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 선택’ 농협 직원…원인은 ‘직장 내 괴롭힘’?

입력 2023.01.25 (21:42) 수정 2023.01.25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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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장수의 한 농협에서 직장 내 괴롭힘으로 30대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했단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유족들은 농협 측이 분리 조치나 진상 규명보단 사건을 숨기는 데 급급했다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안승길 기자입니다.

[리포트]

장수의 한 농협.

지난 12일, 앞마당에 세워진 승용차에서 직원 한 명이 극단적 선택을 한 채 발견됐습니다.

숨진 직원은 이곳에서 5년째 일한 서른세 살 이 모 씨.

결혼한 지 석 달 된 새내기 신랑이었습니다.

이 씨는 결혼 직전인 지난 9월에도 극단적 선택을 암시한 뒤 경북에서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유족들은 1년 전부터 집요하게 이어진 직장 내 괴롭힘을 원인으로 지목합니다.

[이진/피해자 동생 : "가해자들이 부당하게 저지른 업무에 대해 뒷수습하고, 그 사람들의 얼굴을 매일 마주보며 조롱당하고 그거에 못 이겨서…."]

이 씨의 유언장 곳곳엔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긴 상사들의 날 선 말들이 기록돼 있습니다.

유족 측은 가해자들이 CCTV로 화장실 가는 횟수까지 확인해 면박을 주기도 했다고 호소합니다.

농협은 지난달 벌인 자체 심의 결과 증거가 부족하다며 직장 내 괴롭힘은 없었던 것으로 결론 내렸습니다.

하지만 조사를 맡은 노무사가 가해자로 지목된 상사와 지인 사이란 사실이 밝혀져 유족들은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합니다.

[이성래/피해자 아버지 : "철저한 규명을 통해 우리 아들의 억울한 죽음을, 한을 풀어주십시오."]

농협은 지난해 12월, 이 씨를 본점에서 임시 근무하게 했지만 상사들은 이곳을 수시로 드나들었고, 연말부턴 감사 대비를 이유로 괴롭힘이 발생한 원 근무지로 돌아가게 했습니다.

미흡한 분리 조치로 이 씨는 가해자들과 마주치며 원 근무지로 복귀한 지 2주 만에 극단적 선택을 했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농협은 이 씨 측의 일방적 주장일 뿐이라며, 추가 감사나 재발 방지대책 마련 등은 논의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농협 관계자/음성변조 : "죽음을 선택한 이유 저희는 전혀 알지 못하는 상태고요. 취할 수 있는 모든 절차는 취했기 때문에…."]

유족들은 진상을 밝혀달라며 경찰에 수사 의뢰했으며, 고용노동부와 농협중앙회에 진정서를 낼 예정입니다.

KBS 뉴스 안승길입니다.

촬영기자:안광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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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극단적 선택’ 농협 직원…원인은 ‘직장 내 괴롭힘’?
    • 입력 2023-01-25 21:42:04
    • 수정2023-01-25 22:12:20
    뉴스9(전주)
[앵커]

장수의 한 농협에서 직장 내 괴롭힘으로 30대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했단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유족들은 농협 측이 분리 조치나 진상 규명보단 사건을 숨기는 데 급급했다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안승길 기자입니다.

[리포트]

장수의 한 농협.

지난 12일, 앞마당에 세워진 승용차에서 직원 한 명이 극단적 선택을 한 채 발견됐습니다.

숨진 직원은 이곳에서 5년째 일한 서른세 살 이 모 씨.

결혼한 지 석 달 된 새내기 신랑이었습니다.

이 씨는 결혼 직전인 지난 9월에도 극단적 선택을 암시한 뒤 경북에서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유족들은 1년 전부터 집요하게 이어진 직장 내 괴롭힘을 원인으로 지목합니다.

[이진/피해자 동생 : "가해자들이 부당하게 저지른 업무에 대해 뒷수습하고, 그 사람들의 얼굴을 매일 마주보며 조롱당하고 그거에 못 이겨서…."]

이 씨의 유언장 곳곳엔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긴 상사들의 날 선 말들이 기록돼 있습니다.

유족 측은 가해자들이 CCTV로 화장실 가는 횟수까지 확인해 면박을 주기도 했다고 호소합니다.

농협은 지난달 벌인 자체 심의 결과 증거가 부족하다며 직장 내 괴롭힘은 없었던 것으로 결론 내렸습니다.

하지만 조사를 맡은 노무사가 가해자로 지목된 상사와 지인 사이란 사실이 밝혀져 유족들은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합니다.

[이성래/피해자 아버지 : "철저한 규명을 통해 우리 아들의 억울한 죽음을, 한을 풀어주십시오."]

농협은 지난해 12월, 이 씨를 본점에서 임시 근무하게 했지만 상사들은 이곳을 수시로 드나들었고, 연말부턴 감사 대비를 이유로 괴롭힘이 발생한 원 근무지로 돌아가게 했습니다.

미흡한 분리 조치로 이 씨는 가해자들과 마주치며 원 근무지로 복귀한 지 2주 만에 극단적 선택을 했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농협은 이 씨 측의 일방적 주장일 뿐이라며, 추가 감사나 재발 방지대책 마련 등은 논의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농협 관계자/음성변조 : "죽음을 선택한 이유 저희는 전혀 알지 못하는 상태고요. 취할 수 있는 모든 절차는 취했기 때문에…."]

유족들은 진상을 밝혀달라며 경찰에 수사 의뢰했으며, 고용노동부와 농협중앙회에 진정서를 낼 예정입니다.

KBS 뉴스 안승길입니다.

촬영기자:안광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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