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먹구름 걷어낼 열쇠와 거울, 중국에 있다 [연초경제]③

입력 2023.01.20 (08:00) 수정 2023.01.20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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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불확실성은 미국과 유럽에서 왔다. [연초 경제] 앞선 두 편이 다룬 내용이다. 그래서 한국 경제 영토 상공엔 먹구름이 자욱하다. 이번엔 하늘에서 내려와 우리 경제 환경을 더 가까이 들여다 보자. 도구를 하나 쓰겠다. 중국이다. 중국이 열쇠이자, 거울이다.


■ 한복이 돌아온다

2020년, 코로나 19가 처음 찾아왔을 때, 서울 시내에서 딱 6개월 만에 자취를 감춘 업종이 있다. 한복 대여 가게다. 관광객들을 상대로 한복을 빌려주던 가게가 싹 사라졌다.

한 때 경복궁 옆 서촌의 골목에서 식당과 술집이 사라지면 어김없이 한복 가게가 생겨났다. 대로변 3층 건물 전체가 한복 가게인 곳도 있었다. 외국인들 사이에선 한복 입고 고궁 방문하는 게 유행처럼 번졌다. 한복을 입으면 고궁 입장료도 받지 않았다. 좋았던 시절의 이 유행은 시절이 바뀌자 썰물처럼 사라졌다.


요즘 이 한복 대여 가게가 부활하고 있다. 겨울이라 덧입는 흰 털외투까지 유행이다. 다만 아직 2019년만은 못하다. 관광객이 아직 다 돌아오지 않았다. 한복 대여 가게만 그런 것도 아니다. 명동은 아직도 명동이 아니다. 거리엔 빈 가게가 여전하다. 대한민국 최고의 상권, 소비의 상징은 여전히 더 많은 관광객이 돌아오길 바라고 있다.


2019년에는 1,750만 명이 방문했다. 3,100만 명이 넘었던 일본과 비교하면 적은 수이지만, 그래도 직접 관광수입만 25조 원이 넘었다. 생산과 취업 유발효과는 각각 46조 원, 46만 명에 이르렀다. 성장의 한계에 다다른 선진국들이 관광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이 막대한 경제효과에 있다.

경제효과 측면에서 중국 관광객은 큰 희망이다. 2019년 관광객의 34%, 602만 명의 중국인이 한국을 찾았다. (홍콩에서 온 69만 명을 더하면 38%다.) 평균 쇼핑 금액은 200만 원(문화체육관광부, ‘중국인 관광객의 방한 여행 만족도 심층 분석 보고서(2019)’)정도, 다른 나라 관광객보다 많이 쓴다. 단순 계산으로는 10조 원 이상을 썼다. 직접 효과만 그렇다. 세계가 중국 관광객 유치에 온 힘을 쏟은 이유다. 우리도 그랬다.

물론 '중국'이라는 나라는 그저 고맙기만 한 나라는 아니다. 최근의 한국에 대한 비자 제한조치만 해도 그렇다. 스스로 보복적 조치임을 자인했는데, 이런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사드 보복도 그랬다. 태도는 언제나 고압적이다. 솔직히 아니꼽다. 안 보고 살고 싶다는 생각도 드는 게 사실이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는 비자 제한 조치를 두고 '중국이 다시 한번 한국의 약점을 공략하고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가장 큰 고객인 중국을 포기할 수는 없다. 경제적 관점에서 관광은 포기할 수 있는 산업이 아니다. 문화 콘텐츠 강국이 최대 수요처를 두고 관광을 포기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되기 때문이다. 냉정하게 경제적으로만 보면 그렇다.

■ "중국은 한국의 번영을 보증한다"

중국을 포기할 수 없는 더 큰 이유는 수출에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세계 반도체 시장 매출 1위 자리를 TSMC에 내줬다. 주력인 메모리 업황이 급격히 나빠지면서 매출이 2021년 732억 달러에서 2022년 656억 달러로 10.4%나 줄었다. (가트너 발표) 반도체 경기는 특히나 하반기에 급랭했다. 그걸 상징하는 게 대중국 무역수지 악화다.


지난해 하반기의 대중국 무역수지 악화의 직접적 이유가 반도체 경기 급랭이다. 반도체 경기와 중국은 또 무슨 관계일까? 간단하다. 한국이 수출하는 반도체의 절반이 중국과 홍콩으로 간다. 반도체 경기 악화와 대중 수지 무역 악화는 뗄수 없는 관계이다. 대중 무역수지가 5월 이후 8달 가운데 7달 동안 적자를 기록한 이유가 여기 있다. 10월 적자는 12억 달러를 넘어 사상 최대였다.

원인은 복합적이다. 중국의 제로 코로나가 지속하며 중국의 소비가 얼어붙은 영향을 받았다. 선진국들이 고물가에 대응하느라 기준금리를 급격히 올리면서 긴축에 들어간 영향도 있다. 대면 소비가 늘면서 온라인 광고에 의존하던 빅테크 매출도 꺾이기 시작했고, 이 때문에 자연히 글로벌 IT 기업들의 투자도 줄었다. 고금리에 가상화폐 붐이 꺾이며 채굴 관련 수요도 줄었다. 모든 이유가 중국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FT가 그린 중국 수출 그래프를 보면, '중국의 수출과 한국의 수출'이 직결되어 있다는 사실도 알 수 있다.FT가 그린 중국 수출 그래프를 보면, '중국의 수출과 한국의 수출'이 직결되어 있다는 사실도 알 수 있다.

물론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중국 무역수지 악화는 구조적인 현상이다. 우선 중국의 중간재 경쟁력이 높아지고 있다. 자립도를 높이고 있다. 반도체 외에 배터리나 태양광은 아예 관계가 역전되어 있다. 우리의 차세대 주력 수출 상품인 배터리의 주요 소재와 부품은 중국에서 온다. 우리 스마트폰과 자동차가 중국에서 더는 잘 팔리지 않는 것도 한 이유다.

지정학적 이유도 있다. 변덕스러운 중국을 피해 (중국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우리가 공장을 베트남, 인도 등으로 옮기고 있기도 하다. 일부는 미·중 간 갈등도 원인이 된다. 일례로 패키징 같은 중국에서 하던 반도체 후공정을 요즘은 한국에서 한다. 미국의 원산지 제재 규제를 피하기 위해서다. 이는 모두 다 대중국 수출을 감소시키는 요인들이다.

그럼에도 아직은, 경제는 중국이다. 한중관계 악화를 다룬 이코노미스트지는 한국 지도자는 언제나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좁은 길을 가야 한다고 표현했다. 둘 다 만족시키는 것은 당연히 어렵다. 게다가 현 정부는 미국에 더 밀착하는 중이다. 그럼에도 경제만 보면, 한국의 "가장 큰 교역 상대인 중국은 번영을 보증(underwrite)한다."

번영하려 한다면, 더 성장하고 싶다면, 올해도 열쇠는 중국에 있다.

■ 중국 앞에 놓인 다섯 가지 불확실성

그러니 우리 경제를 위해서 중국 경제를 좀 더 알아봐야 한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의 올해 성장률과 관련해 살펴야 할 다섯 가지 열쇠 말을 제시했다. 그중 두 가지는 상황 전개에 따라 우리 경제에 반사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다.

1. 코로나 이후 성장 경로가 어떻게 될 것인가?

코로나 봉쇄 해제의 효과가 어떻게 될지 불확실하다. 지난해 중국 성장률이 3%에 그친 것은 지난해 내내 정치 방역의 상징 격인 '제로 코로나'가 이어진 영향이 크다. 올해는 뒤늦게 다시 문호를 열었다. 긍정적 요소이지만 이 효과가 얼마나 될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세계 은행은 연간 4.3%라고 예상했고, 미국계 투자은행들은 5~6%를 전망한다.

희망적인 점은 중국이 '예상치 못하게' 빠른 속도로 제로 코로나를 포기했는데도, 4분기부터 시작된 전염병 확산이 최근 잦아드는 추세라는 점이다. 더 빨리 경제 활동 재개에 나서고, 더 빨리 성장할 '상방 요인'이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2. 경제 성장을 얼마나 우선할 것인가?

알리바바도 텐센트도 중국 공산당 앞에선 꼼짝 못 한다. 문제는 이들이 혁신 성장의 선두에서 질주하다 말고 공산당 눈치를 본다는 점이다. 성장과 정치 사이에서 혼란스러워 한 이 중국 성장의 엔진들이 올해 어떤 행보를 보일지도 변수다. 일단 공동부유나 불평등 해소를 기치에 걸고 2년간 몰두했던 '빅테크 때려잡기'가 멈출 가능성이 있다.

현실화된다면 중국 기업과 지방 자치단체들이 경제 성과를 더 중시하는 토대가 마련될 것이다. IT산업과 부가가치 높은 산업의 성장률이 높아진다면, 당연히 우리 경제에 긍정적인 요인이다. 물론 공산당의 기조에 큰 변화가 없다면 반대로 작용할 수 있다.

■ 중국은 우리를 보는 '거울'

3. 중국도 우리도, 내수는 부동산의 함수

FT는 중국이 내수 소비가 주도하는 성장을 원하지만, 부동산 부문의 긴 침체가 지속하는 한 그럴 가능성은 적다고 했다. 주택 소유자들이 주택 가격 하락으로 인한 손실을 보면서 경제적 자신감을 잃을 경우 내수 민간 소비를 짓누를 수 있다는 의미에서다.

사실 중국의 부동산 상황은 수년 전부터 심각했다. 2021년 이후 부동산 판매 시장에선 회복이 감지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오히려 50% 이상 급감했다. (2022년 2분기 기준) 그래서 부실 건설사와 지방정부 담합의 고리를 끊겠다며 강경하던 중앙정부가 방향을 선회했다. 부채 규제를 완화하며 부양책을 검토한다.

우리 정부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 잇따라 부동산 규제를 푸는 것이 부자를 위해서라고만 보면 정확하지 않다. '경착륙'을 막기 위해서다. 서울 아파트 거래도 중국처럼 급감하고 있다. 올해 우리 경제를 떠받칠 가장 큰 기둥이 내수인데, 부동산이 경착륙하고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 전체 내수 소비에 악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소프트 랜딩(연착륙)을 유도하려 안간힘이다.

구조가 다른 부동산 상황을 1:1로 비교할 수는 없으나, 부동산 경기가 민간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까 노심초사한다는 점은 거울에 비춘 듯 같다.

4. 수출이 회복될 수 있을까?

중국의 수출은 지난 석 달간 연이어 감소했다. 지난해 10월 0.3% 감소로 시작해 그 폭은 점점 커졌다. (11월 8.7%, 12월 9.9%, 전년 대비/ FT) 방역 정책 변경의 후폭풍도 크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회복될 가능성이 크지만, '얼마나 회복할 것인가?'는 불확실하다. FT는 올해 세계 경기 침체가 본격화되고 있고, 단기간 내 회복될 것으로도 보이지 않아 전망이 어둡다고 했다. 미·중 분쟁도 변수다. 어떤 돌발 변수가 악재가 될지 알 수 없다.

가장 큰 문제는 고용에서 발생할 것이다. 중국에서 청년 실업률 급증은 이미 현실화 되었다. 경기 전망이 악화되면 기업들은 우선은 신규채용을 줄인다. 기존 고용 해고는 그 다음이다. 우리도 자연스럽게 청년 실업이 대두될 수 있다. 경기 침체의 파고는 늘 특정 계층, 특정 연령에 더 가혹하다.

5. 장기적으론 인구 감소가 성장 소멸로

중국의 인구가 줄었다. 마오쩌둥 시절 대약진으로 인한 기근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의미는 인구 고령화다. 일본이 가장 먼저 갔고, 우리와 타이완이 따라가고 있는 바로 그 길에 중국도 들어섰다. 인구 감소 그 자체가 노동력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에 경제의 지속적 성장에 가장 큰 장애가 된다. 추세를 돌이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미국과 경제 전쟁을 벌이는 중국으로썬 치명적인 요소다.

우리에게도 이 문제는 치명적이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일본 경로다. 인구 감소와 성장 침체가 반복되며 전반적 자신감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 뭘 해도 안 될 거라는 회의주의에 빠지면 경제도 국가의 미래도 함께 늪으로 빠져든다.

우리 경제를 옥죄는 부동산과 수출, 그리고 인구 하방 위험이 중국을 보면 더 잘 보인다. 원래 내 얼굴은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어렵지만, 남의 얼굴을 평가하기는 쉽다. 그래서 중국은 거울이 된다.

싫든 좋든 중국은 여전히 한국 경제와 떨어질 수 없는 존재다. 올해도 중요하다. 그렇다면 지금의 경제 먹구름을 잘 헤쳐나갈 열쇠이자 거울로 활용하는 편이 슬기롭다. 냉정하게 경제적으로만 본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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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 먹구름 걷어낼 열쇠와 거울, 중국에 있다 [연초경제]③
    • 입력 2023-01-20 08:00:23
    • 수정2023-01-20 09:19:10
    취재K
불확실성은 미국과 유럽에서 왔다. [연초 경제] 앞선 두 편이 다룬 내용이다. 그래서 한국 경제 영토 상공엔 먹구름이 자욱하다. 이번엔 하늘에서 내려와 우리 경제 환경을 더 가까이 들여다 보자. 도구를 하나 쓰겠다. 중국이다. 중국이 열쇠이자, 거울이다.

■ 한복이 돌아온다

2020년, 코로나 19가 처음 찾아왔을 때, 서울 시내에서 딱 6개월 만에 자취를 감춘 업종이 있다. 한복 대여 가게다. 관광객들을 상대로 한복을 빌려주던 가게가 싹 사라졌다.

한 때 경복궁 옆 서촌의 골목에서 식당과 술집이 사라지면 어김없이 한복 가게가 생겨났다. 대로변 3층 건물 전체가 한복 가게인 곳도 있었다. 외국인들 사이에선 한복 입고 고궁 방문하는 게 유행처럼 번졌다. 한복을 입으면 고궁 입장료도 받지 않았다. 좋았던 시절의 이 유행은 시절이 바뀌자 썰물처럼 사라졌다.


요즘 이 한복 대여 가게가 부활하고 있다. 겨울이라 덧입는 흰 털외투까지 유행이다. 다만 아직 2019년만은 못하다. 관광객이 아직 다 돌아오지 않았다. 한복 대여 가게만 그런 것도 아니다. 명동은 아직도 명동이 아니다. 거리엔 빈 가게가 여전하다. 대한민국 최고의 상권, 소비의 상징은 여전히 더 많은 관광객이 돌아오길 바라고 있다.


2019년에는 1,750만 명이 방문했다. 3,100만 명이 넘었던 일본과 비교하면 적은 수이지만, 그래도 직접 관광수입만 25조 원이 넘었다. 생산과 취업 유발효과는 각각 46조 원, 46만 명에 이르렀다. 성장의 한계에 다다른 선진국들이 관광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이 막대한 경제효과에 있다.

경제효과 측면에서 중국 관광객은 큰 희망이다. 2019년 관광객의 34%, 602만 명의 중국인이 한국을 찾았다. (홍콩에서 온 69만 명을 더하면 38%다.) 평균 쇼핑 금액은 200만 원(문화체육관광부, ‘중국인 관광객의 방한 여행 만족도 심층 분석 보고서(2019)’)정도, 다른 나라 관광객보다 많이 쓴다. 단순 계산으로는 10조 원 이상을 썼다. 직접 효과만 그렇다. 세계가 중국 관광객 유치에 온 힘을 쏟은 이유다. 우리도 그랬다.

물론 '중국'이라는 나라는 그저 고맙기만 한 나라는 아니다. 최근의 한국에 대한 비자 제한조치만 해도 그렇다. 스스로 보복적 조치임을 자인했는데, 이런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사드 보복도 그랬다. 태도는 언제나 고압적이다. 솔직히 아니꼽다. 안 보고 살고 싶다는 생각도 드는 게 사실이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는 비자 제한 조치를 두고 '중국이 다시 한번 한국의 약점을 공략하고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가장 큰 고객인 중국을 포기할 수는 없다. 경제적 관점에서 관광은 포기할 수 있는 산업이 아니다. 문화 콘텐츠 강국이 최대 수요처를 두고 관광을 포기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되기 때문이다. 냉정하게 경제적으로만 보면 그렇다.

■ "중국은 한국의 번영을 보증한다"

중국을 포기할 수 없는 더 큰 이유는 수출에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세계 반도체 시장 매출 1위 자리를 TSMC에 내줬다. 주력인 메모리 업황이 급격히 나빠지면서 매출이 2021년 732억 달러에서 2022년 656억 달러로 10.4%나 줄었다. (가트너 발표) 반도체 경기는 특히나 하반기에 급랭했다. 그걸 상징하는 게 대중국 무역수지 악화다.


지난해 하반기의 대중국 무역수지 악화의 직접적 이유가 반도체 경기 급랭이다. 반도체 경기와 중국은 또 무슨 관계일까? 간단하다. 한국이 수출하는 반도체의 절반이 중국과 홍콩으로 간다. 반도체 경기 악화와 대중 수지 무역 악화는 뗄수 없는 관계이다. 대중 무역수지가 5월 이후 8달 가운데 7달 동안 적자를 기록한 이유가 여기 있다. 10월 적자는 12억 달러를 넘어 사상 최대였다.

원인은 복합적이다. 중국의 제로 코로나가 지속하며 중국의 소비가 얼어붙은 영향을 받았다. 선진국들이 고물가에 대응하느라 기준금리를 급격히 올리면서 긴축에 들어간 영향도 있다. 대면 소비가 늘면서 온라인 광고에 의존하던 빅테크 매출도 꺾이기 시작했고, 이 때문에 자연히 글로벌 IT 기업들의 투자도 줄었다. 고금리에 가상화폐 붐이 꺾이며 채굴 관련 수요도 줄었다. 모든 이유가 중국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FT가 그린 중국 수출 그래프를 보면, '중국의 수출과 한국의 수출'이 직결되어 있다는 사실도 알 수 있다.
물론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중국 무역수지 악화는 구조적인 현상이다. 우선 중국의 중간재 경쟁력이 높아지고 있다. 자립도를 높이고 있다. 반도체 외에 배터리나 태양광은 아예 관계가 역전되어 있다. 우리의 차세대 주력 수출 상품인 배터리의 주요 소재와 부품은 중국에서 온다. 우리 스마트폰과 자동차가 중국에서 더는 잘 팔리지 않는 것도 한 이유다.

지정학적 이유도 있다. 변덕스러운 중국을 피해 (중국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우리가 공장을 베트남, 인도 등으로 옮기고 있기도 하다. 일부는 미·중 간 갈등도 원인이 된다. 일례로 패키징 같은 중국에서 하던 반도체 후공정을 요즘은 한국에서 한다. 미국의 원산지 제재 규제를 피하기 위해서다. 이는 모두 다 대중국 수출을 감소시키는 요인들이다.

그럼에도 아직은, 경제는 중국이다. 한중관계 악화를 다룬 이코노미스트지는 한국 지도자는 언제나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좁은 길을 가야 한다고 표현했다. 둘 다 만족시키는 것은 당연히 어렵다. 게다가 현 정부는 미국에 더 밀착하는 중이다. 그럼에도 경제만 보면, 한국의 "가장 큰 교역 상대인 중국은 번영을 보증(underwrite)한다."

번영하려 한다면, 더 성장하고 싶다면, 올해도 열쇠는 중국에 있다.

■ 중국 앞에 놓인 다섯 가지 불확실성

그러니 우리 경제를 위해서 중국 경제를 좀 더 알아봐야 한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의 올해 성장률과 관련해 살펴야 할 다섯 가지 열쇠 말을 제시했다. 그중 두 가지는 상황 전개에 따라 우리 경제에 반사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다.

1. 코로나 이후 성장 경로가 어떻게 될 것인가?

코로나 봉쇄 해제의 효과가 어떻게 될지 불확실하다. 지난해 중국 성장률이 3%에 그친 것은 지난해 내내 정치 방역의 상징 격인 '제로 코로나'가 이어진 영향이 크다. 올해는 뒤늦게 다시 문호를 열었다. 긍정적 요소이지만 이 효과가 얼마나 될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세계 은행은 연간 4.3%라고 예상했고, 미국계 투자은행들은 5~6%를 전망한다.

희망적인 점은 중국이 '예상치 못하게' 빠른 속도로 제로 코로나를 포기했는데도, 4분기부터 시작된 전염병 확산이 최근 잦아드는 추세라는 점이다. 더 빨리 경제 활동 재개에 나서고, 더 빨리 성장할 '상방 요인'이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2. 경제 성장을 얼마나 우선할 것인가?

알리바바도 텐센트도 중국 공산당 앞에선 꼼짝 못 한다. 문제는 이들이 혁신 성장의 선두에서 질주하다 말고 공산당 눈치를 본다는 점이다. 성장과 정치 사이에서 혼란스러워 한 이 중국 성장의 엔진들이 올해 어떤 행보를 보일지도 변수다. 일단 공동부유나 불평등 해소를 기치에 걸고 2년간 몰두했던 '빅테크 때려잡기'가 멈출 가능성이 있다.

현실화된다면 중국 기업과 지방 자치단체들이 경제 성과를 더 중시하는 토대가 마련될 것이다. IT산업과 부가가치 높은 산업의 성장률이 높아진다면, 당연히 우리 경제에 긍정적인 요인이다. 물론 공산당의 기조에 큰 변화가 없다면 반대로 작용할 수 있다.

■ 중국은 우리를 보는 '거울'

3. 중국도 우리도, 내수는 부동산의 함수

FT는 중국이 내수 소비가 주도하는 성장을 원하지만, 부동산 부문의 긴 침체가 지속하는 한 그럴 가능성은 적다고 했다. 주택 소유자들이 주택 가격 하락으로 인한 손실을 보면서 경제적 자신감을 잃을 경우 내수 민간 소비를 짓누를 수 있다는 의미에서다.

사실 중국의 부동산 상황은 수년 전부터 심각했다. 2021년 이후 부동산 판매 시장에선 회복이 감지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오히려 50% 이상 급감했다. (2022년 2분기 기준) 그래서 부실 건설사와 지방정부 담합의 고리를 끊겠다며 강경하던 중앙정부가 방향을 선회했다. 부채 규제를 완화하며 부양책을 검토한다.

우리 정부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 잇따라 부동산 규제를 푸는 것이 부자를 위해서라고만 보면 정확하지 않다. '경착륙'을 막기 위해서다. 서울 아파트 거래도 중국처럼 급감하고 있다. 올해 우리 경제를 떠받칠 가장 큰 기둥이 내수인데, 부동산이 경착륙하고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 전체 내수 소비에 악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소프트 랜딩(연착륙)을 유도하려 안간힘이다.

구조가 다른 부동산 상황을 1:1로 비교할 수는 없으나, 부동산 경기가 민간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까 노심초사한다는 점은 거울에 비춘 듯 같다.

4. 수출이 회복될 수 있을까?

중국의 수출은 지난 석 달간 연이어 감소했다. 지난해 10월 0.3% 감소로 시작해 그 폭은 점점 커졌다. (11월 8.7%, 12월 9.9%, 전년 대비/ FT) 방역 정책 변경의 후폭풍도 크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회복될 가능성이 크지만, '얼마나 회복할 것인가?'는 불확실하다. FT는 올해 세계 경기 침체가 본격화되고 있고, 단기간 내 회복될 것으로도 보이지 않아 전망이 어둡다고 했다. 미·중 분쟁도 변수다. 어떤 돌발 변수가 악재가 될지 알 수 없다.

가장 큰 문제는 고용에서 발생할 것이다. 중국에서 청년 실업률 급증은 이미 현실화 되었다. 경기 전망이 악화되면 기업들은 우선은 신규채용을 줄인다. 기존 고용 해고는 그 다음이다. 우리도 자연스럽게 청년 실업이 대두될 수 있다. 경기 침체의 파고는 늘 특정 계층, 특정 연령에 더 가혹하다.

5. 장기적으론 인구 감소가 성장 소멸로

중국의 인구가 줄었다. 마오쩌둥 시절 대약진으로 인한 기근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의미는 인구 고령화다. 일본이 가장 먼저 갔고, 우리와 타이완이 따라가고 있는 바로 그 길에 중국도 들어섰다. 인구 감소 그 자체가 노동력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에 경제의 지속적 성장에 가장 큰 장애가 된다. 추세를 돌이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미국과 경제 전쟁을 벌이는 중국으로썬 치명적인 요소다.

우리에게도 이 문제는 치명적이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일본 경로다. 인구 감소와 성장 침체가 반복되며 전반적 자신감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 뭘 해도 안 될 거라는 회의주의에 빠지면 경제도 국가의 미래도 함께 늪으로 빠져든다.

우리 경제를 옥죄는 부동산과 수출, 그리고 인구 하방 위험이 중국을 보면 더 잘 보인다. 원래 내 얼굴은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어렵지만, 남의 얼굴을 평가하기는 쉽다. 그래서 중국은 거울이 된다.

싫든 좋든 중국은 여전히 한국 경제와 떨어질 수 없는 존재다. 올해도 중요하다. 그렇다면 지금의 경제 먹구름을 잘 헤쳐나갈 열쇠이자 거울로 활용하는 편이 슬기롭다. 냉정하게 경제적으로만 본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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