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 돌아온 ‘싹쓸이’ 중국 어선단, 남미까지 진출…“사실상 해상 민병대?”

입력 2023.01.18 (18:09) 수정 2023.01.18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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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 바다에서 불법 조업하는 중국 어선들이 또다시 늘고 있습니다.

동남아와 남미 국가들도 골머리를 앓고 있는데요.

이 중국 어선들, 단순한 어민이 아니라는 의혹도 일고 있다고 합니다.

<글로벌 ET> 홍석우 기자와 이야기 나눠 보겠습니다.

한동안 잠잠하다 했어요. 중국 불법 어선들이 또 왔다고요?

[기자]

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중국 어선들이 한동안 잘 보이지 않았었죠.

우리 바다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이번엔 '초대형 그물'까지 가지고 왔습니다.

우리 해경이 칼로 그물을 간신히 찢자 물고기들이 쏟아집니다.

한눈에 봐도 엄청난 양이죠.

우리 측 배타적 경제수역에서 무허가로 조업하다 적발된 중국 어선의 그물인데, 이른바 '싹쓸이 어구'로 불리는 범장망입니다.

이날 적발된 범장망은 길이가 무려 250미터, 높이도 75미터에 달했는데요.

그물코가 2센티미터 정도로 촘촘해서 작고 어린 물고기까지 무차별 포획이 가능합니다.

그래서 설치가 엄격히 금지돼 있는데, 제주도 일대에서만 30여 개의 중국 범장망이 발견됐습니다.

[앵커]

왜 다시 늘고 있는 건가요?

[기자]

네.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지난해 말 푼 것과 함께요.

특히 중국의 설 명절인 '춘제' 앞두고 한몫 잡으려는 어선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중국 불법 어선은 코로나로 2020년 6척까지 줄었지만, 이듬해부터 매년 30여 척씩 꾸준히 적발되고 있는데요.

올해는 열흘 만에 4척이 나포됐습니다.

해경은 단속이 쉽지 않다고 토로하는데요.

흐린 날만 골라서 몰래 그물을 치고 걷어가는 등 중국 어선들끼리 사전에 짜고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것 같단 분석입니다.

[앵커]

중국 어선들이 우리 바다에서만 저러는 건 아니라고요?

[기자]

네, 멀리 페루와 아르헨티나에 이르는 남미 연안에 많은 중국 어선들이 머무르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2016년 이후 거의 날마다 조업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는데요.

보시는 것처럼 배타적 경제수역을 넘나들며 치고 빠지기식 불법 조업을 일삼고 있습니다.

인근의 갈라파고스 제도 역시 중국 어선들의 먹잇감이 된 지 오래입니다.

'살아있는 박물관'이라고도 불리는 갈라파고스 제도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조업이 당연히 불법인데요.

중국 어선들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입니다.

화면에 보이는 불빛은 모두 중국의 오징어잡이 배인데요.

페루는 연간 8억 달러, 우리 돈 1조 원이라는 수입을 잃고 있다는데, 주요 어족 자원의 씨가 말라버릴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저런 중국 어선들이 대체 얼마나 있는 겁니까?

[기자]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선박 규모만 9천 톤급에 이르는 중국 원양어선은 3천여 척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앵커]

규모가 이렇게 크다고요?

함대 수준인데요?

[기자]

네, 이런 대형 선박이 여러 척의 작은 배들의 '모선' 역할을 해서 남미에서 '연중무휴' 조업이 가능했던 겁니다.

배가 워낙 크니까 연료를 비롯해 필요한 물자를 다 실을 수 있습니다.

잡은 물고기 보관할 수 있는 대형 냉동고도 갖추고 있고요.

급유나 물품 보급을 위해 항구로 돌아갈 필요가 없죠.

중국은 2000년대 이후 급증한 수산물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원양어업을 적극 지원했는데요.

이 대형 선박 대부분, 중국 정부 소유입니다.

[앵커]

그래서인지, 이런 중국 어선단이 단순히 어민이 아닐 수 있단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요?

[기자]

네, 미국 등 서방과 외신들은 '해상민병대'라고 부르는데요.

전 세계 바다를 누비며 불법 조업을 일삼은 중국 어선들이, 사실은 중국의 군사 조직이라는 주장입니다.

[앵커]

그러니까, 중국 군대가 민간인 어선으로 위장했다?

[기자]

네, 어업에 종사하지만 실제로는 중국 정부의 돈과 지휘를 받고 해양 경비대와 해군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게 서방, 특히 미국의 주장입니다.

지난해 5월 미국 중심의 안보 협의체 '쿼드' 정상들이 중국 해상민병대에 대한 대응을 처음으로 밝히기도 했습니다.

쿼드 정상들은 해상민병대가 주로 활동하는 곳이 남중국해 일대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영유권 분쟁 지역이죠.

중국 측이 "해상민병대는 없다"며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어 만약 미 해군이 이들을 공격한다면 중국은 '민간인'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할 가능성이 큽니다.

실제 충돌로 이어질 뻔한 적도 있습니다.

지난 2021년, 필리핀 배타적 경제수역 인근에 중국 선박 2백여 척이 정박하자 필리핀 정부는 해상민병대가 탄 것으로 의심된다며 철수를 요구했는데요.

중국 정부 측은 "민간인 어선"이라며 강하게 부인했습니다.

[앵커]

최근 중국이 각국에 이른바 '비밀경찰서'를 두고 반체제 인사 감시와 송환을 하고 있다는 의혹이 불거졌잖아요?

중국 정부 이것도 부정하고 있는데, 의혹의 실체가 점점 궁금해지네요.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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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1-18 18:09:04
    • 수정2023-01-18 18:17:03
    통합뉴스룸ET
[앵커]

우리 바다에서 불법 조업하는 중국 어선들이 또다시 늘고 있습니다.

동남아와 남미 국가들도 골머리를 앓고 있는데요.

이 중국 어선들, 단순한 어민이 아니라는 의혹도 일고 있다고 합니다.

<글로벌 ET> 홍석우 기자와 이야기 나눠 보겠습니다.

한동안 잠잠하다 했어요. 중국 불법 어선들이 또 왔다고요?

[기자]

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중국 어선들이 한동안 잘 보이지 않았었죠.

우리 바다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이번엔 '초대형 그물'까지 가지고 왔습니다.

우리 해경이 칼로 그물을 간신히 찢자 물고기들이 쏟아집니다.

한눈에 봐도 엄청난 양이죠.

우리 측 배타적 경제수역에서 무허가로 조업하다 적발된 중국 어선의 그물인데, 이른바 '싹쓸이 어구'로 불리는 범장망입니다.

이날 적발된 범장망은 길이가 무려 250미터, 높이도 75미터에 달했는데요.

그물코가 2센티미터 정도로 촘촘해서 작고 어린 물고기까지 무차별 포획이 가능합니다.

그래서 설치가 엄격히 금지돼 있는데, 제주도 일대에서만 30여 개의 중국 범장망이 발견됐습니다.

[앵커]

왜 다시 늘고 있는 건가요?

[기자]

네.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지난해 말 푼 것과 함께요.

특히 중국의 설 명절인 '춘제' 앞두고 한몫 잡으려는 어선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중국 불법 어선은 코로나로 2020년 6척까지 줄었지만, 이듬해부터 매년 30여 척씩 꾸준히 적발되고 있는데요.

올해는 열흘 만에 4척이 나포됐습니다.

해경은 단속이 쉽지 않다고 토로하는데요.

흐린 날만 골라서 몰래 그물을 치고 걷어가는 등 중국 어선들끼리 사전에 짜고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것 같단 분석입니다.

[앵커]

중국 어선들이 우리 바다에서만 저러는 건 아니라고요?

[기자]

네, 멀리 페루와 아르헨티나에 이르는 남미 연안에 많은 중국 어선들이 머무르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2016년 이후 거의 날마다 조업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는데요.

보시는 것처럼 배타적 경제수역을 넘나들며 치고 빠지기식 불법 조업을 일삼고 있습니다.

인근의 갈라파고스 제도 역시 중국 어선들의 먹잇감이 된 지 오래입니다.

'살아있는 박물관'이라고도 불리는 갈라파고스 제도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조업이 당연히 불법인데요.

중국 어선들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입니다.

화면에 보이는 불빛은 모두 중국의 오징어잡이 배인데요.

페루는 연간 8억 달러, 우리 돈 1조 원이라는 수입을 잃고 있다는데, 주요 어족 자원의 씨가 말라버릴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저런 중국 어선들이 대체 얼마나 있는 겁니까?

[기자]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선박 규모만 9천 톤급에 이르는 중국 원양어선은 3천여 척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앵커]

규모가 이렇게 크다고요?

함대 수준인데요?

[기자]

네, 이런 대형 선박이 여러 척의 작은 배들의 '모선' 역할을 해서 남미에서 '연중무휴' 조업이 가능했던 겁니다.

배가 워낙 크니까 연료를 비롯해 필요한 물자를 다 실을 수 있습니다.

잡은 물고기 보관할 수 있는 대형 냉동고도 갖추고 있고요.

급유나 물품 보급을 위해 항구로 돌아갈 필요가 없죠.

중국은 2000년대 이후 급증한 수산물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원양어업을 적극 지원했는데요.

이 대형 선박 대부분, 중국 정부 소유입니다.

[앵커]

그래서인지, 이런 중국 어선단이 단순히 어민이 아닐 수 있단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요?

[기자]

네, 미국 등 서방과 외신들은 '해상민병대'라고 부르는데요.

전 세계 바다를 누비며 불법 조업을 일삼은 중국 어선들이, 사실은 중국의 군사 조직이라는 주장입니다.

[앵커]

그러니까, 중국 군대가 민간인 어선으로 위장했다?

[기자]

네, 어업에 종사하지만 실제로는 중국 정부의 돈과 지휘를 받고 해양 경비대와 해군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게 서방, 특히 미국의 주장입니다.

지난해 5월 미국 중심의 안보 협의체 '쿼드' 정상들이 중국 해상민병대에 대한 대응을 처음으로 밝히기도 했습니다.

쿼드 정상들은 해상민병대가 주로 활동하는 곳이 남중국해 일대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영유권 분쟁 지역이죠.

중국 측이 "해상민병대는 없다"며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어 만약 미 해군이 이들을 공격한다면 중국은 '민간인'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할 가능성이 큽니다.

실제 충돌로 이어질 뻔한 적도 있습니다.

지난 2021년, 필리핀 배타적 경제수역 인근에 중국 선박 2백여 척이 정박하자 필리핀 정부는 해상민병대가 탄 것으로 의심된다며 철수를 요구했는데요.

중국 정부 측은 "민간인 어선"이라며 강하게 부인했습니다.

[앵커]

최근 중국이 각국에 이른바 '비밀경찰서'를 두고 반체제 인사 감시와 송환을 하고 있다는 의혹이 불거졌잖아요?

중국 정부 이것도 부정하고 있는데, 의혹의 실체가 점점 궁금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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