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전증’ 병역비리 연루 백여 명…“발 빼려 하면 브로커가 협박”

입력 2023.01.06 (21:30) 수정 2023.01.06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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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체육계에서 불거진 병역 비리 의혹 관련, 검찰 수사 속봅니다.

운동선수는 물론 헬스트레이너와 가수 등 백 명 넘는 사람들이 수사 선상에 올랐습니다.

문제가 될까봐 계약을 해지하려는 의뢰인을 브로커들이 협박한 정황도 확인됐습니다.

이지은 기자의 보돕니다.

[리포트]

최근 불거진 '병역 비리 의혹'의 중심에는 전문 브로커 구 모 씨와 김 모 씨가 있습니다.

입대 대상자들에게 신경계 질환 허위 진단을 받도록 해 병역을 면제 또는 감면받게 한 혐의를 받습니다.

구 씨 등이 재판에 넘겨진 직후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병역 비리로 수사선상에 오른 이들만 100명이 넘습니다.

스스로 병역 비리 가담자라고 고백한 프로배구 조재성 선수와 프로 축구선수에 이어 볼링과 승마 선수도 포함됐습니다.

헬스트레이너, 래퍼 등도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여러 허위 진단이 동원됐는데, 검찰이 특히 주목하는 건 '뇌전증'입니다.

뇌신경 세포 이상으로 의식을 잃거나 발작 등을 일으키는데, 증상이 다양한데다, 판독도 어렵습니다.

검찰은 구 씨 등이 이 점을 악용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실제 뇌전증 등 신경계 질환을 앓고 있는 것처럼 꾸며 병역을 피하려다 적발된 사례는 최근 10년 간 단 한 건도 없었습니다.

스스로를 '병역의 신'이라 홍보한 브로커들은 병역 기피를 알선한 대가로 한 사람당 많게는 수천만 원을 받아챙겼습니다.

이 과정에, 나중에 문제가 될 걸 우려해 계약을 해지하겠단 의뢰인을 압박한 정황도 확인됐습니다.

허위 진단 받는 걸 중도 포기한 의뢰인에게 상담수수료 2천만 원을 요구하며 법원에 지급명령을 신청하기도 했습니다.

[김정환/변호사 : "'계약서를 작성한 이상 너는 벌써 불법적인 일을 의뢰한 것이다', '수사관 출신이기 때문에 본인보다는 의뢰인들이 처벌을 크게 받을 것'이라는 취지로 이야기를 하면서 협박을 했습니다."]

검찰은 브로커들이 운영한 행정사 사무소를 통해 병역을 회피한 이들이 더 있는지 조사중입니다.

KBS 뉴스 이지은입니다.

영상편집:여동용/그래픽:고석훈

[앵커]

이 문제 취재한 이지은 기자와 좀 더 짚어보겠습니다.

이 기자! 앞서 백 명 넘게 수사선상에 올랐다고 보도했어요.

규모가 상당한데 수사는 지금 어디까지 와 있습니까?

[기자]

수사 속도, 상당히 빠릅니다.

제보가 들어온 지난달 초부터 검찰과 병무청의 합동 수사가 시작됐는데, 이달 말쯤이면 병역 회피 혐의를 받는 당사자들 기소까지 가능할 거로 예상됩니다.

기소 규모는 적게는 70명선, 많게는 백 명이 넘을 수 있는데요.

브로커들에게 돈을 건넨 이들의 명단을 확보하면서 수사에 탄력이 붙었습니다.

[앵커]

수사 대상도 참 다양합니다.

운동선수뿐이 아니네요.

[기자]

네, 특정 직종이나 직군에 몰려 있지 않다는 점, 이번 병역비리 사건의 특징 중 하나입니다.

예전 병역비리는 야구나 축구 특정 종목에 한정됐거나, 사회 지도층 자제들이라는 공통점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이번엔 스포츠 선수도 있고, 예술인, 부유층 자제도 있습니다.

스포츠도 앞서 보셨듯 여러 종목 선수들이 연루됐는데요.

브로커들이 대상을 가리지 않고 전방위로 영업을 한 것 아닌가, 이렇게 추정해볼 수 있습니다.

오늘(6일) 취재한 검찰 관계자도 특정 직종이나 집단을 특정해 병역비리를 수사하는 게 아니다고 말했습니다.

[앵커]

병원 진단을 받으려면 의료진을 거칠 수 밖에 없는데 의료진이 연루된 정황은 없습니까?

[기자]

그 부분은 검찰이 말을 아끼고 있습니다.

적어도 지금까진 특정 의료진이 브로커와 짜고 허위 진단을 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진 않았습니다.

브로커들이 특정 병원이나 의료진에게 '말을 다 해놨다' 식의 녹취가 언론 보도로 나오기도 했는데요.

검찰은 의료진 연루 가능성 열어 두고, 병원에 대한 조사도 이어가고 있습니다.

[앵커]

병역 판정 검사, 특히 '뇌전증'과 관련해서는 제도를 손봐야 하지 않을까요?

[기자]

네, 뇌전증을 포함해 신경계 질환이 병역회피에 악용될 수 있다는 점 이번에 확인됐죠.

뇌전증 말고 유사한 특징이 있는 다른 질환도 얼마든지 악용될 소지가 있습니다.

병역 판정 체계 전반을 점검해 봐야 할 것 같고요.

검찰도 이번 수사의 목적 중 하나가 제도 개선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영상편집:권형욱/그래픽:김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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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뇌전증’ 병역비리 연루 백여 명…“발 빼려 하면 브로커가 협박”
    • 입력 2023-01-06 21:30:10
    • 수정2023-01-06 22:0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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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체육계에서 불거진 병역 비리 의혹 관련, 검찰 수사 속봅니다.

운동선수는 물론 헬스트레이너와 가수 등 백 명 넘는 사람들이 수사 선상에 올랐습니다.

문제가 될까봐 계약을 해지하려는 의뢰인을 브로커들이 협박한 정황도 확인됐습니다.

이지은 기자의 보돕니다.

[리포트]

최근 불거진 '병역 비리 의혹'의 중심에는 전문 브로커 구 모 씨와 김 모 씨가 있습니다.

입대 대상자들에게 신경계 질환 허위 진단을 받도록 해 병역을 면제 또는 감면받게 한 혐의를 받습니다.

구 씨 등이 재판에 넘겨진 직후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병역 비리로 수사선상에 오른 이들만 100명이 넘습니다.

스스로 병역 비리 가담자라고 고백한 프로배구 조재성 선수와 프로 축구선수에 이어 볼링과 승마 선수도 포함됐습니다.

헬스트레이너, 래퍼 등도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여러 허위 진단이 동원됐는데, 검찰이 특히 주목하는 건 '뇌전증'입니다.

뇌신경 세포 이상으로 의식을 잃거나 발작 등을 일으키는데, 증상이 다양한데다, 판독도 어렵습니다.

검찰은 구 씨 등이 이 점을 악용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실제 뇌전증 등 신경계 질환을 앓고 있는 것처럼 꾸며 병역을 피하려다 적발된 사례는 최근 10년 간 단 한 건도 없었습니다.

스스로를 '병역의 신'이라 홍보한 브로커들은 병역 기피를 알선한 대가로 한 사람당 많게는 수천만 원을 받아챙겼습니다.

이 과정에, 나중에 문제가 될 걸 우려해 계약을 해지하겠단 의뢰인을 압박한 정황도 확인됐습니다.

허위 진단 받는 걸 중도 포기한 의뢰인에게 상담수수료 2천만 원을 요구하며 법원에 지급명령을 신청하기도 했습니다.

[김정환/변호사 : "'계약서를 작성한 이상 너는 벌써 불법적인 일을 의뢰한 것이다', '수사관 출신이기 때문에 본인보다는 의뢰인들이 처벌을 크게 받을 것'이라는 취지로 이야기를 하면서 협박을 했습니다."]

검찰은 브로커들이 운영한 행정사 사무소를 통해 병역을 회피한 이들이 더 있는지 조사중입니다.

KBS 뉴스 이지은입니다.

영상편집:여동용/그래픽:고석훈

[앵커]

이 문제 취재한 이지은 기자와 좀 더 짚어보겠습니다.

이 기자! 앞서 백 명 넘게 수사선상에 올랐다고 보도했어요.

규모가 상당한데 수사는 지금 어디까지 와 있습니까?

[기자]

수사 속도, 상당히 빠릅니다.

제보가 들어온 지난달 초부터 검찰과 병무청의 합동 수사가 시작됐는데, 이달 말쯤이면 병역 회피 혐의를 받는 당사자들 기소까지 가능할 거로 예상됩니다.

기소 규모는 적게는 70명선, 많게는 백 명이 넘을 수 있는데요.

브로커들에게 돈을 건넨 이들의 명단을 확보하면서 수사에 탄력이 붙었습니다.

[앵커]

수사 대상도 참 다양합니다.

운동선수뿐이 아니네요.

[기자]

네, 특정 직종이나 직군에 몰려 있지 않다는 점, 이번 병역비리 사건의 특징 중 하나입니다.

예전 병역비리는 야구나 축구 특정 종목에 한정됐거나, 사회 지도층 자제들이라는 공통점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이번엔 스포츠 선수도 있고, 예술인, 부유층 자제도 있습니다.

스포츠도 앞서 보셨듯 여러 종목 선수들이 연루됐는데요.

브로커들이 대상을 가리지 않고 전방위로 영업을 한 것 아닌가, 이렇게 추정해볼 수 있습니다.

오늘(6일) 취재한 검찰 관계자도 특정 직종이나 집단을 특정해 병역비리를 수사하는 게 아니다고 말했습니다.

[앵커]

병원 진단을 받으려면 의료진을 거칠 수 밖에 없는데 의료진이 연루된 정황은 없습니까?

[기자]

그 부분은 검찰이 말을 아끼고 있습니다.

적어도 지금까진 특정 의료진이 브로커와 짜고 허위 진단을 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진 않았습니다.

브로커들이 특정 병원이나 의료진에게 '말을 다 해놨다' 식의 녹취가 언론 보도로 나오기도 했는데요.

검찰은 의료진 연루 가능성 열어 두고, 병원에 대한 조사도 이어가고 있습니다.

[앵커]

병역 판정 검사, 특히 '뇌전증'과 관련해서는 제도를 손봐야 하지 않을까요?

[기자]

네, 뇌전증을 포함해 신경계 질환이 병역회피에 악용될 수 있다는 점 이번에 확인됐죠.

뇌전증 말고 유사한 특징이 있는 다른 질환도 얼마든지 악용될 소지가 있습니다.

병역 판정 체계 전반을 점검해 봐야 할 것 같고요.

검찰도 이번 수사의 목적 중 하나가 제도 개선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영상편집:권형욱/그래픽:김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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