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어장 ‘문어 도둑’?…애매한 기준 어민 속앓이

[앵커]

최근 어업인이 아닌 사람들이 취미활동으로 수산물을 채취하는 맨손어업 이른바 '해루질'이 갈등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어촌계 주민들은 경찰이 단속에 적극적이지 않다고 하소연하고 있는데요.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지 노지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사람이 살지 않는 고성군 죽도 인근.

바닷속에서 흰 불빛이 선명하게 반짝입니다.

곧이어 배에 탄 어민들이 바닷속에서 나오라고 소리칩니다.

["야, 빨리 나가! 안 나와?"]

주민들이 관리하고 운영하는 이른바 '마을어장'에서 관광객들이 수산물을 채취한 겁니다.

[주민 : "아저씨, 지금 밤에 여기서 뭐 하는 거야?]

[관광객 : "문어 잡으러 왔는데요."]

[주민 : "문어 잡으러 밤에 도둑질하러 다니는 거지?"]

하지만 마을어장이라고 해도 수산물을 채취한 관광객을 처벌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수산물이 마을어장 소유인지 가려내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김삼순/고성군 봉포리 이장 : "어민들 생계를 위해서 대문어 방류도 하고 문어 치어 방류도 하고 이렇게 해서 살아가고 있는데, 이걸 밤에 와서 도둑질해가는데 아무런 법이 없다고 해서…."]

특히, 문어처럼 서식지를 옮겨 다니는 경우, 불법행위를 적발하기는 더욱 어렵습니다.

지난해 속초해양경찰서에 접수된 '해루질' 관련 신고는 100건이 넘지만, 실제 단속에 적발된 사례는 10건도 안 됩니다.

[이상철/속초해양경찰서 해양안전과 연안사고담당 : "보통 작살이나 스킨스쿠버 장비는 허용이 안 되고 법에서는 호미나 갈고리 이 정도는 할 수 있는데, 애매한 경우가 있을 때는 이 법을 만든 소관 부처인 해양수산부 쪽에 질의를 통해서…."]

제주도의 경우, 맨손어업으로 인한 갈등이 심해지자 고시를 통해 야간 '해루질'과 문어류 등 포획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강원도는 특별한 규정이 없습니다.

해루질에 대한 신고가 이어지고 있지만, 명확한 단속 근거가 없어 어촌계와 레저업계 간 갈등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KBS 뉴스 노지영입니다.

촬영기자:김중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