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변호사 살인사건’ 다시 원점으로…대법 파기환송

[앵커]

1999년 제주에서 발생한 변호사 살인사건 기억하십니까?

20년 만의 재수사를 통해 지난해 살인 피고인에게 징역 12년이 선고됐는데요.

대법원이 원심 판결을 뒤집으면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게 됐습니다.

안서연 기자입니다.

[리포트]

1999년 11월, 44살의 검사 출신 이승용 변호사가 자신의 차에서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됩니다.

당시 대대적인 경찰 수사에도 끝내 범인은 잡히지 않았습니다.

미제로 있던 이 사건은 3년 전, 조직폭력배 출신 김 모 씨가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살인 교사 경위를 밝히면서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김 씨는 누군가의 사주로 후배 조직원인 손 모 씨와 공모해 범행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손 씨가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검경 재수사 끝에 김 씨는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1심 재판부는 증거 상당 부분이 추정으로 이뤄졌다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당시 상처와 부검의 의견 등을 종합해 신빙성이 있다고 보고, 범행을 지시하고 용인하는 등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며 징역 12년을 선고했습니다.

그런데 5개월 만에 나온 대법원 판단은 달랐습니다.

손 씨가 이미 숨진 상황에서 피고인 진술과 정황 증거로 살인 고의나 공모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공소사실을 입증할 만한 신빙성을 갖췄는지 더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면서 무죄 추정의 원칙을 강조했습니다.

따라서 대법원은 이 사건의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 취지로 환송했고, 김 씨는 재판을 다시 받게 됐습니다.

검찰은 판결문 취지를 분석해 향후 법과 원칙에 따라 공소 유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아직 밝혀지지 않은 배후에 대해서는 최종 판결이 난 뒤 수사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입니다.

KBS 뉴스 안서연입니다.

촬영기자:양경배/그래픽:서경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