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톡톡] ‘슈퍼 플랫’…무라카미 다카시 좀비전

입력 2023.02.01 (19:45) 수정 2023.02.01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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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옥도'와 '욕망의 불꽃' 앞에 선 세계적인 팝 아티스트 무라카미 다카시.

자신이 만든 영화 캐릭터 쿠라게보 모자를 쓰고 해맑게 웃는 모습이 그의 대표 작품 꽃 시리즈를 떠올리게 합니다.

부산시립미술관에서 펼쳐지는 무라카미 좀비전에는 미공개 초기작부터 영화, 설치, 회화 등 작품 170여 점을 만날 수 있습니다.

전시장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건 무라카미의 대표작 '도브'.

'왜'라는 뜻의 '도~시테'를 일본 만화 주인공이 어눌하게 말한 '도보지테'가 도브의 기원입니다.

'왜'라는 질문에서 탄생한 도브.

애니메이션과 게임으로 상징되는 일본 오타쿠 문화는 '왜' 서양이 주도하는 현대미술보다 미성숙한 취급을 받아야 하나?

이 화두로 탄생한 그의 작품은 서양과 일본 문화가 상하 개념이 아닌 동등하고 평평한 구조에 있다는 '슈퍼플랫' 정신을 낳습니다.

전통 일본화에서 영감을 받은 구름 배경에 도브를 결합 시켜 슈퍼플랫 정신을 '전통과 현대'로까지 확장합니다.

귀여운 도브는 '해파리 눈'에 가래를 내뱉는 기괴한 '탄탄보'로 변형되고, 거대한 전통의 금박 배경과 화려한 색감 속에 자그맣게 숨겨 놓은 메시지는 전쟁과 자연재해로 뒤섞인 세상을 걱정합니다.

[정종효/부산시립미술관 학예연구실장 : "귀엽다, 예쁘다, 화려하다, 이러한 단어들이 나올 수 있겠지만, 실은 그 뒤에 인류 사회가 가지고 있는 어떤 고민들 이런 것들을 상당히 깊이 있게 담고 있고요."]

꽃 시리즈 작품에 들어가면 동심을 찾은 듯 행복해지지만 작가는 그 꽃 안에도 깊고 어두운 고뇌의 그림자를 숨겨 놓았다고 했습니다.

무라카미가 세계적인 팝 아트 작가 대열에 올라 선 것은 성적 욕망의 대상처럼 묘사된 일본 만화 주인공을 마약 이름을 붙여현대미술 무대에 과감히 올리면서부터입니다.

2013년 동일본 대지진은 그의 미술 세계에 전환점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위안을 줄 수 있는 '이야기', 종교 같은 작품이 탄생합니다.

[무라카미 다카시 : "'메메메의 해파리'라는 영화를 상영하고 있고, 오백나한 시리즈도 전시하고 있습니다. 이 두 개의 시리즈를 시작으로 스토리를 중심으로 한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 이르렀습니다."]

'메메메의 해파리'는 동일본 대지진으로 아버지를 잃은 소년 마사시가 요괴들과 함께 분노, 슬픔 같은 부정적인 에너지를 모으는 연구원에 맞서 마을을 지켜내는 이야기입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룩소와 쿠라게보 등 53개 캐릭터도 부산에 함께 왔습니다.

나한과 요괴는 기괴하지만, 전쟁과 자연재해가 안겨준 죽음의 공포 속에서 인간을 구제해 줄 것 같습니다.

생존에 대한 강박은 6년이라는 긴 세월을 거쳐 좀비로 탄생합니다.

원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려 학생 때 그렸던 '원전도'.

30년 뒤 그린 '지구환경수비대'는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 '리틀 보이'에 대항하는 수비대 모습이 정말 귀엽고 해맑아 슬프기까지 합니다.

원폭 구름 모양의 해골 눈에 그려 넣은 꽃들은 전쟁 아이콘 속에서도 귀여움을 발견하는 일본 문화의 기묘함을 자조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한 번의 붓질로 그린 동그라미, '원상' 시리즈는 최소한의 표현을 추구하는 이우환 작품과 맞닿습니다.

[이우환/현대미술 작가 : "대단히 파워풀해요. 그러니까 미술도 이렇게 두근두근 가슴이 두근두근하게 만드는 부분도 있는 거예요."]

서구의 '근대' 이념을 넘어서려 했던 이우환이 서구 중심의 현대미술을 극복하려 했던 무라카미를 '이우환과 그 친구들' 시리즈 네 번째 주인공으로 초청한 이유입니다.

이우환이 초청장에 적었듯 경쾌하고 화려하면서도 강한 비판성과 독을 감추고 있는 무라카미 작품은 코로나로 웅크린 사람들에게 싱싱하고 다이내믹한 표현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문화톡톡 최재훈입니다.

촬영기자:김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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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23-02-01 20:0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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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옥도'와 '욕망의 불꽃' 앞에 선 세계적인 팝 아티스트 무라카미 다카시.

자신이 만든 영화 캐릭터 쿠라게보 모자를 쓰고 해맑게 웃는 모습이 그의 대표 작품 꽃 시리즈를 떠올리게 합니다.

부산시립미술관에서 펼쳐지는 무라카미 좀비전에는 미공개 초기작부터 영화, 설치, 회화 등 작품 170여 점을 만날 수 있습니다.

전시장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건 무라카미의 대표작 '도브'.

'왜'라는 뜻의 '도~시테'를 일본 만화 주인공이 어눌하게 말한 '도보지테'가 도브의 기원입니다.

'왜'라는 질문에서 탄생한 도브.

애니메이션과 게임으로 상징되는 일본 오타쿠 문화는 '왜' 서양이 주도하는 현대미술보다 미성숙한 취급을 받아야 하나?

이 화두로 탄생한 그의 작품은 서양과 일본 문화가 상하 개념이 아닌 동등하고 평평한 구조에 있다는 '슈퍼플랫' 정신을 낳습니다.

전통 일본화에서 영감을 받은 구름 배경에 도브를 결합 시켜 슈퍼플랫 정신을 '전통과 현대'로까지 확장합니다.

귀여운 도브는 '해파리 눈'에 가래를 내뱉는 기괴한 '탄탄보'로 변형되고, 거대한 전통의 금박 배경과 화려한 색감 속에 자그맣게 숨겨 놓은 메시지는 전쟁과 자연재해로 뒤섞인 세상을 걱정합니다.

[정종효/부산시립미술관 학예연구실장 : "귀엽다, 예쁘다, 화려하다, 이러한 단어들이 나올 수 있겠지만, 실은 그 뒤에 인류 사회가 가지고 있는 어떤 고민들 이런 것들을 상당히 깊이 있게 담고 있고요."]

꽃 시리즈 작품에 들어가면 동심을 찾은 듯 행복해지지만 작가는 그 꽃 안에도 깊고 어두운 고뇌의 그림자를 숨겨 놓았다고 했습니다.

무라카미가 세계적인 팝 아트 작가 대열에 올라 선 것은 성적 욕망의 대상처럼 묘사된 일본 만화 주인공을 마약 이름을 붙여현대미술 무대에 과감히 올리면서부터입니다.

2013년 동일본 대지진은 그의 미술 세계에 전환점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위안을 줄 수 있는 '이야기', 종교 같은 작품이 탄생합니다.

[무라카미 다카시 : "'메메메의 해파리'라는 영화를 상영하고 있고, 오백나한 시리즈도 전시하고 있습니다. 이 두 개의 시리즈를 시작으로 스토리를 중심으로 한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 이르렀습니다."]

'메메메의 해파리'는 동일본 대지진으로 아버지를 잃은 소년 마사시가 요괴들과 함께 분노, 슬픔 같은 부정적인 에너지를 모으는 연구원에 맞서 마을을 지켜내는 이야기입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룩소와 쿠라게보 등 53개 캐릭터도 부산에 함께 왔습니다.

나한과 요괴는 기괴하지만, 전쟁과 자연재해가 안겨준 죽음의 공포 속에서 인간을 구제해 줄 것 같습니다.

생존에 대한 강박은 6년이라는 긴 세월을 거쳐 좀비로 탄생합니다.

원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려 학생 때 그렸던 '원전도'.

30년 뒤 그린 '지구환경수비대'는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 '리틀 보이'에 대항하는 수비대 모습이 정말 귀엽고 해맑아 슬프기까지 합니다.

원폭 구름 모양의 해골 눈에 그려 넣은 꽃들은 전쟁 아이콘 속에서도 귀여움을 발견하는 일본 문화의 기묘함을 자조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한 번의 붓질로 그린 동그라미, '원상' 시리즈는 최소한의 표현을 추구하는 이우환 작품과 맞닿습니다.

[이우환/현대미술 작가 : "대단히 파워풀해요. 그러니까 미술도 이렇게 두근두근 가슴이 두근두근하게 만드는 부분도 있는 거예요."]

서구의 '근대' 이념을 넘어서려 했던 이우환이 서구 중심의 현대미술을 극복하려 했던 무라카미를 '이우환과 그 친구들' 시리즈 네 번째 주인공으로 초청한 이유입니다.

이우환이 초청장에 적었듯 경쾌하고 화려하면서도 강한 비판성과 독을 감추고 있는 무라카미 작품은 코로나로 웅크린 사람들에게 싱싱하고 다이내믹한 표현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문화톡톡 최재훈입니다.

촬영기자:김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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