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노조의 도덕성

입력 2005.01.25 (07:46) 수정 2005.01.25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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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삼 해설위원]

기아자동차 광주공장 노조의 채용비리 사건을 계기로 노조의 도덕성 문제가 도마에 올라 있습니다. 노조만이 아니라 회사도 공범이라는 질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편으론 이를 전체 대기업 노조의 매도로 확대시켜서는 곤란하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아무리 이것저것 감안한다해도 노조가 인사에 관여하고 그 대가로 위원장이 돈을 챙겼다는 사실 앞에 어떤 변명도 설득력이 없습니다. 노조위원장은 인사청탁자가 찾아와 무릎을 꿇고 줘서 돈다발을 받았다고하지만 궁색하기 그지없습니다. 인사비리는 개인이 아닌 노조차원에서 오랫동안 이어져 왔고 사측으로부터 추천인원을 할당받아 온 것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선발 시스템이 그렇게 불공정한지도 모르고 열심히 지원했다가 떨어진 대다수를 생각해보면 분노가 치밉니다.

이 사건은 대기업 등의 이른바 ‘힘있는 노조’가 도덕적으로 타락하게 되면 얼마나 추하고 위험한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럴 위험이 있다는 경고가 사실로 확인됐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노조는 그동안 사용자측에 대한 ‘감시와 견제’라는 역할을 키워 온 결과 막강한 영향력을 갖게 된 것이 사실입니다. 사측은 그런 노조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중요한 사안마다 사실상 동의를 구하는 것이 관행처럼 된 것도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도덕적인 문제가 없다면 이는 건강한 긴장관계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노사관계의 본질을 벗어난 이른바 ‘야합’이 문제로 매우 위험한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예컨대 전체 종업원보다는 노조 등 특정 출신자의 권익이 공공연히 우선시 된다거나 비리 종업원을 징계할 때도 노조의 눈치를 봐야하는 등의 문젭니다. 다시 말해 어떤 사안을 놓고 노조에서 문제를 삼으면 늘 문제가 되고, 노조가 눈감아주면 별 문제가 되지 않는 풍토가 그것입니다.

또한 노조에서 비정규직을 동료라기보다 하위계층으로 보는 우월적 시각도 문젭니다. 겉으로는 보호를 주장하면서 그들의 일자리를 거래한 것은 바로 그런 인식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노조의 생명은 두말할 것 없이 도덕성입니다. 그러나 이를 감시하고 견제할 수 있는 실질적인 장치가 없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기아차 노조 집행부가 전원 사퇴했지만 그것만으로 책임에서 벗어날 수는 없습니다.
대가를 치르지 않은 것은 가치가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번 사건은 노사관계에 있어 혹독한 대가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언젠가 터질 것이 터졌다는 시각이 많은 것도 ‘노조의 도덕성에 대한 우려도’를 반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노사모두 알아야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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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해설]노조의 도덕성
    • 입력 2005-01-25 07:44:51
    • 수정2005-01-25 07:4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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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삼 해설위원] 기아자동차 광주공장 노조의 채용비리 사건을 계기로 노조의 도덕성 문제가 도마에 올라 있습니다. 노조만이 아니라 회사도 공범이라는 질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편으론 이를 전체 대기업 노조의 매도로 확대시켜서는 곤란하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아무리 이것저것 감안한다해도 노조가 인사에 관여하고 그 대가로 위원장이 돈을 챙겼다는 사실 앞에 어떤 변명도 설득력이 없습니다. 노조위원장은 인사청탁자가 찾아와 무릎을 꿇고 줘서 돈다발을 받았다고하지만 궁색하기 그지없습니다. 인사비리는 개인이 아닌 노조차원에서 오랫동안 이어져 왔고 사측으로부터 추천인원을 할당받아 온 것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선발 시스템이 그렇게 불공정한지도 모르고 열심히 지원했다가 떨어진 대다수를 생각해보면 분노가 치밉니다. 이 사건은 대기업 등의 이른바 ‘힘있는 노조’가 도덕적으로 타락하게 되면 얼마나 추하고 위험한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럴 위험이 있다는 경고가 사실로 확인됐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노조는 그동안 사용자측에 대한 ‘감시와 견제’라는 역할을 키워 온 결과 막강한 영향력을 갖게 된 것이 사실입니다. 사측은 그런 노조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중요한 사안마다 사실상 동의를 구하는 것이 관행처럼 된 것도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도덕적인 문제가 없다면 이는 건강한 긴장관계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노사관계의 본질을 벗어난 이른바 ‘야합’이 문제로 매우 위험한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예컨대 전체 종업원보다는 노조 등 특정 출신자의 권익이 공공연히 우선시 된다거나 비리 종업원을 징계할 때도 노조의 눈치를 봐야하는 등의 문젭니다. 다시 말해 어떤 사안을 놓고 노조에서 문제를 삼으면 늘 문제가 되고, 노조가 눈감아주면 별 문제가 되지 않는 풍토가 그것입니다. 또한 노조에서 비정규직을 동료라기보다 하위계층으로 보는 우월적 시각도 문젭니다. 겉으로는 보호를 주장하면서 그들의 일자리를 거래한 것은 바로 그런 인식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노조의 생명은 두말할 것 없이 도덕성입니다. 그러나 이를 감시하고 견제할 수 있는 실질적인 장치가 없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기아차 노조 집행부가 전원 사퇴했지만 그것만으로 책임에서 벗어날 수는 없습니다. 대가를 치르지 않은 것은 가치가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번 사건은 노사관계에 있어 혹독한 대가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언젠가 터질 것이 터졌다는 시각이 많은 것도 ‘노조의 도덕성에 대한 우려도’를 반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노사모두 알아야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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