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갑맞는 해방둥이, 삶에 투영된 60년

입력 2005.01.01 (22:17) 수정 2018.08.29 (15:0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2005년 올해는 빼앗긴 나라를 되찾은 지 꼭 60년이 됩니다.
동족상잔의 전쟁폐허를 딛고 한강의 기적을 일구며 또 민주주의를 정착시키기까지 우리 현대사는 그야말로 격동 그 자체였습니다.
올해 환갑을 맞는 해방둥이는 그래서 격동의 현대사를 몸으로 살아온 산증인입니다.
그들의 삶에 투영된 60년사를 선재희 기자가 돌아봅니다.
⊙기자: 1945년 합천에서 8남매에 다섯째로 태어난 강정일 씨.
전쟁이 나자 부모 손에 이끌려 피란길에 올랐던 코흘리개는 어느새 환갑을 맞게 됐지만 전쟁통에 불발탄을 장난감삼아 놀던 6살 때의 기억이 생생합니다.
⊙강정일(한국농기계공업협동조합 이사장): 포탄을 분해해서 엿도 바꾸어먹고 또 포탄 나오는 것 가지고 고기도 잡고 그랬어요.
⊙기자: 경남고 1학년이던 1960년, 들불처럼 번지는 4.19물결에 동참해 경남도청 앞에서 이승만 정권의 퇴진을 외쳤습니다.
⊙강정일(한국농기계공업협동조합 이사장): 선배들이 밀고 나가니까 저희들은 따라서 했던 그런 기억이 나고...
⊙기자: 새마을운동의 와중에서 낙후된 농촌의 기계화를 이끌었지만 그때와 지금은 너무도 변했습니다.
⊙강정일(한국농기계공업협동조합 이사장): 과거에 우리가 일제 하면 무조건 좋아했는데 동남아 가 보니까 메이드 인 코리아 하면 한국을 알아주니까...
⊙기자: 1945년 아버지가 유학하고 있던 일본 고베에서 태어난 김돈자 씨.
돌 갓 지나 고국으로 돌아왔지만 아버지는 일본에 남습니다.
⊙김돈자(시인/전주시 풍남동): 사랑하는 아버지를 일본에서 그렇게 사시면서 만나지 못하고...
⊙기자: 40년 전 신혼 때 5만원짜리 방에서 살림을 시작해 배달료를 아끼려 연탄을 직접 이어나르며 억척스럽게 산 덕에 딸 다섯을 남부럽지 않게 키워냈습니다.
⊙김돈자(시인/전주시 풍남동): 시냇물이 흐르듯이 언제나 잔잔하게 흐르는 행복, 그 속에 만족하고...
⊙기자: 해방둥이로 태어나 올해 환갑을 맞는 이들은 전국에 30여 만명.
해방조국에서 굶주림과 풍요를 체험했고 전쟁과 독재, 경제개발, 민주화투쟁 속에서 격동의 현대사를 헤쳐나왔습니다.
환갑을 맞는 조국이 새시대를 열어가듯 해방둥이들도 이제 제2의 인생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KBS뉴스 선재희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환갑맞는 해방둥이, 삶에 투영된 60년
    • 입력 2005-01-01 21:20:07
    • 수정2018-08-29 15:00:00
    뉴스 9
⊙앵커: 2005년 올해는 빼앗긴 나라를 되찾은 지 꼭 60년이 됩니다. 동족상잔의 전쟁폐허를 딛고 한강의 기적을 일구며 또 민주주의를 정착시키기까지 우리 현대사는 그야말로 격동 그 자체였습니다. 올해 환갑을 맞는 해방둥이는 그래서 격동의 현대사를 몸으로 살아온 산증인입니다. 그들의 삶에 투영된 60년사를 선재희 기자가 돌아봅니다. ⊙기자: 1945년 합천에서 8남매에 다섯째로 태어난 강정일 씨. 전쟁이 나자 부모 손에 이끌려 피란길에 올랐던 코흘리개는 어느새 환갑을 맞게 됐지만 전쟁통에 불발탄을 장난감삼아 놀던 6살 때의 기억이 생생합니다. ⊙강정일(한국농기계공업협동조합 이사장): 포탄을 분해해서 엿도 바꾸어먹고 또 포탄 나오는 것 가지고 고기도 잡고 그랬어요. ⊙기자: 경남고 1학년이던 1960년, 들불처럼 번지는 4.19물결에 동참해 경남도청 앞에서 이승만 정권의 퇴진을 외쳤습니다. ⊙강정일(한국농기계공업협동조합 이사장): 선배들이 밀고 나가니까 저희들은 따라서 했던 그런 기억이 나고... ⊙기자: 새마을운동의 와중에서 낙후된 농촌의 기계화를 이끌었지만 그때와 지금은 너무도 변했습니다. ⊙강정일(한국농기계공업협동조합 이사장): 과거에 우리가 일제 하면 무조건 좋아했는데 동남아 가 보니까 메이드 인 코리아 하면 한국을 알아주니까... ⊙기자: 1945년 아버지가 유학하고 있던 일본 고베에서 태어난 김돈자 씨. 돌 갓 지나 고국으로 돌아왔지만 아버지는 일본에 남습니다. ⊙김돈자(시인/전주시 풍남동): 사랑하는 아버지를 일본에서 그렇게 사시면서 만나지 못하고... ⊙기자: 40년 전 신혼 때 5만원짜리 방에서 살림을 시작해 배달료를 아끼려 연탄을 직접 이어나르며 억척스럽게 산 덕에 딸 다섯을 남부럽지 않게 키워냈습니다. ⊙김돈자(시인/전주시 풍남동): 시냇물이 흐르듯이 언제나 잔잔하게 흐르는 행복, 그 속에 만족하고... ⊙기자: 해방둥이로 태어나 올해 환갑을 맞는 이들은 전국에 30여 만명. 해방조국에서 굶주림과 풍요를 체험했고 전쟁과 독재, 경제개발, 민주화투쟁 속에서 격동의 현대사를 헤쳐나왔습니다. 환갑을 맞는 조국이 새시대를 열어가듯 해방둥이들도 이제 제2의 인생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KBS뉴스 선재희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