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 씨 말리는 ‘정치망’

입력 2005.05.15 (22:40) 수정 2005.05.16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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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닝 멘트:
바다에 그물을 쳐 놓고 고기를 잡는 정치망어업 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 정치망 어업에 사용되는 그물이 촘촘해서 갓 태어난 새끼고기 등이 마구 걸려들어 바다고기의 씨를 말리고 있습니다. 어촌을 중심으로 고기가 이동하는 길목마다 설치된 정치망에서 잡히는 치어 남획실태와 어 자원 보호의 문제를 취재했습니다.

*안일만 기자:
남해안의 한 포구. 봄철 산란기를 맞은 고기떼들이 여기 저기에서 바다위로 뛰어 오릅니다. 겉으로 보기에 평온한 바다, 물고기의 천국 같은 이곳에서 물고기들은 그물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대부분 재래식 어로행위로 해안 가 가까이에 설치돼 있습니다. 물길 따라 가다가 거물 속으로 들어온 고기떼들이 바깥으로 빠져나갈 구멍을 찾지만 여의치 않습니다. 멸치를 잡기 위해 V자형의 나무를 박고 거물을 쳐 놓은 이곳에서도 그물이 촘촘하다보니 멸치뿐만 아니라 다른 어린 고기들도 많이 잡혔습니다. 어린 새끼 고기들까지 마구잡이로 잡는 정치망어업, 바다 속에는 어떤지 안으로 들어가 봤습니다. 모기장처럼 촘촘한 그물 속에서 어린 고기들이 빠져나오지 못해 안간힘을 씁니다.

*김동식:
“(지금 상태가 어때요?)
지금 안에 들어가면 그물코 크기가 작아서 실치 멸치 꼴뚜기 이런 것들이 많이 들어 있습니다.
(그러면 치어 들이 빠져나갈 구멍은 없나요?)
지금 상태로는 전혀 없습니다.“

*안일만 기자:
바다 뱀장어 과의 치어 들도 넓디넓은 바다 속에서 갇혀 있기는 마찬가집니다.

*홍승현/국립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
"이것은 붕장어 치어로 보입니다. 붕장어는 산란기가 4,5월인데 남부해역대륙붕에서 산란을 하는데 저희 연안으로 오다가 포획된 것으로 보입니다. 붕장어 금지 최장은 35센티이며, 제일 큰 것은 7년 동안 자라면 한 90센티가 됩니다.“

*안일만 기자:
치어들은 원래 잡을 수 없게 돼 있습니다. 설령 어로작업과정에서 우연스럽게 잡았다 하더라도 놓아주어야 합니다. 어 자원을 보호하기 위해서 입니다. 그러나 이런 규정을 지키는 어부들은 드뭅니다. 바다고기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보니 큰 고기 작은 고기를 가리지 않고 마구 잡고 있는 실정입니다. 근해의 다른 정치망도 사정은 마찬가집니다. 이른 아침, 쳐 놓은 그물에 든 고기를 잡기 위해 현장으로 가는 어선을 따라 가봤습니다. 어부들은 그물 속에 든 고기를 놓칠세라 조심스럽게 어구를 배 위로 끌어당깁니다. 30분 넘게 지나자 밑바닥이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요즘 많이 잡히는 어종은 주로 뭔가요?)
“아구, 그 다음에 꽁멸치, 까나리, 꽁멸새끼.”
(잡은 고기가운데 치어들은 어떻게 하나요?)
“산란철에 치어들은 키우기 위해서 그물코, 망 목을 크게 합니다.”

*안일만 기자:
치어들을 잡지 않기 위해 그물의 폭 등을 크게 한다고 말하지만 촘촘하기는 마찬가집니다. 어촌 계 등을 중심으로 치어 남획을 막기 위해 어민들에게 지도를 벌이고 있지만, 그나마 형식적이고 또한 효과도 없습니다. 어민들은 단속이 나올 경우 그물에 걸려든 치어를 풀어 주지만, 그 과정에서 어린 고기들은 치명상을 입습니다.

*홍승현/국립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
“치어는 가능한 현장에서 놔 줘야 활력도 좋고, 생존율도 높습니다. 그러나 만약 판장까지 가져왔을 때는 가능한 비슷한 환경에 방류하는 것이 좋습니다. 환경이 다른 곳에 놔주면 그것이 활력도 나쁘고, 생존율도 많이 떨어집니다.”

*안일만 기자:
또 다른 정치망입니다. 큰고기, 새끼고기 가릴 것 없이 그물에 잡힌 고기는 모두 뜰채로 건져 올립니다. 큰 고기들과 어린 고기들 모두 활기를 잃었습니다. 이렇게 고기 씨를 말릴 정도로 촘촘하게 만들어진 그물의 규제방법은 없는 것일까 ?

*손재학/해양수산부 어업정책과장:
"정치망 같은 경우는 어군을 유도를 해서 마지막 어포구에서 포획을 하다보니까 그 어포구에 그물코 규격은 아주 세밀하게 돼 있습니다. 그래서 정치망 같은 경우는 저희들이 그물코의 크기를 특별히 제한해 놓고 있지 않습니다.“

*안일만 기자:
산란기 등을 전후해서 치어를 잡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지만 정치망 그물의 경우는 촘촘함의 정도에 대해 규제가 없다는 것입니다. 오랫동안 관행으로 고기잡이를 해온 데다 규제할 관련 법규도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습니다. 문제는 이런 촘촘한 그물들이 어로 길목마다 마구 설치돼 있다는 것입니다. 남해안 일대 고기들이 태평양의 넓은 바다로 나가는 통로입니다. 어로가 큰 섬 사이로 나 있고, 물의 속도도 빠른 편입니다. 군데군데에 정치망 그물이 쳐져 있습니다. 촘촘한 그물 때문에 밀물과 썰물 때 이동하는 고기들은 물론 방금 알에서 태어난 치어 조차 빠져나가기 힘들어 보입니다. 이곳을 조금 벗어난 근해에도 해안선을 따라 이중 삼중으로 각종 정치망들이 줄줄이 버티고 있습니다.

*안일만 기자:
" 바다의 물길 따라 어로가 형성됩니다. 그런데 그 물길의 길목마다 정치망이나 죽방 등이 놓여 있습니다. 이 때문에 치어 들이 이동 중에 떼죽음을 당합니다. 연근해 어족자원의 고갈 원인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안일만 기자:
해양수산부가 지금까지 3면의 바다에 허가해준 어장 수는 9만 개가 넘습니다. 어장허가만 해줄 뿐, 9만여 개의 어장 가운데 정치망어장은 얼마나 되는지, 또한 어떤 어구를 사용하고 있는 지에 대해서는 파악이 거의 안되고 있습니다. 해양수산부는 불법 치어 남획과 관련해서는 소형 기선 저인망어업을 단속할 뿐, 정치망에 대해서는 그물의 제한이 없다며 아예 손을 놓고 있는 실정입니다. 수협 공판장의 한 자연산 활어 경매장입니다. 이곳 경매장은 인근 정치망어장에서 잡은 고기들이 주로 판매되고 있습니다. 4, 5 년 생의 큰 고기들에서부터 새끼고기 등 종류도 다양합니다.

(몇 년 정도면 이렇게 커요?)
“5년 이상 돼야해요.”
(그럼 저거는 몇년정도 돼야하나요?)
“저것도 한 4년 이상 돼야지. 이건 5년 정도 됐어요.”
(여기 조그마한 것은요?)
“아까 그거는 한 2년 됐어요.”

*안일만 기자:
치어를 몇 년 동안만 놓아두면 이렇게 제법 큰 고기로 자라게 됩니다. 그러나 경매장에는 새끼고기들도 태반이 섞여 있습니다. 경매대상에 올라 있는 감성어 볼락 넙치 등을 자로 재 봤습니다. 감성돔과 몰락은 15 센티미터 이상만 잡도록 돼 있지만 그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 수두룩합니다. 또 넙치류도 21센티미터 넘는 것만 잡도록 돼 있지만 채 자라지 못한 고기들이 많습니다. 경매에 부칠 수 없는 불법 어획물들이지만 버젓이 팔리고 있는 것입니다. 일단 위판되고 나면, 불법어획물에 대한 아무런 근거도 남지 않습니다.

*수협 직원:
“(규격 이하로 잡혀오는 고기도 있습니까?)
네. 규격이하로 잡혀오는 것들이 간혹 있습니다만, 저희 직원들이 방생을 아예 유도해서 어민들이 일절 팔지 못하게끔 나서고 있습니다.“

*안일만 기자:
간혹 치어가 묻혀 온다고 말하지만 여기서 경매하는 고기들의 상당량이 어린 고기임을 감안하면, 일부러 잡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경매장 내에 있는 활어 횟집입니다. 기준 미달의 새끼고기를 횟감용으로 쓰고있습니다.

*횟집 주인:
“지금은 이 도다리가 봄 도다리라고, 새꼬시. 뼈 째로 같이 쓸어 먹는 게 가장 맛있습니다.
(몇 마리 정도면 1킬로그램인가요?)
조금 크면 일고 여덟 마리, 적으면 열 세네 마리 정도.
(이 새꼬시 용은 어디서 공급받나요?)
경매에서 수협위판장 경매에서 지금 다 들어오는 겁니다.“

*안일만 기자:
뼈 째로 잘게 썰어 먹는 횟감은 잡아서는 안될 치어입니다. 값이 비싸지만 봄철 식당의 주요 메뉴입니다. 대부분 정치망 어업으로 잡은 것으로 수요를 충당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박완규/한국해산어류종묘협회 사무총장:
"불법어업이 의도적으로 자행되는 것이 아니고 옛날부터 자연스럽게 관행적으로 해 오다보니까 관계기관에서도 단속이 어려운 것 같고, 야생 동물이나 환경단체 쪽에서 굉장히 감시나 그런 준 사업적인 차원의 관리를 하고 있는데 저희들도 민간단체나 유관기관하고 협조를 해서 감시기능을 더 강화시켜야 하지 않겠느냐.“

*안일만 기자:
이렇게 새끼 고기까지 마구 잡다보니, 연근해 어 자원이 급속하게 고갈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연근해 어 자원을 회복시키는 데는 많은 예산이 들고,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치어를 키우는 한 수산 종묘장입니다. 이 종묘장에서는 1년에 방류용 치어 300만 마리를 길러 내고 있습니다. 이런 치어 들의 방류는 해마다 증가해 지난해엔 1억 마리에 달했고 90억 원의 예산이 들어갔습니다. 온갖 정성을 다 들이지만, 방류해서 살아남는 치어는 많아야 20% 정도에 불과합니다.

*노선우/신비수산 종묘 관리사:
“(방류했을 때 성공률은?)
약 한 10에서 20%정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성공률이 낮은 이유는 무엇입니까?)
천적관계도 있고 정치망이라든지 그런 부분에서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클로징 멘트:
치어 들에게 정치망이 가장 큰 적입니다. 한쪽에서 애써 키워 방류하지만 또 다른 쪽에서는 마구 잡아 치어 방류는 제대로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치어 들의 살집인 어초와 바다목장설치사업에 1조원 가까이 쏟아 부은 것을 감안하면, 밑 빠진 독에 물을 부어온 셈이 됩니다. 지난 20년 동안 방류한 치어는 7억 4천 여만 마리. 어초 설치 등, 기르는 어업에 1조원 이상의 예산이 들었습니다. 치어 들에게 치명적인 정치망 어업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없이는 연근해 어족자원 육성은 빈 말이 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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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고기 씨 말리는 ‘정치망’
    • 입력 2005-05-15 22:36:40
    • 수정2005-05-16 11:49:10
    취재파일K
*오프닝 멘트: 바다에 그물을 쳐 놓고 고기를 잡는 정치망어업 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 정치망 어업에 사용되는 그물이 촘촘해서 갓 태어난 새끼고기 등이 마구 걸려들어 바다고기의 씨를 말리고 있습니다. 어촌을 중심으로 고기가 이동하는 길목마다 설치된 정치망에서 잡히는 치어 남획실태와 어 자원 보호의 문제를 취재했습니다. *안일만 기자: 남해안의 한 포구. 봄철 산란기를 맞은 고기떼들이 여기 저기에서 바다위로 뛰어 오릅니다. 겉으로 보기에 평온한 바다, 물고기의 천국 같은 이곳에서 물고기들은 그물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대부분 재래식 어로행위로 해안 가 가까이에 설치돼 있습니다. 물길 따라 가다가 거물 속으로 들어온 고기떼들이 바깥으로 빠져나갈 구멍을 찾지만 여의치 않습니다. 멸치를 잡기 위해 V자형의 나무를 박고 거물을 쳐 놓은 이곳에서도 그물이 촘촘하다보니 멸치뿐만 아니라 다른 어린 고기들도 많이 잡혔습니다. 어린 새끼 고기들까지 마구잡이로 잡는 정치망어업, 바다 속에는 어떤지 안으로 들어가 봤습니다. 모기장처럼 촘촘한 그물 속에서 어린 고기들이 빠져나오지 못해 안간힘을 씁니다. *김동식: “(지금 상태가 어때요?) 지금 안에 들어가면 그물코 크기가 작아서 실치 멸치 꼴뚜기 이런 것들이 많이 들어 있습니다. (그러면 치어 들이 빠져나갈 구멍은 없나요?) 지금 상태로는 전혀 없습니다.“ *안일만 기자: 바다 뱀장어 과의 치어 들도 넓디넓은 바다 속에서 갇혀 있기는 마찬가집니다. *홍승현/국립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 "이것은 붕장어 치어로 보입니다. 붕장어는 산란기가 4,5월인데 남부해역대륙붕에서 산란을 하는데 저희 연안으로 오다가 포획된 것으로 보입니다. 붕장어 금지 최장은 35센티이며, 제일 큰 것은 7년 동안 자라면 한 90센티가 됩니다.“ *안일만 기자: 치어들은 원래 잡을 수 없게 돼 있습니다. 설령 어로작업과정에서 우연스럽게 잡았다 하더라도 놓아주어야 합니다. 어 자원을 보호하기 위해서 입니다. 그러나 이런 규정을 지키는 어부들은 드뭅니다. 바다고기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보니 큰 고기 작은 고기를 가리지 않고 마구 잡고 있는 실정입니다. 근해의 다른 정치망도 사정은 마찬가집니다. 이른 아침, 쳐 놓은 그물에 든 고기를 잡기 위해 현장으로 가는 어선을 따라 가봤습니다. 어부들은 그물 속에 든 고기를 놓칠세라 조심스럽게 어구를 배 위로 끌어당깁니다. 30분 넘게 지나자 밑바닥이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요즘 많이 잡히는 어종은 주로 뭔가요?) “아구, 그 다음에 꽁멸치, 까나리, 꽁멸새끼.” (잡은 고기가운데 치어들은 어떻게 하나요?) “산란철에 치어들은 키우기 위해서 그물코, 망 목을 크게 합니다.” *안일만 기자: 치어들을 잡지 않기 위해 그물의 폭 등을 크게 한다고 말하지만 촘촘하기는 마찬가집니다. 어촌 계 등을 중심으로 치어 남획을 막기 위해 어민들에게 지도를 벌이고 있지만, 그나마 형식적이고 또한 효과도 없습니다. 어민들은 단속이 나올 경우 그물에 걸려든 치어를 풀어 주지만, 그 과정에서 어린 고기들은 치명상을 입습니다. *홍승현/국립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 “치어는 가능한 현장에서 놔 줘야 활력도 좋고, 생존율도 높습니다. 그러나 만약 판장까지 가져왔을 때는 가능한 비슷한 환경에 방류하는 것이 좋습니다. 환경이 다른 곳에 놔주면 그것이 활력도 나쁘고, 생존율도 많이 떨어집니다.” *안일만 기자: 또 다른 정치망입니다. 큰고기, 새끼고기 가릴 것 없이 그물에 잡힌 고기는 모두 뜰채로 건져 올립니다. 큰 고기들과 어린 고기들 모두 활기를 잃었습니다. 이렇게 고기 씨를 말릴 정도로 촘촘하게 만들어진 그물의 규제방법은 없는 것일까 ? *손재학/해양수산부 어업정책과장: "정치망 같은 경우는 어군을 유도를 해서 마지막 어포구에서 포획을 하다보니까 그 어포구에 그물코 규격은 아주 세밀하게 돼 있습니다. 그래서 정치망 같은 경우는 저희들이 그물코의 크기를 특별히 제한해 놓고 있지 않습니다.“ *안일만 기자: 산란기 등을 전후해서 치어를 잡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지만 정치망 그물의 경우는 촘촘함의 정도에 대해 규제가 없다는 것입니다. 오랫동안 관행으로 고기잡이를 해온 데다 규제할 관련 법규도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습니다. 문제는 이런 촘촘한 그물들이 어로 길목마다 마구 설치돼 있다는 것입니다. 남해안 일대 고기들이 태평양의 넓은 바다로 나가는 통로입니다. 어로가 큰 섬 사이로 나 있고, 물의 속도도 빠른 편입니다. 군데군데에 정치망 그물이 쳐져 있습니다. 촘촘한 그물 때문에 밀물과 썰물 때 이동하는 고기들은 물론 방금 알에서 태어난 치어 조차 빠져나가기 힘들어 보입니다. 이곳을 조금 벗어난 근해에도 해안선을 따라 이중 삼중으로 각종 정치망들이 줄줄이 버티고 있습니다. *안일만 기자: " 바다의 물길 따라 어로가 형성됩니다. 그런데 그 물길의 길목마다 정치망이나 죽방 등이 놓여 있습니다. 이 때문에 치어 들이 이동 중에 떼죽음을 당합니다. 연근해 어족자원의 고갈 원인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안일만 기자: 해양수산부가 지금까지 3면의 바다에 허가해준 어장 수는 9만 개가 넘습니다. 어장허가만 해줄 뿐, 9만여 개의 어장 가운데 정치망어장은 얼마나 되는지, 또한 어떤 어구를 사용하고 있는 지에 대해서는 파악이 거의 안되고 있습니다. 해양수산부는 불법 치어 남획과 관련해서는 소형 기선 저인망어업을 단속할 뿐, 정치망에 대해서는 그물의 제한이 없다며 아예 손을 놓고 있는 실정입니다. 수협 공판장의 한 자연산 활어 경매장입니다. 이곳 경매장은 인근 정치망어장에서 잡은 고기들이 주로 판매되고 있습니다. 4, 5 년 생의 큰 고기들에서부터 새끼고기 등 종류도 다양합니다. (몇 년 정도면 이렇게 커요?) “5년 이상 돼야해요.” (그럼 저거는 몇년정도 돼야하나요?) “저것도 한 4년 이상 돼야지. 이건 5년 정도 됐어요.” (여기 조그마한 것은요?) “아까 그거는 한 2년 됐어요.” *안일만 기자: 치어를 몇 년 동안만 놓아두면 이렇게 제법 큰 고기로 자라게 됩니다. 그러나 경매장에는 새끼고기들도 태반이 섞여 있습니다. 경매대상에 올라 있는 감성어 볼락 넙치 등을 자로 재 봤습니다. 감성돔과 몰락은 15 센티미터 이상만 잡도록 돼 있지만 그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 수두룩합니다. 또 넙치류도 21센티미터 넘는 것만 잡도록 돼 있지만 채 자라지 못한 고기들이 많습니다. 경매에 부칠 수 없는 불법 어획물들이지만 버젓이 팔리고 있는 것입니다. 일단 위판되고 나면, 불법어획물에 대한 아무런 근거도 남지 않습니다. *수협 직원: “(규격 이하로 잡혀오는 고기도 있습니까?) 네. 규격이하로 잡혀오는 것들이 간혹 있습니다만, 저희 직원들이 방생을 아예 유도해서 어민들이 일절 팔지 못하게끔 나서고 있습니다.“ *안일만 기자: 간혹 치어가 묻혀 온다고 말하지만 여기서 경매하는 고기들의 상당량이 어린 고기임을 감안하면, 일부러 잡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경매장 내에 있는 활어 횟집입니다. 기준 미달의 새끼고기를 횟감용으로 쓰고있습니다. *횟집 주인: “지금은 이 도다리가 봄 도다리라고, 새꼬시. 뼈 째로 같이 쓸어 먹는 게 가장 맛있습니다. (몇 마리 정도면 1킬로그램인가요?) 조금 크면 일고 여덟 마리, 적으면 열 세네 마리 정도. (이 새꼬시 용은 어디서 공급받나요?) 경매에서 수협위판장 경매에서 지금 다 들어오는 겁니다.“ *안일만 기자: 뼈 째로 잘게 썰어 먹는 횟감은 잡아서는 안될 치어입니다. 값이 비싸지만 봄철 식당의 주요 메뉴입니다. 대부분 정치망 어업으로 잡은 것으로 수요를 충당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박완규/한국해산어류종묘협회 사무총장: "불법어업이 의도적으로 자행되는 것이 아니고 옛날부터 자연스럽게 관행적으로 해 오다보니까 관계기관에서도 단속이 어려운 것 같고, 야생 동물이나 환경단체 쪽에서 굉장히 감시나 그런 준 사업적인 차원의 관리를 하고 있는데 저희들도 민간단체나 유관기관하고 협조를 해서 감시기능을 더 강화시켜야 하지 않겠느냐.“ *안일만 기자: 이렇게 새끼 고기까지 마구 잡다보니, 연근해 어 자원이 급속하게 고갈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연근해 어 자원을 회복시키는 데는 많은 예산이 들고,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치어를 키우는 한 수산 종묘장입니다. 이 종묘장에서는 1년에 방류용 치어 300만 마리를 길러 내고 있습니다. 이런 치어 들의 방류는 해마다 증가해 지난해엔 1억 마리에 달했고 90억 원의 예산이 들어갔습니다. 온갖 정성을 다 들이지만, 방류해서 살아남는 치어는 많아야 20% 정도에 불과합니다. *노선우/신비수산 종묘 관리사: “(방류했을 때 성공률은?) 약 한 10에서 20%정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성공률이 낮은 이유는 무엇입니까?) 천적관계도 있고 정치망이라든지 그런 부분에서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클로징 멘트: 치어 들에게 정치망이 가장 큰 적입니다. 한쪽에서 애써 키워 방류하지만 또 다른 쪽에서는 마구 잡아 치어 방류는 제대로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치어 들의 살집인 어초와 바다목장설치사업에 1조원 가까이 쏟아 부은 것을 감안하면, 밑 빠진 독에 물을 부어온 셈이 됩니다. 지난 20년 동안 방류한 치어는 7억 4천 여만 마리. 어초 설치 등, 기르는 어업에 1조원 이상의 예산이 들었습니다. 치어 들에게 치명적인 정치망 어업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없이는 연근해 어족자원 육성은 빈 말이 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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