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예감] 생산기지로서 인도보다 아세안에 주목해야하는 이유 - 고영경 고려대 연구교수
입력 2023.01.25 (15:56)
수정 2023.01.27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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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세계 글로벌 기업, 중국을 벗어나 대체지로 찾은 지역은 아세안
- 공급망 안정성 문제 등 자원이 있는 지역 중요... 여기에 제조업 기반, 인구 성장률, 소득 수준 증가 등 아세안 부상
- 10개국으로 나뉘어진 아세안, 각국보다는 전체 지역을 봐야... 하나의 제품은 각국을 거치며 최종적으로 조립되기 때문
- 아세안 시장에서 가격 우위를 가지려면 지역 내에서 생산하고 관세혜택 받아야
- 지난해 무역수지 흑자국 1위 베트남, 한베 경제 협력 깊어진 측면과 중국 적자 요인 모두 고려해야
- 삼성을 비롯해 소비재부터 유통까지 다양한 국내 기업들 베트남 진출
- 인도는 지역별로도 규제가 다 달라... 기존 성공 실패 사례들 충분히 연구한 뒤에 현지 진출 해야
- 인도 외국 기업이나 자본 유치 확산... 각종 인센티브 주면서 기술 생태계 만들 수 있도록 인프라 마련
- 인도네시아 니켈 보유량 1위, 배터리 중요 자원으로 전기차 기업들에게 매력적인 국가
- 말레이시아 동남아 거점지, 영미식 기준에 맞춰진 제도, 국민소득 성장 등 장점
- 아세안은 정치적 구도를 떠나서 경제적으로 이익이 있으면 협력... 미국, 중국을 비롯해 많은 국가들 탐내
- 전자 등 제조업은 베트남, 자원 필요한 기업은 인도네시아를 거점으로 삼으면 유리... 전체 아세안을 아우르는 전략 필요
■ 프로그램명 : 성공예감 김방희입니다
■ 방송시간 : 1월 25일(수) 09:05-10:53 KBS1R FM 97.3 MHz
■ 진행 : 김방희 소장(생활경제연구소)
■ 출연 : 고영경 연구교수(고려대 아세안센터)
◇김방희> 중국이 심상치 않습니다. 세계의 공장이라고 불리던 중국에서 저성장의 징후가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인구가 준다는 소식은 전해드렸고요. 인구 대국 1, 2위 순서가 올해 혹은 내년까지 바뀔 거다, 중국에서 인도로. 이런 소식도 전해졌습니다. 지난해 목표치는 성장률이 5.5였는데 시장은 대개 3.3 정도를 전망했는데 결국 정부의 발표치는 3.0에 머물렀습니다. 성장률이 완연히 위축되고 있죠. 물론 제로 코로나 봉쇄 정책이 완화가 되면서 그동안 제로 코로나 기간 중에 워낙 소비 투자를 안 하고 쌓아놓은 저축이 많아서 이것의 소비 투자를 정부가 유도하려고 한다, 경기회생책으로. 그 과정에서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가능성도 나오고 있습니다. 하나같이 중국과 관련해서는 밝은 소식보다는 어려운 소식들이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중국을 생산 기지로 동시에 시장으로 기회를 맞았던 우리 기업들 탈중국 속도도 빨라지고 있습니다. 글로벌 기업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제 관심은 중국을 대체할 나라나 지역이 어디냐, 이런 건데 많은 기업들이 동남아, 아세안으로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고려대 아세안 센터 연구교수이신 고영경 교수님과 함께 새로운 시장으로 떠오르는 아세안 어떤 매력이 있는지 그리고 아까 인도, 베트남과의 경쟁력 차이랄까요. 이런 것들도 살펴드리겠습니다. 기업하시는 분들은 아마 관심들을 많이 가지실 수밖에 없는 이슈가 아닌가 싶은데요. 고 교수님 어서 오십시오.
◆고영경> 네, 안녕하세요.
◇김방희> 중국 떠났거나 이미 떠나려고 결심하시는 분들이 어디로 가면 좋을까 하는 질문들을 교수님한테 많이 하실 것 같은데요.
◆고영경> 제일 많이 받는 질문이 포스트 차이나, 어디로 가면 좋으냐 이런 질문 정말 많이 하시는데요. 업종에 따라서 조금 다를 수는 있겠지만 전 세계적으로 모든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을 벗어나서 대체지로 찾은 지역은 아세안이 1번입니다.
◇김방희> 아세안이 1번이다.
◆고영경> 인도도 많이 가기는 하지만 인도만 가는 경우는 거의 없고요. 대체로는 아세안과 인도를 동시에 가든지 아세안을 먼저 가고 그다음에 인도를 진출하거나 이런 전략들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김방희> 다만 한 가지 걱정인 건 저도 비슷한 질문을 많이 받는데 지난 30년간 중국을 우리가 두 가지 측면에서 활용했죠. 생산기지로서 그리고 또 시장으로서. 그래서 굉장히 많은 걸 누려온 게 사실이잖아요. 무역수지 흑자라는지. 그런 기대를 똑같이 갖고 그런 지역으로 가는 게 합리적인가에 대한 의문은 들던데요.
◆고영경> 제가 늘 강연을 하거나 기업 컨설팅을 할 때 말씀을 드리는 게 중국에서 너무 오랫동안 우리가 단맛을 본 거예요. 사실은 중국은 우리가 처음에는 그냥 저임금 노동 시장, 여기를 바라보고 들어갔는데 소비시장도 마구 커지면서 우리가 생산기지로 또 소비시장으로서 굉장히 좋은 성과를 누려왔습니다. 그런데 중국처럼 높은 10%, 이런 정도의 성장률을 오랫동안 구가하는 나라가 과연 또 다른 국가가 나오겠는가, 거기에 대해서는 누구나 아마도 그런 나라가 다시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을 할 것 같아요. 그러면 우리가 아세안을 볼 때도 중국하고 비교해서 중국처럼 10%의 성장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전 세계를 봤을 때 이머징 국가에서만 비교를 해 보자라는 거죠. 그러면 이머징 국가 사이에서 비교했을 때는 굉장히 정치적으로도 안정되어 있고 높은 경제성장률을 오랫동안 유지하고 있는 지역으로서는 단연 아세안을 능가할 지역은 따로 없을 것이라고 이야기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방희> 그러니까 교수님이 아세안에 대해서 특별한 관심을 가지게 된 것도 포스트 차이나 후보로서는 그래도 가장 기대가 되는 곳이기 때문입니까? 아니면 특별한 계기가 있었습니까?
◆고영경> 저는 사실 학부 때 사회학을 전공을 했었는데요. 그때부터 제3세계에 관심을 가져서 대학원 때 우리가 이머징 마켓 중에서 어디를 볼 거냐, 그래서 좀 지리적으로 가까운 아세안을 지역을 봤고요. 그래서 석사 논문을 제가 인도네시아 대기업 집단 소유 구조를 썼었습니다. 그래서 상당히 오랫동안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 왜냐하면 굉장히 역동성이 있고 잠재력이 있는데 한국하고 굉장히 비슷하게 성장할 것 같았지만 그렇지 않았거든요. 어떤 점이 비슷하고 어떤 점이 차이가 있는가, 그런데 이제 정말로 잠재력만 있다고 평가됐던 지역들이 실질적인 성장의 선순환의 고리에 들어가지 않았나, 이렇게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김방희> 그러면 과거의 잠재력은 높이 평가됐지만 동남아 지역이 경제성장의 결실을 누리지 못한 이유는 뭐고 최근에 이게 잠재력이 폭발할 가능성이 높아진 배경은 뭡니까.
◆고영경> 첫 번째는 좋은 성장률을 유지하다가 똑같이 1997년에 아시아 금융위기를 맞게 됩니다. 그런데 그 이전에도 사실은 자원도 우리보다 많았고 인구도 많았고 그런 수입 대체화 전략을 쓰면서 우리랑 차이가 지게 되죠. 그리고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에 한국은 기술을 기반으로 한 발전 전략 그리고 우리에게는 가까운 중국이 있었어요. 그거에 비하면 그쪽 지역은 아세안 지역은 상대적으로 중국의 혜택을 그 당시에는 받지 못했고 그리고 또 위기를 벗어나는 데 우리보다는 더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래서 그런 차이가 졌는데 지금은 다시 글로벌 밸류체인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위상이 그동안 급격하게 커졌잖아요. 그런데 다시 글로벌 밸류체인이 넓어지는 와중에 아세안도 들어가 있는 참여도가 굉장히 높아졌고요. 다시 중국보다 다른 지역들로 퍼져나가는 순간에서 아세안이 다시 기회를 잡게 되는 시점이라고 보여집니다. 무엇보다 우리가 생각할 때 자원이라는 게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됐어요.
◇김방희> 과거에는 자원이 오히려 축복이 아니라 저주의 대상이었는데.
◆고영경> 지금은 다시 자원이 공급망 안정성 문제 때문에 받을 자원이 있는 지역으로 나가고 있지 않습니까. 배터리 문제만 보더라도 그렇게 되다 보니까 자원도 가지고 있고 제조업 기반도 있고 많은 인구의 성장률이 높아지다 보니까 소득 수준이 높아지니까 소비시장의 크기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아세안이 그런 점에서 다시 부상하고 있다는 데는 많은 연구자들이 동의를 하고 있습니다.
◇김방희> 동남아 10개국 모임으로 확대가 됐는데. 베트남, 싱가포르까지 다 포함해서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등. 여기에 늘 아세안 플러스 3 하면서 한중일이 들어가더군요. 그러다 보니까 우리나 동아시아, 동북아시아하고도 비교적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 지역이죠.
◆고영경> 매우 밀접한 관계죠. 사실은 한국이 가장 많이 교역하는 대상의 2위가 아세안이고요. 미국보다 더 많이 해요. 그리고 투자로 보면 대기업들이 워낙 미국 투자가 많아지다 보니까 한국이 해외 투자 1위 지역이 미국인데 2위가 아세안입니다. 그러니까 이미 우리하고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고 경제적으로 굉장히 밀접한데 우리가 그러한 경제적인 친밀함 내지는 가까운 거리에 비해서 우리가 알고 있는 게 너무 적었던 거죠.
◇김방희> 그렇죠. 특별한 관심들을 아주 일부 지역에 국한해서 가진 적은 있었지만 우리 경제 전반이 아세안을 주목했던 적은 많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고영경> 네, 그리고 1960년대부터 일본은 아세안 진출을 굉장히 많이 했기 때문에 동남아에서 일본 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위상이라는 것은 과거에는 어마어마했고요. 지금은 중국 기업들도 굉장히 많이 진출하고 있기 때문에 한중일과 아세안 그리고 인도까지 퍼지는 아시아 전체의 밸류체인이 굉장히 공고해지고 있고 앞으로 더 강화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김방희> 그래도 아세안이 글로벌 기업들 우리 기업들을 포함해서 이런 쪽에 더 주목받게 된 건 중국의 위기론일 텐데 보시기에 중국 위기론은 실체가 있는 겁니까, 아니면 그냥 과한 겁니까.
◆고영경> 중국 위기론은 제가 완전히 중국 전문가가 아니니까 과감하게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코로나 이전부터 중국 부동산, 금융, 건설업에 대한 문제 제기는 계속 있었죠. 뭔가 리스크 잠재요인들이 있다고 생각을 했는데. 제가 말레이시아에서 2021년에 한국으로 들어왔는데 그 이전에 말레이시아에서 한 9년 정도 대학교수 생활을 했고 아세안을 다 돌아다니면서 보면 중국 기업들이 어마어마하게 많이 진출했어요. 특히 건설이나 인프라 쪽에 많이 진출을 했는데 더 이상 국내에서 뭔가 매출을 크게 일으키기 어려운데 규모의 경제는 만들어가야 되니까 일대일로를 통해서 아세안에 굉장히 많이 진출했거든요. 그러면 그 사업들이 다 수익성이 높았느냐, 그건 아닙니다. 그런 내부적인 문제들이 또 한 축에 있는 반면에 또 테크 기업들이나 AI라든가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중국이 굉장히 앞서가고 있거든요. 그래서 중국의 위기는 두 가지 측면으로 저는 나눠져서 분명히 나타날 거다. 그래서 그러나 경착륙을 하든 연착륙을 하든 중국이 가지고 있는 쇼크는 단지 한국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아시아 벨류체인에서 동남아하고도 깊은 연관을 갖고 있기 때문에 아세안 지역에서도 상당히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김방희> 단순한 대체지역이 아니라 중국의 쇼크가 벌어질 경우에는 아세안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고영경> 수혜를 받으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요.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하면서 관광을 못 가니까 관광 의존도가 높았던 태국이나 캄보디아 같은 경우는 관광업이 아직도 원 자리를 제자리를 찾아가지 못하고 있거든요. 그리고 예를 들면 중국에서 유명한 열대과일이죠. 두리안이 굉장히 인기가 있어요. 그러면 두리안 수출이 엄청 늘어나고 가격이 폭등을 해요. 그러니까 이런 식으로 굉장히 서로 간의 시장이라든가 생산 문제에서 밀접하게 연결이 되어 있다는 것이죠.
◇김방희> 그렇군요. 그 아세안이라는 말이 우리 기업인들한테는 조금 어렵게 느껴지기도 해요. 왜냐하면 그건 하나의 지역이고 나라는 10개로 쪼개져 있는 거니까. 아니, 그렇게 말고 한 나라를 얘기해 주세요 하는 주문도 많은데 교수님은 정작 이 경우는 나라가 중요한 게 아니라 전체 지역을 봐야 된다. 이걸 강조하시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고영경> 네, 첫 번째는 우리가 한 지역을 나갈 때 예를 들면 처음에 베트남에 진출할 때는 임금이 싸다. 그다음에 미국 수출에 유리하다, 이런 이유 때문에 진출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기술이 어느 정도 들어가는 전자전기 제품들 같은 경우에는 임금 상승률은 어느 정도 버틸 수 있지만 예를 들면 봉제, 신발 이런 쪽으로 약간 그래도 뭔가 노동력 집약적인 사업들은 임금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사실은 가격 압력을 받게 되거든요. 그러면 또다시 어디론가 이동해야 되는 거예요. 계속 메뚜기를 띄워야 되는 상황이 오는데요. 그렇게 이해하기보다는 어느 제품도 한 국가에서 뭐든 소싱을 하려는 생각을 벌여야 합니다. 글로벌 기업 잘하고 있는 게 그런 거거든요. 그러니까 베트남에서 최종 생산물을 만든다 하더라도 일부 제품은 캄보디아에서 가지고 오든가 라오스에서 가져온다든가 중국에서 들여와서, 우리 지금 계속 그렇게 만들고 있는 거거든요. 사실 완제품 스마트폰이 베트남에서 최종적으로 조립이 되고 만들어지지만 그중에 일부 제품들은 한국에서도 가져가고 중국에서도 가져가서 최종적으로 거기서 조립이 되는 거예요. 그러니까 우리가 생각하는 서플라이 체인을 그 일대 배후지역까지 생각하면서 롱텀하게 긴 안목으로 가져가는 것이 맞지 이 한 국가에만 집중하면 국가적인 전략상으로서도 효율적으로 만들어내기가 어렵습니다.
◇김방희> 그래서 지역 밸류체인 RVC라는 개념이 등장했고 많은 분들이 그걸 얘기하고 계신데. 아세안이 지역 거점이 될 수 있다는 건데 한 가지 근본적인 우려는 남을 수 있죠. 왜냐하면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중국과 연계돼 있는 지역 밸류체인이라면 지금 미국은 중국을 배제한 자기들만의 리그를 만들려는 거고, 우리 입장은 모호한데 이런 쪽에 전력투구하다가 배제되는 것 아니냐, 미국이라는 가장 중요한 시장에서. 그런 느낌도 있는데, 이건 어떨까요.
◆고영경> 점점 중국에서 부품 수입을 하거나 중간재를 들여오는 것들이 줄어들고 있어요. 그리고 계속해서 다른 루트를 찾아내야 하는 것이죠. 그러니까 시장 다변화. 그리고 공급망 안정을 위한 소싱 다변화를 해야 되는 것이고요. 예를 들면 중국에서 가장 전기차를 많이 파는 회사. 비야디라는 회사가 있지 않습니까. 비야디라는 회사가 실제로 완제품을 만들어내는 해외 생산 공장 중에 아세안에 있는 데는 태국에 위치를 하고 있습니다. 태국은 오랫동안 아세안의 자동차 허브를, 위치를 가지고 있었어요. 그러니까 일본차들이 1960년대 후반부터 진출해서 거기서 완성차를 만들고 있거든요. 그러니까 거기서 완성차를 만들어야 아세안 경제공동체 안에서 관세 면제를 받습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내는데 그러면 비야디도 거기서 만들지만 이 부품은 어디서 제조를 하느냐. 베트남에 지금 공장을 만들고 있어요.
◇김방희> 만들고 있다, 추가적으로.
◆고영경> 네, 그런 식의 리저널 밸류체인을 이미 중국 기업도 가져가고 있다는 것이죠.
◇김방희> 중국도 미국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 배제될까 봐서 지역별 밸류체인. 그러니까 공급망, 공급 기지들을 만들고 있다.
◆고영경> 한국 기업들도 단 한 국가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그렇게 기업들은 실제로는 그렇게 하고 있지만 좀 더 넓은 그림으로 봐서 밸류체인을 그 지역 안에서 확산시키고 소싱이 단가를 낮춰가면서 효율성을 극대화시키는 전략이 필요하고요. 그렇게 해서 그 지역에서 생산이 됐을 때 미국이나 유럽 수출에서 유리한 부분도 있고 당연히 그리고 아세안의 소비 시장도 커지고 있잖아요. 그러니까 이 시장에서 가격 우위를 가져가려면 그 지역 내에서 분명히 생산되는 것이 관세 혜택을 받기 때문에, 무관세를 적용을 받기 때문에 그렇게 가야 된다고 봅니다.
◇김방희> 유리하다. 왜 아세안이냐 뜬금없다고 생각하실 분도 있는데 이유가 있습니다. 배경이 있습니다. 한국의 수출 판도가 중국 때문에 급격히 바뀌고 있는데 지난해 우리나라 무역수지 흑자 1위국이 베트남입니다, 베트남. 이걸 보시면서 아세안 공부하신 분으로서 그리고 아세안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해 오신 분으로서는 상당히 의미가 남달랐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어떻습니까?
◆고영경> 사실 제가 오랫동안 아세안을 우리가 주목해 봐야 되고 중국을 포기하자는 게 아니에요. 중국이나 미국 시장이 중요하지 않다는 얘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그게 중요한 만큼 우리가 너무 몰빵 전략. 소위 말하는 한 군데 너무 집중하는 전략을 쓰는 것은 글로벌 전략이 아니라는 거예요. 글로벌 기업들이 어느 위기에서라도 잘 버틸 수 있는 힘은 한 지역에 대한 의존도가 만큼 한국 기업들만큼 높지 않기 때문이거든요. 그런 점에서 아세안을 계속 강조해 왔는데 드디어 한국 기업들이 웬만하면 다 지점을 갖고 있거나 지사를 다 보내줬다는 베트남에서 이런 정도의 성과를 냈다는 건 굉장히 고무적인 시그널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이것을 해석하는 데는 두 가지 측면이 있어요. 하나는 베트남과 우리가 그만큼 경제 협력 관계가 깊어졌다는 반증이고 베트남 경제도 많이 성장한 거예요. 한국 기업도 많이 나갔고 동반성장을 했다고 볼 수 있고요. 또 한 가지는 그만큼 우리가 중국에서 지금 잘 못하고 있다. 중국하고의 관계가 나빠지고 거기서 무역 흑자를 내지 못하고 무역 적자를 보고 있다는 것 때문에 순위가 이렇게 많이 바뀌기도 한 것입니다. 그래서 두 가지 요인을 모두 고려해서 바라봐야 할 측면이 있다.
◇김방희> 그러네요. 말씀하신 것처럼 20일까지 통계니까 큰 의미는 없습니다마는 무역수지 적자가 100억 달러를 넘어섰고 3분의 1이 중국에서 발생하고 있으니까 중국과의 문제는.
◆고영경> 굉장히 심각하게 들여다봐야 하는 상황입니다.
◇김방희> 다만 베트남이 됐든 아세안 전체가 됐든 간에 중국을 대체할 만큼 무역 수지 분야에서 우리한테 도움이 될까요. 장기적으로 어떻게 보세요.
◆고영경> 장기적으로는 도움이 된다고 보고요. 지금 밝혀진 숫자 중에 베트남이 위에 있고 그다음에 미국도 있고 있는데 보면 인도가 상당히 격차가 지기는 하지만 숫자 크기로 보면 굉장히 격차가 많이 져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인도에 있어서 우리의 흑자가 굉장히 늘어나고 있어서 순위가 한 단계 올라왔습니다. 그런 점을 좀 주목해 봐야 한다는 것이죠. 그래서 좀 더 글로벌 전략을 잘 써서 우리가 가야 되는 시장 혹은 우리하고 경제협력이 중요한 시장들에 대해서 좀 더 집중하는 그런 전략은 필요하다고 봅니다.
◇김방희> 아까 중국 기업들이 동남아를 기반으로 한 지역 글로벌 체인 공급망을 만들고 있다. 그러면서 그런 사례로 비야디라는 중국 전기차 판매량 1위 업체가 베트남에 부품 공장 짓는다 하는 얘기를 하셨는데 자국 내에 짓지 않고 왜 베트남에다가 이걸 지을까요. 이건 어떤 경제적 계산이 있을까요?
◆고영경> 일단은 태국보다는 베트남이 아무래도 생산 비용이 싸게 들어가는 부분들이 있어서.
◇김방희> 아, 아세안 지역 국가 간의 비교를 통해서.
◆고영경> 그런 점이 있고 그렇지만 시장 자체는 지금 굉장히 태국 시장이 중요한 부분이 있어요. 태국도 지금 굉장히 전기차를 공급해서 시장을 늘리려는 정책적인 목표를 가지고 있고요. 그러다 보니까 베트남에서 부품 조달을 해서 태국에서 제조를 하는 방식인데요. 태국 같은 경우는 그래도 기본적으로 오랫동안 자동차 허브를 해 왔기 때문에 그 내에서의 조달 라인 이, 공급망들이 잘 갖춰져 있는 셈이죠. 그런데 우리가 제가 지금 사례를 든 건 전기차 사례를 들었지만 예를 들면 또 다른 사례로는 반도체 예를 들 수도 있습니다. 반도체 같은 경우에도 반도체를 설계하는 회사가 따로 있고 아키텍처 디자인하는 회사가 따로 있고 그다음에 대량 제조를 하는 회사가 있고 또 후공정이라고 해서 테스팅해서, 패키징해서 수출하는 지역이 따로 있잖아요. 그런데 반도체 같은 경우에는 크기가 크지 않기 때문에 글로벌하게 퍼져 있다는 거예요. 그래서 후공정 같은 경우는 어느 나라가 굉장히 잘 하느냐. 말레이시아가 후공정에서는 굉장히 큰 위치를 차지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코로나 때 우리가 신차가 안 나왔잖아요. 칩이 없어서 차를 못 만들었거든요. 그 신차를 만드는 데 들어가는 반도체 칩. 그러니까 이 자동차에 들어가는 반도체 칩은 아주 우리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반도체 칩하고는 좀 달라요. 이 반도체 칩이 말레이시아에서 공장 셧다운하면서 코로나 때문에 생산이 제대로 안 된 거예요.
◇김방희> 그러네요. 그러니까 베트남이라는 나라를 생각하면 또 하나의 감정이 떠오르는 게 우리가 향후 무역수지 흑자를 누릴 국가다 하는 점도 있지만 제2의 중국이다. 물론 규모는 차원이 다르지만 그런 생각이 들고 그러면 우리가 중국의 많은 산업에서 쫓겼듯이 쫓기지 않겠느냐 하는 걱정도 있거든요, 추격자니까. 당장 이번 CES에서도 보니까 베트남 차량 기업 상당히 각광을 받고 있던데 차를 그럴듯하게 잘 만들어서 많은 분들이 한국의 경쟁자가 되는 게 아니냐 하는 우려도 하던데 어떻습니까?
◆고영경> 저는 베트남의 전기차는 언젠가 잘 만들 수 있겠죠. 지금도 괜찮게 나왔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자동차라는 것은 우리가 보통 생활에서 사는 소비하는 제품 중에 가장 비싼 제품이에요. 안전하고도 연관이 되고요. 그리고 또 애프터서비스도 굉장히 중요해요. 사후 관리라든가 그리고 중고차의 밸류라든가. 그런 점을 다 고려한다면 지금 베트남이 차량을 만든다고 해서 현대차의 위협이 될 때까지는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어요. 오히려 현대차가 지금 그 시장에서 전기차로 만약에 경쟁을 한다면 저는 이제는 중국차를 오히려 조금 더 견제해야 되는 부분이 있어요. 그런데 중국차도 사실 세그멘테이션은 좀 다릅니다. 훨씬 더 소형이라든가 저가의 자동차 섹터고요. 현대차가 바라보는 섹터는 그것보다는 좀 고가에 이런 형태이기 때문에 전기차 세그멘테이션도 좀 다르다고 봐요. 그런데 전체적으로 그냥 자동차 시장이라는 것만 놓고 본다면 일본차가 워낙 동남아시아에서는 압도적이죠.
◇김방희> 우리 차를 찾아보기가 힘들었었잖아요, 사실.
◆고영경> 그리고 거기에 생산 공장이 없었기 때문에 가격에서도 경쟁력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인도네시아 같은 경우에는 일본 브랜드의 자동차가 시장의 거의 98%를 장악하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김방희> 삼성이 대표적이고, 베트남 진출 기업 중에는. 베트남에서는 공공연하게 우리가 중국에 대해서 느끼듯 삼성이 베트남 경제 성장을 이끌었다 하는 얘기들도 하는데. 그밖에도 우리 기업들 5000여 곳 이상 진출을 했던데, 삼성 외에 주목할 만한 기업들도 나타나고 있습니까?
◆고영경> 그렇죠. 사실은 한국에서 너무 삼성의 입지가 압도적이다 보니까 베트남 수출의 20% 이상을 담당하고 있으니까 압도적이어서 그런데요. 효성, 효성도 굉장히 많이 들어가 있어요. 굉장히, 삼성에 의해서 투자를 가장 많이 했던 기업이고요. 그다음에 LG의 가전이라든가 이런 경우도 다 들어가 있고. 또 식품 중에서는 한국의 대표적인 오리온이라든가 이런 기업들이 잘하고 있고요. 그래서 소비재부터 유통까지 굉장히 여러 군데 회사들이 다 들어가 있고, 심지어 IT 그다음에 네이버 이런 회사들도 들어가서 새로운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리고 최근에는 금융기관들도 많이 들어갔는데, 이미 오래전에 들어갔던 신한은행 같은 경우에는 베트남에서 상당히 입지를 굳건히 쌓은 외국계 은행 중에서는 1위를 하고 있습니다.
◇김방희> 그렇군요. 청취자 박봉자 님이 생산 기지라는 측면에서 중국의 대체 국가로 인도는 어떨까요, 인도가 임금 면에서는 아직도 경제적으로 말이 되는 것 같은데요 해 주셨는데.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주시기 전에 지금 최근에 인도를 포함해서 베트남, 브라질 같은 신흥시장, 아까 이머징 마켓 펀드들 수익률이 괜찮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관심들이 부쩍 높아졌는데. 인도는 어때요. 인도는 적어도 아세안은 아니잖아요.
◆고영경> 아세안은 아니지만 한국에서는 과거에 신남방 정책이 있었고, 이번 새 정부에 들어서는 인도 태평양 전략이라는 걸 내세우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한국 정부 입장에서도 우리가 손을 굳건히 잡고 가야 되는, 이미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천명한 지는 오래됐고요. 저희가 손을 잡고 같이 성장해야 되는 국가나 지역으로 인식을 하고 있어요. 그래서 인도도 중요성이 있는 나라인데. 인도 같은 경우는 아시다시피 앞으로는 제1의 인구 대국이 될 것이고, 이미 됐다라고 보기도 하죠. 그리고 아직 임금도 경쟁력이 있다고 봐요. 그런데 많은 기업들이 인도를 가는 것은 어떤 경우에는 시기상조일 수도 있고요. 이미 준비를 좀 더 많이 해서 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세안이 이렇게 가깝고 우리랑 교역과 투자에 있어서 2위에 관계를 맺고 있음에도 아세안에 대한 연구가 부족하고, 아세안을 잘 모르는데 인도는 과연 얼마큼 나갈 준비가 되어 있는가 훨씬 더 규제가 복잡합니다. 거기 지역별로 규제가 또 달라요. 그러니까 이런 부분들을 가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가 아니고요. 충분히 연구하고 준비하면서 나가야 되고, 이미 들어갔던 기업들의 성공 사례, 실패 사례를, 왜 잘했고 뭐가 문제였는가 여기에 대한 연구를 충분히 하고 나가셨으면 좋겠어요.
◇김방희> 또 현지에 진출한 분들 얘기를 들어보면 제 주변분들이니까, 표본은 제한적이지만 인프라 문제를 거론하는 분도 있고. 또 소비자의 정서 자체가 굉장히 힌두교 민족주의적이어서 조금 염려스럽다고는 하더군요.
◆고영경> 그렇지만 전 세계 어느 시장이라고 쉬운 해외 지역은 저는 단 한 군데도 없는 것 같아요. 중국도 처음 진출할 때 쉽지는 않았습니다.
◇김방희> 고려대 아세안센터의 고영경 연구 교수와 함께 포스트 차이나 시대에 대한 지역 기상도를 그리고 있는데요. 다만 인도가 최근에 더 주목받았던 이유는 애플이 아이폰 생산 기지를 인도로 옮기면서 사실상 중국 대신 인도를 선택하는 게 아니냐, 물론 아직까지 비중은 미미합니다마는 그런 얘기들이 나오던데. 애플 같은 회사는 왜 인도를 선택했을까요.
◆고영경> 인도는 가야 되는 시장이라는 점은 분명하죠. 인구가 많고 그다음에 소득 수준이 높은 사람들은 어디나 브랜드를 중요시 여기니까요. 또 한 가지는 인도에서 메이크 인도라는 그런 정책을 하면서 외국 기업들의 투자 유치하기 위해서 굉장히 많은 노력을 했어요. 그리고 특히 스마트폰, 전자제품에 대해서는 들어오면 각종 세제 혜택부터 지원책을 마련해 주는 정책들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의미에서라도 인도를 가지 않을 수 없었던 거죠.
◇김방희> 우리도 아까 말씀해 주신 스마트폰 분야에서 삼성전자가 인도에서 생산하기 시작하면서 수출을 꽤 하던데. 그러니까 인도의 외국 기업이나 자본 유치 흐름이 1990년대 중국이 그랬던 것처럼 지금 굉장히 확산되고 있는 모양이죠.
◆고영경> 굉장히 확산되고 있는 게 모디 총리가 두 번째 재선이 되면서 굉장히 강조하고 있는 부분은 역시 경제 성장이에요. 경제 성장을 하려면 투자가 유입이 되면서 고용이 창출이 돼야 되는데 자국 내에서의 자본 축적도 굉장히 중요하지만 외국 기업들이 결국은 적극적으로 들어와야 되는데, 저가의 노동만 보고 들어오는 것보다 그래도 뭔가 우리가 나중에 기술을 이전받거나 새로운 기술의 생태계를 만들 수 있는 기업들이 들어오기를 원하는 거죠. 그러니까 어느 지역에 가더라도 전 세계 어느 나라를 가더라도 삼성전자가 진출한다는 데 싫어하는 나라는 없을 거예요. 그런 기업들을 유치하기 위해서 인도 정부가 굉장히 많은 노력을 하고 있고, 그리고 인센티브도 많이 주고 있다 보니까 여기에 대표적인 주자로 삼성과 애플이 눈에 띄었던 거죠. 그래서 이 이외에 여러 다른 기업들도 굉장히 많이 진출을 하고 있고, 진출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김방희> 최근에 자동차 업계의 큰 이슈 중에 하나는 현대, 기아가 인도 시장 같은 데서 비교적 선방하고 있다, 그래서 다른 중국 시장 같은 데서 사실상 밀려난 것에 비하면 인도가 대안이 돼 주고 있다 이런 지적도 나오는데. 실제 그렇습니까?
◆고영경> 월별로 연간 통계하고는 조금 틀린데요. 월별로 판매량이 나오는데 중간 중간 현대차가 1위를 했던 그런 순간들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굉장히 고무적인 거죠. 지금까지 인도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자동차 시장의 45%, 4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회사는 일본의 스즈키입니다. 이 스즈키가 일찍이 진출해서 인도 시장에 맞는 소형차 위주로 영업을 굉장히 잘해 왔어요. 그래서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제 새로운 브랜드, 좀 더 고급차 이런 시장들이 커지고 있는 와중에 현대가 들어가서 영업을 잘 하고 있는 사례가 되고 있습니다.
◇김방희> 우리로서는 믿고 싶지 않겠지만 테슬라의 기가팩토리라고 하는 공장 후보지로 우리와 인도네시아가 붙었던 적이 있었고, 우리 대통령도 나서서 일론 머스크가 우리를 후보지, 유력 후보지로 거론하고 있다 하는 얘기도 나왔는데. 외신을 보니까 인도네시아로 사실상 낙점이 됐다 하는 보도가 나오던데.
◆고영경> 확정은 아니고요. 가능성이 높다고 이야기를 하는 거죠. 사실은 한국만 세일즈를 열심히 한 게 아니고 인도네시아의 조코 위 대통령이 전에 미국 방문을 해서 아예 일론 머스크를 만나러 갔어요. 그래서 둘이서 환담을 하면서 가급적이면 인도네시아로 진출을 해 달라는 이야기를 했는데 인도네시아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두 가지 측면이 있죠. 하나는 2억 8000만 명에 달하는 인구,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차도 바꿔야 될 때가 왔고요. 지금까지는 일본차가 압도적인 우위를 가지고 있지만 일본차는 아시다시피 하이브리드에 집중했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전기차 시대에서 중국 전기차라든가 아니면 한국의 전기차, 현대자동차가 이 시장이 변화하는 시장에서 먼저 선점을 하겠다. 그래서 현대자동차도 인도네시아의 공장을 세운 거고 그 시장을 테슬라도 보고 있는 겁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측면은 니켈 보유량이 1위죠. 전 세계 1위의 보존량을 가지고 있는 인도네시아이기 때문에 이 니켈이라는 건 배터리에서 가장 중요한 자원 중에 하나거든요. 그런데 니켈의 원광 수출을 금지를 했어요. 왜냐하면 우리가 원광을 팔면 별로 국내 부가가치가 안 남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원광을 최소한 제련해서 갖고 나가라. 아니면 가장 좋은 방법은 우리 국가 안에, 인도네시아 안에 배터리와 전기차에 이어지는 밸류체인을 만들고 싶은 것입니다. 그게 인도네시아 정부의 목표고요. 그러다 보니까 현대차도 진입을 했고, 시장도 있고, 자본도 있고, 그래서 현대차가 들어갔고 현대차가 들어가니까 배터리를 만드는 LG 에너지 솔루션도 지금 플랜트를 짓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테슬라 입장에서 보기에도 여기는 여기서 생산을 해서 아시아 전체를 커버할 수도 있고요. 배터리를 공급받기에도 충분한, 그런 서플라이 체인이 갖춰져 있다고 본 것이죠.
◇김방희> 아까 처음에 말씀해 주신 아세안의 잠재력으로 다시 얘기가 돌아가네요. 자원이라는 게 니켈, 특히 전기차에서 워낙 중요한 부분이니까 상당한 무기가 되는 거군요. 공급망에서 이걸 지속적으로,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다는 게
◆고영경> 그렇죠. 우리로 보기에는 그들이 무기화하고 리스크 요인이 되지만 또 그들 입장에서 보면 과거에는 원광 수출로 별로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못했고 기술을 습득할 수 있는 기회가 적었는데 이제는 좀 더 영리한 방식으로 자국 산업을 키우기 위해서 자원을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싶어지는 그런 요인들이 강력하게 정책적으로도 이어지고 있는 과정입니다.
◇김방희> 1997년 동남아에서 시작됐던 동아시아 외환위기에 태국, 말레이시아들이 아주 집중적으로 휘말려서 어려움을 겪었죠. 그 당시에는 사실 말레이시아가 우리나라처럼 고도성장을 한다는 전망이 많았는데 그 후에 말레이시아는 거기서 일하시고 공부하신 고 교수님한테는 죄송한 얘기인데 약간 잊힌 국가처럼 됐었는데.
◆고영경> 네, 맞습니다.
◇김방희> 그런데 최근에 다시 주목하라는 이유는 뭡니까?
◆고영경> 사실 말레이시아는 가지고 있는 굉장한 장점들이 있습니다. 이제 첫 번째로는 자연재해가 거의 없어요. 지진, 태풍, 화산이 없어요. 그러니까 입지가 굉장히 중요한 플랜트들은 그런 조건들을 완벽하게 갖추고 있는 것이고요. 그리고 인프라가 굉장히 잘 갖춰져 있습니다. 우리가 생각할 때는 말레이시아가 그동안 무슨 성장을 했지라고 생각을 하겠지만 1인당 국민소득이 1만 2000불이에요. 그러니까 싱가포르, 브루나이 다음으로 잘 사는 지역이거든요. 구매력으로 따지면 훨씬 더 높습니다. 그리고 영국 식민지였기 때문에 영어와 말레이시아어를 공용으로 쓰고 모든 제도적인 것들이 영미식 기준에 잘 맞춰져 있어요. 그러니까 외국 기업들이 들어갔을 때 이런 여러 가지 복잡다단한 문제들이 사실 그런 비용들이 굉장히 적어지는 측면이 있습니다. 그리고 어디, 아세안 어디를 가든지 2시간, 3시간 이내에 다 커버가 되는 지리적인 이점, 그리고 인도까지도 굉장히 가까운 거리에 있어요. 그리고 인도계가 굉장히 많기 때문에 다국적 기업들은 말레이시아에 있는 인도계 사람들을 인도로 파견한다든가 이런 활용 거점으로도 굉장히 잘 쓰고 있습니다.
◇김방희> 어떻게 보면 동북아시아의 호랑이들이 경제 성장을 할 때 홍콩이나 싱가포르에 한 역할을 동남아가 비상할 때 말레이시아가 할 수 있다.
◆고영경> 그리고 싱가포르에 점점 더 비용이 비싸지다 보니까 거기를 대체하는 지역으로도 가져가고 있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우리가 알게 모르게 반도체 산업이 제가 있다고 말씀을 드렸잖아요. 그래서 말레이시아 페락 같은 곳에서는 인테리어나 이런 예전부터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굉장히 많이 들어가 있었어요. 그리고 최근에는 한국 기업도 공장을 문을 열었습니다.
◇김방희> 다만 이 동남아 지역은 이미 열강의 긴장 상태가 계속 생존하는 지역이거든요. 중국도 중국 알셉이라는 걸 통해서 경제협력 관계를 맺고 있고 트럼프 시기에 미국이 빠지긴 했습니다마는 일본 등이 주도하고 있는 CPTPP라는 것도 있고 또 미국은 바이든 행정부 들어서 다시 IPEP라는 거, 이름은 복잡한데 쉽게 얘기해서 이 지역을 대상으로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그러다 보면 나중에 복잡해지지 않을까요?
◆고영경> 저는 오히려 반대로 그런 판도 속에서 아세안이 주목받고 중요성이 훨씬 더 높아진 거예요. 왜냐하면 국제 외교 무대라든가 아니면 공급망 차원에서도 마찬가지고요. 안보 측면에서도 모든 선박들이 중동에서 태평양으로 나갈 때 이 길을 거쳐야 되는 지역이거든요. 누구도 뺏기고 싶지 않죠. 그렇지만 누구도 점유하는 순간 한쪽은 피해를 보게 되는 지역이에요. 아세안 개별 국가들은 큰 힘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더 이상 휘둘리지 말자고 만들어낸 게 동남아시아 국가연합 아세안이 된 거거든요. 그래서 1967년에 처음 만들어진 거예요. 그래서 이들은 중국 편도 아니고 확실히 미국 편도 아니에요. 그러다 보니까 오히려 중간에서 가지고 있는 그런 밸류가 점점 더 높아진 거죠. 중국도 이들과 가까이 지내고 싶고요. 미국도 여기를 놓치고 싶지 않은 지역이에요. 그래서 서로 더 공을 많이 들리고요. 그런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아세안 국가들은 남중국해 문제 가지고는 중국이랑 대립하기도 하지만 경제적으로는 잘 협력하는 거예요. 그렇다고 완전히 중국 편에 서지 않습니다. 그리고 외국 기업들 누구 기업이라도 우리에게 필요한 기업이면 얼마든지 들어와라 이런 자세거든요.
◇김방희> 마지막으로 첫 질문으로 돌아가죠. 많은 기업인들이 던진 그 질문에 대한 답을 해 주셔야 되는데 포스트 차이나, 중국은 설령 지금 빠져나가지 않더라도 빠져나갈 계획을 세우고 있는 단계인데 그러면 포스트 차이나 지역도 좋지만 한 나라를 꼽으라면 어디를 꼽아주시겠습니까?
◆고영경> 전기, 전자, 제조업 측면에서는 베트남이 맞고요. 그다음에 아까 말씀드린 대로 자원이 연결된 부분에 있어서는 인도네시아를 거점으로 삼는 게 맞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처음부터 계속 말씀을 드렸지만 한 국가에서 모든 것을 끝내려고 하는 전략이 아니라 전체를 아우르는, 지역 전체를 바라볼 수 있는 롱텀만, 장기간의 전략을 가지고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김방희> 한 나라의 오인하는 것이 가진 위험성을 또 우리가 중국에서 지난 30년간 배우기도 했기 때문에 그런 말씀을 해 주신 것 같습니다.
◆고영경> 또 한 가지만 좀 덧붙이자면 아세안과 인도를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아세안에서도 잘할 수 없는 기업이 더 힘든 인도 가서 잘하기는 저는 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김방희> 준비 단계로 아세안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알겠습니다 고려대 아세안 센터 고영경 연구교수였습니다. 고맙습니다.
◆고영경> 감사합니다.
인터뷰 자료의 저작권은 KBS라디오에 있습니다.
전문 게재나 인터뷰 인용 보도 시,
아래와 같이 채널명과 정확한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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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세계 글로벌 기업, 중국을 벗어나 대체지로 찾은 지역은 아세안
- 공급망 안정성 문제 등 자원이 있는 지역 중요... 여기에 제조업 기반, 인구 성장률, 소득 수준 증가 등 아세안 부상
- 10개국으로 나뉘어진 아세안, 각국보다는 전체 지역을 봐야... 하나의 제품은 각국을 거치며 최종적으로 조립되기 때문
- 아세안 시장에서 가격 우위를 가지려면 지역 내에서 생산하고 관세혜택 받아야
- 지난해 무역수지 흑자국 1위 베트남, 한베 경제 협력 깊어진 측면과 중국 적자 요인 모두 고려해야
- 삼성을 비롯해 소비재부터 유통까지 다양한 국내 기업들 베트남 진출
- 인도는 지역별로도 규제가 다 달라... 기존 성공 실패 사례들 충분히 연구한 뒤에 현지 진출 해야
- 인도 외국 기업이나 자본 유치 확산... 각종 인센티브 주면서 기술 생태계 만들 수 있도록 인프라 마련
- 인도네시아 니켈 보유량 1위, 배터리 중요 자원으로 전기차 기업들에게 매력적인 국가
- 말레이시아 동남아 거점지, 영미식 기준에 맞춰진 제도, 국민소득 성장 등 장점
- 아세안은 정치적 구도를 떠나서 경제적으로 이익이 있으면 협력... 미국, 중국을 비롯해 많은 국가들 탐내
- 전자 등 제조업은 베트남, 자원 필요한 기업은 인도네시아를 거점으로 삼으면 유리... 전체 아세안을 아우르는 전략 필요
■ 프로그램명 : 성공예감 김방희입니다
■ 방송시간 : 1월 25일(수) 09:05-10:53 KBS1R FM 97.3 MHz
■ 진행 : 김방희 소장(생활경제연구소)
■ 출연 : 고영경 연구교수(고려대 아세안센터)
◇김방희> 중국이 심상치 않습니다. 세계의 공장이라고 불리던 중국에서 저성장의 징후가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인구가 준다는 소식은 전해드렸고요. 인구 대국 1, 2위 순서가 올해 혹은 내년까지 바뀔 거다, 중국에서 인도로. 이런 소식도 전해졌습니다. 지난해 목표치는 성장률이 5.5였는데 시장은 대개 3.3 정도를 전망했는데 결국 정부의 발표치는 3.0에 머물렀습니다. 성장률이 완연히 위축되고 있죠. 물론 제로 코로나 봉쇄 정책이 완화가 되면서 그동안 제로 코로나 기간 중에 워낙 소비 투자를 안 하고 쌓아놓은 저축이 많아서 이것의 소비 투자를 정부가 유도하려고 한다, 경기회생책으로. 그 과정에서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가능성도 나오고 있습니다. 하나같이 중국과 관련해서는 밝은 소식보다는 어려운 소식들이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중국을 생산 기지로 동시에 시장으로 기회를 맞았던 우리 기업들 탈중국 속도도 빨라지고 있습니다. 글로벌 기업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제 관심은 중국을 대체할 나라나 지역이 어디냐, 이런 건데 많은 기업들이 동남아, 아세안으로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고려대 아세안 센터 연구교수이신 고영경 교수님과 함께 새로운 시장으로 떠오르는 아세안 어떤 매력이 있는지 그리고 아까 인도, 베트남과의 경쟁력 차이랄까요. 이런 것들도 살펴드리겠습니다. 기업하시는 분들은 아마 관심들을 많이 가지실 수밖에 없는 이슈가 아닌가 싶은데요. 고 교수님 어서 오십시오.
◆고영경> 네, 안녕하세요.
◇김방희> 중국 떠났거나 이미 떠나려고 결심하시는 분들이 어디로 가면 좋을까 하는 질문들을 교수님한테 많이 하실 것 같은데요.
◆고영경> 제일 많이 받는 질문이 포스트 차이나, 어디로 가면 좋으냐 이런 질문 정말 많이 하시는데요. 업종에 따라서 조금 다를 수는 있겠지만 전 세계적으로 모든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을 벗어나서 대체지로 찾은 지역은 아세안이 1번입니다.
◇김방희> 아세안이 1번이다.
◆고영경> 인도도 많이 가기는 하지만 인도만 가는 경우는 거의 없고요. 대체로는 아세안과 인도를 동시에 가든지 아세안을 먼저 가고 그다음에 인도를 진출하거나 이런 전략들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김방희> 다만 한 가지 걱정인 건 저도 비슷한 질문을 많이 받는데 지난 30년간 중국을 우리가 두 가지 측면에서 활용했죠. 생산기지로서 그리고 또 시장으로서. 그래서 굉장히 많은 걸 누려온 게 사실이잖아요. 무역수지 흑자라는지. 그런 기대를 똑같이 갖고 그런 지역으로 가는 게 합리적인가에 대한 의문은 들던데요.
◆고영경> 제가 늘 강연을 하거나 기업 컨설팅을 할 때 말씀을 드리는 게 중국에서 너무 오랫동안 우리가 단맛을 본 거예요. 사실은 중국은 우리가 처음에는 그냥 저임금 노동 시장, 여기를 바라보고 들어갔는데 소비시장도 마구 커지면서 우리가 생산기지로 또 소비시장으로서 굉장히 좋은 성과를 누려왔습니다. 그런데 중국처럼 높은 10%, 이런 정도의 성장률을 오랫동안 구가하는 나라가 과연 또 다른 국가가 나오겠는가, 거기에 대해서는 누구나 아마도 그런 나라가 다시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을 할 것 같아요. 그러면 우리가 아세안을 볼 때도 중국하고 비교해서 중국처럼 10%의 성장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전 세계를 봤을 때 이머징 국가에서만 비교를 해 보자라는 거죠. 그러면 이머징 국가 사이에서 비교했을 때는 굉장히 정치적으로도 안정되어 있고 높은 경제성장률을 오랫동안 유지하고 있는 지역으로서는 단연 아세안을 능가할 지역은 따로 없을 것이라고 이야기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방희> 그러니까 교수님이 아세안에 대해서 특별한 관심을 가지게 된 것도 포스트 차이나 후보로서는 그래도 가장 기대가 되는 곳이기 때문입니까? 아니면 특별한 계기가 있었습니까?
◆고영경> 저는 사실 학부 때 사회학을 전공을 했었는데요. 그때부터 제3세계에 관심을 가져서 대학원 때 우리가 이머징 마켓 중에서 어디를 볼 거냐, 그래서 좀 지리적으로 가까운 아세안을 지역을 봤고요. 그래서 석사 논문을 제가 인도네시아 대기업 집단 소유 구조를 썼었습니다. 그래서 상당히 오랫동안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 왜냐하면 굉장히 역동성이 있고 잠재력이 있는데 한국하고 굉장히 비슷하게 성장할 것 같았지만 그렇지 않았거든요. 어떤 점이 비슷하고 어떤 점이 차이가 있는가, 그런데 이제 정말로 잠재력만 있다고 평가됐던 지역들이 실질적인 성장의 선순환의 고리에 들어가지 않았나, 이렇게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김방희> 그러면 과거의 잠재력은 높이 평가됐지만 동남아 지역이 경제성장의 결실을 누리지 못한 이유는 뭐고 최근에 이게 잠재력이 폭발할 가능성이 높아진 배경은 뭡니까.
◆고영경> 첫 번째는 좋은 성장률을 유지하다가 똑같이 1997년에 아시아 금융위기를 맞게 됩니다. 그런데 그 이전에도 사실은 자원도 우리보다 많았고 인구도 많았고 그런 수입 대체화 전략을 쓰면서 우리랑 차이가 지게 되죠. 그리고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에 한국은 기술을 기반으로 한 발전 전략 그리고 우리에게는 가까운 중국이 있었어요. 그거에 비하면 그쪽 지역은 아세안 지역은 상대적으로 중국의 혜택을 그 당시에는 받지 못했고 그리고 또 위기를 벗어나는 데 우리보다는 더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래서 그런 차이가 졌는데 지금은 다시 글로벌 밸류체인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위상이 그동안 급격하게 커졌잖아요. 그런데 다시 글로벌 밸류체인이 넓어지는 와중에 아세안도 들어가 있는 참여도가 굉장히 높아졌고요. 다시 중국보다 다른 지역들로 퍼져나가는 순간에서 아세안이 다시 기회를 잡게 되는 시점이라고 보여집니다. 무엇보다 우리가 생각할 때 자원이라는 게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됐어요.
◇김방희> 과거에는 자원이 오히려 축복이 아니라 저주의 대상이었는데.
◆고영경> 지금은 다시 자원이 공급망 안정성 문제 때문에 받을 자원이 있는 지역으로 나가고 있지 않습니까. 배터리 문제만 보더라도 그렇게 되다 보니까 자원도 가지고 있고 제조업 기반도 있고 많은 인구의 성장률이 높아지다 보니까 소득 수준이 높아지니까 소비시장의 크기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아세안이 그런 점에서 다시 부상하고 있다는 데는 많은 연구자들이 동의를 하고 있습니다.
◇김방희> 동남아 10개국 모임으로 확대가 됐는데. 베트남, 싱가포르까지 다 포함해서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등. 여기에 늘 아세안 플러스 3 하면서 한중일이 들어가더군요. 그러다 보니까 우리나 동아시아, 동북아시아하고도 비교적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 지역이죠.
◆고영경> 매우 밀접한 관계죠. 사실은 한국이 가장 많이 교역하는 대상의 2위가 아세안이고요. 미국보다 더 많이 해요. 그리고 투자로 보면 대기업들이 워낙 미국 투자가 많아지다 보니까 한국이 해외 투자 1위 지역이 미국인데 2위가 아세안입니다. 그러니까 이미 우리하고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고 경제적으로 굉장히 밀접한데 우리가 그러한 경제적인 친밀함 내지는 가까운 거리에 비해서 우리가 알고 있는 게 너무 적었던 거죠.
◇김방희> 그렇죠. 특별한 관심들을 아주 일부 지역에 국한해서 가진 적은 있었지만 우리 경제 전반이 아세안을 주목했던 적은 많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고영경> 네, 그리고 1960년대부터 일본은 아세안 진출을 굉장히 많이 했기 때문에 동남아에서 일본 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위상이라는 것은 과거에는 어마어마했고요. 지금은 중국 기업들도 굉장히 많이 진출하고 있기 때문에 한중일과 아세안 그리고 인도까지 퍼지는 아시아 전체의 밸류체인이 굉장히 공고해지고 있고 앞으로 더 강화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김방희> 그래도 아세안이 글로벌 기업들 우리 기업들을 포함해서 이런 쪽에 더 주목받게 된 건 중국의 위기론일 텐데 보시기에 중국 위기론은 실체가 있는 겁니까, 아니면 그냥 과한 겁니까.
◆고영경> 중국 위기론은 제가 완전히 중국 전문가가 아니니까 과감하게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코로나 이전부터 중국 부동산, 금융, 건설업에 대한 문제 제기는 계속 있었죠. 뭔가 리스크 잠재요인들이 있다고 생각을 했는데. 제가 말레이시아에서 2021년에 한국으로 들어왔는데 그 이전에 말레이시아에서 한 9년 정도 대학교수 생활을 했고 아세안을 다 돌아다니면서 보면 중국 기업들이 어마어마하게 많이 진출했어요. 특히 건설이나 인프라 쪽에 많이 진출을 했는데 더 이상 국내에서 뭔가 매출을 크게 일으키기 어려운데 규모의 경제는 만들어가야 되니까 일대일로를 통해서 아세안에 굉장히 많이 진출했거든요. 그러면 그 사업들이 다 수익성이 높았느냐, 그건 아닙니다. 그런 내부적인 문제들이 또 한 축에 있는 반면에 또 테크 기업들이나 AI라든가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중국이 굉장히 앞서가고 있거든요. 그래서 중국의 위기는 두 가지 측면으로 저는 나눠져서 분명히 나타날 거다. 그래서 그러나 경착륙을 하든 연착륙을 하든 중국이 가지고 있는 쇼크는 단지 한국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아시아 벨류체인에서 동남아하고도 깊은 연관을 갖고 있기 때문에 아세안 지역에서도 상당히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김방희> 단순한 대체지역이 아니라 중국의 쇼크가 벌어질 경우에는 아세안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고영경> 수혜를 받으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요.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하면서 관광을 못 가니까 관광 의존도가 높았던 태국이나 캄보디아 같은 경우는 관광업이 아직도 원 자리를 제자리를 찾아가지 못하고 있거든요. 그리고 예를 들면 중국에서 유명한 열대과일이죠. 두리안이 굉장히 인기가 있어요. 그러면 두리안 수출이 엄청 늘어나고 가격이 폭등을 해요. 그러니까 이런 식으로 굉장히 서로 간의 시장이라든가 생산 문제에서 밀접하게 연결이 되어 있다는 것이죠.
◇김방희> 그렇군요. 그 아세안이라는 말이 우리 기업인들한테는 조금 어렵게 느껴지기도 해요. 왜냐하면 그건 하나의 지역이고 나라는 10개로 쪼개져 있는 거니까. 아니, 그렇게 말고 한 나라를 얘기해 주세요 하는 주문도 많은데 교수님은 정작 이 경우는 나라가 중요한 게 아니라 전체 지역을 봐야 된다. 이걸 강조하시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고영경> 네, 첫 번째는 우리가 한 지역을 나갈 때 예를 들면 처음에 베트남에 진출할 때는 임금이 싸다. 그다음에 미국 수출에 유리하다, 이런 이유 때문에 진출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기술이 어느 정도 들어가는 전자전기 제품들 같은 경우에는 임금 상승률은 어느 정도 버틸 수 있지만 예를 들면 봉제, 신발 이런 쪽으로 약간 그래도 뭔가 노동력 집약적인 사업들은 임금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사실은 가격 압력을 받게 되거든요. 그러면 또다시 어디론가 이동해야 되는 거예요. 계속 메뚜기를 띄워야 되는 상황이 오는데요. 그렇게 이해하기보다는 어느 제품도 한 국가에서 뭐든 소싱을 하려는 생각을 벌여야 합니다. 글로벌 기업 잘하고 있는 게 그런 거거든요. 그러니까 베트남에서 최종 생산물을 만든다 하더라도 일부 제품은 캄보디아에서 가지고 오든가 라오스에서 가져온다든가 중국에서 들여와서, 우리 지금 계속 그렇게 만들고 있는 거거든요. 사실 완제품 스마트폰이 베트남에서 최종적으로 조립이 되고 만들어지지만 그중에 일부 제품들은 한국에서도 가져가고 중국에서도 가져가서 최종적으로 거기서 조립이 되는 거예요. 그러니까 우리가 생각하는 서플라이 체인을 그 일대 배후지역까지 생각하면서 롱텀하게 긴 안목으로 가져가는 것이 맞지 이 한 국가에만 집중하면 국가적인 전략상으로서도 효율적으로 만들어내기가 어렵습니다.
◇김방희> 그래서 지역 밸류체인 RVC라는 개념이 등장했고 많은 분들이 그걸 얘기하고 계신데. 아세안이 지역 거점이 될 수 있다는 건데 한 가지 근본적인 우려는 남을 수 있죠. 왜냐하면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중국과 연계돼 있는 지역 밸류체인이라면 지금 미국은 중국을 배제한 자기들만의 리그를 만들려는 거고, 우리 입장은 모호한데 이런 쪽에 전력투구하다가 배제되는 것 아니냐, 미국이라는 가장 중요한 시장에서. 그런 느낌도 있는데, 이건 어떨까요.
◆고영경> 점점 중국에서 부품 수입을 하거나 중간재를 들여오는 것들이 줄어들고 있어요. 그리고 계속해서 다른 루트를 찾아내야 하는 것이죠. 그러니까 시장 다변화. 그리고 공급망 안정을 위한 소싱 다변화를 해야 되는 것이고요. 예를 들면 중국에서 가장 전기차를 많이 파는 회사. 비야디라는 회사가 있지 않습니까. 비야디라는 회사가 실제로 완제품을 만들어내는 해외 생산 공장 중에 아세안에 있는 데는 태국에 위치를 하고 있습니다. 태국은 오랫동안 아세안의 자동차 허브를, 위치를 가지고 있었어요. 그러니까 일본차들이 1960년대 후반부터 진출해서 거기서 완성차를 만들고 있거든요. 그러니까 거기서 완성차를 만들어야 아세안 경제공동체 안에서 관세 면제를 받습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내는데 그러면 비야디도 거기서 만들지만 이 부품은 어디서 제조를 하느냐. 베트남에 지금 공장을 만들고 있어요.
◇김방희> 만들고 있다, 추가적으로.
◆고영경> 네, 그런 식의 리저널 밸류체인을 이미 중국 기업도 가져가고 있다는 것이죠.
◇김방희> 중국도 미국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 배제될까 봐서 지역별 밸류체인. 그러니까 공급망, 공급 기지들을 만들고 있다.
◆고영경> 한국 기업들도 단 한 국가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그렇게 기업들은 실제로는 그렇게 하고 있지만 좀 더 넓은 그림으로 봐서 밸류체인을 그 지역 안에서 확산시키고 소싱이 단가를 낮춰가면서 효율성을 극대화시키는 전략이 필요하고요. 그렇게 해서 그 지역에서 생산이 됐을 때 미국이나 유럽 수출에서 유리한 부분도 있고 당연히 그리고 아세안의 소비 시장도 커지고 있잖아요. 그러니까 이 시장에서 가격 우위를 가져가려면 그 지역 내에서 분명히 생산되는 것이 관세 혜택을 받기 때문에, 무관세를 적용을 받기 때문에 그렇게 가야 된다고 봅니다.
◇김방희> 유리하다. 왜 아세안이냐 뜬금없다고 생각하실 분도 있는데 이유가 있습니다. 배경이 있습니다. 한국의 수출 판도가 중국 때문에 급격히 바뀌고 있는데 지난해 우리나라 무역수지 흑자 1위국이 베트남입니다, 베트남. 이걸 보시면서 아세안 공부하신 분으로서 그리고 아세안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해 오신 분으로서는 상당히 의미가 남달랐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어떻습니까?
◆고영경> 사실 제가 오랫동안 아세안을 우리가 주목해 봐야 되고 중국을 포기하자는 게 아니에요. 중국이나 미국 시장이 중요하지 않다는 얘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그게 중요한 만큼 우리가 너무 몰빵 전략. 소위 말하는 한 군데 너무 집중하는 전략을 쓰는 것은 글로벌 전략이 아니라는 거예요. 글로벌 기업들이 어느 위기에서라도 잘 버틸 수 있는 힘은 한 지역에 대한 의존도가 만큼 한국 기업들만큼 높지 않기 때문이거든요. 그런 점에서 아세안을 계속 강조해 왔는데 드디어 한국 기업들이 웬만하면 다 지점을 갖고 있거나 지사를 다 보내줬다는 베트남에서 이런 정도의 성과를 냈다는 건 굉장히 고무적인 시그널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이것을 해석하는 데는 두 가지 측면이 있어요. 하나는 베트남과 우리가 그만큼 경제 협력 관계가 깊어졌다는 반증이고 베트남 경제도 많이 성장한 거예요. 한국 기업도 많이 나갔고 동반성장을 했다고 볼 수 있고요. 또 한 가지는 그만큼 우리가 중국에서 지금 잘 못하고 있다. 중국하고의 관계가 나빠지고 거기서 무역 흑자를 내지 못하고 무역 적자를 보고 있다는 것 때문에 순위가 이렇게 많이 바뀌기도 한 것입니다. 그래서 두 가지 요인을 모두 고려해서 바라봐야 할 측면이 있다.
◇김방희> 그러네요. 말씀하신 것처럼 20일까지 통계니까 큰 의미는 없습니다마는 무역수지 적자가 100억 달러를 넘어섰고 3분의 1이 중국에서 발생하고 있으니까 중국과의 문제는.
◆고영경> 굉장히 심각하게 들여다봐야 하는 상황입니다.
◇김방희> 다만 베트남이 됐든 아세안 전체가 됐든 간에 중국을 대체할 만큼 무역 수지 분야에서 우리한테 도움이 될까요. 장기적으로 어떻게 보세요.
◆고영경> 장기적으로는 도움이 된다고 보고요. 지금 밝혀진 숫자 중에 베트남이 위에 있고 그다음에 미국도 있고 있는데 보면 인도가 상당히 격차가 지기는 하지만 숫자 크기로 보면 굉장히 격차가 많이 져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인도에 있어서 우리의 흑자가 굉장히 늘어나고 있어서 순위가 한 단계 올라왔습니다. 그런 점을 좀 주목해 봐야 한다는 것이죠. 그래서 좀 더 글로벌 전략을 잘 써서 우리가 가야 되는 시장 혹은 우리하고 경제협력이 중요한 시장들에 대해서 좀 더 집중하는 그런 전략은 필요하다고 봅니다.
◇김방희> 아까 중국 기업들이 동남아를 기반으로 한 지역 글로벌 체인 공급망을 만들고 있다. 그러면서 그런 사례로 비야디라는 중국 전기차 판매량 1위 업체가 베트남에 부품 공장 짓는다 하는 얘기를 하셨는데 자국 내에 짓지 않고 왜 베트남에다가 이걸 지을까요. 이건 어떤 경제적 계산이 있을까요?
◆고영경> 일단은 태국보다는 베트남이 아무래도 생산 비용이 싸게 들어가는 부분들이 있어서.
◇김방희> 아, 아세안 지역 국가 간의 비교를 통해서.
◆고영경> 그런 점이 있고 그렇지만 시장 자체는 지금 굉장히 태국 시장이 중요한 부분이 있어요. 태국도 지금 굉장히 전기차를 공급해서 시장을 늘리려는 정책적인 목표를 가지고 있고요. 그러다 보니까 베트남에서 부품 조달을 해서 태국에서 제조를 하는 방식인데요. 태국 같은 경우는 그래도 기본적으로 오랫동안 자동차 허브를 해 왔기 때문에 그 내에서의 조달 라인 이, 공급망들이 잘 갖춰져 있는 셈이죠. 그런데 우리가 제가 지금 사례를 든 건 전기차 사례를 들었지만 예를 들면 또 다른 사례로는 반도체 예를 들 수도 있습니다. 반도체 같은 경우에도 반도체를 설계하는 회사가 따로 있고 아키텍처 디자인하는 회사가 따로 있고 그다음에 대량 제조를 하는 회사가 있고 또 후공정이라고 해서 테스팅해서, 패키징해서 수출하는 지역이 따로 있잖아요. 그런데 반도체 같은 경우에는 크기가 크지 않기 때문에 글로벌하게 퍼져 있다는 거예요. 그래서 후공정 같은 경우는 어느 나라가 굉장히 잘 하느냐. 말레이시아가 후공정에서는 굉장히 큰 위치를 차지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코로나 때 우리가 신차가 안 나왔잖아요. 칩이 없어서 차를 못 만들었거든요. 그 신차를 만드는 데 들어가는 반도체 칩. 그러니까 이 자동차에 들어가는 반도체 칩은 아주 우리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반도체 칩하고는 좀 달라요. 이 반도체 칩이 말레이시아에서 공장 셧다운하면서 코로나 때문에 생산이 제대로 안 된 거예요.
◇김방희> 그러네요. 그러니까 베트남이라는 나라를 생각하면 또 하나의 감정이 떠오르는 게 우리가 향후 무역수지 흑자를 누릴 국가다 하는 점도 있지만 제2의 중국이다. 물론 규모는 차원이 다르지만 그런 생각이 들고 그러면 우리가 중국의 많은 산업에서 쫓겼듯이 쫓기지 않겠느냐 하는 걱정도 있거든요, 추격자니까. 당장 이번 CES에서도 보니까 베트남 차량 기업 상당히 각광을 받고 있던데 차를 그럴듯하게 잘 만들어서 많은 분들이 한국의 경쟁자가 되는 게 아니냐 하는 우려도 하던데 어떻습니까?
◆고영경> 저는 베트남의 전기차는 언젠가 잘 만들 수 있겠죠. 지금도 괜찮게 나왔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자동차라는 것은 우리가 보통 생활에서 사는 소비하는 제품 중에 가장 비싼 제품이에요. 안전하고도 연관이 되고요. 그리고 또 애프터서비스도 굉장히 중요해요. 사후 관리라든가 그리고 중고차의 밸류라든가. 그런 점을 다 고려한다면 지금 베트남이 차량을 만든다고 해서 현대차의 위협이 될 때까지는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어요. 오히려 현대차가 지금 그 시장에서 전기차로 만약에 경쟁을 한다면 저는 이제는 중국차를 오히려 조금 더 견제해야 되는 부분이 있어요. 그런데 중국차도 사실 세그멘테이션은 좀 다릅니다. 훨씬 더 소형이라든가 저가의 자동차 섹터고요. 현대차가 바라보는 섹터는 그것보다는 좀 고가에 이런 형태이기 때문에 전기차 세그멘테이션도 좀 다르다고 봐요. 그런데 전체적으로 그냥 자동차 시장이라는 것만 놓고 본다면 일본차가 워낙 동남아시아에서는 압도적이죠.
◇김방희> 우리 차를 찾아보기가 힘들었었잖아요, 사실.
◆고영경> 그리고 거기에 생산 공장이 없었기 때문에 가격에서도 경쟁력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인도네시아 같은 경우에는 일본 브랜드의 자동차가 시장의 거의 98%를 장악하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김방희> 삼성이 대표적이고, 베트남 진출 기업 중에는. 베트남에서는 공공연하게 우리가 중국에 대해서 느끼듯 삼성이 베트남 경제 성장을 이끌었다 하는 얘기들도 하는데. 그밖에도 우리 기업들 5000여 곳 이상 진출을 했던데, 삼성 외에 주목할 만한 기업들도 나타나고 있습니까?
◆고영경> 그렇죠. 사실은 한국에서 너무 삼성의 입지가 압도적이다 보니까 베트남 수출의 20% 이상을 담당하고 있으니까 압도적이어서 그런데요. 효성, 효성도 굉장히 많이 들어가 있어요. 굉장히, 삼성에 의해서 투자를 가장 많이 했던 기업이고요. 그다음에 LG의 가전이라든가 이런 경우도 다 들어가 있고. 또 식품 중에서는 한국의 대표적인 오리온이라든가 이런 기업들이 잘하고 있고요. 그래서 소비재부터 유통까지 굉장히 여러 군데 회사들이 다 들어가 있고, 심지어 IT 그다음에 네이버 이런 회사들도 들어가서 새로운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리고 최근에는 금융기관들도 많이 들어갔는데, 이미 오래전에 들어갔던 신한은행 같은 경우에는 베트남에서 상당히 입지를 굳건히 쌓은 외국계 은행 중에서는 1위를 하고 있습니다.
◇김방희> 그렇군요. 청취자 박봉자 님이 생산 기지라는 측면에서 중국의 대체 국가로 인도는 어떨까요, 인도가 임금 면에서는 아직도 경제적으로 말이 되는 것 같은데요 해 주셨는데.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주시기 전에 지금 최근에 인도를 포함해서 베트남, 브라질 같은 신흥시장, 아까 이머징 마켓 펀드들 수익률이 괜찮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관심들이 부쩍 높아졌는데. 인도는 어때요. 인도는 적어도 아세안은 아니잖아요.
◆고영경> 아세안은 아니지만 한국에서는 과거에 신남방 정책이 있었고, 이번 새 정부에 들어서는 인도 태평양 전략이라는 걸 내세우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한국 정부 입장에서도 우리가 손을 굳건히 잡고 가야 되는, 이미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천명한 지는 오래됐고요. 저희가 손을 잡고 같이 성장해야 되는 국가나 지역으로 인식을 하고 있어요. 그래서 인도도 중요성이 있는 나라인데. 인도 같은 경우는 아시다시피 앞으로는 제1의 인구 대국이 될 것이고, 이미 됐다라고 보기도 하죠. 그리고 아직 임금도 경쟁력이 있다고 봐요. 그런데 많은 기업들이 인도를 가는 것은 어떤 경우에는 시기상조일 수도 있고요. 이미 준비를 좀 더 많이 해서 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세안이 이렇게 가깝고 우리랑 교역과 투자에 있어서 2위에 관계를 맺고 있음에도 아세안에 대한 연구가 부족하고, 아세안을 잘 모르는데 인도는 과연 얼마큼 나갈 준비가 되어 있는가 훨씬 더 규제가 복잡합니다. 거기 지역별로 규제가 또 달라요. 그러니까 이런 부분들을 가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가 아니고요. 충분히 연구하고 준비하면서 나가야 되고, 이미 들어갔던 기업들의 성공 사례, 실패 사례를, 왜 잘했고 뭐가 문제였는가 여기에 대한 연구를 충분히 하고 나가셨으면 좋겠어요.
◇김방희> 또 현지에 진출한 분들 얘기를 들어보면 제 주변분들이니까, 표본은 제한적이지만 인프라 문제를 거론하는 분도 있고. 또 소비자의 정서 자체가 굉장히 힌두교 민족주의적이어서 조금 염려스럽다고는 하더군요.
◆고영경> 그렇지만 전 세계 어느 시장이라고 쉬운 해외 지역은 저는 단 한 군데도 없는 것 같아요. 중국도 처음 진출할 때 쉽지는 않았습니다.
◇김방희> 고려대 아세안센터의 고영경 연구 교수와 함께 포스트 차이나 시대에 대한 지역 기상도를 그리고 있는데요. 다만 인도가 최근에 더 주목받았던 이유는 애플이 아이폰 생산 기지를 인도로 옮기면서 사실상 중국 대신 인도를 선택하는 게 아니냐, 물론 아직까지 비중은 미미합니다마는 그런 얘기들이 나오던데. 애플 같은 회사는 왜 인도를 선택했을까요.
◆고영경> 인도는 가야 되는 시장이라는 점은 분명하죠. 인구가 많고 그다음에 소득 수준이 높은 사람들은 어디나 브랜드를 중요시 여기니까요. 또 한 가지는 인도에서 메이크 인도라는 그런 정책을 하면서 외국 기업들의 투자 유치하기 위해서 굉장히 많은 노력을 했어요. 그리고 특히 스마트폰, 전자제품에 대해서는 들어오면 각종 세제 혜택부터 지원책을 마련해 주는 정책들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의미에서라도 인도를 가지 않을 수 없었던 거죠.
◇김방희> 우리도 아까 말씀해 주신 스마트폰 분야에서 삼성전자가 인도에서 생산하기 시작하면서 수출을 꽤 하던데. 그러니까 인도의 외국 기업이나 자본 유치 흐름이 1990년대 중국이 그랬던 것처럼 지금 굉장히 확산되고 있는 모양이죠.
◆고영경> 굉장히 확산되고 있는 게 모디 총리가 두 번째 재선이 되면서 굉장히 강조하고 있는 부분은 역시 경제 성장이에요. 경제 성장을 하려면 투자가 유입이 되면서 고용이 창출이 돼야 되는데 자국 내에서의 자본 축적도 굉장히 중요하지만 외국 기업들이 결국은 적극적으로 들어와야 되는데, 저가의 노동만 보고 들어오는 것보다 그래도 뭔가 우리가 나중에 기술을 이전받거나 새로운 기술의 생태계를 만들 수 있는 기업들이 들어오기를 원하는 거죠. 그러니까 어느 지역에 가더라도 전 세계 어느 나라를 가더라도 삼성전자가 진출한다는 데 싫어하는 나라는 없을 거예요. 그런 기업들을 유치하기 위해서 인도 정부가 굉장히 많은 노력을 하고 있고, 그리고 인센티브도 많이 주고 있다 보니까 여기에 대표적인 주자로 삼성과 애플이 눈에 띄었던 거죠. 그래서 이 이외에 여러 다른 기업들도 굉장히 많이 진출을 하고 있고, 진출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김방희> 최근에 자동차 업계의 큰 이슈 중에 하나는 현대, 기아가 인도 시장 같은 데서 비교적 선방하고 있다, 그래서 다른 중국 시장 같은 데서 사실상 밀려난 것에 비하면 인도가 대안이 돼 주고 있다 이런 지적도 나오는데. 실제 그렇습니까?
◆고영경> 월별로 연간 통계하고는 조금 틀린데요. 월별로 판매량이 나오는데 중간 중간 현대차가 1위를 했던 그런 순간들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굉장히 고무적인 거죠. 지금까지 인도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자동차 시장의 45%, 4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회사는 일본의 스즈키입니다. 이 스즈키가 일찍이 진출해서 인도 시장에 맞는 소형차 위주로 영업을 굉장히 잘해 왔어요. 그래서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제 새로운 브랜드, 좀 더 고급차 이런 시장들이 커지고 있는 와중에 현대가 들어가서 영업을 잘 하고 있는 사례가 되고 있습니다.
◇김방희> 우리로서는 믿고 싶지 않겠지만 테슬라의 기가팩토리라고 하는 공장 후보지로 우리와 인도네시아가 붙었던 적이 있었고, 우리 대통령도 나서서 일론 머스크가 우리를 후보지, 유력 후보지로 거론하고 있다 하는 얘기도 나왔는데. 외신을 보니까 인도네시아로 사실상 낙점이 됐다 하는 보도가 나오던데.
◆고영경> 확정은 아니고요. 가능성이 높다고 이야기를 하는 거죠. 사실은 한국만 세일즈를 열심히 한 게 아니고 인도네시아의 조코 위 대통령이 전에 미국 방문을 해서 아예 일론 머스크를 만나러 갔어요. 그래서 둘이서 환담을 하면서 가급적이면 인도네시아로 진출을 해 달라는 이야기를 했는데 인도네시아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두 가지 측면이 있죠. 하나는 2억 8000만 명에 달하는 인구,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차도 바꿔야 될 때가 왔고요. 지금까지는 일본차가 압도적인 우위를 가지고 있지만 일본차는 아시다시피 하이브리드에 집중했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전기차 시대에서 중국 전기차라든가 아니면 한국의 전기차, 현대자동차가 이 시장이 변화하는 시장에서 먼저 선점을 하겠다. 그래서 현대자동차도 인도네시아의 공장을 세운 거고 그 시장을 테슬라도 보고 있는 겁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측면은 니켈 보유량이 1위죠. 전 세계 1위의 보존량을 가지고 있는 인도네시아이기 때문에 이 니켈이라는 건 배터리에서 가장 중요한 자원 중에 하나거든요. 그런데 니켈의 원광 수출을 금지를 했어요. 왜냐하면 우리가 원광을 팔면 별로 국내 부가가치가 안 남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원광을 최소한 제련해서 갖고 나가라. 아니면 가장 좋은 방법은 우리 국가 안에, 인도네시아 안에 배터리와 전기차에 이어지는 밸류체인을 만들고 싶은 것입니다. 그게 인도네시아 정부의 목표고요. 그러다 보니까 현대차도 진입을 했고, 시장도 있고, 자본도 있고, 그래서 현대차가 들어갔고 현대차가 들어가니까 배터리를 만드는 LG 에너지 솔루션도 지금 플랜트를 짓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테슬라 입장에서 보기에도 여기는 여기서 생산을 해서 아시아 전체를 커버할 수도 있고요. 배터리를 공급받기에도 충분한, 그런 서플라이 체인이 갖춰져 있다고 본 것이죠.
◇김방희> 아까 처음에 말씀해 주신 아세안의 잠재력으로 다시 얘기가 돌아가네요. 자원이라는 게 니켈, 특히 전기차에서 워낙 중요한 부분이니까 상당한 무기가 되는 거군요. 공급망에서 이걸 지속적으로,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다는 게
◆고영경> 그렇죠. 우리로 보기에는 그들이 무기화하고 리스크 요인이 되지만 또 그들 입장에서 보면 과거에는 원광 수출로 별로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못했고 기술을 습득할 수 있는 기회가 적었는데 이제는 좀 더 영리한 방식으로 자국 산업을 키우기 위해서 자원을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싶어지는 그런 요인들이 강력하게 정책적으로도 이어지고 있는 과정입니다.
◇김방희> 1997년 동남아에서 시작됐던 동아시아 외환위기에 태국, 말레이시아들이 아주 집중적으로 휘말려서 어려움을 겪었죠. 그 당시에는 사실 말레이시아가 우리나라처럼 고도성장을 한다는 전망이 많았는데 그 후에 말레이시아는 거기서 일하시고 공부하신 고 교수님한테는 죄송한 얘기인데 약간 잊힌 국가처럼 됐었는데.
◆고영경> 네, 맞습니다.
◇김방희> 그런데 최근에 다시 주목하라는 이유는 뭡니까?
◆고영경> 사실 말레이시아는 가지고 있는 굉장한 장점들이 있습니다. 이제 첫 번째로는 자연재해가 거의 없어요. 지진, 태풍, 화산이 없어요. 그러니까 입지가 굉장히 중요한 플랜트들은 그런 조건들을 완벽하게 갖추고 있는 것이고요. 그리고 인프라가 굉장히 잘 갖춰져 있습니다. 우리가 생각할 때는 말레이시아가 그동안 무슨 성장을 했지라고 생각을 하겠지만 1인당 국민소득이 1만 2000불이에요. 그러니까 싱가포르, 브루나이 다음으로 잘 사는 지역이거든요. 구매력으로 따지면 훨씬 더 높습니다. 그리고 영국 식민지였기 때문에 영어와 말레이시아어를 공용으로 쓰고 모든 제도적인 것들이 영미식 기준에 잘 맞춰져 있어요. 그러니까 외국 기업들이 들어갔을 때 이런 여러 가지 복잡다단한 문제들이 사실 그런 비용들이 굉장히 적어지는 측면이 있습니다. 그리고 어디, 아세안 어디를 가든지 2시간, 3시간 이내에 다 커버가 되는 지리적인 이점, 그리고 인도까지도 굉장히 가까운 거리에 있어요. 그리고 인도계가 굉장히 많기 때문에 다국적 기업들은 말레이시아에 있는 인도계 사람들을 인도로 파견한다든가 이런 활용 거점으로도 굉장히 잘 쓰고 있습니다.
◇김방희> 어떻게 보면 동북아시아의 호랑이들이 경제 성장을 할 때 홍콩이나 싱가포르에 한 역할을 동남아가 비상할 때 말레이시아가 할 수 있다.
◆고영경> 그리고 싱가포르에 점점 더 비용이 비싸지다 보니까 거기를 대체하는 지역으로도 가져가고 있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우리가 알게 모르게 반도체 산업이 제가 있다고 말씀을 드렸잖아요. 그래서 말레이시아 페락 같은 곳에서는 인테리어나 이런 예전부터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굉장히 많이 들어가 있었어요. 그리고 최근에는 한국 기업도 공장을 문을 열었습니다.
◇김방희> 다만 이 동남아 지역은 이미 열강의 긴장 상태가 계속 생존하는 지역이거든요. 중국도 중국 알셉이라는 걸 통해서 경제협력 관계를 맺고 있고 트럼프 시기에 미국이 빠지긴 했습니다마는 일본 등이 주도하고 있는 CPTPP라는 것도 있고 또 미국은 바이든 행정부 들어서 다시 IPEP라는 거, 이름은 복잡한데 쉽게 얘기해서 이 지역을 대상으로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그러다 보면 나중에 복잡해지지 않을까요?
◆고영경> 저는 오히려 반대로 그런 판도 속에서 아세안이 주목받고 중요성이 훨씬 더 높아진 거예요. 왜냐하면 국제 외교 무대라든가 아니면 공급망 차원에서도 마찬가지고요. 안보 측면에서도 모든 선박들이 중동에서 태평양으로 나갈 때 이 길을 거쳐야 되는 지역이거든요. 누구도 뺏기고 싶지 않죠. 그렇지만 누구도 점유하는 순간 한쪽은 피해를 보게 되는 지역이에요. 아세안 개별 국가들은 큰 힘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더 이상 휘둘리지 말자고 만들어낸 게 동남아시아 국가연합 아세안이 된 거거든요. 그래서 1967년에 처음 만들어진 거예요. 그래서 이들은 중국 편도 아니고 확실히 미국 편도 아니에요. 그러다 보니까 오히려 중간에서 가지고 있는 그런 밸류가 점점 더 높아진 거죠. 중국도 이들과 가까이 지내고 싶고요. 미국도 여기를 놓치고 싶지 않은 지역이에요. 그래서 서로 더 공을 많이 들리고요. 그런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아세안 국가들은 남중국해 문제 가지고는 중국이랑 대립하기도 하지만 경제적으로는 잘 협력하는 거예요. 그렇다고 완전히 중국 편에 서지 않습니다. 그리고 외국 기업들 누구 기업이라도 우리에게 필요한 기업이면 얼마든지 들어와라 이런 자세거든요.
◇김방희> 마지막으로 첫 질문으로 돌아가죠. 많은 기업인들이 던진 그 질문에 대한 답을 해 주셔야 되는데 포스트 차이나, 중국은 설령 지금 빠져나가지 않더라도 빠져나갈 계획을 세우고 있는 단계인데 그러면 포스트 차이나 지역도 좋지만 한 나라를 꼽으라면 어디를 꼽아주시겠습니까?
◆고영경> 전기, 전자, 제조업 측면에서는 베트남이 맞고요. 그다음에 아까 말씀드린 대로 자원이 연결된 부분에 있어서는 인도네시아를 거점으로 삼는 게 맞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처음부터 계속 말씀을 드렸지만 한 국가에서 모든 것을 끝내려고 하는 전략이 아니라 전체를 아우르는, 지역 전체를 바라볼 수 있는 롱텀만, 장기간의 전략을 가지고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김방희> 한 나라의 오인하는 것이 가진 위험성을 또 우리가 중국에서 지난 30년간 배우기도 했기 때문에 그런 말씀을 해 주신 것 같습니다.
◆고영경> 또 한 가지만 좀 덧붙이자면 아세안과 인도를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아세안에서도 잘할 수 없는 기업이 더 힘든 인도 가서 잘하기는 저는 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김방희> 준비 단계로 아세안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알겠습니다 고려대 아세안 센터 고영경 연구교수였습니다. 고맙습니다.
◆고영경>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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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공예감] 생산기지로서 인도보다 아세안에 주목해야하는 이유 - 고영경 고려대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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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3-01-25 15:56:22
- 수정2023-01-27 09:2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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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자료의 저작권은 KBS라디오에 있습니다.
전문 게재나 인터뷰 인용 보도 시,
아래와 같이 채널명과 정확한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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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세계 글로벌 기업, 중국을 벗어나 대체지로 찾은 지역은 아세안
- 공급망 안정성 문제 등 자원이 있는 지역 중요... 여기에 제조업 기반, 인구 성장률, 소득 수준 증가 등 아세안 부상
- 10개국으로 나뉘어진 아세안, 각국보다는 전체 지역을 봐야... 하나의 제품은 각국을 거치며 최종적으로 조립되기 때문
- 아세안 시장에서 가격 우위를 가지려면 지역 내에서 생산하고 관세혜택 받아야
- 지난해 무역수지 흑자국 1위 베트남, 한베 경제 협력 깊어진 측면과 중국 적자 요인 모두 고려해야
- 삼성을 비롯해 소비재부터 유통까지 다양한 국내 기업들 베트남 진출
- 인도는 지역별로도 규제가 다 달라... 기존 성공 실패 사례들 충분히 연구한 뒤에 현지 진출 해야
- 인도 외국 기업이나 자본 유치 확산... 각종 인센티브 주면서 기술 생태계 만들 수 있도록 인프라 마련
- 인도네시아 니켈 보유량 1위, 배터리 중요 자원으로 전기차 기업들에게 매력적인 국가
- 말레이시아 동남아 거점지, 영미식 기준에 맞춰진 제도, 국민소득 성장 등 장점
- 아세안은 정치적 구도를 떠나서 경제적으로 이익이 있으면 협력... 미국, 중국을 비롯해 많은 국가들 탐내
- 전자 등 제조업은 베트남, 자원 필요한 기업은 인도네시아를 거점으로 삼으면 유리... 전체 아세안을 아우르는 전략 필요
■ 프로그램명 : 성공예감 김방희입니다
■ 방송시간 : 1월 25일(수) 09:05-10:53 KBS1R FM 97.3 MHz
■ 진행 : 김방희 소장(생활경제연구소)
■ 출연 : 고영경 연구교수(고려대 아세안센터)
◇김방희> 중국이 심상치 않습니다. 세계의 공장이라고 불리던 중국에서 저성장의 징후가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인구가 준다는 소식은 전해드렸고요. 인구 대국 1, 2위 순서가 올해 혹은 내년까지 바뀔 거다, 중국에서 인도로. 이런 소식도 전해졌습니다. 지난해 목표치는 성장률이 5.5였는데 시장은 대개 3.3 정도를 전망했는데 결국 정부의 발표치는 3.0에 머물렀습니다. 성장률이 완연히 위축되고 있죠. 물론 제로 코로나 봉쇄 정책이 완화가 되면서 그동안 제로 코로나 기간 중에 워낙 소비 투자를 안 하고 쌓아놓은 저축이 많아서 이것의 소비 투자를 정부가 유도하려고 한다, 경기회생책으로. 그 과정에서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가능성도 나오고 있습니다. 하나같이 중국과 관련해서는 밝은 소식보다는 어려운 소식들이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중국을 생산 기지로 동시에 시장으로 기회를 맞았던 우리 기업들 탈중국 속도도 빨라지고 있습니다. 글로벌 기업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제 관심은 중국을 대체할 나라나 지역이 어디냐, 이런 건데 많은 기업들이 동남아, 아세안으로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고려대 아세안 센터 연구교수이신 고영경 교수님과 함께 새로운 시장으로 떠오르는 아세안 어떤 매력이 있는지 그리고 아까 인도, 베트남과의 경쟁력 차이랄까요. 이런 것들도 살펴드리겠습니다. 기업하시는 분들은 아마 관심들을 많이 가지실 수밖에 없는 이슈가 아닌가 싶은데요. 고 교수님 어서 오십시오.
◆고영경> 네, 안녕하세요.
◇김방희> 중국 떠났거나 이미 떠나려고 결심하시는 분들이 어디로 가면 좋을까 하는 질문들을 교수님한테 많이 하실 것 같은데요.
◆고영경> 제일 많이 받는 질문이 포스트 차이나, 어디로 가면 좋으냐 이런 질문 정말 많이 하시는데요. 업종에 따라서 조금 다를 수는 있겠지만 전 세계적으로 모든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을 벗어나서 대체지로 찾은 지역은 아세안이 1번입니다.
◇김방희> 아세안이 1번이다.
◆고영경> 인도도 많이 가기는 하지만 인도만 가는 경우는 거의 없고요. 대체로는 아세안과 인도를 동시에 가든지 아세안을 먼저 가고 그다음에 인도를 진출하거나 이런 전략들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김방희> 다만 한 가지 걱정인 건 저도 비슷한 질문을 많이 받는데 지난 30년간 중국을 우리가 두 가지 측면에서 활용했죠. 생산기지로서 그리고 또 시장으로서. 그래서 굉장히 많은 걸 누려온 게 사실이잖아요. 무역수지 흑자라는지. 그런 기대를 똑같이 갖고 그런 지역으로 가는 게 합리적인가에 대한 의문은 들던데요.
◆고영경> 제가 늘 강연을 하거나 기업 컨설팅을 할 때 말씀을 드리는 게 중국에서 너무 오랫동안 우리가 단맛을 본 거예요. 사실은 중국은 우리가 처음에는 그냥 저임금 노동 시장, 여기를 바라보고 들어갔는데 소비시장도 마구 커지면서 우리가 생산기지로 또 소비시장으로서 굉장히 좋은 성과를 누려왔습니다. 그런데 중국처럼 높은 10%, 이런 정도의 성장률을 오랫동안 구가하는 나라가 과연 또 다른 국가가 나오겠는가, 거기에 대해서는 누구나 아마도 그런 나라가 다시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을 할 것 같아요. 그러면 우리가 아세안을 볼 때도 중국하고 비교해서 중국처럼 10%의 성장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전 세계를 봤을 때 이머징 국가에서만 비교를 해 보자라는 거죠. 그러면 이머징 국가 사이에서 비교했을 때는 굉장히 정치적으로도 안정되어 있고 높은 경제성장률을 오랫동안 유지하고 있는 지역으로서는 단연 아세안을 능가할 지역은 따로 없을 것이라고 이야기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방희> 그러니까 교수님이 아세안에 대해서 특별한 관심을 가지게 된 것도 포스트 차이나 후보로서는 그래도 가장 기대가 되는 곳이기 때문입니까? 아니면 특별한 계기가 있었습니까?
◆고영경> 저는 사실 학부 때 사회학을 전공을 했었는데요. 그때부터 제3세계에 관심을 가져서 대학원 때 우리가 이머징 마켓 중에서 어디를 볼 거냐, 그래서 좀 지리적으로 가까운 아세안을 지역을 봤고요. 그래서 석사 논문을 제가 인도네시아 대기업 집단 소유 구조를 썼었습니다. 그래서 상당히 오랫동안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 왜냐하면 굉장히 역동성이 있고 잠재력이 있는데 한국하고 굉장히 비슷하게 성장할 것 같았지만 그렇지 않았거든요. 어떤 점이 비슷하고 어떤 점이 차이가 있는가, 그런데 이제 정말로 잠재력만 있다고 평가됐던 지역들이 실질적인 성장의 선순환의 고리에 들어가지 않았나, 이렇게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김방희> 그러면 과거의 잠재력은 높이 평가됐지만 동남아 지역이 경제성장의 결실을 누리지 못한 이유는 뭐고 최근에 이게 잠재력이 폭발할 가능성이 높아진 배경은 뭡니까.
◆고영경> 첫 번째는 좋은 성장률을 유지하다가 똑같이 1997년에 아시아 금융위기를 맞게 됩니다. 그런데 그 이전에도 사실은 자원도 우리보다 많았고 인구도 많았고 그런 수입 대체화 전략을 쓰면서 우리랑 차이가 지게 되죠. 그리고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에 한국은 기술을 기반으로 한 발전 전략 그리고 우리에게는 가까운 중국이 있었어요. 그거에 비하면 그쪽 지역은 아세안 지역은 상대적으로 중국의 혜택을 그 당시에는 받지 못했고 그리고 또 위기를 벗어나는 데 우리보다는 더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래서 그런 차이가 졌는데 지금은 다시 글로벌 밸류체인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위상이 그동안 급격하게 커졌잖아요. 그런데 다시 글로벌 밸류체인이 넓어지는 와중에 아세안도 들어가 있는 참여도가 굉장히 높아졌고요. 다시 중국보다 다른 지역들로 퍼져나가는 순간에서 아세안이 다시 기회를 잡게 되는 시점이라고 보여집니다. 무엇보다 우리가 생각할 때 자원이라는 게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됐어요.
◇김방희> 과거에는 자원이 오히려 축복이 아니라 저주의 대상이었는데.
◆고영경> 지금은 다시 자원이 공급망 안정성 문제 때문에 받을 자원이 있는 지역으로 나가고 있지 않습니까. 배터리 문제만 보더라도 그렇게 되다 보니까 자원도 가지고 있고 제조업 기반도 있고 많은 인구의 성장률이 높아지다 보니까 소득 수준이 높아지니까 소비시장의 크기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아세안이 그런 점에서 다시 부상하고 있다는 데는 많은 연구자들이 동의를 하고 있습니다.
◇김방희> 동남아 10개국 모임으로 확대가 됐는데. 베트남, 싱가포르까지 다 포함해서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등. 여기에 늘 아세안 플러스 3 하면서 한중일이 들어가더군요. 그러다 보니까 우리나 동아시아, 동북아시아하고도 비교적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 지역이죠.
◆고영경> 매우 밀접한 관계죠. 사실은 한국이 가장 많이 교역하는 대상의 2위가 아세안이고요. 미국보다 더 많이 해요. 그리고 투자로 보면 대기업들이 워낙 미국 투자가 많아지다 보니까 한국이 해외 투자 1위 지역이 미국인데 2위가 아세안입니다. 그러니까 이미 우리하고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고 경제적으로 굉장히 밀접한데 우리가 그러한 경제적인 친밀함 내지는 가까운 거리에 비해서 우리가 알고 있는 게 너무 적었던 거죠.
◇김방희> 그렇죠. 특별한 관심들을 아주 일부 지역에 국한해서 가진 적은 있었지만 우리 경제 전반이 아세안을 주목했던 적은 많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고영경> 네, 그리고 1960년대부터 일본은 아세안 진출을 굉장히 많이 했기 때문에 동남아에서 일본 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위상이라는 것은 과거에는 어마어마했고요. 지금은 중국 기업들도 굉장히 많이 진출하고 있기 때문에 한중일과 아세안 그리고 인도까지 퍼지는 아시아 전체의 밸류체인이 굉장히 공고해지고 있고 앞으로 더 강화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김방희> 그래도 아세안이 글로벌 기업들 우리 기업들을 포함해서 이런 쪽에 더 주목받게 된 건 중국의 위기론일 텐데 보시기에 중국 위기론은 실체가 있는 겁니까, 아니면 그냥 과한 겁니까.
◆고영경> 중국 위기론은 제가 완전히 중국 전문가가 아니니까 과감하게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코로나 이전부터 중국 부동산, 금융, 건설업에 대한 문제 제기는 계속 있었죠. 뭔가 리스크 잠재요인들이 있다고 생각을 했는데. 제가 말레이시아에서 2021년에 한국으로 들어왔는데 그 이전에 말레이시아에서 한 9년 정도 대학교수 생활을 했고 아세안을 다 돌아다니면서 보면 중국 기업들이 어마어마하게 많이 진출했어요. 특히 건설이나 인프라 쪽에 많이 진출을 했는데 더 이상 국내에서 뭔가 매출을 크게 일으키기 어려운데 규모의 경제는 만들어가야 되니까 일대일로를 통해서 아세안에 굉장히 많이 진출했거든요. 그러면 그 사업들이 다 수익성이 높았느냐, 그건 아닙니다. 그런 내부적인 문제들이 또 한 축에 있는 반면에 또 테크 기업들이나 AI라든가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중국이 굉장히 앞서가고 있거든요. 그래서 중국의 위기는 두 가지 측면으로 저는 나눠져서 분명히 나타날 거다. 그래서 그러나 경착륙을 하든 연착륙을 하든 중국이 가지고 있는 쇼크는 단지 한국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아시아 벨류체인에서 동남아하고도 깊은 연관을 갖고 있기 때문에 아세안 지역에서도 상당히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김방희> 단순한 대체지역이 아니라 중국의 쇼크가 벌어질 경우에는 아세안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고영경> 수혜를 받으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요.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하면서 관광을 못 가니까 관광 의존도가 높았던 태국이나 캄보디아 같은 경우는 관광업이 아직도 원 자리를 제자리를 찾아가지 못하고 있거든요. 그리고 예를 들면 중국에서 유명한 열대과일이죠. 두리안이 굉장히 인기가 있어요. 그러면 두리안 수출이 엄청 늘어나고 가격이 폭등을 해요. 그러니까 이런 식으로 굉장히 서로 간의 시장이라든가 생산 문제에서 밀접하게 연결이 되어 있다는 것이죠.
◇김방희> 그렇군요. 그 아세안이라는 말이 우리 기업인들한테는 조금 어렵게 느껴지기도 해요. 왜냐하면 그건 하나의 지역이고 나라는 10개로 쪼개져 있는 거니까. 아니, 그렇게 말고 한 나라를 얘기해 주세요 하는 주문도 많은데 교수님은 정작 이 경우는 나라가 중요한 게 아니라 전체 지역을 봐야 된다. 이걸 강조하시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고영경> 네, 첫 번째는 우리가 한 지역을 나갈 때 예를 들면 처음에 베트남에 진출할 때는 임금이 싸다. 그다음에 미국 수출에 유리하다, 이런 이유 때문에 진출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기술이 어느 정도 들어가는 전자전기 제품들 같은 경우에는 임금 상승률은 어느 정도 버틸 수 있지만 예를 들면 봉제, 신발 이런 쪽으로 약간 그래도 뭔가 노동력 집약적인 사업들은 임금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사실은 가격 압력을 받게 되거든요. 그러면 또다시 어디론가 이동해야 되는 거예요. 계속 메뚜기를 띄워야 되는 상황이 오는데요. 그렇게 이해하기보다는 어느 제품도 한 국가에서 뭐든 소싱을 하려는 생각을 벌여야 합니다. 글로벌 기업 잘하고 있는 게 그런 거거든요. 그러니까 베트남에서 최종 생산물을 만든다 하더라도 일부 제품은 캄보디아에서 가지고 오든가 라오스에서 가져온다든가 중국에서 들여와서, 우리 지금 계속 그렇게 만들고 있는 거거든요. 사실 완제품 스마트폰이 베트남에서 최종적으로 조립이 되고 만들어지지만 그중에 일부 제품들은 한국에서도 가져가고 중국에서도 가져가서 최종적으로 거기서 조립이 되는 거예요. 그러니까 우리가 생각하는 서플라이 체인을 그 일대 배후지역까지 생각하면서 롱텀하게 긴 안목으로 가져가는 것이 맞지 이 한 국가에만 집중하면 국가적인 전략상으로서도 효율적으로 만들어내기가 어렵습니다.
◇김방희> 그래서 지역 밸류체인 RVC라는 개념이 등장했고 많은 분들이 그걸 얘기하고 계신데. 아세안이 지역 거점이 될 수 있다는 건데 한 가지 근본적인 우려는 남을 수 있죠. 왜냐하면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중국과 연계돼 있는 지역 밸류체인이라면 지금 미국은 중국을 배제한 자기들만의 리그를 만들려는 거고, 우리 입장은 모호한데 이런 쪽에 전력투구하다가 배제되는 것 아니냐, 미국이라는 가장 중요한 시장에서. 그런 느낌도 있는데, 이건 어떨까요.
◆고영경> 점점 중국에서 부품 수입을 하거나 중간재를 들여오는 것들이 줄어들고 있어요. 그리고 계속해서 다른 루트를 찾아내야 하는 것이죠. 그러니까 시장 다변화. 그리고 공급망 안정을 위한 소싱 다변화를 해야 되는 것이고요. 예를 들면 중국에서 가장 전기차를 많이 파는 회사. 비야디라는 회사가 있지 않습니까. 비야디라는 회사가 실제로 완제품을 만들어내는 해외 생산 공장 중에 아세안에 있는 데는 태국에 위치를 하고 있습니다. 태국은 오랫동안 아세안의 자동차 허브를, 위치를 가지고 있었어요. 그러니까 일본차들이 1960년대 후반부터 진출해서 거기서 완성차를 만들고 있거든요. 그러니까 거기서 완성차를 만들어야 아세안 경제공동체 안에서 관세 면제를 받습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내는데 그러면 비야디도 거기서 만들지만 이 부품은 어디서 제조를 하느냐. 베트남에 지금 공장을 만들고 있어요.
◇김방희> 만들고 있다, 추가적으로.
◆고영경> 네, 그런 식의 리저널 밸류체인을 이미 중국 기업도 가져가고 있다는 것이죠.
◇김방희> 중국도 미국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 배제될까 봐서 지역별 밸류체인. 그러니까 공급망, 공급 기지들을 만들고 있다.
◆고영경> 한국 기업들도 단 한 국가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그렇게 기업들은 실제로는 그렇게 하고 있지만 좀 더 넓은 그림으로 봐서 밸류체인을 그 지역 안에서 확산시키고 소싱이 단가를 낮춰가면서 효율성을 극대화시키는 전략이 필요하고요. 그렇게 해서 그 지역에서 생산이 됐을 때 미국이나 유럽 수출에서 유리한 부분도 있고 당연히 그리고 아세안의 소비 시장도 커지고 있잖아요. 그러니까 이 시장에서 가격 우위를 가져가려면 그 지역 내에서 분명히 생산되는 것이 관세 혜택을 받기 때문에, 무관세를 적용을 받기 때문에 그렇게 가야 된다고 봅니다.
◇김방희> 유리하다. 왜 아세안이냐 뜬금없다고 생각하실 분도 있는데 이유가 있습니다. 배경이 있습니다. 한국의 수출 판도가 중국 때문에 급격히 바뀌고 있는데 지난해 우리나라 무역수지 흑자 1위국이 베트남입니다, 베트남. 이걸 보시면서 아세안 공부하신 분으로서 그리고 아세안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해 오신 분으로서는 상당히 의미가 남달랐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어떻습니까?
◆고영경> 사실 제가 오랫동안 아세안을 우리가 주목해 봐야 되고 중국을 포기하자는 게 아니에요. 중국이나 미국 시장이 중요하지 않다는 얘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그게 중요한 만큼 우리가 너무 몰빵 전략. 소위 말하는 한 군데 너무 집중하는 전략을 쓰는 것은 글로벌 전략이 아니라는 거예요. 글로벌 기업들이 어느 위기에서라도 잘 버틸 수 있는 힘은 한 지역에 대한 의존도가 만큼 한국 기업들만큼 높지 않기 때문이거든요. 그런 점에서 아세안을 계속 강조해 왔는데 드디어 한국 기업들이 웬만하면 다 지점을 갖고 있거나 지사를 다 보내줬다는 베트남에서 이런 정도의 성과를 냈다는 건 굉장히 고무적인 시그널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이것을 해석하는 데는 두 가지 측면이 있어요. 하나는 베트남과 우리가 그만큼 경제 협력 관계가 깊어졌다는 반증이고 베트남 경제도 많이 성장한 거예요. 한국 기업도 많이 나갔고 동반성장을 했다고 볼 수 있고요. 또 한 가지는 그만큼 우리가 중국에서 지금 잘 못하고 있다. 중국하고의 관계가 나빠지고 거기서 무역 흑자를 내지 못하고 무역 적자를 보고 있다는 것 때문에 순위가 이렇게 많이 바뀌기도 한 것입니다. 그래서 두 가지 요인을 모두 고려해서 바라봐야 할 측면이 있다.
◇김방희> 그러네요. 말씀하신 것처럼 20일까지 통계니까 큰 의미는 없습니다마는 무역수지 적자가 100억 달러를 넘어섰고 3분의 1이 중국에서 발생하고 있으니까 중국과의 문제는.
◆고영경> 굉장히 심각하게 들여다봐야 하는 상황입니다.
◇김방희> 다만 베트남이 됐든 아세안 전체가 됐든 간에 중국을 대체할 만큼 무역 수지 분야에서 우리한테 도움이 될까요. 장기적으로 어떻게 보세요.
◆고영경> 장기적으로는 도움이 된다고 보고요. 지금 밝혀진 숫자 중에 베트남이 위에 있고 그다음에 미국도 있고 있는데 보면 인도가 상당히 격차가 지기는 하지만 숫자 크기로 보면 굉장히 격차가 많이 져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인도에 있어서 우리의 흑자가 굉장히 늘어나고 있어서 순위가 한 단계 올라왔습니다. 그런 점을 좀 주목해 봐야 한다는 것이죠. 그래서 좀 더 글로벌 전략을 잘 써서 우리가 가야 되는 시장 혹은 우리하고 경제협력이 중요한 시장들에 대해서 좀 더 집중하는 그런 전략은 필요하다고 봅니다.
◇김방희> 아까 중국 기업들이 동남아를 기반으로 한 지역 글로벌 체인 공급망을 만들고 있다. 그러면서 그런 사례로 비야디라는 중국 전기차 판매량 1위 업체가 베트남에 부품 공장 짓는다 하는 얘기를 하셨는데 자국 내에 짓지 않고 왜 베트남에다가 이걸 지을까요. 이건 어떤 경제적 계산이 있을까요?
◆고영경> 일단은 태국보다는 베트남이 아무래도 생산 비용이 싸게 들어가는 부분들이 있어서.
◇김방희> 아, 아세안 지역 국가 간의 비교를 통해서.
◆고영경> 그런 점이 있고 그렇지만 시장 자체는 지금 굉장히 태국 시장이 중요한 부분이 있어요. 태국도 지금 굉장히 전기차를 공급해서 시장을 늘리려는 정책적인 목표를 가지고 있고요. 그러다 보니까 베트남에서 부품 조달을 해서 태국에서 제조를 하는 방식인데요. 태국 같은 경우는 그래도 기본적으로 오랫동안 자동차 허브를 해 왔기 때문에 그 내에서의 조달 라인 이, 공급망들이 잘 갖춰져 있는 셈이죠. 그런데 우리가 제가 지금 사례를 든 건 전기차 사례를 들었지만 예를 들면 또 다른 사례로는 반도체 예를 들 수도 있습니다. 반도체 같은 경우에도 반도체를 설계하는 회사가 따로 있고 아키텍처 디자인하는 회사가 따로 있고 그다음에 대량 제조를 하는 회사가 있고 또 후공정이라고 해서 테스팅해서, 패키징해서 수출하는 지역이 따로 있잖아요. 그런데 반도체 같은 경우에는 크기가 크지 않기 때문에 글로벌하게 퍼져 있다는 거예요. 그래서 후공정 같은 경우는 어느 나라가 굉장히 잘 하느냐. 말레이시아가 후공정에서는 굉장히 큰 위치를 차지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코로나 때 우리가 신차가 안 나왔잖아요. 칩이 없어서 차를 못 만들었거든요. 그 신차를 만드는 데 들어가는 반도체 칩. 그러니까 이 자동차에 들어가는 반도체 칩은 아주 우리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반도체 칩하고는 좀 달라요. 이 반도체 칩이 말레이시아에서 공장 셧다운하면서 코로나 때문에 생산이 제대로 안 된 거예요.
◇김방희> 그러네요. 그러니까 베트남이라는 나라를 생각하면 또 하나의 감정이 떠오르는 게 우리가 향후 무역수지 흑자를 누릴 국가다 하는 점도 있지만 제2의 중국이다. 물론 규모는 차원이 다르지만 그런 생각이 들고 그러면 우리가 중국의 많은 산업에서 쫓겼듯이 쫓기지 않겠느냐 하는 걱정도 있거든요, 추격자니까. 당장 이번 CES에서도 보니까 베트남 차량 기업 상당히 각광을 받고 있던데 차를 그럴듯하게 잘 만들어서 많은 분들이 한국의 경쟁자가 되는 게 아니냐 하는 우려도 하던데 어떻습니까?
◆고영경> 저는 베트남의 전기차는 언젠가 잘 만들 수 있겠죠. 지금도 괜찮게 나왔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자동차라는 것은 우리가 보통 생활에서 사는 소비하는 제품 중에 가장 비싼 제품이에요. 안전하고도 연관이 되고요. 그리고 또 애프터서비스도 굉장히 중요해요. 사후 관리라든가 그리고 중고차의 밸류라든가. 그런 점을 다 고려한다면 지금 베트남이 차량을 만든다고 해서 현대차의 위협이 될 때까지는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어요. 오히려 현대차가 지금 그 시장에서 전기차로 만약에 경쟁을 한다면 저는 이제는 중국차를 오히려 조금 더 견제해야 되는 부분이 있어요. 그런데 중국차도 사실 세그멘테이션은 좀 다릅니다. 훨씬 더 소형이라든가 저가의 자동차 섹터고요. 현대차가 바라보는 섹터는 그것보다는 좀 고가에 이런 형태이기 때문에 전기차 세그멘테이션도 좀 다르다고 봐요. 그런데 전체적으로 그냥 자동차 시장이라는 것만 놓고 본다면 일본차가 워낙 동남아시아에서는 압도적이죠.
◇김방희> 우리 차를 찾아보기가 힘들었었잖아요, 사실.
◆고영경> 그리고 거기에 생산 공장이 없었기 때문에 가격에서도 경쟁력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인도네시아 같은 경우에는 일본 브랜드의 자동차가 시장의 거의 98%를 장악하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김방희> 삼성이 대표적이고, 베트남 진출 기업 중에는. 베트남에서는 공공연하게 우리가 중국에 대해서 느끼듯 삼성이 베트남 경제 성장을 이끌었다 하는 얘기들도 하는데. 그밖에도 우리 기업들 5000여 곳 이상 진출을 했던데, 삼성 외에 주목할 만한 기업들도 나타나고 있습니까?
◆고영경> 그렇죠. 사실은 한국에서 너무 삼성의 입지가 압도적이다 보니까 베트남 수출의 20% 이상을 담당하고 있으니까 압도적이어서 그런데요. 효성, 효성도 굉장히 많이 들어가 있어요. 굉장히, 삼성에 의해서 투자를 가장 많이 했던 기업이고요. 그다음에 LG의 가전이라든가 이런 경우도 다 들어가 있고. 또 식품 중에서는 한국의 대표적인 오리온이라든가 이런 기업들이 잘하고 있고요. 그래서 소비재부터 유통까지 굉장히 여러 군데 회사들이 다 들어가 있고, 심지어 IT 그다음에 네이버 이런 회사들도 들어가서 새로운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리고 최근에는 금융기관들도 많이 들어갔는데, 이미 오래전에 들어갔던 신한은행 같은 경우에는 베트남에서 상당히 입지를 굳건히 쌓은 외국계 은행 중에서는 1위를 하고 있습니다.
◇김방희> 그렇군요. 청취자 박봉자 님이 생산 기지라는 측면에서 중국의 대체 국가로 인도는 어떨까요, 인도가 임금 면에서는 아직도 경제적으로 말이 되는 것 같은데요 해 주셨는데.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주시기 전에 지금 최근에 인도를 포함해서 베트남, 브라질 같은 신흥시장, 아까 이머징 마켓 펀드들 수익률이 괜찮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관심들이 부쩍 높아졌는데. 인도는 어때요. 인도는 적어도 아세안은 아니잖아요.
◆고영경> 아세안은 아니지만 한국에서는 과거에 신남방 정책이 있었고, 이번 새 정부에 들어서는 인도 태평양 전략이라는 걸 내세우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한국 정부 입장에서도 우리가 손을 굳건히 잡고 가야 되는, 이미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천명한 지는 오래됐고요. 저희가 손을 잡고 같이 성장해야 되는 국가나 지역으로 인식을 하고 있어요. 그래서 인도도 중요성이 있는 나라인데. 인도 같은 경우는 아시다시피 앞으로는 제1의 인구 대국이 될 것이고, 이미 됐다라고 보기도 하죠. 그리고 아직 임금도 경쟁력이 있다고 봐요. 그런데 많은 기업들이 인도를 가는 것은 어떤 경우에는 시기상조일 수도 있고요. 이미 준비를 좀 더 많이 해서 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세안이 이렇게 가깝고 우리랑 교역과 투자에 있어서 2위에 관계를 맺고 있음에도 아세안에 대한 연구가 부족하고, 아세안을 잘 모르는데 인도는 과연 얼마큼 나갈 준비가 되어 있는가 훨씬 더 규제가 복잡합니다. 거기 지역별로 규제가 또 달라요. 그러니까 이런 부분들을 가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가 아니고요. 충분히 연구하고 준비하면서 나가야 되고, 이미 들어갔던 기업들의 성공 사례, 실패 사례를, 왜 잘했고 뭐가 문제였는가 여기에 대한 연구를 충분히 하고 나가셨으면 좋겠어요.
◇김방희> 또 현지에 진출한 분들 얘기를 들어보면 제 주변분들이니까, 표본은 제한적이지만 인프라 문제를 거론하는 분도 있고. 또 소비자의 정서 자체가 굉장히 힌두교 민족주의적이어서 조금 염려스럽다고는 하더군요.
◆고영경> 그렇지만 전 세계 어느 시장이라고 쉬운 해외 지역은 저는 단 한 군데도 없는 것 같아요. 중국도 처음 진출할 때 쉽지는 않았습니다.
◇김방희> 고려대 아세안센터의 고영경 연구 교수와 함께 포스트 차이나 시대에 대한 지역 기상도를 그리고 있는데요. 다만 인도가 최근에 더 주목받았던 이유는 애플이 아이폰 생산 기지를 인도로 옮기면서 사실상 중국 대신 인도를 선택하는 게 아니냐, 물론 아직까지 비중은 미미합니다마는 그런 얘기들이 나오던데. 애플 같은 회사는 왜 인도를 선택했을까요.
◆고영경> 인도는 가야 되는 시장이라는 점은 분명하죠. 인구가 많고 그다음에 소득 수준이 높은 사람들은 어디나 브랜드를 중요시 여기니까요. 또 한 가지는 인도에서 메이크 인도라는 그런 정책을 하면서 외국 기업들의 투자 유치하기 위해서 굉장히 많은 노력을 했어요. 그리고 특히 스마트폰, 전자제품에 대해서는 들어오면 각종 세제 혜택부터 지원책을 마련해 주는 정책들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의미에서라도 인도를 가지 않을 수 없었던 거죠.
◇김방희> 우리도 아까 말씀해 주신 스마트폰 분야에서 삼성전자가 인도에서 생산하기 시작하면서 수출을 꽤 하던데. 그러니까 인도의 외국 기업이나 자본 유치 흐름이 1990년대 중국이 그랬던 것처럼 지금 굉장히 확산되고 있는 모양이죠.
◆고영경> 굉장히 확산되고 있는 게 모디 총리가 두 번째 재선이 되면서 굉장히 강조하고 있는 부분은 역시 경제 성장이에요. 경제 성장을 하려면 투자가 유입이 되면서 고용이 창출이 돼야 되는데 자국 내에서의 자본 축적도 굉장히 중요하지만 외국 기업들이 결국은 적극적으로 들어와야 되는데, 저가의 노동만 보고 들어오는 것보다 그래도 뭔가 우리가 나중에 기술을 이전받거나 새로운 기술의 생태계를 만들 수 있는 기업들이 들어오기를 원하는 거죠. 그러니까 어느 지역에 가더라도 전 세계 어느 나라를 가더라도 삼성전자가 진출한다는 데 싫어하는 나라는 없을 거예요. 그런 기업들을 유치하기 위해서 인도 정부가 굉장히 많은 노력을 하고 있고, 그리고 인센티브도 많이 주고 있다 보니까 여기에 대표적인 주자로 삼성과 애플이 눈에 띄었던 거죠. 그래서 이 이외에 여러 다른 기업들도 굉장히 많이 진출을 하고 있고, 진출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김방희> 최근에 자동차 업계의 큰 이슈 중에 하나는 현대, 기아가 인도 시장 같은 데서 비교적 선방하고 있다, 그래서 다른 중국 시장 같은 데서 사실상 밀려난 것에 비하면 인도가 대안이 돼 주고 있다 이런 지적도 나오는데. 실제 그렇습니까?
◆고영경> 월별로 연간 통계하고는 조금 틀린데요. 월별로 판매량이 나오는데 중간 중간 현대차가 1위를 했던 그런 순간들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굉장히 고무적인 거죠. 지금까지 인도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자동차 시장의 45%, 4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회사는 일본의 스즈키입니다. 이 스즈키가 일찍이 진출해서 인도 시장에 맞는 소형차 위주로 영업을 굉장히 잘해 왔어요. 그래서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제 새로운 브랜드, 좀 더 고급차 이런 시장들이 커지고 있는 와중에 현대가 들어가서 영업을 잘 하고 있는 사례가 되고 있습니다.
◇김방희> 우리로서는 믿고 싶지 않겠지만 테슬라의 기가팩토리라고 하는 공장 후보지로 우리와 인도네시아가 붙었던 적이 있었고, 우리 대통령도 나서서 일론 머스크가 우리를 후보지, 유력 후보지로 거론하고 있다 하는 얘기도 나왔는데. 외신을 보니까 인도네시아로 사실상 낙점이 됐다 하는 보도가 나오던데.
◆고영경> 확정은 아니고요. 가능성이 높다고 이야기를 하는 거죠. 사실은 한국만 세일즈를 열심히 한 게 아니고 인도네시아의 조코 위 대통령이 전에 미국 방문을 해서 아예 일론 머스크를 만나러 갔어요. 그래서 둘이서 환담을 하면서 가급적이면 인도네시아로 진출을 해 달라는 이야기를 했는데 인도네시아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두 가지 측면이 있죠. 하나는 2억 8000만 명에 달하는 인구,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차도 바꿔야 될 때가 왔고요. 지금까지는 일본차가 압도적인 우위를 가지고 있지만 일본차는 아시다시피 하이브리드에 집중했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전기차 시대에서 중국 전기차라든가 아니면 한국의 전기차, 현대자동차가 이 시장이 변화하는 시장에서 먼저 선점을 하겠다. 그래서 현대자동차도 인도네시아의 공장을 세운 거고 그 시장을 테슬라도 보고 있는 겁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측면은 니켈 보유량이 1위죠. 전 세계 1위의 보존량을 가지고 있는 인도네시아이기 때문에 이 니켈이라는 건 배터리에서 가장 중요한 자원 중에 하나거든요. 그런데 니켈의 원광 수출을 금지를 했어요. 왜냐하면 우리가 원광을 팔면 별로 국내 부가가치가 안 남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원광을 최소한 제련해서 갖고 나가라. 아니면 가장 좋은 방법은 우리 국가 안에, 인도네시아 안에 배터리와 전기차에 이어지는 밸류체인을 만들고 싶은 것입니다. 그게 인도네시아 정부의 목표고요. 그러다 보니까 현대차도 진입을 했고, 시장도 있고, 자본도 있고, 그래서 현대차가 들어갔고 현대차가 들어가니까 배터리를 만드는 LG 에너지 솔루션도 지금 플랜트를 짓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테슬라 입장에서 보기에도 여기는 여기서 생산을 해서 아시아 전체를 커버할 수도 있고요. 배터리를 공급받기에도 충분한, 그런 서플라이 체인이 갖춰져 있다고 본 것이죠.
◇김방희> 아까 처음에 말씀해 주신 아세안의 잠재력으로 다시 얘기가 돌아가네요. 자원이라는 게 니켈, 특히 전기차에서 워낙 중요한 부분이니까 상당한 무기가 되는 거군요. 공급망에서 이걸 지속적으로,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다는 게
◆고영경> 그렇죠. 우리로 보기에는 그들이 무기화하고 리스크 요인이 되지만 또 그들 입장에서 보면 과거에는 원광 수출로 별로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못했고 기술을 습득할 수 있는 기회가 적었는데 이제는 좀 더 영리한 방식으로 자국 산업을 키우기 위해서 자원을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싶어지는 그런 요인들이 강력하게 정책적으로도 이어지고 있는 과정입니다.
◇김방희> 1997년 동남아에서 시작됐던 동아시아 외환위기에 태국, 말레이시아들이 아주 집중적으로 휘말려서 어려움을 겪었죠. 그 당시에는 사실 말레이시아가 우리나라처럼 고도성장을 한다는 전망이 많았는데 그 후에 말레이시아는 거기서 일하시고 공부하신 고 교수님한테는 죄송한 얘기인데 약간 잊힌 국가처럼 됐었는데.
◆고영경> 네, 맞습니다.
◇김방희> 그런데 최근에 다시 주목하라는 이유는 뭡니까?
◆고영경> 사실 말레이시아는 가지고 있는 굉장한 장점들이 있습니다. 이제 첫 번째로는 자연재해가 거의 없어요. 지진, 태풍, 화산이 없어요. 그러니까 입지가 굉장히 중요한 플랜트들은 그런 조건들을 완벽하게 갖추고 있는 것이고요. 그리고 인프라가 굉장히 잘 갖춰져 있습니다. 우리가 생각할 때는 말레이시아가 그동안 무슨 성장을 했지라고 생각을 하겠지만 1인당 국민소득이 1만 2000불이에요. 그러니까 싱가포르, 브루나이 다음으로 잘 사는 지역이거든요. 구매력으로 따지면 훨씬 더 높습니다. 그리고 영국 식민지였기 때문에 영어와 말레이시아어를 공용으로 쓰고 모든 제도적인 것들이 영미식 기준에 잘 맞춰져 있어요. 그러니까 외국 기업들이 들어갔을 때 이런 여러 가지 복잡다단한 문제들이 사실 그런 비용들이 굉장히 적어지는 측면이 있습니다. 그리고 어디, 아세안 어디를 가든지 2시간, 3시간 이내에 다 커버가 되는 지리적인 이점, 그리고 인도까지도 굉장히 가까운 거리에 있어요. 그리고 인도계가 굉장히 많기 때문에 다국적 기업들은 말레이시아에 있는 인도계 사람들을 인도로 파견한다든가 이런 활용 거점으로도 굉장히 잘 쓰고 있습니다.
◇김방희> 어떻게 보면 동북아시아의 호랑이들이 경제 성장을 할 때 홍콩이나 싱가포르에 한 역할을 동남아가 비상할 때 말레이시아가 할 수 있다.
◆고영경> 그리고 싱가포르에 점점 더 비용이 비싸지다 보니까 거기를 대체하는 지역으로도 가져가고 있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우리가 알게 모르게 반도체 산업이 제가 있다고 말씀을 드렸잖아요. 그래서 말레이시아 페락 같은 곳에서는 인테리어나 이런 예전부터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굉장히 많이 들어가 있었어요. 그리고 최근에는 한국 기업도 공장을 문을 열었습니다.
◇김방희> 다만 이 동남아 지역은 이미 열강의 긴장 상태가 계속 생존하는 지역이거든요. 중국도 중국 알셉이라는 걸 통해서 경제협력 관계를 맺고 있고 트럼프 시기에 미국이 빠지긴 했습니다마는 일본 등이 주도하고 있는 CPTPP라는 것도 있고 또 미국은 바이든 행정부 들어서 다시 IPEP라는 거, 이름은 복잡한데 쉽게 얘기해서 이 지역을 대상으로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그러다 보면 나중에 복잡해지지 않을까요?
◆고영경> 저는 오히려 반대로 그런 판도 속에서 아세안이 주목받고 중요성이 훨씬 더 높아진 거예요. 왜냐하면 국제 외교 무대라든가 아니면 공급망 차원에서도 마찬가지고요. 안보 측면에서도 모든 선박들이 중동에서 태평양으로 나갈 때 이 길을 거쳐야 되는 지역이거든요. 누구도 뺏기고 싶지 않죠. 그렇지만 누구도 점유하는 순간 한쪽은 피해를 보게 되는 지역이에요. 아세안 개별 국가들은 큰 힘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더 이상 휘둘리지 말자고 만들어낸 게 동남아시아 국가연합 아세안이 된 거거든요. 그래서 1967년에 처음 만들어진 거예요. 그래서 이들은 중국 편도 아니고 확실히 미국 편도 아니에요. 그러다 보니까 오히려 중간에서 가지고 있는 그런 밸류가 점점 더 높아진 거죠. 중국도 이들과 가까이 지내고 싶고요. 미국도 여기를 놓치고 싶지 않은 지역이에요. 그래서 서로 더 공을 많이 들리고요. 그런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아세안 국가들은 남중국해 문제 가지고는 중국이랑 대립하기도 하지만 경제적으로는 잘 협력하는 거예요. 그렇다고 완전히 중국 편에 서지 않습니다. 그리고 외국 기업들 누구 기업이라도 우리에게 필요한 기업이면 얼마든지 들어와라 이런 자세거든요.
◇김방희> 마지막으로 첫 질문으로 돌아가죠. 많은 기업인들이 던진 그 질문에 대한 답을 해 주셔야 되는데 포스트 차이나, 중국은 설령 지금 빠져나가지 않더라도 빠져나갈 계획을 세우고 있는 단계인데 그러면 포스트 차이나 지역도 좋지만 한 나라를 꼽으라면 어디를 꼽아주시겠습니까?
◆고영경> 전기, 전자, 제조업 측면에서는 베트남이 맞고요. 그다음에 아까 말씀드린 대로 자원이 연결된 부분에 있어서는 인도네시아를 거점으로 삼는 게 맞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처음부터 계속 말씀을 드렸지만 한 국가에서 모든 것을 끝내려고 하는 전략이 아니라 전체를 아우르는, 지역 전체를 바라볼 수 있는 롱텀만, 장기간의 전략을 가지고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김방희> 한 나라의 오인하는 것이 가진 위험성을 또 우리가 중국에서 지난 30년간 배우기도 했기 때문에 그런 말씀을 해 주신 것 같습니다.
◆고영경> 또 한 가지만 좀 덧붙이자면 아세안과 인도를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아세안에서도 잘할 수 없는 기업이 더 힘든 인도 가서 잘하기는 저는 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김방희> 준비 단계로 아세안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알겠습니다 고려대 아세안 센터 고영경 연구교수였습니다. 고맙습니다.
◆고영경> 감사합니다.
인터뷰 자료의 저작권은 KBS라디오에 있습니다.
전문 게재나 인터뷰 인용 보도 시,
아래와 같이 채널명과 정확한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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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세계 글로벌 기업, 중국을 벗어나 대체지로 찾은 지역은 아세안
- 공급망 안정성 문제 등 자원이 있는 지역 중요... 여기에 제조업 기반, 인구 성장률, 소득 수준 증가 등 아세안 부상
- 10개국으로 나뉘어진 아세안, 각국보다는 전체 지역을 봐야... 하나의 제품은 각국을 거치며 최종적으로 조립되기 때문
- 아세안 시장에서 가격 우위를 가지려면 지역 내에서 생산하고 관세혜택 받아야
- 지난해 무역수지 흑자국 1위 베트남, 한베 경제 협력 깊어진 측면과 중국 적자 요인 모두 고려해야
- 삼성을 비롯해 소비재부터 유통까지 다양한 국내 기업들 베트남 진출
- 인도는 지역별로도 규제가 다 달라... 기존 성공 실패 사례들 충분히 연구한 뒤에 현지 진출 해야
- 인도 외국 기업이나 자본 유치 확산... 각종 인센티브 주면서 기술 생태계 만들 수 있도록 인프라 마련
- 인도네시아 니켈 보유량 1위, 배터리 중요 자원으로 전기차 기업들에게 매력적인 국가
- 말레이시아 동남아 거점지, 영미식 기준에 맞춰진 제도, 국민소득 성장 등 장점
- 아세안은 정치적 구도를 떠나서 경제적으로 이익이 있으면 협력... 미국, 중국을 비롯해 많은 국가들 탐내
- 전자 등 제조업은 베트남, 자원 필요한 기업은 인도네시아를 거점으로 삼으면 유리... 전체 아세안을 아우르는 전략 필요
■ 프로그램명 : 성공예감 김방희입니다
■ 방송시간 : 1월 25일(수) 09:05-10:53 KBS1R FM 97.3 MHz
■ 진행 : 김방희 소장(생활경제연구소)
■ 출연 : 고영경 연구교수(고려대 아세안센터)
◇김방희> 중국이 심상치 않습니다. 세계의 공장이라고 불리던 중국에서 저성장의 징후가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인구가 준다는 소식은 전해드렸고요. 인구 대국 1, 2위 순서가 올해 혹은 내년까지 바뀔 거다, 중국에서 인도로. 이런 소식도 전해졌습니다. 지난해 목표치는 성장률이 5.5였는데 시장은 대개 3.3 정도를 전망했는데 결국 정부의 발표치는 3.0에 머물렀습니다. 성장률이 완연히 위축되고 있죠. 물론 제로 코로나 봉쇄 정책이 완화가 되면서 그동안 제로 코로나 기간 중에 워낙 소비 투자를 안 하고 쌓아놓은 저축이 많아서 이것의 소비 투자를 정부가 유도하려고 한다, 경기회생책으로. 그 과정에서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가능성도 나오고 있습니다. 하나같이 중국과 관련해서는 밝은 소식보다는 어려운 소식들이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중국을 생산 기지로 동시에 시장으로 기회를 맞았던 우리 기업들 탈중국 속도도 빨라지고 있습니다. 글로벌 기업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제 관심은 중국을 대체할 나라나 지역이 어디냐, 이런 건데 많은 기업들이 동남아, 아세안으로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고려대 아세안 센터 연구교수이신 고영경 교수님과 함께 새로운 시장으로 떠오르는 아세안 어떤 매력이 있는지 그리고 아까 인도, 베트남과의 경쟁력 차이랄까요. 이런 것들도 살펴드리겠습니다. 기업하시는 분들은 아마 관심들을 많이 가지실 수밖에 없는 이슈가 아닌가 싶은데요. 고 교수님 어서 오십시오.
◆고영경> 네, 안녕하세요.
◇김방희> 중국 떠났거나 이미 떠나려고 결심하시는 분들이 어디로 가면 좋을까 하는 질문들을 교수님한테 많이 하실 것 같은데요.
◆고영경> 제일 많이 받는 질문이 포스트 차이나, 어디로 가면 좋으냐 이런 질문 정말 많이 하시는데요. 업종에 따라서 조금 다를 수는 있겠지만 전 세계적으로 모든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을 벗어나서 대체지로 찾은 지역은 아세안이 1번입니다.
◇김방희> 아세안이 1번이다.
◆고영경> 인도도 많이 가기는 하지만 인도만 가는 경우는 거의 없고요. 대체로는 아세안과 인도를 동시에 가든지 아세안을 먼저 가고 그다음에 인도를 진출하거나 이런 전략들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김방희> 다만 한 가지 걱정인 건 저도 비슷한 질문을 많이 받는데 지난 30년간 중국을 우리가 두 가지 측면에서 활용했죠. 생산기지로서 그리고 또 시장으로서. 그래서 굉장히 많은 걸 누려온 게 사실이잖아요. 무역수지 흑자라는지. 그런 기대를 똑같이 갖고 그런 지역으로 가는 게 합리적인가에 대한 의문은 들던데요.
◆고영경> 제가 늘 강연을 하거나 기업 컨설팅을 할 때 말씀을 드리는 게 중국에서 너무 오랫동안 우리가 단맛을 본 거예요. 사실은 중국은 우리가 처음에는 그냥 저임금 노동 시장, 여기를 바라보고 들어갔는데 소비시장도 마구 커지면서 우리가 생산기지로 또 소비시장으로서 굉장히 좋은 성과를 누려왔습니다. 그런데 중국처럼 높은 10%, 이런 정도의 성장률을 오랫동안 구가하는 나라가 과연 또 다른 국가가 나오겠는가, 거기에 대해서는 누구나 아마도 그런 나라가 다시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을 할 것 같아요. 그러면 우리가 아세안을 볼 때도 중국하고 비교해서 중국처럼 10%의 성장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전 세계를 봤을 때 이머징 국가에서만 비교를 해 보자라는 거죠. 그러면 이머징 국가 사이에서 비교했을 때는 굉장히 정치적으로도 안정되어 있고 높은 경제성장률을 오랫동안 유지하고 있는 지역으로서는 단연 아세안을 능가할 지역은 따로 없을 것이라고 이야기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방희> 그러니까 교수님이 아세안에 대해서 특별한 관심을 가지게 된 것도 포스트 차이나 후보로서는 그래도 가장 기대가 되는 곳이기 때문입니까? 아니면 특별한 계기가 있었습니까?
◆고영경> 저는 사실 학부 때 사회학을 전공을 했었는데요. 그때부터 제3세계에 관심을 가져서 대학원 때 우리가 이머징 마켓 중에서 어디를 볼 거냐, 그래서 좀 지리적으로 가까운 아세안을 지역을 봤고요. 그래서 석사 논문을 제가 인도네시아 대기업 집단 소유 구조를 썼었습니다. 그래서 상당히 오랫동안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 왜냐하면 굉장히 역동성이 있고 잠재력이 있는데 한국하고 굉장히 비슷하게 성장할 것 같았지만 그렇지 않았거든요. 어떤 점이 비슷하고 어떤 점이 차이가 있는가, 그런데 이제 정말로 잠재력만 있다고 평가됐던 지역들이 실질적인 성장의 선순환의 고리에 들어가지 않았나, 이렇게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김방희> 그러면 과거의 잠재력은 높이 평가됐지만 동남아 지역이 경제성장의 결실을 누리지 못한 이유는 뭐고 최근에 이게 잠재력이 폭발할 가능성이 높아진 배경은 뭡니까.
◆고영경> 첫 번째는 좋은 성장률을 유지하다가 똑같이 1997년에 아시아 금융위기를 맞게 됩니다. 그런데 그 이전에도 사실은 자원도 우리보다 많았고 인구도 많았고 그런 수입 대체화 전략을 쓰면서 우리랑 차이가 지게 되죠. 그리고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에 한국은 기술을 기반으로 한 발전 전략 그리고 우리에게는 가까운 중국이 있었어요. 그거에 비하면 그쪽 지역은 아세안 지역은 상대적으로 중국의 혜택을 그 당시에는 받지 못했고 그리고 또 위기를 벗어나는 데 우리보다는 더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래서 그런 차이가 졌는데 지금은 다시 글로벌 밸류체인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위상이 그동안 급격하게 커졌잖아요. 그런데 다시 글로벌 밸류체인이 넓어지는 와중에 아세안도 들어가 있는 참여도가 굉장히 높아졌고요. 다시 중국보다 다른 지역들로 퍼져나가는 순간에서 아세안이 다시 기회를 잡게 되는 시점이라고 보여집니다. 무엇보다 우리가 생각할 때 자원이라는 게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됐어요.
◇김방희> 과거에는 자원이 오히려 축복이 아니라 저주의 대상이었는데.
◆고영경> 지금은 다시 자원이 공급망 안정성 문제 때문에 받을 자원이 있는 지역으로 나가고 있지 않습니까. 배터리 문제만 보더라도 그렇게 되다 보니까 자원도 가지고 있고 제조업 기반도 있고 많은 인구의 성장률이 높아지다 보니까 소득 수준이 높아지니까 소비시장의 크기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아세안이 그런 점에서 다시 부상하고 있다는 데는 많은 연구자들이 동의를 하고 있습니다.
◇김방희> 동남아 10개국 모임으로 확대가 됐는데. 베트남, 싱가포르까지 다 포함해서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등. 여기에 늘 아세안 플러스 3 하면서 한중일이 들어가더군요. 그러다 보니까 우리나 동아시아, 동북아시아하고도 비교적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 지역이죠.
◆고영경> 매우 밀접한 관계죠. 사실은 한국이 가장 많이 교역하는 대상의 2위가 아세안이고요. 미국보다 더 많이 해요. 그리고 투자로 보면 대기업들이 워낙 미국 투자가 많아지다 보니까 한국이 해외 투자 1위 지역이 미국인데 2위가 아세안입니다. 그러니까 이미 우리하고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고 경제적으로 굉장히 밀접한데 우리가 그러한 경제적인 친밀함 내지는 가까운 거리에 비해서 우리가 알고 있는 게 너무 적었던 거죠.
◇김방희> 그렇죠. 특별한 관심들을 아주 일부 지역에 국한해서 가진 적은 있었지만 우리 경제 전반이 아세안을 주목했던 적은 많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고영경> 네, 그리고 1960년대부터 일본은 아세안 진출을 굉장히 많이 했기 때문에 동남아에서 일본 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위상이라는 것은 과거에는 어마어마했고요. 지금은 중국 기업들도 굉장히 많이 진출하고 있기 때문에 한중일과 아세안 그리고 인도까지 퍼지는 아시아 전체의 밸류체인이 굉장히 공고해지고 있고 앞으로 더 강화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김방희> 그래도 아세안이 글로벌 기업들 우리 기업들을 포함해서 이런 쪽에 더 주목받게 된 건 중국의 위기론일 텐데 보시기에 중국 위기론은 실체가 있는 겁니까, 아니면 그냥 과한 겁니까.
◆고영경> 중국 위기론은 제가 완전히 중국 전문가가 아니니까 과감하게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코로나 이전부터 중국 부동산, 금융, 건설업에 대한 문제 제기는 계속 있었죠. 뭔가 리스크 잠재요인들이 있다고 생각을 했는데. 제가 말레이시아에서 2021년에 한국으로 들어왔는데 그 이전에 말레이시아에서 한 9년 정도 대학교수 생활을 했고 아세안을 다 돌아다니면서 보면 중국 기업들이 어마어마하게 많이 진출했어요. 특히 건설이나 인프라 쪽에 많이 진출을 했는데 더 이상 국내에서 뭔가 매출을 크게 일으키기 어려운데 규모의 경제는 만들어가야 되니까 일대일로를 통해서 아세안에 굉장히 많이 진출했거든요. 그러면 그 사업들이 다 수익성이 높았느냐, 그건 아닙니다. 그런 내부적인 문제들이 또 한 축에 있는 반면에 또 테크 기업들이나 AI라든가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중국이 굉장히 앞서가고 있거든요. 그래서 중국의 위기는 두 가지 측면으로 저는 나눠져서 분명히 나타날 거다. 그래서 그러나 경착륙을 하든 연착륙을 하든 중국이 가지고 있는 쇼크는 단지 한국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아시아 벨류체인에서 동남아하고도 깊은 연관을 갖고 있기 때문에 아세안 지역에서도 상당히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김방희> 단순한 대체지역이 아니라 중국의 쇼크가 벌어질 경우에는 아세안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고영경> 수혜를 받으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요.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하면서 관광을 못 가니까 관광 의존도가 높았던 태국이나 캄보디아 같은 경우는 관광업이 아직도 원 자리를 제자리를 찾아가지 못하고 있거든요. 그리고 예를 들면 중국에서 유명한 열대과일이죠. 두리안이 굉장히 인기가 있어요. 그러면 두리안 수출이 엄청 늘어나고 가격이 폭등을 해요. 그러니까 이런 식으로 굉장히 서로 간의 시장이라든가 생산 문제에서 밀접하게 연결이 되어 있다는 것이죠.
◇김방희> 그렇군요. 그 아세안이라는 말이 우리 기업인들한테는 조금 어렵게 느껴지기도 해요. 왜냐하면 그건 하나의 지역이고 나라는 10개로 쪼개져 있는 거니까. 아니, 그렇게 말고 한 나라를 얘기해 주세요 하는 주문도 많은데 교수님은 정작 이 경우는 나라가 중요한 게 아니라 전체 지역을 봐야 된다. 이걸 강조하시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고영경> 네, 첫 번째는 우리가 한 지역을 나갈 때 예를 들면 처음에 베트남에 진출할 때는 임금이 싸다. 그다음에 미국 수출에 유리하다, 이런 이유 때문에 진출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기술이 어느 정도 들어가는 전자전기 제품들 같은 경우에는 임금 상승률은 어느 정도 버틸 수 있지만 예를 들면 봉제, 신발 이런 쪽으로 약간 그래도 뭔가 노동력 집약적인 사업들은 임금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사실은 가격 압력을 받게 되거든요. 그러면 또다시 어디론가 이동해야 되는 거예요. 계속 메뚜기를 띄워야 되는 상황이 오는데요. 그렇게 이해하기보다는 어느 제품도 한 국가에서 뭐든 소싱을 하려는 생각을 벌여야 합니다. 글로벌 기업 잘하고 있는 게 그런 거거든요. 그러니까 베트남에서 최종 생산물을 만든다 하더라도 일부 제품은 캄보디아에서 가지고 오든가 라오스에서 가져온다든가 중국에서 들여와서, 우리 지금 계속 그렇게 만들고 있는 거거든요. 사실 완제품 스마트폰이 베트남에서 최종적으로 조립이 되고 만들어지지만 그중에 일부 제품들은 한국에서도 가져가고 중국에서도 가져가서 최종적으로 거기서 조립이 되는 거예요. 그러니까 우리가 생각하는 서플라이 체인을 그 일대 배후지역까지 생각하면서 롱텀하게 긴 안목으로 가져가는 것이 맞지 이 한 국가에만 집중하면 국가적인 전략상으로서도 효율적으로 만들어내기가 어렵습니다.
◇김방희> 그래서 지역 밸류체인 RVC라는 개념이 등장했고 많은 분들이 그걸 얘기하고 계신데. 아세안이 지역 거점이 될 수 있다는 건데 한 가지 근본적인 우려는 남을 수 있죠. 왜냐하면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중국과 연계돼 있는 지역 밸류체인이라면 지금 미국은 중국을 배제한 자기들만의 리그를 만들려는 거고, 우리 입장은 모호한데 이런 쪽에 전력투구하다가 배제되는 것 아니냐, 미국이라는 가장 중요한 시장에서. 그런 느낌도 있는데, 이건 어떨까요.
◆고영경> 점점 중국에서 부품 수입을 하거나 중간재를 들여오는 것들이 줄어들고 있어요. 그리고 계속해서 다른 루트를 찾아내야 하는 것이죠. 그러니까 시장 다변화. 그리고 공급망 안정을 위한 소싱 다변화를 해야 되는 것이고요. 예를 들면 중국에서 가장 전기차를 많이 파는 회사. 비야디라는 회사가 있지 않습니까. 비야디라는 회사가 실제로 완제품을 만들어내는 해외 생산 공장 중에 아세안에 있는 데는 태국에 위치를 하고 있습니다. 태국은 오랫동안 아세안의 자동차 허브를, 위치를 가지고 있었어요. 그러니까 일본차들이 1960년대 후반부터 진출해서 거기서 완성차를 만들고 있거든요. 그러니까 거기서 완성차를 만들어야 아세안 경제공동체 안에서 관세 면제를 받습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내는데 그러면 비야디도 거기서 만들지만 이 부품은 어디서 제조를 하느냐. 베트남에 지금 공장을 만들고 있어요.
◇김방희> 만들고 있다, 추가적으로.
◆고영경> 네, 그런 식의 리저널 밸류체인을 이미 중국 기업도 가져가고 있다는 것이죠.
◇김방희> 중국도 미국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 배제될까 봐서 지역별 밸류체인. 그러니까 공급망, 공급 기지들을 만들고 있다.
◆고영경> 한국 기업들도 단 한 국가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그렇게 기업들은 실제로는 그렇게 하고 있지만 좀 더 넓은 그림으로 봐서 밸류체인을 그 지역 안에서 확산시키고 소싱이 단가를 낮춰가면서 효율성을 극대화시키는 전략이 필요하고요. 그렇게 해서 그 지역에서 생산이 됐을 때 미국이나 유럽 수출에서 유리한 부분도 있고 당연히 그리고 아세안의 소비 시장도 커지고 있잖아요. 그러니까 이 시장에서 가격 우위를 가져가려면 그 지역 내에서 분명히 생산되는 것이 관세 혜택을 받기 때문에, 무관세를 적용을 받기 때문에 그렇게 가야 된다고 봅니다.
◇김방희> 유리하다. 왜 아세안이냐 뜬금없다고 생각하실 분도 있는데 이유가 있습니다. 배경이 있습니다. 한국의 수출 판도가 중국 때문에 급격히 바뀌고 있는데 지난해 우리나라 무역수지 흑자 1위국이 베트남입니다, 베트남. 이걸 보시면서 아세안 공부하신 분으로서 그리고 아세안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해 오신 분으로서는 상당히 의미가 남달랐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어떻습니까?
◆고영경> 사실 제가 오랫동안 아세안을 우리가 주목해 봐야 되고 중국을 포기하자는 게 아니에요. 중국이나 미국 시장이 중요하지 않다는 얘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그게 중요한 만큼 우리가 너무 몰빵 전략. 소위 말하는 한 군데 너무 집중하는 전략을 쓰는 것은 글로벌 전략이 아니라는 거예요. 글로벌 기업들이 어느 위기에서라도 잘 버틸 수 있는 힘은 한 지역에 대한 의존도가 만큼 한국 기업들만큼 높지 않기 때문이거든요. 그런 점에서 아세안을 계속 강조해 왔는데 드디어 한국 기업들이 웬만하면 다 지점을 갖고 있거나 지사를 다 보내줬다는 베트남에서 이런 정도의 성과를 냈다는 건 굉장히 고무적인 시그널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이것을 해석하는 데는 두 가지 측면이 있어요. 하나는 베트남과 우리가 그만큼 경제 협력 관계가 깊어졌다는 반증이고 베트남 경제도 많이 성장한 거예요. 한국 기업도 많이 나갔고 동반성장을 했다고 볼 수 있고요. 또 한 가지는 그만큼 우리가 중국에서 지금 잘 못하고 있다. 중국하고의 관계가 나빠지고 거기서 무역 흑자를 내지 못하고 무역 적자를 보고 있다는 것 때문에 순위가 이렇게 많이 바뀌기도 한 것입니다. 그래서 두 가지 요인을 모두 고려해서 바라봐야 할 측면이 있다.
◇김방희> 그러네요. 말씀하신 것처럼 20일까지 통계니까 큰 의미는 없습니다마는 무역수지 적자가 100억 달러를 넘어섰고 3분의 1이 중국에서 발생하고 있으니까 중국과의 문제는.
◆고영경> 굉장히 심각하게 들여다봐야 하는 상황입니다.
◇김방희> 다만 베트남이 됐든 아세안 전체가 됐든 간에 중국을 대체할 만큼 무역 수지 분야에서 우리한테 도움이 될까요. 장기적으로 어떻게 보세요.
◆고영경> 장기적으로는 도움이 된다고 보고요. 지금 밝혀진 숫자 중에 베트남이 위에 있고 그다음에 미국도 있고 있는데 보면 인도가 상당히 격차가 지기는 하지만 숫자 크기로 보면 굉장히 격차가 많이 져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인도에 있어서 우리의 흑자가 굉장히 늘어나고 있어서 순위가 한 단계 올라왔습니다. 그런 점을 좀 주목해 봐야 한다는 것이죠. 그래서 좀 더 글로벌 전략을 잘 써서 우리가 가야 되는 시장 혹은 우리하고 경제협력이 중요한 시장들에 대해서 좀 더 집중하는 그런 전략은 필요하다고 봅니다.
◇김방희> 아까 중국 기업들이 동남아를 기반으로 한 지역 글로벌 체인 공급망을 만들고 있다. 그러면서 그런 사례로 비야디라는 중국 전기차 판매량 1위 업체가 베트남에 부품 공장 짓는다 하는 얘기를 하셨는데 자국 내에 짓지 않고 왜 베트남에다가 이걸 지을까요. 이건 어떤 경제적 계산이 있을까요?
◆고영경> 일단은 태국보다는 베트남이 아무래도 생산 비용이 싸게 들어가는 부분들이 있어서.
◇김방희> 아, 아세안 지역 국가 간의 비교를 통해서.
◆고영경> 그런 점이 있고 그렇지만 시장 자체는 지금 굉장히 태국 시장이 중요한 부분이 있어요. 태국도 지금 굉장히 전기차를 공급해서 시장을 늘리려는 정책적인 목표를 가지고 있고요. 그러다 보니까 베트남에서 부품 조달을 해서 태국에서 제조를 하는 방식인데요. 태국 같은 경우는 그래도 기본적으로 오랫동안 자동차 허브를 해 왔기 때문에 그 내에서의 조달 라인 이, 공급망들이 잘 갖춰져 있는 셈이죠. 그런데 우리가 제가 지금 사례를 든 건 전기차 사례를 들었지만 예를 들면 또 다른 사례로는 반도체 예를 들 수도 있습니다. 반도체 같은 경우에도 반도체를 설계하는 회사가 따로 있고 아키텍처 디자인하는 회사가 따로 있고 그다음에 대량 제조를 하는 회사가 있고 또 후공정이라고 해서 테스팅해서, 패키징해서 수출하는 지역이 따로 있잖아요. 그런데 반도체 같은 경우에는 크기가 크지 않기 때문에 글로벌하게 퍼져 있다는 거예요. 그래서 후공정 같은 경우는 어느 나라가 굉장히 잘 하느냐. 말레이시아가 후공정에서는 굉장히 큰 위치를 차지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코로나 때 우리가 신차가 안 나왔잖아요. 칩이 없어서 차를 못 만들었거든요. 그 신차를 만드는 데 들어가는 반도체 칩. 그러니까 이 자동차에 들어가는 반도체 칩은 아주 우리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반도체 칩하고는 좀 달라요. 이 반도체 칩이 말레이시아에서 공장 셧다운하면서 코로나 때문에 생산이 제대로 안 된 거예요.
◇김방희> 그러네요. 그러니까 베트남이라는 나라를 생각하면 또 하나의 감정이 떠오르는 게 우리가 향후 무역수지 흑자를 누릴 국가다 하는 점도 있지만 제2의 중국이다. 물론 규모는 차원이 다르지만 그런 생각이 들고 그러면 우리가 중국의 많은 산업에서 쫓겼듯이 쫓기지 않겠느냐 하는 걱정도 있거든요, 추격자니까. 당장 이번 CES에서도 보니까 베트남 차량 기업 상당히 각광을 받고 있던데 차를 그럴듯하게 잘 만들어서 많은 분들이 한국의 경쟁자가 되는 게 아니냐 하는 우려도 하던데 어떻습니까?
◆고영경> 저는 베트남의 전기차는 언젠가 잘 만들 수 있겠죠. 지금도 괜찮게 나왔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자동차라는 것은 우리가 보통 생활에서 사는 소비하는 제품 중에 가장 비싼 제품이에요. 안전하고도 연관이 되고요. 그리고 또 애프터서비스도 굉장히 중요해요. 사후 관리라든가 그리고 중고차의 밸류라든가. 그런 점을 다 고려한다면 지금 베트남이 차량을 만든다고 해서 현대차의 위협이 될 때까지는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어요. 오히려 현대차가 지금 그 시장에서 전기차로 만약에 경쟁을 한다면 저는 이제는 중국차를 오히려 조금 더 견제해야 되는 부분이 있어요. 그런데 중국차도 사실 세그멘테이션은 좀 다릅니다. 훨씬 더 소형이라든가 저가의 자동차 섹터고요. 현대차가 바라보는 섹터는 그것보다는 좀 고가에 이런 형태이기 때문에 전기차 세그멘테이션도 좀 다르다고 봐요. 그런데 전체적으로 그냥 자동차 시장이라는 것만 놓고 본다면 일본차가 워낙 동남아시아에서는 압도적이죠.
◇김방희> 우리 차를 찾아보기가 힘들었었잖아요, 사실.
◆고영경> 그리고 거기에 생산 공장이 없었기 때문에 가격에서도 경쟁력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인도네시아 같은 경우에는 일본 브랜드의 자동차가 시장의 거의 98%를 장악하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김방희> 삼성이 대표적이고, 베트남 진출 기업 중에는. 베트남에서는 공공연하게 우리가 중국에 대해서 느끼듯 삼성이 베트남 경제 성장을 이끌었다 하는 얘기들도 하는데. 그밖에도 우리 기업들 5000여 곳 이상 진출을 했던데, 삼성 외에 주목할 만한 기업들도 나타나고 있습니까?
◆고영경> 그렇죠. 사실은 한국에서 너무 삼성의 입지가 압도적이다 보니까 베트남 수출의 20% 이상을 담당하고 있으니까 압도적이어서 그런데요. 효성, 효성도 굉장히 많이 들어가 있어요. 굉장히, 삼성에 의해서 투자를 가장 많이 했던 기업이고요. 그다음에 LG의 가전이라든가 이런 경우도 다 들어가 있고. 또 식품 중에서는 한국의 대표적인 오리온이라든가 이런 기업들이 잘하고 있고요. 그래서 소비재부터 유통까지 굉장히 여러 군데 회사들이 다 들어가 있고, 심지어 IT 그다음에 네이버 이런 회사들도 들어가서 새로운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리고 최근에는 금융기관들도 많이 들어갔는데, 이미 오래전에 들어갔던 신한은행 같은 경우에는 베트남에서 상당히 입지를 굳건히 쌓은 외국계 은행 중에서는 1위를 하고 있습니다.
◇김방희> 그렇군요. 청취자 박봉자 님이 생산 기지라는 측면에서 중국의 대체 국가로 인도는 어떨까요, 인도가 임금 면에서는 아직도 경제적으로 말이 되는 것 같은데요 해 주셨는데.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주시기 전에 지금 최근에 인도를 포함해서 베트남, 브라질 같은 신흥시장, 아까 이머징 마켓 펀드들 수익률이 괜찮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관심들이 부쩍 높아졌는데. 인도는 어때요. 인도는 적어도 아세안은 아니잖아요.
◆고영경> 아세안은 아니지만 한국에서는 과거에 신남방 정책이 있었고, 이번 새 정부에 들어서는 인도 태평양 전략이라는 걸 내세우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한국 정부 입장에서도 우리가 손을 굳건히 잡고 가야 되는, 이미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천명한 지는 오래됐고요. 저희가 손을 잡고 같이 성장해야 되는 국가나 지역으로 인식을 하고 있어요. 그래서 인도도 중요성이 있는 나라인데. 인도 같은 경우는 아시다시피 앞으로는 제1의 인구 대국이 될 것이고, 이미 됐다라고 보기도 하죠. 그리고 아직 임금도 경쟁력이 있다고 봐요. 그런데 많은 기업들이 인도를 가는 것은 어떤 경우에는 시기상조일 수도 있고요. 이미 준비를 좀 더 많이 해서 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세안이 이렇게 가깝고 우리랑 교역과 투자에 있어서 2위에 관계를 맺고 있음에도 아세안에 대한 연구가 부족하고, 아세안을 잘 모르는데 인도는 과연 얼마큼 나갈 준비가 되어 있는가 훨씬 더 규제가 복잡합니다. 거기 지역별로 규제가 또 달라요. 그러니까 이런 부분들을 가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가 아니고요. 충분히 연구하고 준비하면서 나가야 되고, 이미 들어갔던 기업들의 성공 사례, 실패 사례를, 왜 잘했고 뭐가 문제였는가 여기에 대한 연구를 충분히 하고 나가셨으면 좋겠어요.
◇김방희> 또 현지에 진출한 분들 얘기를 들어보면 제 주변분들이니까, 표본은 제한적이지만 인프라 문제를 거론하는 분도 있고. 또 소비자의 정서 자체가 굉장히 힌두교 민족주의적이어서 조금 염려스럽다고는 하더군요.
◆고영경> 그렇지만 전 세계 어느 시장이라고 쉬운 해외 지역은 저는 단 한 군데도 없는 것 같아요. 중국도 처음 진출할 때 쉽지는 않았습니다.
◇김방희> 고려대 아세안센터의 고영경 연구 교수와 함께 포스트 차이나 시대에 대한 지역 기상도를 그리고 있는데요. 다만 인도가 최근에 더 주목받았던 이유는 애플이 아이폰 생산 기지를 인도로 옮기면서 사실상 중국 대신 인도를 선택하는 게 아니냐, 물론 아직까지 비중은 미미합니다마는 그런 얘기들이 나오던데. 애플 같은 회사는 왜 인도를 선택했을까요.
◆고영경> 인도는 가야 되는 시장이라는 점은 분명하죠. 인구가 많고 그다음에 소득 수준이 높은 사람들은 어디나 브랜드를 중요시 여기니까요. 또 한 가지는 인도에서 메이크 인도라는 그런 정책을 하면서 외국 기업들의 투자 유치하기 위해서 굉장히 많은 노력을 했어요. 그리고 특히 스마트폰, 전자제품에 대해서는 들어오면 각종 세제 혜택부터 지원책을 마련해 주는 정책들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의미에서라도 인도를 가지 않을 수 없었던 거죠.
◇김방희> 우리도 아까 말씀해 주신 스마트폰 분야에서 삼성전자가 인도에서 생산하기 시작하면서 수출을 꽤 하던데. 그러니까 인도의 외국 기업이나 자본 유치 흐름이 1990년대 중국이 그랬던 것처럼 지금 굉장히 확산되고 있는 모양이죠.
◆고영경> 굉장히 확산되고 있는 게 모디 총리가 두 번째 재선이 되면서 굉장히 강조하고 있는 부분은 역시 경제 성장이에요. 경제 성장을 하려면 투자가 유입이 되면서 고용이 창출이 돼야 되는데 자국 내에서의 자본 축적도 굉장히 중요하지만 외국 기업들이 결국은 적극적으로 들어와야 되는데, 저가의 노동만 보고 들어오는 것보다 그래도 뭔가 우리가 나중에 기술을 이전받거나 새로운 기술의 생태계를 만들 수 있는 기업들이 들어오기를 원하는 거죠. 그러니까 어느 지역에 가더라도 전 세계 어느 나라를 가더라도 삼성전자가 진출한다는 데 싫어하는 나라는 없을 거예요. 그런 기업들을 유치하기 위해서 인도 정부가 굉장히 많은 노력을 하고 있고, 그리고 인센티브도 많이 주고 있다 보니까 여기에 대표적인 주자로 삼성과 애플이 눈에 띄었던 거죠. 그래서 이 이외에 여러 다른 기업들도 굉장히 많이 진출을 하고 있고, 진출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김방희> 최근에 자동차 업계의 큰 이슈 중에 하나는 현대, 기아가 인도 시장 같은 데서 비교적 선방하고 있다, 그래서 다른 중국 시장 같은 데서 사실상 밀려난 것에 비하면 인도가 대안이 돼 주고 있다 이런 지적도 나오는데. 실제 그렇습니까?
◆고영경> 월별로 연간 통계하고는 조금 틀린데요. 월별로 판매량이 나오는데 중간 중간 현대차가 1위를 했던 그런 순간들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굉장히 고무적인 거죠. 지금까지 인도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자동차 시장의 45%, 4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회사는 일본의 스즈키입니다. 이 스즈키가 일찍이 진출해서 인도 시장에 맞는 소형차 위주로 영업을 굉장히 잘해 왔어요. 그래서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제 새로운 브랜드, 좀 더 고급차 이런 시장들이 커지고 있는 와중에 현대가 들어가서 영업을 잘 하고 있는 사례가 되고 있습니다.
◇김방희> 우리로서는 믿고 싶지 않겠지만 테슬라의 기가팩토리라고 하는 공장 후보지로 우리와 인도네시아가 붙었던 적이 있었고, 우리 대통령도 나서서 일론 머스크가 우리를 후보지, 유력 후보지로 거론하고 있다 하는 얘기도 나왔는데. 외신을 보니까 인도네시아로 사실상 낙점이 됐다 하는 보도가 나오던데.
◆고영경> 확정은 아니고요. 가능성이 높다고 이야기를 하는 거죠. 사실은 한국만 세일즈를 열심히 한 게 아니고 인도네시아의 조코 위 대통령이 전에 미국 방문을 해서 아예 일론 머스크를 만나러 갔어요. 그래서 둘이서 환담을 하면서 가급적이면 인도네시아로 진출을 해 달라는 이야기를 했는데 인도네시아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두 가지 측면이 있죠. 하나는 2억 8000만 명에 달하는 인구,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차도 바꿔야 될 때가 왔고요. 지금까지는 일본차가 압도적인 우위를 가지고 있지만 일본차는 아시다시피 하이브리드에 집중했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전기차 시대에서 중국 전기차라든가 아니면 한국의 전기차, 현대자동차가 이 시장이 변화하는 시장에서 먼저 선점을 하겠다. 그래서 현대자동차도 인도네시아의 공장을 세운 거고 그 시장을 테슬라도 보고 있는 겁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측면은 니켈 보유량이 1위죠. 전 세계 1위의 보존량을 가지고 있는 인도네시아이기 때문에 이 니켈이라는 건 배터리에서 가장 중요한 자원 중에 하나거든요. 그런데 니켈의 원광 수출을 금지를 했어요. 왜냐하면 우리가 원광을 팔면 별로 국내 부가가치가 안 남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원광을 최소한 제련해서 갖고 나가라. 아니면 가장 좋은 방법은 우리 국가 안에, 인도네시아 안에 배터리와 전기차에 이어지는 밸류체인을 만들고 싶은 것입니다. 그게 인도네시아 정부의 목표고요. 그러다 보니까 현대차도 진입을 했고, 시장도 있고, 자본도 있고, 그래서 현대차가 들어갔고 현대차가 들어가니까 배터리를 만드는 LG 에너지 솔루션도 지금 플랜트를 짓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테슬라 입장에서 보기에도 여기는 여기서 생산을 해서 아시아 전체를 커버할 수도 있고요. 배터리를 공급받기에도 충분한, 그런 서플라이 체인이 갖춰져 있다고 본 것이죠.
◇김방희> 아까 처음에 말씀해 주신 아세안의 잠재력으로 다시 얘기가 돌아가네요. 자원이라는 게 니켈, 특히 전기차에서 워낙 중요한 부분이니까 상당한 무기가 되는 거군요. 공급망에서 이걸 지속적으로,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다는 게
◆고영경> 그렇죠. 우리로 보기에는 그들이 무기화하고 리스크 요인이 되지만 또 그들 입장에서 보면 과거에는 원광 수출로 별로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못했고 기술을 습득할 수 있는 기회가 적었는데 이제는 좀 더 영리한 방식으로 자국 산업을 키우기 위해서 자원을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싶어지는 그런 요인들이 강력하게 정책적으로도 이어지고 있는 과정입니다.
◇김방희> 1997년 동남아에서 시작됐던 동아시아 외환위기에 태국, 말레이시아들이 아주 집중적으로 휘말려서 어려움을 겪었죠. 그 당시에는 사실 말레이시아가 우리나라처럼 고도성장을 한다는 전망이 많았는데 그 후에 말레이시아는 거기서 일하시고 공부하신 고 교수님한테는 죄송한 얘기인데 약간 잊힌 국가처럼 됐었는데.
◆고영경> 네, 맞습니다.
◇김방희> 그런데 최근에 다시 주목하라는 이유는 뭡니까?
◆고영경> 사실 말레이시아는 가지고 있는 굉장한 장점들이 있습니다. 이제 첫 번째로는 자연재해가 거의 없어요. 지진, 태풍, 화산이 없어요. 그러니까 입지가 굉장히 중요한 플랜트들은 그런 조건들을 완벽하게 갖추고 있는 것이고요. 그리고 인프라가 굉장히 잘 갖춰져 있습니다. 우리가 생각할 때는 말레이시아가 그동안 무슨 성장을 했지라고 생각을 하겠지만 1인당 국민소득이 1만 2000불이에요. 그러니까 싱가포르, 브루나이 다음으로 잘 사는 지역이거든요. 구매력으로 따지면 훨씬 더 높습니다. 그리고 영국 식민지였기 때문에 영어와 말레이시아어를 공용으로 쓰고 모든 제도적인 것들이 영미식 기준에 잘 맞춰져 있어요. 그러니까 외국 기업들이 들어갔을 때 이런 여러 가지 복잡다단한 문제들이 사실 그런 비용들이 굉장히 적어지는 측면이 있습니다. 그리고 어디, 아세안 어디를 가든지 2시간, 3시간 이내에 다 커버가 되는 지리적인 이점, 그리고 인도까지도 굉장히 가까운 거리에 있어요. 그리고 인도계가 굉장히 많기 때문에 다국적 기업들은 말레이시아에 있는 인도계 사람들을 인도로 파견한다든가 이런 활용 거점으로도 굉장히 잘 쓰고 있습니다.
◇김방희> 어떻게 보면 동북아시아의 호랑이들이 경제 성장을 할 때 홍콩이나 싱가포르에 한 역할을 동남아가 비상할 때 말레이시아가 할 수 있다.
◆고영경> 그리고 싱가포르에 점점 더 비용이 비싸지다 보니까 거기를 대체하는 지역으로도 가져가고 있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우리가 알게 모르게 반도체 산업이 제가 있다고 말씀을 드렸잖아요. 그래서 말레이시아 페락 같은 곳에서는 인테리어나 이런 예전부터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굉장히 많이 들어가 있었어요. 그리고 최근에는 한국 기업도 공장을 문을 열었습니다.
◇김방희> 다만 이 동남아 지역은 이미 열강의 긴장 상태가 계속 생존하는 지역이거든요. 중국도 중국 알셉이라는 걸 통해서 경제협력 관계를 맺고 있고 트럼프 시기에 미국이 빠지긴 했습니다마는 일본 등이 주도하고 있는 CPTPP라는 것도 있고 또 미국은 바이든 행정부 들어서 다시 IPEP라는 거, 이름은 복잡한데 쉽게 얘기해서 이 지역을 대상으로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그러다 보면 나중에 복잡해지지 않을까요?
◆고영경> 저는 오히려 반대로 그런 판도 속에서 아세안이 주목받고 중요성이 훨씬 더 높아진 거예요. 왜냐하면 국제 외교 무대라든가 아니면 공급망 차원에서도 마찬가지고요. 안보 측면에서도 모든 선박들이 중동에서 태평양으로 나갈 때 이 길을 거쳐야 되는 지역이거든요. 누구도 뺏기고 싶지 않죠. 그렇지만 누구도 점유하는 순간 한쪽은 피해를 보게 되는 지역이에요. 아세안 개별 국가들은 큰 힘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더 이상 휘둘리지 말자고 만들어낸 게 동남아시아 국가연합 아세안이 된 거거든요. 그래서 1967년에 처음 만들어진 거예요. 그래서 이들은 중국 편도 아니고 확실히 미국 편도 아니에요. 그러다 보니까 오히려 중간에서 가지고 있는 그런 밸류가 점점 더 높아진 거죠. 중국도 이들과 가까이 지내고 싶고요. 미국도 여기를 놓치고 싶지 않은 지역이에요. 그래서 서로 더 공을 많이 들리고요. 그런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아세안 국가들은 남중국해 문제 가지고는 중국이랑 대립하기도 하지만 경제적으로는 잘 협력하는 거예요. 그렇다고 완전히 중국 편에 서지 않습니다. 그리고 외국 기업들 누구 기업이라도 우리에게 필요한 기업이면 얼마든지 들어와라 이런 자세거든요.
◇김방희> 마지막으로 첫 질문으로 돌아가죠. 많은 기업인들이 던진 그 질문에 대한 답을 해 주셔야 되는데 포스트 차이나, 중국은 설령 지금 빠져나가지 않더라도 빠져나갈 계획을 세우고 있는 단계인데 그러면 포스트 차이나 지역도 좋지만 한 나라를 꼽으라면 어디를 꼽아주시겠습니까?
◆고영경> 전기, 전자, 제조업 측면에서는 베트남이 맞고요. 그다음에 아까 말씀드린 대로 자원이 연결된 부분에 있어서는 인도네시아를 거점으로 삼는 게 맞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처음부터 계속 말씀을 드렸지만 한 국가에서 모든 것을 끝내려고 하는 전략이 아니라 전체를 아우르는, 지역 전체를 바라볼 수 있는 롱텀만, 장기간의 전략을 가지고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김방희> 한 나라의 오인하는 것이 가진 위험성을 또 우리가 중국에서 지난 30년간 배우기도 했기 때문에 그런 말씀을 해 주신 것 같습니다.
◆고영경> 또 한 가지만 좀 덧붙이자면 아세안과 인도를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아세안에서도 잘할 수 없는 기업이 더 힘든 인도 가서 잘하기는 저는 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김방희> 준비 단계로 아세안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알겠습니다 고려대 아세안 센터 고영경 연구교수였습니다. 고맙습니다.
◆고영경>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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