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 20대 빌라왕까지 ‘연쇄 사망 미스터리’…“내 전세금 누가 주나요?”

이어서 ET콕입니다.

빌라로 이사 온 세입자를 집주인 가족이 반갑게 맞이합니다.

짐 정리도 도와가며 말이죠.

["고마워 도와줘서. (아이 뭘요.)"]

살갑게 정 붙이며 지내는 집주인과 세입자의 모습은 이제 드라마 속에서나 볼 뿐입니다.

일단 주거 환경이 집주인과 세입자가 얼굴을 대면하고 사는 구조가 아닙니다.

둘의 인연은 전세계약서 한 장이 고작입니다.

갑과 을의 관계만 있을 뿐, 양보의 미덕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법대로 계약서대로 움직이는 게 대부분입니다.

전세계약서를 신줏단지로 여겼던 세입자의 믿음이 또 한 번 산산조각 났습니다.

빌라와 오피스텔 1,139채를 보유한 40대 김 모 씨 이른바 빌라왕 사망에 이어 20대 여성 송 모 씨가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송 씨 역시 인천 미추홀구 등에 빌라·오피스텔 수십 채를 보유한 큰 손이었습니다.

송 씨로부터 돌려받아야 할 세입자들의 보증금 규모는 100억 원.

하지만 송 씨의 집 우편함에선 재산세 체납 고지서 수십 통이 발견됐습니다.

앞서 김 모 씨 역시 체납액이 65억 원에 달한 걸로 알려졌습니다.

세입자들로서는 당장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을 길이 막힌 것입니다.

[전세 사기 피해자/음성변조 : "중도금을 갚고 잔금 대출을 해야 하는 이런, 완전 신용불량자까지 되게 생긴 상황입니다."]

등기부등본을 아무리 꼼꼼히 본다 한들 집주인의 세금 체납 여부까지는 확인할 수 없습니다.

이런 경우를 대비해 전세금 반환 보증보험에 가입했다면 세입자로서는 그 나름 철저하게 대책을 세운 셈입니다.

하지만 집주인이 사망하고 상속받을 사람이 정해지지 않았다면 소송 대상이 없으므로 보험금도 지급되지 않습니다.

보험에 든 세입자라도 상속 문제가 정리될 때까지 기약 없이 기다려야 하는 처지입니다.

더욱이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세입자들은 살던 집이 경매를 통해 낙찰돼야 보증금을 받을 수 있어 사정이 더 딱합니다.

문제는 김 씨, 송 씨처럼 여러 채의 빌라를 가진 사람이 한둘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빌라 3,400여 채를 구입해 전세 사기를 벌이다 9월 구속된 권 모 씨 일당은 ‘빌라의 신(神)’이라고 불리기도 했습니다.

수도권에 100채 이상의 빌라를 가진 사람이 30명이 넘는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언제 어디서 또 다른 전세 사기 사건이 터질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엄중한 처벌도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예방입니다.

집주인이 받은 융자와 보증금 합계가 부동산 시세의 70% 이하일 것.

잔금 지급일이 지나기 전까지 근저당권 설정 행위를 하면 안되고, 이를 위반할 경우 계약을 무효로 한다는 ‘특약’을 넣을 것.

계약 날 등기부등본을 발급받아 기존과 달라진 것이 있는지 재확인할 것.

임대차 계약 전 반드시 확인해야 할 유의사항입니다.

지금까지 ET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