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증언] 김태현 할아버지 “그때 시국이 원망스러워”

입력 2023.01.26 (19:25) 수정 2023.01.26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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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4·3의 역사를 기록하는 KBS 연속기획 여든 한 번째 순서입니다.

김태현 할아버지는 4·3 당시 군경에 가족을 잃고 자신도 산사람으로 몰려 주민이 휘두르는 철창에 크게 다치고 힘겹게 살아왔습니다.

유용두, 강재윤 기자가 만났습니다.

[리포트]

[김태현/4·3 후유장애인 : "우리 아버지는 한라산 아래 1등 목수였는데 못 하는 것이 없는, 그렇게 재주가 좋은데 가정에는 영 빵점이었어."]

[김태현/4·3 후유장애인 : "(4·3 때)응원대하고 군경하고 며칠 올라오더라고. 하루 오면 사람을 하나 죽여서 가나 어떻게 사건을 내고 간단 말이야. 그게 두려워서 우리 아버지네는 밝을 때는 도망가버려. 도망갔다가 어두우면 들어왔다가. (하루는) '팡'하는 소리가 나. '팡'하는 것은 무슨 소리인지 몰랐어. 나중에 보니까 수류탄이라고 하더라고. (아버지가) 뛰라고 하니까 우리 형님하고 나는 그냥 무조건 산으로 뛰었어. 우리 어머니는 뒤에서 집으로 가서 우리 동생들 세 명 데리고 또 산으로 뛴 거야."]

[김태현/4·3 후유장애인 : "오름 위에 가보니까 벌써 사람들이 한 열 사람, 대략 짐작에 한 여남은 사람 벌써 가서 앉아 있어. 이렇게 보니까 우리 집도 연기가 퐁퐁 나다가 집에 불이 막 붙어. 우리 거기 있는 줄 알았는지 아래에서 온 사람들이 막 총을 쏘더라고. '타다다다'하는 소리가 나자마자 우리나 그 사람들이나 또 위로 뛴 거야 산으로. 불을 안 붙인 집이 두 가구, 세 가구쯤 있었는데 거기 수망리 사람들이 다 모였어. 우리 어머니도 그곳에 동생들 데리고 왔어. 잘 만났다고 하면서 죽 쒀서 주니까 좀 먹고 그런데 갈 데가 있나. 오늘 아니면 내일, 내일 아니면 모레, 죽지 않으면 살 거. 죽을 말만 하더라고."]

[김태현/4·3 후유장애인 : "(여기저기 숨어 지내다 동네 어른이) 이불 가지러 가는데 그 어른을 졸졸 쫓아갔어. 길 옆으로 무슨 말소리가 나는 거야. 사람 말소리가 나는 거야. 숨으러 다니는 사람인가 했는데 군인 잠복한 것은 생각 못 하고. 군인들이 열 사람 이상 확 나와서 손들어 하니까 어떡해요. 그때는 눈이 캄캄. (붙잡혀서) 진구슬로 민오름으로 의귀리로 해서 의귀리 학교로 온 거야. 자면서 들으면 사람 죽어가는 소리가 야단이야. '아야야야' 막 죽어가는 소리. 와당탕 와당탕 때리는 소리. 나하고 같이 간 삼촌은 이렇게 앉아있었어. 담배만 피우고 앉아 있는데 "현문식"하니까 "예"하면서 나갔는데 데려가서 어디 태흥리쯤 가서 죽여버렸다고."]

[김태현/4·3 후유장애인 : "(남원리로 갔다 서귀포경찰서로 가고 다시) 남원리로 오니까 남원리 사람들이 그렇게 소리를 질러. '저것들(산사람들) 죽이지 않고 살아왔다' 그때는 (철)창들만 단장하더라고. 한번은 거기(서청 사무실)를 가게 됐어. '와'하고 달려오면서 여기를 (철창으로) 찌른 거야. 옆구리. 옆구리 콱 찌르니까 생각도 못 했는데 어떡해. 이렇게 하니까 여기를 또 때려버린 거야. (돌봐주던) 할머니가 이게 무슨 일이냐고. 그때 동짓달인데 쑥이 있었는지, 나는 꼭 쑥 같았는데 쑥하고 된장 같은 것, 소금 같은 것 해서 찧어서. 여기하고 여기하고 어떻게 붙였는지 붙여서 며칠 지나니까 아픈 것도 좀 없어지고. (후유증 때문에) 추우려고 하거나 더우려고 하거나 비가 오려고 하면 벌써 내가 알지."

[김태현/4·3 후유장애인 : "(형은) 행방불명 돼서, 16살 난 것을 죄인으로 했음 직도 안 하고, 그렇게 데려가니까 그걸로 끝이고. 우리 여동생은 굶어 죽고. 나는 셋아버지 밑으로 양자로 지금 있어. 우리 양아버지(셋아버지)도 4·3 사건 때 우리랑 같이 살다가 행방불명이야. 무엇이 무엇인지 몰랐어. 원망이라는 것은 이제 원망이라는 것을 알았지. 시국이 원망스러워. 시국이 그렇게 못된 시국이 아니었으면 왜 그랬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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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3 증언] 김태현 할아버지 “그때 시국이 원망스러워”
    • 입력 2023-01-26 19:25:25
    • 수정2023-01-26 20:10:26
    뉴스7(제주)
[앵커]

4·3의 역사를 기록하는 KBS 연속기획 여든 한 번째 순서입니다.

김태현 할아버지는 4·3 당시 군경에 가족을 잃고 자신도 산사람으로 몰려 주민이 휘두르는 철창에 크게 다치고 힘겹게 살아왔습니다.

유용두, 강재윤 기자가 만났습니다.

[리포트]

[김태현/4·3 후유장애인 : "우리 아버지는 한라산 아래 1등 목수였는데 못 하는 것이 없는, 그렇게 재주가 좋은데 가정에는 영 빵점이었어."]

[김태현/4·3 후유장애인 : "(4·3 때)응원대하고 군경하고 며칠 올라오더라고. 하루 오면 사람을 하나 죽여서 가나 어떻게 사건을 내고 간단 말이야. 그게 두려워서 우리 아버지네는 밝을 때는 도망가버려. 도망갔다가 어두우면 들어왔다가. (하루는) '팡'하는 소리가 나. '팡'하는 것은 무슨 소리인지 몰랐어. 나중에 보니까 수류탄이라고 하더라고. (아버지가) 뛰라고 하니까 우리 형님하고 나는 그냥 무조건 산으로 뛰었어. 우리 어머니는 뒤에서 집으로 가서 우리 동생들 세 명 데리고 또 산으로 뛴 거야."]

[김태현/4·3 후유장애인 : "오름 위에 가보니까 벌써 사람들이 한 열 사람, 대략 짐작에 한 여남은 사람 벌써 가서 앉아 있어. 이렇게 보니까 우리 집도 연기가 퐁퐁 나다가 집에 불이 막 붙어. 우리 거기 있는 줄 알았는지 아래에서 온 사람들이 막 총을 쏘더라고. '타다다다'하는 소리가 나자마자 우리나 그 사람들이나 또 위로 뛴 거야 산으로. 불을 안 붙인 집이 두 가구, 세 가구쯤 있었는데 거기 수망리 사람들이 다 모였어. 우리 어머니도 그곳에 동생들 데리고 왔어. 잘 만났다고 하면서 죽 쒀서 주니까 좀 먹고 그런데 갈 데가 있나. 오늘 아니면 내일, 내일 아니면 모레, 죽지 않으면 살 거. 죽을 말만 하더라고."]

[김태현/4·3 후유장애인 : "(여기저기 숨어 지내다 동네 어른이) 이불 가지러 가는데 그 어른을 졸졸 쫓아갔어. 길 옆으로 무슨 말소리가 나는 거야. 사람 말소리가 나는 거야. 숨으러 다니는 사람인가 했는데 군인 잠복한 것은 생각 못 하고. 군인들이 열 사람 이상 확 나와서 손들어 하니까 어떡해요. 그때는 눈이 캄캄. (붙잡혀서) 진구슬로 민오름으로 의귀리로 해서 의귀리 학교로 온 거야. 자면서 들으면 사람 죽어가는 소리가 야단이야. '아야야야' 막 죽어가는 소리. 와당탕 와당탕 때리는 소리. 나하고 같이 간 삼촌은 이렇게 앉아있었어. 담배만 피우고 앉아 있는데 "현문식"하니까 "예"하면서 나갔는데 데려가서 어디 태흥리쯤 가서 죽여버렸다고."]

[김태현/4·3 후유장애인 : "(남원리로 갔다 서귀포경찰서로 가고 다시) 남원리로 오니까 남원리 사람들이 그렇게 소리를 질러. '저것들(산사람들) 죽이지 않고 살아왔다' 그때는 (철)창들만 단장하더라고. 한번은 거기(서청 사무실)를 가게 됐어. '와'하고 달려오면서 여기를 (철창으로) 찌른 거야. 옆구리. 옆구리 콱 찌르니까 생각도 못 했는데 어떡해. 이렇게 하니까 여기를 또 때려버린 거야. (돌봐주던) 할머니가 이게 무슨 일이냐고. 그때 동짓달인데 쑥이 있었는지, 나는 꼭 쑥 같았는데 쑥하고 된장 같은 것, 소금 같은 것 해서 찧어서. 여기하고 여기하고 어떻게 붙였는지 붙여서 며칠 지나니까 아픈 것도 좀 없어지고. (후유증 때문에) 추우려고 하거나 더우려고 하거나 비가 오려고 하면 벌써 내가 알지."

[김태현/4·3 후유장애인 : "(형은) 행방불명 돼서, 16살 난 것을 죄인으로 했음 직도 안 하고, 그렇게 데려가니까 그걸로 끝이고. 우리 여동생은 굶어 죽고. 나는 셋아버지 밑으로 양자로 지금 있어. 우리 양아버지(셋아버지)도 4·3 사건 때 우리랑 같이 살다가 행방불명이야. 무엇이 무엇인지 몰랐어. 원망이라는 것은 이제 원망이라는 것을 알았지. 시국이 원망스러워. 시국이 그렇게 못된 시국이 아니었으면 왜 그랬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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