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쁘다’, ‘끼 좀 있겠네’…신협 면접장에서 무슨 일이?

입력 2023.01.11 (12:01) 수정 2023.01.11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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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월, 전주 상진 신협으로 면접을 보러 간 A 씨는 마스크를 벗자마자 이런 얘기를 들었습니다.

"이쁘시구만"

그 뒤로 계속해서 날아든 부적절한 질문들.

"키는 몇인가", "주량은 어느 정도 되느냐", "00과면 끼 좀 있겠네", "노래도 할 수 있나, 율동도 같이 곁들이면 좋겠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대학에서 홍보부장을 맡았던 경험을 강조한 A 씨에게 면접위원들은 '제로투'에 맞춰 춤을 춰보라고 했습니다.

'제로투'는 인터넷상에서 선정적인 춤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A 씨는 이 제안을 거절했습니다.

그 거절조차 '입사 후 회식 자리에서 보여드리겠다'는, 취업준비생다운 우회적인 답변이었습니다.

하지만 다시 돌아온 건 "홍보국장을 할 때 150명 앞에 서 본 사람이 4명 앞에서 못 추느냐"는 평가.

이들은 사전 동의도 받지 않은 채, 면접을 보는 A 씨의 모습을 촬영하기도 했습니다.

■ '문제라고 인지하지 못했다...사진 촬영은 관행'

A 씨는 이후 해당 면접이 '여성 응시자에 대한 차별'이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습니다.

A 씨에게 "예쁘다"고 말한 임원은 인권위 조사 과정에서 " 용모에 대해 질문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당시에는 몰랐다"고 해명했습니다.

면접에 참여한 또 다른 임원 역시 " 다른 임원이 A 씨에게 노래나 춤을 춰보라고 한 것을 별다른 생각 없이 듣고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면접장에는 위원 4명과 진행 담당자 1명이 있었지만, 이들은 해당 질문에 대해 '일상적 면접'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사진을 찍은 건 조합총회에 쓸지 몰라, 내부자료를 만들기 위한 관행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신협중앙회 측은 "면접 응시자를 촬영해 내부 자료를 만드는 관행은 공식적으로 없다"고 밝혔습니다.

■ 해당 임원 징계, '견책'으로 끝...반복되는 신협의 문제적 면접

인권위는 상진 신협장에 전 직원을 대상으로 인권 교육을 시행하고, 신협중앙회장에게는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권고했습니다.

하지만 신협의 면접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이번 사건이 있기 전, 2021년 3월 신협 지역본부 계약직 면접에서 면접관이 응시자에게 "남자친구 사귈 때 어떤 것을 중점적으로 보느냐"고 물어 논란이 일었습니다.

당시 면접관은 면접날 밤 개인 전화로 응시자에게 연락하기까지 했습니다.

신협은 취재진에 해당 면접이 논란이 된 이후 매뉴얼을 만들고, 꾸준히 면접관을 대상으로 교육을 해왔다고 답변했습니다.

하지만 교육이 무색하게도, 임원들은 '용모에 관해 묻는 것이 문제인지 몰랐다'는 해명을 한 것입니다.

인권위의 조사가 시작된 후 신협은 임원 2명에 견책 조처를 내렸습니다.

임원 대상 징계에는 해임을 뜻하는 개선과 직무 정지, 견책이 있는데, 견책은 가장 약한 수준의 징계입니다.

무의미한 교육, 솜방망이 처벌. 신협의 문제적 면접은 반복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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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쁘다’, ‘끼 좀 있겠네’…신협 면접장에서 무슨 일이?
    • 입력 2023-01-11 12:01:00
    • 수정2023-01-11 16:39:26
    취재K

지난해 2월, 전주 상진 신협으로 면접을 보러 간 A 씨는 마스크를 벗자마자 이런 얘기를 들었습니다.

"이쁘시구만"

그 뒤로 계속해서 날아든 부적절한 질문들.

"키는 몇인가", "주량은 어느 정도 되느냐", "00과면 끼 좀 있겠네", "노래도 할 수 있나, 율동도 같이 곁들이면 좋겠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대학에서 홍보부장을 맡았던 경험을 강조한 A 씨에게 면접위원들은 '제로투'에 맞춰 춤을 춰보라고 했습니다.

'제로투'는 인터넷상에서 선정적인 춤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A 씨는 이 제안을 거절했습니다.

그 거절조차 '입사 후 회식 자리에서 보여드리겠다'는, 취업준비생다운 우회적인 답변이었습니다.

하지만 다시 돌아온 건 "홍보국장을 할 때 150명 앞에 서 본 사람이 4명 앞에서 못 추느냐"는 평가.

이들은 사전 동의도 받지 않은 채, 면접을 보는 A 씨의 모습을 촬영하기도 했습니다.

■ '문제라고 인지하지 못했다...사진 촬영은 관행'

A 씨는 이후 해당 면접이 '여성 응시자에 대한 차별'이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습니다.

A 씨에게 "예쁘다"고 말한 임원은 인권위 조사 과정에서 " 용모에 대해 질문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당시에는 몰랐다"고 해명했습니다.

면접에 참여한 또 다른 임원 역시 " 다른 임원이 A 씨에게 노래나 춤을 춰보라고 한 것을 별다른 생각 없이 듣고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면접장에는 위원 4명과 진행 담당자 1명이 있었지만, 이들은 해당 질문에 대해 '일상적 면접'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사진을 찍은 건 조합총회에 쓸지 몰라, 내부자료를 만들기 위한 관행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신협중앙회 측은 "면접 응시자를 촬영해 내부 자료를 만드는 관행은 공식적으로 없다"고 밝혔습니다.

■ 해당 임원 징계, '견책'으로 끝...반복되는 신협의 문제적 면접

인권위는 상진 신협장에 전 직원을 대상으로 인권 교육을 시행하고, 신협중앙회장에게는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권고했습니다.

하지만 신협의 면접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이번 사건이 있기 전, 2021년 3월 신협 지역본부 계약직 면접에서 면접관이 응시자에게 "남자친구 사귈 때 어떤 것을 중점적으로 보느냐"고 물어 논란이 일었습니다.

당시 면접관은 면접날 밤 개인 전화로 응시자에게 연락하기까지 했습니다.

신협은 취재진에 해당 면접이 논란이 된 이후 매뉴얼을 만들고, 꾸준히 면접관을 대상으로 교육을 해왔다고 답변했습니다.

하지만 교육이 무색하게도, 임원들은 '용모에 관해 묻는 것이 문제인지 몰랐다'는 해명을 한 것입니다.

인권위의 조사가 시작된 후 신협은 임원 2명에 견책 조처를 내렸습니다.

임원 대상 징계에는 해임을 뜻하는 개선과 직무 정지, 견책이 있는데, 견책은 가장 약한 수준의 징계입니다.

무의미한 교육, 솜방망이 처벌. 신협의 문제적 면접은 반복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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