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불법 이민자 즉각 추방 확대…발길 끊긴 이민자들
입력 2023.01.28 (22:07)
수정 2023.01.28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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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미국 남부 국경지대로 몰려오는 중남미 이민자들의 불법 입국 시도가 올해 들어 갑자기 급감했습니다.
이달초 바이든 정부가 불법 입국을 강력히 단속하며 합법 이민을 늘렸기 때문인데, 오히려 새 이민자 정책이 미국의 갈등과 우려를 더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텍사스 엘 패소 국경지대를 이영현 특파원이 현장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미국 텍사스 주 서쪽 끝 도시 엘 패소는 멕시코의 시우다드 후아레스와 마주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정부 시절 보강된 5.4 미터 높이의 철제 장벽은 국경인 리오그란데강을 따라 두 도시를 나누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하루 평균 2천5백 명의 중남미 이주민들이 국경을 넘어 이곳 엘 패소로 들어왔습니다.
대부분 망명을 신청하고 체류 허가를 기다리려는 사람들이었지만 일부는 불법 체류를 목적으로 몰래 들어온 사례도 많았습니다.
엘 패소의 보호소와 거리에는 이민자들이 넘치면서 결국, 엘패소 시가 비상사태를 선포했습니다.
[오스카 리서/엘패소 시장/지난달 19일 : "망명 신청자들이나 우리 지역 사회의 그 누구에게도 안전하지 않다고 느낄 때마다 비상사태를 선포할 것입니다."]
이렇게 이민자들이 급증한 것은 코로나 확산 방지를 이유로 불법 입국자를 추방할 수 있도록 한 타이틀 42이라는 행정 명령이 폐지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텍사스 등 보수 성향 주들의 반발로 미 연방 대법원은 최종 결정을 내릴 때까지 타이틀 42 유지를 결정했습니다.
이달 초 바이든 대통령은 더 나아가 쐐기를 박았습니다.
자신이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던 타이틀 42를 적용 대상을 오히려 더 확대해 시행하겠다고 한겁니다.
대신 합법 이민 문호를 매달 3만 명 씩 늘리겠다고 밝혔습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지난 5일 : "사람들이 미국으로 오는 걸 막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미국 법에 따라 질서 있는 방식으로 미국에 들어오도록 요구할 수 있습니다."]
한 달 전 이민자들이 줄지어 건넜던 미국과 멕시코 국경 리오그란데강입니다.
제 옆으로 보이는 저 철조망을 넘어서면 바로 멕시코 땅입니다.
이 지역은 엘 패소에서도 철제 장벽이 설치돼 있지 않은 지역인데요.
때문에 국경 순찰대 병력 들이 이렇게 삼엄한 경비를 펼치고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의 발표 뒤 이곳에 군 병력이 추가 배치됐습니다.
미국 땅은 물론 이제는 강 건너 멕시코 지역에도 이민자들의 모습을 찾을 수 없습니다.
이 이민자 보호시설은 지난달 초 수용 능력을 초과할 정도로 이민자들이 몰렸지만 지금은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습니다.
[프레드 존슨/레스큐 미션 보호소 직원 : "12월 초에는 150명에서 200명 정도였는데 줄어든 거죠. 많은 사람들이 떠났어요. 그래서 끼니마다 80명에서 100명 정도로 줄었습니다."]
베네수엘라 출신의 이 가족은 2주 전 미국 땅을 밟았습니다.
돈이 없으면 걸어서, 운이 좋으면 기차 지붕에도 올라타 7개 나라를 지나왔습니다.
["잘했어 우리가 해냈어!"]
파나마 정글 지대를 지날 때는 강도와 학대 등 폭력에 시달렸고 수차례 죽을 고비를 넘겼습니다.
[소리엘 델 리베로/베네수엘라 이주민 : "앞으로 계획은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겁니다. 국가에 기여하고 일자리를 얻고 우리 아이들이 공부할 수 있도록 좋은 미래를 제공해 주고 싶습니다. 그것이 우리가 원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고생해서 꿈에 그리던 미국에 왔지만 아직도 보호소를 나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자리를 줄 수 있는 후견인을 찾아야 미국에 정식으로 체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에리카 바넬/레스큐 미션 보호소 직원 : "어려운 점은 그들이 원하는 곳으로 가기 위한 자금을 찾는 것입니다. 불행히도 이곳으로 온 사람들 가운데 상당수는 후견인들이 포기했습니다. 이들 중 일부는 미래가 불확실한 상황입니다."]
시민단체들이 바이든 대통령의 새 이민자 정책을 비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페르난도 가르시아/국경 네트워크 인권 이사회 사무국장 : "(대부분의 이민자들은) 여권도, 돈도 없습니다. 소수의 사람들이 망명을 신청하는 것을 허용하는 대가로 바이든 대통령은 국경에 있거나 이미 미국에 들어온 3만 명의 이민자들을 추방하고 있습니다."]
엘 패소에서 태어나고 자란 마틴 씨는 29년 째 이민자 보호 시설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80명이 정원인 시설에 300명이 넘는 이민자들을 수용했습니다.
엘 패소 시민들이 이민자들을 대하는 방법입니다.
[존 마틴/오퍼튜니티 센터 운영자 : "제가 그리워하는 것은 엘 패소의 환영하는 시선입니다. 공동체는 이걸 지지하는데 정치가 너무 개입됐어요."]
타이틀 42에 대한 미 연방 대법원의 결정은 올해 중순으로 예정돼 있습니다.
미국 정부나 미국행을 원하는 이민자들에게는 또 한 번의 고비가 예상됩니다.
텍사스 엘 패소에서 이영현입니다.
영상촬영:유원규/현지코디:조민예
미국 남부 국경지대로 몰려오는 중남미 이민자들의 불법 입국 시도가 올해 들어 갑자기 급감했습니다.
이달초 바이든 정부가 불법 입국을 강력히 단속하며 합법 이민을 늘렸기 때문인데, 오히려 새 이민자 정책이 미국의 갈등과 우려를 더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텍사스 엘 패소 국경지대를 이영현 특파원이 현장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미국 텍사스 주 서쪽 끝 도시 엘 패소는 멕시코의 시우다드 후아레스와 마주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정부 시절 보강된 5.4 미터 높이의 철제 장벽은 국경인 리오그란데강을 따라 두 도시를 나누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하루 평균 2천5백 명의 중남미 이주민들이 국경을 넘어 이곳 엘 패소로 들어왔습니다.
대부분 망명을 신청하고 체류 허가를 기다리려는 사람들이었지만 일부는 불법 체류를 목적으로 몰래 들어온 사례도 많았습니다.
엘 패소의 보호소와 거리에는 이민자들이 넘치면서 결국, 엘패소 시가 비상사태를 선포했습니다.
[오스카 리서/엘패소 시장/지난달 19일 : "망명 신청자들이나 우리 지역 사회의 그 누구에게도 안전하지 않다고 느낄 때마다 비상사태를 선포할 것입니다."]
이렇게 이민자들이 급증한 것은 코로나 확산 방지를 이유로 불법 입국자를 추방할 수 있도록 한 타이틀 42이라는 행정 명령이 폐지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텍사스 등 보수 성향 주들의 반발로 미 연방 대법원은 최종 결정을 내릴 때까지 타이틀 42 유지를 결정했습니다.
이달 초 바이든 대통령은 더 나아가 쐐기를 박았습니다.
자신이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던 타이틀 42를 적용 대상을 오히려 더 확대해 시행하겠다고 한겁니다.
대신 합법 이민 문호를 매달 3만 명 씩 늘리겠다고 밝혔습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지난 5일 : "사람들이 미국으로 오는 걸 막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미국 법에 따라 질서 있는 방식으로 미국에 들어오도록 요구할 수 있습니다."]
한 달 전 이민자들이 줄지어 건넜던 미국과 멕시코 국경 리오그란데강입니다.
제 옆으로 보이는 저 철조망을 넘어서면 바로 멕시코 땅입니다.
이 지역은 엘 패소에서도 철제 장벽이 설치돼 있지 않은 지역인데요.
때문에 국경 순찰대 병력 들이 이렇게 삼엄한 경비를 펼치고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의 발표 뒤 이곳에 군 병력이 추가 배치됐습니다.
미국 땅은 물론 이제는 강 건너 멕시코 지역에도 이민자들의 모습을 찾을 수 없습니다.
이 이민자 보호시설은 지난달 초 수용 능력을 초과할 정도로 이민자들이 몰렸지만 지금은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습니다.
[프레드 존슨/레스큐 미션 보호소 직원 : "12월 초에는 150명에서 200명 정도였는데 줄어든 거죠. 많은 사람들이 떠났어요. 그래서 끼니마다 80명에서 100명 정도로 줄었습니다."]
베네수엘라 출신의 이 가족은 2주 전 미국 땅을 밟았습니다.
돈이 없으면 걸어서, 운이 좋으면 기차 지붕에도 올라타 7개 나라를 지나왔습니다.
["잘했어 우리가 해냈어!"]
파나마 정글 지대를 지날 때는 강도와 학대 등 폭력에 시달렸고 수차례 죽을 고비를 넘겼습니다.
[소리엘 델 리베로/베네수엘라 이주민 : "앞으로 계획은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겁니다. 국가에 기여하고 일자리를 얻고 우리 아이들이 공부할 수 있도록 좋은 미래를 제공해 주고 싶습니다. 그것이 우리가 원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고생해서 꿈에 그리던 미국에 왔지만 아직도 보호소를 나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자리를 줄 수 있는 후견인을 찾아야 미국에 정식으로 체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에리카 바넬/레스큐 미션 보호소 직원 : "어려운 점은 그들이 원하는 곳으로 가기 위한 자금을 찾는 것입니다. 불행히도 이곳으로 온 사람들 가운데 상당수는 후견인들이 포기했습니다. 이들 중 일부는 미래가 불확실한 상황입니다."]
시민단체들이 바이든 대통령의 새 이민자 정책을 비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페르난도 가르시아/국경 네트워크 인권 이사회 사무국장 : "(대부분의 이민자들은) 여권도, 돈도 없습니다. 소수의 사람들이 망명을 신청하는 것을 허용하는 대가로 바이든 대통령은 국경에 있거나 이미 미국에 들어온 3만 명의 이민자들을 추방하고 있습니다."]
엘 패소에서 태어나고 자란 마틴 씨는 29년 째 이민자 보호 시설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80명이 정원인 시설에 300명이 넘는 이민자들을 수용했습니다.
엘 패소 시민들이 이민자들을 대하는 방법입니다.
[존 마틴/오퍼튜니티 센터 운영자 : "제가 그리워하는 것은 엘 패소의 환영하는 시선입니다. 공동체는 이걸 지지하는데 정치가 너무 개입됐어요."]
타이틀 42에 대한 미 연방 대법원의 결정은 올해 중순으로 예정돼 있습니다.
미국 정부나 미국행을 원하는 이민자들에게는 또 한 번의 고비가 예상됩니다.
텍사스 엘 패소에서 이영현입니다.
영상촬영:유원규/현지코디:조민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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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남부 국경지대로 몰려오는 중남미 이민자들의 불법 입국 시도가 올해 들어 갑자기 급감했습니다.
이달초 바이든 정부가 불법 입국을 강력히 단속하며 합법 이민을 늘렸기 때문인데, 오히려 새 이민자 정책이 미국의 갈등과 우려를 더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텍사스 엘 패소 국경지대를 이영현 특파원이 현장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미국 텍사스 주 서쪽 끝 도시 엘 패소는 멕시코의 시우다드 후아레스와 마주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정부 시절 보강된 5.4 미터 높이의 철제 장벽은 국경인 리오그란데강을 따라 두 도시를 나누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하루 평균 2천5백 명의 중남미 이주민들이 국경을 넘어 이곳 엘 패소로 들어왔습니다.
대부분 망명을 신청하고 체류 허가를 기다리려는 사람들이었지만 일부는 불법 체류를 목적으로 몰래 들어온 사례도 많았습니다.
엘 패소의 보호소와 거리에는 이민자들이 넘치면서 결국, 엘패소 시가 비상사태를 선포했습니다.
[오스카 리서/엘패소 시장/지난달 19일 : "망명 신청자들이나 우리 지역 사회의 그 누구에게도 안전하지 않다고 느낄 때마다 비상사태를 선포할 것입니다."]
이렇게 이민자들이 급증한 것은 코로나 확산 방지를 이유로 불법 입국자를 추방할 수 있도록 한 타이틀 42이라는 행정 명령이 폐지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텍사스 등 보수 성향 주들의 반발로 미 연방 대법원은 최종 결정을 내릴 때까지 타이틀 42 유지를 결정했습니다.
이달 초 바이든 대통령은 더 나아가 쐐기를 박았습니다.
자신이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던 타이틀 42를 적용 대상을 오히려 더 확대해 시행하겠다고 한겁니다.
대신 합법 이민 문호를 매달 3만 명 씩 늘리겠다고 밝혔습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지난 5일 : "사람들이 미국으로 오는 걸 막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미국 법에 따라 질서 있는 방식으로 미국에 들어오도록 요구할 수 있습니다."]
한 달 전 이민자들이 줄지어 건넜던 미국과 멕시코 국경 리오그란데강입니다.
제 옆으로 보이는 저 철조망을 넘어서면 바로 멕시코 땅입니다.
이 지역은 엘 패소에서도 철제 장벽이 설치돼 있지 않은 지역인데요.
때문에 국경 순찰대 병력 들이 이렇게 삼엄한 경비를 펼치고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의 발표 뒤 이곳에 군 병력이 추가 배치됐습니다.
미국 땅은 물론 이제는 강 건너 멕시코 지역에도 이민자들의 모습을 찾을 수 없습니다.
이 이민자 보호시설은 지난달 초 수용 능력을 초과할 정도로 이민자들이 몰렸지만 지금은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습니다.
[프레드 존슨/레스큐 미션 보호소 직원 : "12월 초에는 150명에서 200명 정도였는데 줄어든 거죠. 많은 사람들이 떠났어요. 그래서 끼니마다 80명에서 100명 정도로 줄었습니다."]
베네수엘라 출신의 이 가족은 2주 전 미국 땅을 밟았습니다.
돈이 없으면 걸어서, 운이 좋으면 기차 지붕에도 올라타 7개 나라를 지나왔습니다.
["잘했어 우리가 해냈어!"]
파나마 정글 지대를 지날 때는 강도와 학대 등 폭력에 시달렸고 수차례 죽을 고비를 넘겼습니다.
[소리엘 델 리베로/베네수엘라 이주민 : "앞으로 계획은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겁니다. 국가에 기여하고 일자리를 얻고 우리 아이들이 공부할 수 있도록 좋은 미래를 제공해 주고 싶습니다. 그것이 우리가 원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고생해서 꿈에 그리던 미국에 왔지만 아직도 보호소를 나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자리를 줄 수 있는 후견인을 찾아야 미국에 정식으로 체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에리카 바넬/레스큐 미션 보호소 직원 : "어려운 점은 그들이 원하는 곳으로 가기 위한 자금을 찾는 것입니다. 불행히도 이곳으로 온 사람들 가운데 상당수는 후견인들이 포기했습니다. 이들 중 일부는 미래가 불확실한 상황입니다."]
시민단체들이 바이든 대통령의 새 이민자 정책을 비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페르난도 가르시아/국경 네트워크 인권 이사회 사무국장 : "(대부분의 이민자들은) 여권도, 돈도 없습니다. 소수의 사람들이 망명을 신청하는 것을 허용하는 대가로 바이든 대통령은 국경에 있거나 이미 미국에 들어온 3만 명의 이민자들을 추방하고 있습니다."]
엘 패소에서 태어나고 자란 마틴 씨는 29년 째 이민자 보호 시설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80명이 정원인 시설에 300명이 넘는 이민자들을 수용했습니다.
엘 패소 시민들이 이민자들을 대하는 방법입니다.
[존 마틴/오퍼튜니티 센터 운영자 : "제가 그리워하는 것은 엘 패소의 환영하는 시선입니다. 공동체는 이걸 지지하는데 정치가 너무 개입됐어요."]
타이틀 42에 대한 미 연방 대법원의 결정은 올해 중순으로 예정돼 있습니다.
미국 정부나 미국행을 원하는 이민자들에게는 또 한 번의 고비가 예상됩니다.
텍사스 엘 패소에서 이영현입니다.
영상촬영:유원규/현지코디:조민예
미국 남부 국경지대로 몰려오는 중남미 이민자들의 불법 입국 시도가 올해 들어 갑자기 급감했습니다.
이달초 바이든 정부가 불법 입국을 강력히 단속하며 합법 이민을 늘렸기 때문인데, 오히려 새 이민자 정책이 미국의 갈등과 우려를 더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텍사스 엘 패소 국경지대를 이영현 특파원이 현장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미국 텍사스 주 서쪽 끝 도시 엘 패소는 멕시코의 시우다드 후아레스와 마주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정부 시절 보강된 5.4 미터 높이의 철제 장벽은 국경인 리오그란데강을 따라 두 도시를 나누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하루 평균 2천5백 명의 중남미 이주민들이 국경을 넘어 이곳 엘 패소로 들어왔습니다.
대부분 망명을 신청하고 체류 허가를 기다리려는 사람들이었지만 일부는 불법 체류를 목적으로 몰래 들어온 사례도 많았습니다.
엘 패소의 보호소와 거리에는 이민자들이 넘치면서 결국, 엘패소 시가 비상사태를 선포했습니다.
[오스카 리서/엘패소 시장/지난달 19일 : "망명 신청자들이나 우리 지역 사회의 그 누구에게도 안전하지 않다고 느낄 때마다 비상사태를 선포할 것입니다."]
이렇게 이민자들이 급증한 것은 코로나 확산 방지를 이유로 불법 입국자를 추방할 수 있도록 한 타이틀 42이라는 행정 명령이 폐지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텍사스 등 보수 성향 주들의 반발로 미 연방 대법원은 최종 결정을 내릴 때까지 타이틀 42 유지를 결정했습니다.
이달 초 바이든 대통령은 더 나아가 쐐기를 박았습니다.
자신이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던 타이틀 42를 적용 대상을 오히려 더 확대해 시행하겠다고 한겁니다.
대신 합법 이민 문호를 매달 3만 명 씩 늘리겠다고 밝혔습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지난 5일 : "사람들이 미국으로 오는 걸 막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미국 법에 따라 질서 있는 방식으로 미국에 들어오도록 요구할 수 있습니다."]
한 달 전 이민자들이 줄지어 건넜던 미국과 멕시코 국경 리오그란데강입니다.
제 옆으로 보이는 저 철조망을 넘어서면 바로 멕시코 땅입니다.
이 지역은 엘 패소에서도 철제 장벽이 설치돼 있지 않은 지역인데요.
때문에 국경 순찰대 병력 들이 이렇게 삼엄한 경비를 펼치고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의 발표 뒤 이곳에 군 병력이 추가 배치됐습니다.
미국 땅은 물론 이제는 강 건너 멕시코 지역에도 이민자들의 모습을 찾을 수 없습니다.
이 이민자 보호시설은 지난달 초 수용 능력을 초과할 정도로 이민자들이 몰렸지만 지금은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습니다.
[프레드 존슨/레스큐 미션 보호소 직원 : "12월 초에는 150명에서 200명 정도였는데 줄어든 거죠. 많은 사람들이 떠났어요. 그래서 끼니마다 80명에서 100명 정도로 줄었습니다."]
베네수엘라 출신의 이 가족은 2주 전 미국 땅을 밟았습니다.
돈이 없으면 걸어서, 운이 좋으면 기차 지붕에도 올라타 7개 나라를 지나왔습니다.
["잘했어 우리가 해냈어!"]
파나마 정글 지대를 지날 때는 강도와 학대 등 폭력에 시달렸고 수차례 죽을 고비를 넘겼습니다.
[소리엘 델 리베로/베네수엘라 이주민 : "앞으로 계획은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겁니다. 국가에 기여하고 일자리를 얻고 우리 아이들이 공부할 수 있도록 좋은 미래를 제공해 주고 싶습니다. 그것이 우리가 원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고생해서 꿈에 그리던 미국에 왔지만 아직도 보호소를 나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자리를 줄 수 있는 후견인을 찾아야 미국에 정식으로 체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에리카 바넬/레스큐 미션 보호소 직원 : "어려운 점은 그들이 원하는 곳으로 가기 위한 자금을 찾는 것입니다. 불행히도 이곳으로 온 사람들 가운데 상당수는 후견인들이 포기했습니다. 이들 중 일부는 미래가 불확실한 상황입니다."]
시민단체들이 바이든 대통령의 새 이민자 정책을 비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페르난도 가르시아/국경 네트워크 인권 이사회 사무국장 : "(대부분의 이민자들은) 여권도, 돈도 없습니다. 소수의 사람들이 망명을 신청하는 것을 허용하는 대가로 바이든 대통령은 국경에 있거나 이미 미국에 들어온 3만 명의 이민자들을 추방하고 있습니다."]
엘 패소에서 태어나고 자란 마틴 씨는 29년 째 이민자 보호 시설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80명이 정원인 시설에 300명이 넘는 이민자들을 수용했습니다.
엘 패소 시민들이 이민자들을 대하는 방법입니다.
[존 마틴/오퍼튜니티 센터 운영자 : "제가 그리워하는 것은 엘 패소의 환영하는 시선입니다. 공동체는 이걸 지지하는데 정치가 너무 개입됐어요."]
타이틀 42에 대한 미 연방 대법원의 결정은 올해 중순으로 예정돼 있습니다.
미국 정부나 미국행을 원하는 이민자들에게는 또 한 번의 고비가 예상됩니다.
텍사스 엘 패소에서 이영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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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현 기자 leeyoung@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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