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사기범이 챙긴 그 190억은 어디로 갔을까
입력 2023.02.02 (13:16)
수정 2023.02.02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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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경찰이 한 주식사기 일당을 검거했습니다.
비상장 회사가 상장될 거라고 속인 뒤, 그 회사 주식을 비싸게 파는 수법이었습니다. 시세보다 15배 넘게 비싸게, 속칭 '바가지'를 된통 씌워서 팔았다고 합니다.
피해자만 1,248명. 그렇게 2021년 한 해 동안 193억 원을 벌었습니다.
경찰에 붙들렸으니 형사처분은 받겠지만, 이들이 챙긴 돈은 어디로 가는 걸까요? 이미 다 빼돌리진 않았을까요? 피해자들이 돈을 돌려받을 순 있을까요?
■ 몰수·추징보전이 중요한 이유
그 점을 해결하기 위해 경찰은 '몰수보전'을 신청합니다. 재판을 받아 형이 확정되기 전까지 범죄를 통해 얻은 돈과 재산을 마음대로 처분하지 못하도록 하는 겁니다.
그런데 피의자가 범죄수익금을 이미 다 써버렸다면? 혹은 어딘가에 숨겨뒀다면?
그럴 때를 위해 '추징보전'이 존재합니다. 찾지 못한 범죄 수익이 있을 때, 재판에서 확정 판결이 날 때까지 범죄와 관련이 없는 개인의 재산도 처분하지 못하도록 하는 겁니다.
경찰은 이를 활용해 이 주식사기 일당의 범죄수익금 190억 중 총 111억 원을 보전했습니다.
그러면 보전된 재산은 피해자들에게 바로 갈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보전된 재산은 확정 판결이 되면 국고로 들어갑니다.
돈을 잃은 건 피해자인데, 정부가 배를 불린다? 누가 봐도 이상합니다.
경찰은 고민 끝에 해법을 찾았습니다.
경찰은 주식사기 일당에게 범죄단체조직사기 혐의를 적용했습니다. 이들이 조직적으로 역할과 업무를 나누고 상하 통솔 체계를 갖춘 채 범행을 했다고 본 겁니다.
불특정 다수가 막대한 피해를 보는 특정사기범죄로 분류되면, 범죄 수익을 몰수 추징 보전한 후 국가가 피해자에게 돌려줄 수 있습니다. 그 점에 착안해 범죄단체조직사기 혐의를 적용했고 피해 회복을 돕고자 한 겁니다.
■ 국가가 피해자인 경우도 보전 가능
몰수·추징 보전은 피해자가 없는 사건에도 적용됩니다. 범죄 수익금만 있다면 가리지 않습니다.
지난해 6월, 우리나라의 잠수함 만드는 기술 일부가 외국 법인에 유출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2019년 경남의 한 조선기자재 업체가 타이완국제조선공사와 1,500억 원 규모의 계약을 맺은 뒤, 이듬해 4월 방위사업청의 허가 없이 130억 원어치의 잠수함 장비를 수출했습니다.
같은 해 6월에는 대우조선해양 전 협력업체로부터 잠수함 부품 설계도를 이메일로 받아 유출한 혐의도 받고 있습니다.
이들이 기술을 빼돌리고 받은 돈은 850억 원으로 추정됩니다. 피의자는 심지어 다른 회사 명의로 재산을 이전해 범죄수익을 은닉하기도 했습니다.
경찰은 수사를 통해 이 재산의 실소유주가 피의자라는 것을 입증하고 370억 원가량의 범죄수익을 추징 보전했습니다.
재판에서 추징 보전 확정 판결이 나면 이들이 국가 기술을 빼돌리고 얻은 370억 원은 그대로 국고로 환수되는 겁니다.
■ 범죄수익 보전 40% 증가
이렇게 범죄를 저질러 얻은 이익을 몰수·추징 보전한 건, 올해 40%나 늘었습니다.
96건(2019년) → 234건(2020년) → 858건(2021년) → 1,204건(2022년)
다만, 보전 액수는 줄었습니다. 지난 2021년은 8,351억 원을 보전했지만 2022년에는 4,389억 원으로 감소했습니다.
가상자산 범죄로 인한 피해가 2021년 급증했지만, 지난해에는 가상자산 시장이 침체 되면서 범죄 자체도 줄어들었기 때문입니다.
경찰은 범죄수익 환수를 더 확대해나갈 방침입니다. 전문 수사관 육성도 계속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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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식사기범이 챙긴 그 190억은 어디로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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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3-02-02 13:16:49
- 수정2023-02-02 13:22:46
지난해 10월, 경찰이 한 주식사기 일당을 검거했습니다.
비상장 회사가 상장될 거라고 속인 뒤, 그 회사 주식을 비싸게 파는 수법이었습니다. 시세보다 15배 넘게 비싸게, 속칭 '바가지'를 된통 씌워서 팔았다고 합니다.
피해자만 1,248명. 그렇게 2021년 한 해 동안 193억 원을 벌었습니다.
경찰에 붙들렸으니 형사처분은 받겠지만, 이들이 챙긴 돈은 어디로 가는 걸까요? 이미 다 빼돌리진 않았을까요? 피해자들이 돈을 돌려받을 순 있을까요?
■ 몰수·추징보전이 중요한 이유
그 점을 해결하기 위해 경찰은 '몰수보전'을 신청합니다. 재판을 받아 형이 확정되기 전까지 범죄를 통해 얻은 돈과 재산을 마음대로 처분하지 못하도록 하는 겁니다.
그런데 피의자가 범죄수익금을 이미 다 써버렸다면? 혹은 어딘가에 숨겨뒀다면?
그럴 때를 위해 '추징보전'이 존재합니다. 찾지 못한 범죄 수익이 있을 때, 재판에서 확정 판결이 날 때까지 범죄와 관련이 없는 개인의 재산도 처분하지 못하도록 하는 겁니다.
경찰은 이를 활용해 이 주식사기 일당의 범죄수익금 190억 중 총 111억 원을 보전했습니다.
그러면 보전된 재산은 피해자들에게 바로 갈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보전된 재산은 확정 판결이 되면 국고로 들어갑니다.
돈을 잃은 건 피해자인데, 정부가 배를 불린다? 누가 봐도 이상합니다.
경찰은 고민 끝에 해법을 찾았습니다.
경찰은 주식사기 일당에게 범죄단체조직사기 혐의를 적용했습니다. 이들이 조직적으로 역할과 업무를 나누고 상하 통솔 체계를 갖춘 채 범행을 했다고 본 겁니다.
불특정 다수가 막대한 피해를 보는 특정사기범죄로 분류되면, 범죄 수익을 몰수 추징 보전한 후 국가가 피해자에게 돌려줄 수 있습니다. 그 점에 착안해 범죄단체조직사기 혐의를 적용했고 피해 회복을 돕고자 한 겁니다.
■ 국가가 피해자인 경우도 보전 가능
몰수·추징 보전은 피해자가 없는 사건에도 적용됩니다. 범죄 수익금만 있다면 가리지 않습니다.
지난해 6월, 우리나라의 잠수함 만드는 기술 일부가 외국 법인에 유출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2019년 경남의 한 조선기자재 업체가 타이완국제조선공사와 1,500억 원 규모의 계약을 맺은 뒤, 이듬해 4월 방위사업청의 허가 없이 130억 원어치의 잠수함 장비를 수출했습니다.
같은 해 6월에는 대우조선해양 전 협력업체로부터 잠수함 부품 설계도를 이메일로 받아 유출한 혐의도 받고 있습니다.
이들이 기술을 빼돌리고 받은 돈은 850억 원으로 추정됩니다. 피의자는 심지어 다른 회사 명의로 재산을 이전해 범죄수익을 은닉하기도 했습니다.
경찰은 수사를 통해 이 재산의 실소유주가 피의자라는 것을 입증하고 370억 원가량의 범죄수익을 추징 보전했습니다.
재판에서 추징 보전 확정 판결이 나면 이들이 국가 기술을 빼돌리고 얻은 370억 원은 그대로 국고로 환수되는 겁니다.
■ 범죄수익 보전 40% 증가
이렇게 범죄를 저질러 얻은 이익을 몰수·추징 보전한 건, 올해 40%나 늘었습니다.
96건(2019년) → 234건(2020년) → 858건(2021년) → 1,204건(2022년)
다만, 보전 액수는 줄었습니다. 지난 2021년은 8,351억 원을 보전했지만 2022년에는 4,389억 원으로 감소했습니다.
가상자산 범죄로 인한 피해가 2021년 급증했지만, 지난해에는 가상자산 시장이 침체 되면서 범죄 자체도 줄어들었기 때문입니다.
경찰은 범죄수익 환수를 더 확대해나갈 방침입니다. 전문 수사관 육성도 계속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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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주 기자 seyo@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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