은 밀레니엄 서울 힐튼이 올해로 문을 닫습니다.

지금 로비에는 마지막 크리스마스 열차가 운행되고 있는데요.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남산 힐튼호텔에 대해 함께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이은정 해설위원 나오셨습니다.

'힐튼 호텔'이라고 하면 남산의 상징과 같은 호텔인데 문을 닫는다고 하니 아쉽네요.

가 보셨습니까?

[기자]

네. 지난주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호텔에 다녀왔습니다.

힐튼호텔의 크리스마스 열차는 겨울철 명물로 유명한데요.

로비 아래쪽으로 내려가면 계단을 중심으로 여러 가지 크리스마스 마을들이 있습니다.

동심을 자극하는 참 아름다운 모습이죠?

가족 단위로 구경을 하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이효진 : "고풍스러우면서도 약간 모던한 느낌이 함께 느껴져서 너무 따뜻하고 좋은 공간인 것 같고 좀 어디 외국에 와있는 것 같기도 하고 또 저희뿐만 아니라 다른 가족들끼리 온 분들 막 그런 트리들 보면서 좋아하는 거 보면서 저도 같이 기분이 더 좋아지는 것 같습니다."]

힐튼의 크리스마스 열차는 1995년부터 약 30년가량 자선기금을 모았는데 이제 이런 전통도 사라지게 됐습니다.

[앵커]

힐튼 호텔이 대우 소유는 아니지요?

지금 소유주는 누구입니까?

재건축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꽤 높은 것 같습니다.

[기자]

1983년 대우가 호텔을 지었고 1999년 싱가포르 부동산 회사에 매각됐습니다.

지난 40년 동안 서울 시내 대표적인 최고급 호텔로 현대사의 많은 순간을 함께 했지요.

그런데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아 사정이 어려워지자 지난해 한 부동산 전문 자산운용사가 매입을 하게 됐고요.

자산운용사는 2027년까지 오피스와 호텔 등 복합단지를 개발하겠다고 밝혔습니다만 그 외 내용은 말을 아끼고 있습니다.

힐튼 호텔 근처 주상복합단지가 상당히 비싼 가격을 형성하고 있는데요.

그래서 재개발하면 상당한 이익이 날 것으로 보는 것 같습니다.

이런 소식이 알려지자 건축계에서는 호텔 철거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습니다.

한국 모더니즘 건축의 대표작인데 보존을 해야 한다는 것이죠.

이를 위한 심포지엄도 수차례 열렸습니다.

한 건축학과 교수는 '신라 범종을 녹여 가마솥을 만드는 것'과 같은 행위라면서 철거 계획을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개발이냐, 보존이냐... 늘 동전의 양면이기는 힐튼호텔을 꼭 보존해야 하는 이유, 건축물의 가치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기자]

힐튼호텔은 국내 호텔 역사에서 한국 건축가가 지은 국내 1호 호텔이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미국 일리노이대 교수로 있던 김종성 건축가가 직접 설계했고 한국 기업들이 건설했습니다.

천장에서 햇빛이 내려오는 아트리움이 힐튼 건축의 핵심이라고 보는데요.

저 높이가 18미터입니다.

큰 대리석 원반에서 4개의 원반으로 갈라지는 분수가 참 자연스럽게 흐르고 있지요?

사실 호텔 부지는 경사가 상당히 심한 곳에 있는데 지형의 어려움을 이렇게 역동적인 예술로 바꿔놨습니다.

최근 인기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에도 호텔 로비가 잠깐 나오더라고요.

로비에 사용한 짙은 회색과 녹색의 대리석은 특이합니다.

'베르데 아첼리오'라는 최고급 대리석으로 알프스에서 운반해왔습니다.

요즘은 다시 구할 수도 없습니다.

재료도, 기술도, 정성도 지금의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죠.

그래서 건축학계는 한국 건축 모더니즘의 걸작으로 힐튼호텔을 평가하는 겁니다.

[앵커]

직접 화면을 보니 호텔의 아름다움이 상당해 보입니다.

그렇지만 소유주의 의견을 무시할 수도 없는데 대안은 없을까요?

[기자]

김종성 건축가가 제안한 것으로 내부 아트리움을 살리면서 리모델링하는 방식입니다.

[김종성/건축가 : "용적률이 예를 들어서 힐튼의 경우에 그때 지을 적에 부지에 350% 밖에 안 지었어요. 그런데 그 남는 그 땅에다가 지금 허용되는 800% 용적률 900% 용적률 완화규정을 받으면 그걸 짓는 거를 내가 반대하는 게 아니라는 걸 여기서 좀 말씀드리고 싶고요."]

실제로 힐튼 호텔 뒤쪽에 정원 면적이 꽤 넓습니다.

여기도 건물 부지로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 서울시의 정책 전환도 필요합니다.

미국의 경우 랜드마크 건물이라고 해서 중요한 가치가 있는 건축물을 보존하는데요.

뉴욕시의 시그램 빌딩은 1989년 랜드마크 건물로 지정돼 60년째 도시를 지키고 있습니다.

김중업 건축가가 설계한 서울의 프랑스 대사관은 건물이 많이 낡았는데도 허물지 않고 2018년부터 복원 작업을 하고 있죠.

프랑스 사람들도 한국 건축가의 작품을 인정하고 있는데 우리 손으로 없앤다고 하니 안타까운 일입니다.

다행히 최근 국회에서 근현대 문화재 보호를 위한 법 개정안이 발의됐는데요.

시장의 논리 속에서 지켜지기 힘든 문화적 가치를 보존하는 방법에 대해 우리 사회가 고민해야 할 시점입니다.

<알려드립니다>

밀레니엄힐튼호텔의 운영 종료와 별개로 이 호텔건물 2층에 입점한 상가 가운데 힐튼양복점은 운영을 계속하고 있음을 밝힙니다.

따라서 현재 호텔 정문에서 힐튼양복점으로 올라갈 수 있는 접근통로가 확보되어 영업을 하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힐튼양복점은 2021년 서울 중구 남대문로 5가 밀레니엄힐튼호텔 내 2층에 입점했으며, 2023년 12월31일까지 운영을 계속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힐튼양복점측은 밀레니엄힐튼호텔 현 소유자의 부동산자산관리자로부터 "임대차 기간동안 귀하의 영업이 현재 영업 중인 매장에서 지속될 수 있도록 충실히 노력하겠다"는 서면답변을 받았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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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in뉴스] 힐튼호텔, 역사 속으로
    • 입력 2022-12-28 12:38:22
    • 수정2023-01-10 14: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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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2022년도 사흘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다 보면 아쉬움이 많이 남는데요.

남산 힐튼호텔, 정식 명칭은 밀레니엄 서울 힐튼이 올해로 문을 닫습니다.

지금 로비에는 마지막 크리스마스 열차가 운행되고 있는데요.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남산 힐튼호텔에 대해 함께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이은정 해설위원 나오셨습니다.

'힐튼 호텔'이라고 하면 남산의 상징과 같은 호텔인데 문을 닫는다고 하니 아쉽네요.

가 보셨습니까?

[기자]

네. 지난주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호텔에 다녀왔습니다.

힐튼호텔의 크리스마스 열차는 겨울철 명물로 유명한데요.

로비 아래쪽으로 내려가면 계단을 중심으로 여러 가지 크리스마스 마을들이 있습니다.

동심을 자극하는 참 아름다운 모습이죠?

가족 단위로 구경을 하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이효진 : "고풍스러우면서도 약간 모던한 느낌이 함께 느껴져서 너무 따뜻하고 좋은 공간인 것 같고 좀 어디 외국에 와있는 것 같기도 하고 또 저희뿐만 아니라 다른 가족들끼리 온 분들 막 그런 트리들 보면서 좋아하는 거 보면서 저도 같이 기분이 더 좋아지는 것 같습니다."]

힐튼의 크리스마스 열차는 1995년부터 약 30년가량 자선기금을 모았는데 이제 이런 전통도 사라지게 됐습니다.

[앵커]

힐튼 호텔이 대우 소유는 아니지요?

지금 소유주는 누구입니까?

재건축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꽤 높은 것 같습니다.

[기자]

1983년 대우가 호텔을 지었고 1999년 싱가포르 부동산 회사에 매각됐습니다.

지난 40년 동안 서울 시내 대표적인 최고급 호텔로 현대사의 많은 순간을 함께 했지요.

그런데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아 사정이 어려워지자 지난해 한 부동산 전문 자산운용사가 매입을 하게 됐고요.

자산운용사는 2027년까지 오피스와 호텔 등 복합단지를 개발하겠다고 밝혔습니다만 그 외 내용은 말을 아끼고 있습니다.

힐튼 호텔 근처 주상복합단지가 상당히 비싼 가격을 형성하고 있는데요.

그래서 재개발하면 상당한 이익이 날 것으로 보는 것 같습니다.

이런 소식이 알려지자 건축계에서는 호텔 철거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습니다.

한국 모더니즘 건축의 대표작인데 보존을 해야 한다는 것이죠.

이를 위한 심포지엄도 수차례 열렸습니다.

한 건축학과 교수는 '신라 범종을 녹여 가마솥을 만드는 것'과 같은 행위라면서 철거 계획을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개발이냐, 보존이냐... 늘 동전의 양면이기는 힐튼호텔을 꼭 보존해야 하는 이유, 건축물의 가치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기자]

힐튼호텔은 국내 호텔 역사에서 한국 건축가가 지은 국내 1호 호텔이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미국 일리노이대 교수로 있던 김종성 건축가가 직접 설계했고 한국 기업들이 건설했습니다.

천장에서 햇빛이 내려오는 아트리움이 힐튼 건축의 핵심이라고 보는데요.

저 높이가 18미터입니다.

큰 대리석 원반에서 4개의 원반으로 갈라지는 분수가 참 자연스럽게 흐르고 있지요?

사실 호텔 부지는 경사가 상당히 심한 곳에 있는데 지형의 어려움을 이렇게 역동적인 예술로 바꿔놨습니다.

최근 인기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에도 호텔 로비가 잠깐 나오더라고요.

로비에 사용한 짙은 회색과 녹색의 대리석은 특이합니다.

'베르데 아첼리오'라는 최고급 대리석으로 알프스에서 운반해왔습니다.

요즘은 다시 구할 수도 없습니다.

재료도, 기술도, 정성도 지금의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죠.

그래서 건축학계는 한국 건축 모더니즘의 걸작으로 힐튼호텔을 평가하는 겁니다.

[앵커]

직접 화면을 보니 호텔의 아름다움이 상당해 보입니다.

그렇지만 소유주의 의견을 무시할 수도 없는데 대안은 없을까요?

[기자]

김종성 건축가가 제안한 것으로 내부 아트리움을 살리면서 리모델링하는 방식입니다.

[김종성/건축가 : "용적률이 예를 들어서 힐튼의 경우에 그때 지을 적에 부지에 350% 밖에 안 지었어요. 그런데 그 남는 그 땅에다가 지금 허용되는 800% 용적률 900% 용적률 완화규정을 받으면 그걸 짓는 거를 내가 반대하는 게 아니라는 걸 여기서 좀 말씀드리고 싶고요."]

실제로 힐튼 호텔 뒤쪽에 정원 면적이 꽤 넓습니다.

여기도 건물 부지로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 서울시의 정책 전환도 필요합니다.

미국의 경우 랜드마크 건물이라고 해서 중요한 가치가 있는 건축물을 보존하는데요.

뉴욕시의 시그램 빌딩은 1989년 랜드마크 건물로 지정돼 60년째 도시를 지키고 있습니다.

김중업 건축가가 설계한 서울의 프랑스 대사관은 건물이 많이 낡았는데도 허물지 않고 2018년부터 복원 작업을 하고 있죠.

프랑스 사람들도 한국 건축가의 작품을 인정하고 있는데 우리 손으로 없앤다고 하니 안타까운 일입니다.

다행히 최근 국회에서 근현대 문화재 보호를 위한 법 개정안이 발의됐는데요.

시장의 논리 속에서 지켜지기 힘든 문화적 가치를 보존하는 방법에 대해 우리 사회가 고민해야 할 시점입니다.

<알려드립니다>

밀레니엄힐튼호텔의 운영 종료와 별개로 이 호텔건물 2층에 입점한 상가 가운데 힐튼양복점은 운영을 계속하고 있음을 밝힙니다.

따라서 현재 호텔 정문에서 힐튼양복점으로 올라갈 수 있는 접근통로가 확보되어 영업을 하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힐튼양복점은 2021년 서울 중구 남대문로 5가 밀레니엄힐튼호텔 내 2층에 입점했으며, 2023년 12월31일까지 운영을 계속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힐튼양복점측은 밀레니엄힐튼호텔 현 소유자의 부동산자산관리자로부터 "임대차 기간동안 귀하의 영업이 현재 영업 중인 매장에서 지속될 수 있도록 충실히 노력하겠다"는 서면답변을 받았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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