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제자 철저히 길들였다…나중엔 “없던 일로 하자” 회유 시도​

입력 2023.01.31 (06:35) 수정 2023.01.31 (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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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취재 결과 강 씨는 이 모임을 여러 해 동안 유지하며 여러 제자를 착취해온 정황이 확인됐습니다.

한 명도 아닌 여러 명을 상대로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요?

10년 동안 성적, 경제적 착취를 당한 피해자와 강 씨 사이에 오간 대화를 입수해 분석해봤더니 그루밍, 가스라이팅 수법으로 철저히 길들여간 과정이 있었습니다.

이어서 양예빈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리포트]

2006년 고등학교 2학년인 A 씨를 논술 동아리 선생님으로 만난 강 씨, 처음부터 아빠라고 부르라며 친근함을 쌓고는 이른바 '변신'을 얘기했습니다.

[강○○/전직 교사/2007년 당시/음성변조 : "암적 신체와 텅 빈 신체를 넘어 그것을 넘을 때 충만한 신체가 나오는 거지."]

오래지 않아 성폭행한 뒤에는 기쁘지 않냐며 답변을 강요하고 유도했습니다.

전부를 걸어야 한다면서 부양 책임까지 요구했습니다.

그루밍과 가스라이팅의 전형입니다.

[김지은/상담심리전문가 : "내가 너의 보호자고, 내가 너를 유일하게 챙겨 주는 사람이야라는 메시지도 주고, 벗어날 수 없다는 인상도 주죠."]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이면 손 놓치지 말고 딴 데 보지 말라며 다독이듯이 몰아붙였습니다.

A 씨는 자신도 모르게 순종하는 상태가 되었다고 합니다.

합숙을 해가며 착취 당하면서도 거부할 엄두를 못 낸 이유입니다.

2016년 그 모임을 떠난 뒤에도 못 받은 임금을 받아내겠다는 결심을 하는 데에만 4년이 걸렸습니다.

성폭력 피해는 체불 임금을 상담하던 노무사가 상담센터를 소개해준 뒤에야 겨우 깨달았습니다.

[A 씨/피해자/음성변조 : "그 사람이 하는 말이나 관점에 이미 세뇌가 되었다고 해야 하나? 그런 것들도 있었고."]

강 씨 측은 A씨가 문제를 삼자 그제서야 태도를 바꿨습니다.

임금 일부를 줄 테니 과거는 없던 일로 하자며 회유를 시도했습니다.

[윤형준/변호사 : "(임금 일부를 주는 대신) 이제까지 모든 행위에 대해서 합의하는 조건을 제시받은 것. 불가능하다고 생각했고요."]

하지만 강 씨 측은 여전히 범행을 부인합니다.

"고3 여학생이 좋아하면서 이성으로 따르는 것을 막지 못했다"며 도리어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태도를 보입니다.

경찰은 조만간 강 씨 부부 등을 기소 의견으로 송치하고 다른 피해자들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할 계획입니다.

KBS 뉴스 양예빈입니다.

촬영기자:김민준/그래픽:서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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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제자 철저히 길들였다…나중엔 “없던 일로 하자” 회유 시도​
    • 입력 2023-01-31 06:35:28
    • 수정2023-01-31 06:4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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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취재 결과 강 씨는 이 모임을 여러 해 동안 유지하며 여러 제자를 착취해온 정황이 확인됐습니다.

한 명도 아닌 여러 명을 상대로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요?

10년 동안 성적, 경제적 착취를 당한 피해자와 강 씨 사이에 오간 대화를 입수해 분석해봤더니 그루밍, 가스라이팅 수법으로 철저히 길들여간 과정이 있었습니다.

이어서 양예빈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리포트]

2006년 고등학교 2학년인 A 씨를 논술 동아리 선생님으로 만난 강 씨, 처음부터 아빠라고 부르라며 친근함을 쌓고는 이른바 '변신'을 얘기했습니다.

[강○○/전직 교사/2007년 당시/음성변조 : "암적 신체와 텅 빈 신체를 넘어 그것을 넘을 때 충만한 신체가 나오는 거지."]

오래지 않아 성폭행한 뒤에는 기쁘지 않냐며 답변을 강요하고 유도했습니다.

전부를 걸어야 한다면서 부양 책임까지 요구했습니다.

그루밍과 가스라이팅의 전형입니다.

[김지은/상담심리전문가 : "내가 너의 보호자고, 내가 너를 유일하게 챙겨 주는 사람이야라는 메시지도 주고, 벗어날 수 없다는 인상도 주죠."]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이면 손 놓치지 말고 딴 데 보지 말라며 다독이듯이 몰아붙였습니다.

A 씨는 자신도 모르게 순종하는 상태가 되었다고 합니다.

합숙을 해가며 착취 당하면서도 거부할 엄두를 못 낸 이유입니다.

2016년 그 모임을 떠난 뒤에도 못 받은 임금을 받아내겠다는 결심을 하는 데에만 4년이 걸렸습니다.

성폭력 피해는 체불 임금을 상담하던 노무사가 상담센터를 소개해준 뒤에야 겨우 깨달았습니다.

[A 씨/피해자/음성변조 : "그 사람이 하는 말이나 관점에 이미 세뇌가 되었다고 해야 하나? 그런 것들도 있었고."]

강 씨 측은 A씨가 문제를 삼자 그제서야 태도를 바꿨습니다.

임금 일부를 줄 테니 과거는 없던 일로 하자며 회유를 시도했습니다.

[윤형준/변호사 : "(임금 일부를 주는 대신) 이제까지 모든 행위에 대해서 합의하는 조건을 제시받은 것. 불가능하다고 생각했고요."]

하지만 강 씨 측은 여전히 범행을 부인합니다.

"고3 여학생이 좋아하면서 이성으로 따르는 것을 막지 못했다"며 도리어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태도를 보입니다.

경찰은 조만간 강 씨 부부 등을 기소 의견으로 송치하고 다른 피해자들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할 계획입니다.

KBS 뉴스 양예빈입니다.

촬영기자:김민준/그래픽:서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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