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생’ 안되는 개인 회생제

⊙앵커: 한계상황에 이른 채무자들이 개인회생제를 믿고 법원을 찾았다가 오히려 실망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제도 본래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김기현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공무원생활 27년째인 이 모씨는 보증을 선 끝에 2억대 빚을 떠안았습니다.
당장 퇴직하면 퇴직금은 1억 6000만원, 개인회생을 신청하려면 규정에 따라 반드시 퇴직금보다 많은 금액을 갚아야 합니다.
문제는 이럴 경우 앞으로 8년 동안 이 씨 가족 4명은 법정생계비의 60%로 살아야 합니다.
⊙이 모씨(공무원): (갚아야 할) 총액 보고 따지니까 한 달에 공제 금액이 200만원 정도 됩니다.
한 달 100만원을 (생활비로) 받아 가지고는 (살기) 힘들죠.
⊙기자: 때문에 이 씨는 파산신청을 할 것인가, 아니면 개인회생제를 신청할 것인가 고민하고 있습니다.
월급 200여 만원으로 6식구의 생계를 꾸려가던 직장인 김 모씨는 부모로부터 빚 1억 6000만원까지 물려받았습니다.
빚을 갚을 방법이 없어 개인회생을 신청한 김 씨는 빚 20%를 갚겠다는 계획안을 냈지만 법원은 30%를 갚을 것을 요구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김 씨 가족 역시 법정생계비보다 40만원이나 부족한 돈으로 살아가야 할 처지입니다.
⊙김 모씨(개인회생 신청자): (법원에서) 기각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채무 변제율을 좀더 높여 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기자: 이처럼 파탄에 직면한 개인 채무자들은 회생을 위해 법원을 찾았다가 까다로운 조건과 획일적인 기준 때문에 실망만 안고 돌아서기 일쑤입니다.
게다가 일단 개인회생절차에 들어간 이후 최대 8년 동안 계획안대로 빚을 갚아나가지 못하면 개인회생 프로그램은 곧바로 중단됩니다.
⊙정의철(법률사무소 상담역): 이 제도 자체가 너무나 빡빡한 틀에 맞춰져 있다 보니까 제2의, 제3의 채무자를 파생시킬 수가 있고, 또 부채를 발생시킬 수 있다는 거, 그것이 제가 가장 안타까운...
⊙기자: 하지만 법원은 개인회생제가 일종의 재판이라며 중립적인 입장에 머물러 있습니다.
⊙김관기(변호사): 일종의 행정작용이라고 생각하면 적극적으로 민원 서비스를 할 수 있는데 재판이라고 생각을 하시니까 적극적으로 민원상담을 못 해 주는 것 같아요.
⊙기자: 빚 갚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한계상황의 채무자는 120만명, 법원의 특별한 노력이 없는 한 개인회생제는 환상을 심었지만 실망만 남긴 제도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KBS뉴스 김기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