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따로·현실 따로’ 장사법 유명무실

입력 2004.09.20 (22:13) 수정 2018.08.29 (15:0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추석을 앞두고 주말마다 성묘차량으로 북적이고 있습니다마는 묘지는커녕 납골당 구하기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지난 2001년 장사법이 개정된 뒤에도 개선되지 않고 있는 이 장묘문화, 기획시리즈로 점검해 보겠습니다.
먼저 이병도 기자가 허술한 법 규정을 취재했습니다.
⊙기자: 비좁은 국토에 갈수록 늘어만 가는 묘지들.
당장 올해 말 서울을 시작으로 오는 2012년이면 전국에서 이제 묻힐 땅이 바닥납니다.
고심 끝에 정부가 내놓은 해결책은 묘지의 크기를 줄이고 사용기간을 크게 제한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새 장사법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 2002년 조성된 그룹 회장의 종중 묘지입니다.
이 같은 종중 묘지 내 개인 묘지는 규정상 10제곱미터 이하로 조성하게 돼 있지만 이 묘지는 10배 이상 규모가 더 큽니다.
⊙묘지 조경업자: 쫙 나무 심어져 있잖아요.
그게 비싼 거죠.
소나무가 보통 500만 원에서 2천만 원까지 가는 거고...
⊙기자: 규정을 어기고 묘지를 만들다 보니 불법도 서슴지 않습니다.
전 국회의원이자 모 그룹 창업주가 지난해 묻힌 이 호화 가족묘지는 사실 매장신고도 하지 않은 불법 묘지입니다.
몇 차례 개수 명령을 내렸지만 담당 공무원도 손을 놓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용인시 공무원: 묘지 업무를 다른 업무하고 같이 보다 보니까 그런 것을 조사할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가 없어요.
⊙기자: 화장이 늘어나면서 대안으로 떠오른 납골묘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설치 규정에 대한 법적 기준이 없다 보니 최근 억대를 호가하는 대형 납골묘가 우후죽순처럼 늘고 있습니다.
관련 업계는 이런저런 이유로 신고되지 않은 불법 묘지가 20만기가 넘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조제호(생활개혁실천시민연합 간사): 묘지 설치신고나 매장신고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장사법의 가장 중요한 내용인 시한부 매장제도가 사문화될 위험이 있습니다.
⊙기자: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개정 장사법이 우리네 뿌리깊은 정서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도 공공연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장묘업자: 하천에서 300m, 민가에서 500m 떨어져야 돼요.
그러면 산꼭대기에 (묘지를 설치) 해야 되는데 그런 산 가진 사람이 몇 명 있냐고요.
⊙기자: 시민들의 인식 부족과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법규정 때문에 장묘문화 개선이라는 새 장사법의 의미가 퇴색되고 있습니다.
KBS뉴스 이병도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法 따로·현실 따로’ 장사법 유명무실
    • 입력 2004-09-20 21:29:01
    • 수정2018-08-29 15:00:00
    뉴스 9
⊙앵커: 추석을 앞두고 주말마다 성묘차량으로 북적이고 있습니다마는 묘지는커녕 납골당 구하기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지난 2001년 장사법이 개정된 뒤에도 개선되지 않고 있는 이 장묘문화, 기획시리즈로 점검해 보겠습니다. 먼저 이병도 기자가 허술한 법 규정을 취재했습니다. ⊙기자: 비좁은 국토에 갈수록 늘어만 가는 묘지들. 당장 올해 말 서울을 시작으로 오는 2012년이면 전국에서 이제 묻힐 땅이 바닥납니다. 고심 끝에 정부가 내놓은 해결책은 묘지의 크기를 줄이고 사용기간을 크게 제한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새 장사법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 2002년 조성된 그룹 회장의 종중 묘지입니다. 이 같은 종중 묘지 내 개인 묘지는 규정상 10제곱미터 이하로 조성하게 돼 있지만 이 묘지는 10배 이상 규모가 더 큽니다. ⊙묘지 조경업자: 쫙 나무 심어져 있잖아요. 그게 비싼 거죠. 소나무가 보통 500만 원에서 2천만 원까지 가는 거고... ⊙기자: 규정을 어기고 묘지를 만들다 보니 불법도 서슴지 않습니다. 전 국회의원이자 모 그룹 창업주가 지난해 묻힌 이 호화 가족묘지는 사실 매장신고도 하지 않은 불법 묘지입니다. 몇 차례 개수 명령을 내렸지만 담당 공무원도 손을 놓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용인시 공무원: 묘지 업무를 다른 업무하고 같이 보다 보니까 그런 것을 조사할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가 없어요. ⊙기자: 화장이 늘어나면서 대안으로 떠오른 납골묘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설치 규정에 대한 법적 기준이 없다 보니 최근 억대를 호가하는 대형 납골묘가 우후죽순처럼 늘고 있습니다. 관련 업계는 이런저런 이유로 신고되지 않은 불법 묘지가 20만기가 넘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조제호(생활개혁실천시민연합 간사): 묘지 설치신고나 매장신고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장사법의 가장 중요한 내용인 시한부 매장제도가 사문화될 위험이 있습니다. ⊙기자: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개정 장사법이 우리네 뿌리깊은 정서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도 공공연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장묘업자: 하천에서 300m, 민가에서 500m 떨어져야 돼요. 그러면 산꼭대기에 (묘지를 설치) 해야 되는데 그런 산 가진 사람이 몇 명 있냐고요. ⊙기자: 시민들의 인식 부족과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법규정 때문에 장묘문화 개선이라는 새 장사법의 의미가 퇴색되고 있습니다. KBS뉴스 이병도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