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돋보기] 최첨단 시대에 ‘풍선’으로 정찰?…중국의 속내는?
입력 2023.02.08 (10:52)
수정 2023.02.08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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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조금이나마 풀리나 했던 미-중 관계가 풍선 하나 때문에 새 갈등 국면에 접어 들었습니다.
미국이 자국 상공에서 중국의 '정찰 풍선'을 발견했다며 격추시키자, 중국은 민간 비행선일 뿐이라고 반발하고 있는데요.
지구촌 돋보기에서 황경주 기자와 이야기 해봅니다.
이번에 발견된 '정찰 풍선'이 어떤 건지 먼저 정리해 볼까요?
[기자]
미국이 지금까지 발표한 걸 보면, 크기는 60 미터 정도 됩니다.
버스 세 대를 길게 이어붙일 정도가 되는 거죠.
또 프로펠러와 방향타를 갖고 있어 스스로 속도와 방향도 통제할 수 있다고 하는데요.
미국은 이 풍선이 자국 내 민감한 군사시설을 정찰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미국 군 관계자 :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우리는 모든 정보 수집을 막기 위해 예방 조치를 최대한 취했다는 것입니다."]
특히 이 정찰풍선에서 문제가 되는 부분은 긴 비행 기간인데요.
지난달 28일 미국 알래스카 영공에 도착해 서쪽 방향으로 비행하며 캐나다를 지나 아이다호주, 몬태나주 등 미국 곳곳을 일주일이나 날아다닌 것으로 추정됩니다.
미 공군은 풍선이 바다로 빠져나오길 기다린 뒤 지난 4일 동부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바다 위에서 격추했습니다.
현재는 풍선 잔해를 수거하는 작업이 진행 중입니다.
파장이 커지면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지난 5일쯤 중국을 방문하기로 했던 일정도 연기했습니다.
[앵커]
미국은 정찰풍선이라고 하지만, 중국은 정찰용 풍선이 아니라고 반발하고 있죠?
[기자]
네, 기상 관측용 민간 비행선이고, 바람에 통제력을 잃어서 우연히 미국에 들어갔을 뿐이라는 게 중국 입장인데요.
그런 비행선을 미국 전투기가 격추 시킨 것은 "모기를 대포로 쏜 셈"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등 거세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풍선을 격추 시킨 다음날 중국은 외교라인을 통해 미국에 공식 항의하고, "미국의 무력 행동은 명백한 과잉 대응이며, 국제법 정신을 위반한 것"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앵커]
하지만 중국 '정찰 풍선'으로 의심되는 물체가 다른 나라에서도 속속 발견되고 있잖아요?
[기자]
네, 미국이 지난 3일 중남미 상공에도 중국 정찰 풍선이 있는 것 같다고 발표하자마자, 콜롬비아 상공에서 비슷한 물체를 확인했습니다.
다만 콜롬비아 정부는 미국처럼 안보나 항공에 위협이 되는 것 같진 않다면서 빠져나갈 때까지 감시만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정찰 풍선이 논란이 되자 타이완 정부는 중국 정찰 풍선이 존재한 지 이미 오래라는 주장을 들고 나왔는데요.
타이완 기상국은 2021년 이후 2차례 중국 정찰 풍선이 타이완 상공에서 발견됐다고 밝혔습니다.
독일은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면서, 혹시 독일 상공에도 이런 풍선이 없는지 실태 확인에 나선 상태입니다.
[앵커]
그런데 드론이나 인공위성처럼 최첨단 기기가 넘치는 시대에 정찰을 하려고 풍선을 띄운다니, 잘 이해가 안 되는데요?
[기자]
바람 따라 날아다니는 풍선이 제대로 정보 수집이나 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죠.
하지만 생각보다 장점이 많다고 합니다.
워싱턴포스트가 지난 4일 '드론과 인공위성의 세상에서 왜 정찰 풍선을 사용할까?'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는데요.
위성과 비교하면 비용이 저렴하고, 또, 지구 표면에서 더 가까운 대기 범위에서 움직이는 만큼 사진이나 영상 품질이 더 괜찮을 수 있다는 겁니다.
여기에 더해 기술적으로 레이더가 포착하기도 까다롭다고 합니다.
정찰 풍선은 과거 2차 세계대전 때부터 많이 사용되기 시작했는데요.
미국도 냉전 시기 소련의 미사일 발사를 탐지하기 위해 180 미터가 넘는 거대한 풍선을 띄운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앵커]
미국도 정찰 풍선을 띄운 적이 있고, 강대국들이 서로 견제하고 감시하는 일은 항상 있었군요.
이번 사태가 이렇게까지 커진 배경은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요?
[기자]
네, 일단 중국이 일부러 들키려고 띄운 게 아니냐는 분석이 있습니다.
아무리 풍선의 장점이 있다고 해도, 미국의 정보를 빼내려면 더 좋은 방법이 많이 있다는 거죠.
또 첩보 활동은 비밀리에 하는 게 보통인데, 지상에서도 눈으로 볼 수 있는 커다란 풍선을 보냈다는 점도 의심쩍습니다.
BBC는 전문가를 인용해 "중국이 심각한 긴장 상태를 일으키지 않으면서, 미국 영공까지 침투할 수 있는 첨단 기술을 가졌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중국 분석 전문가 : "중국이 가진 첩보 기술력과 미국의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기꺼이 어떤 행동까지 할 것인지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미-중 관계에 큰 손실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찰 풍선 이슈는 미국 내에서 안보 논쟁으로 번지고 있는데요.
야당인 공화당은 바이든 정부가 풍선을 일주일이나 내버려 뒀다면서 대통령을 규탄하는 결의안 채택 등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지구촌 돋보기였습니다.
조금이나마 풀리나 했던 미-중 관계가 풍선 하나 때문에 새 갈등 국면에 접어 들었습니다.
미국이 자국 상공에서 중국의 '정찰 풍선'을 발견했다며 격추시키자, 중국은 민간 비행선일 뿐이라고 반발하고 있는데요.
지구촌 돋보기에서 황경주 기자와 이야기 해봅니다.
이번에 발견된 '정찰 풍선'이 어떤 건지 먼저 정리해 볼까요?
[기자]
미국이 지금까지 발표한 걸 보면, 크기는 60 미터 정도 됩니다.
버스 세 대를 길게 이어붙일 정도가 되는 거죠.
또 프로펠러와 방향타를 갖고 있어 스스로 속도와 방향도 통제할 수 있다고 하는데요.
미국은 이 풍선이 자국 내 민감한 군사시설을 정찰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미국 군 관계자 :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우리는 모든 정보 수집을 막기 위해 예방 조치를 최대한 취했다는 것입니다."]
특히 이 정찰풍선에서 문제가 되는 부분은 긴 비행 기간인데요.
지난달 28일 미국 알래스카 영공에 도착해 서쪽 방향으로 비행하며 캐나다를 지나 아이다호주, 몬태나주 등 미국 곳곳을 일주일이나 날아다닌 것으로 추정됩니다.
미 공군은 풍선이 바다로 빠져나오길 기다린 뒤 지난 4일 동부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바다 위에서 격추했습니다.
현재는 풍선 잔해를 수거하는 작업이 진행 중입니다.
파장이 커지면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지난 5일쯤 중국을 방문하기로 했던 일정도 연기했습니다.
[앵커]
미국은 정찰풍선이라고 하지만, 중국은 정찰용 풍선이 아니라고 반발하고 있죠?
[기자]
네, 기상 관측용 민간 비행선이고, 바람에 통제력을 잃어서 우연히 미국에 들어갔을 뿐이라는 게 중국 입장인데요.
그런 비행선을 미국 전투기가 격추 시킨 것은 "모기를 대포로 쏜 셈"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등 거세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풍선을 격추 시킨 다음날 중국은 외교라인을 통해 미국에 공식 항의하고, "미국의 무력 행동은 명백한 과잉 대응이며, 국제법 정신을 위반한 것"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앵커]
하지만 중국 '정찰 풍선'으로 의심되는 물체가 다른 나라에서도 속속 발견되고 있잖아요?
[기자]
네, 미국이 지난 3일 중남미 상공에도 중국 정찰 풍선이 있는 것 같다고 발표하자마자, 콜롬비아 상공에서 비슷한 물체를 확인했습니다.
다만 콜롬비아 정부는 미국처럼 안보나 항공에 위협이 되는 것 같진 않다면서 빠져나갈 때까지 감시만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정찰 풍선이 논란이 되자 타이완 정부는 중국 정찰 풍선이 존재한 지 이미 오래라는 주장을 들고 나왔는데요.
타이완 기상국은 2021년 이후 2차례 중국 정찰 풍선이 타이완 상공에서 발견됐다고 밝혔습니다.
독일은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면서, 혹시 독일 상공에도 이런 풍선이 없는지 실태 확인에 나선 상태입니다.
[앵커]
그런데 드론이나 인공위성처럼 최첨단 기기가 넘치는 시대에 정찰을 하려고 풍선을 띄운다니, 잘 이해가 안 되는데요?
[기자]
바람 따라 날아다니는 풍선이 제대로 정보 수집이나 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죠.
하지만 생각보다 장점이 많다고 합니다.
워싱턴포스트가 지난 4일 '드론과 인공위성의 세상에서 왜 정찰 풍선을 사용할까?'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는데요.
위성과 비교하면 비용이 저렴하고, 또, 지구 표면에서 더 가까운 대기 범위에서 움직이는 만큼 사진이나 영상 품질이 더 괜찮을 수 있다는 겁니다.
여기에 더해 기술적으로 레이더가 포착하기도 까다롭다고 합니다.
정찰 풍선은 과거 2차 세계대전 때부터 많이 사용되기 시작했는데요.
미국도 냉전 시기 소련의 미사일 발사를 탐지하기 위해 180 미터가 넘는 거대한 풍선을 띄운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앵커]
미국도 정찰 풍선을 띄운 적이 있고, 강대국들이 서로 견제하고 감시하는 일은 항상 있었군요.
이번 사태가 이렇게까지 커진 배경은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요?
[기자]
네, 일단 중국이 일부러 들키려고 띄운 게 아니냐는 분석이 있습니다.
아무리 풍선의 장점이 있다고 해도, 미국의 정보를 빼내려면 더 좋은 방법이 많이 있다는 거죠.
또 첩보 활동은 비밀리에 하는 게 보통인데, 지상에서도 눈으로 볼 수 있는 커다란 풍선을 보냈다는 점도 의심쩍습니다.
BBC는 전문가를 인용해 "중국이 심각한 긴장 상태를 일으키지 않으면서, 미국 영공까지 침투할 수 있는 첨단 기술을 가졌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중국 분석 전문가 : "중국이 가진 첩보 기술력과 미국의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기꺼이 어떤 행동까지 할 것인지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미-중 관계에 큰 손실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찰 풍선 이슈는 미국 내에서 안보 논쟁으로 번지고 있는데요.
야당인 공화당은 바이든 정부가 풍선을 일주일이나 내버려 뒀다면서 대통령을 규탄하는 결의안 채택 등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지구촌 돋보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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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3-02-08 10:52:20
- 수정2023-02-08 10:5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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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이나마 풀리나 했던 미-중 관계가 풍선 하나 때문에 새 갈등 국면에 접어 들었습니다.
미국이 자국 상공에서 중국의 '정찰 풍선'을 발견했다며 격추시키자, 중국은 민간 비행선일 뿐이라고 반발하고 있는데요.
지구촌 돋보기에서 황경주 기자와 이야기 해봅니다.
이번에 발견된 '정찰 풍선'이 어떤 건지 먼저 정리해 볼까요?
[기자]
미국이 지금까지 발표한 걸 보면, 크기는 60 미터 정도 됩니다.
버스 세 대를 길게 이어붙일 정도가 되는 거죠.
또 프로펠러와 방향타를 갖고 있어 스스로 속도와 방향도 통제할 수 있다고 하는데요.
미국은 이 풍선이 자국 내 민감한 군사시설을 정찰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미국 군 관계자 :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우리는 모든 정보 수집을 막기 위해 예방 조치를 최대한 취했다는 것입니다."]
특히 이 정찰풍선에서 문제가 되는 부분은 긴 비행 기간인데요.
지난달 28일 미국 알래스카 영공에 도착해 서쪽 방향으로 비행하며 캐나다를 지나 아이다호주, 몬태나주 등 미국 곳곳을 일주일이나 날아다닌 것으로 추정됩니다.
미 공군은 풍선이 바다로 빠져나오길 기다린 뒤 지난 4일 동부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바다 위에서 격추했습니다.
현재는 풍선 잔해를 수거하는 작업이 진행 중입니다.
파장이 커지면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지난 5일쯤 중국을 방문하기로 했던 일정도 연기했습니다.
[앵커]
미국은 정찰풍선이라고 하지만, 중국은 정찰용 풍선이 아니라고 반발하고 있죠?
[기자]
네, 기상 관측용 민간 비행선이고, 바람에 통제력을 잃어서 우연히 미국에 들어갔을 뿐이라는 게 중국 입장인데요.
그런 비행선을 미국 전투기가 격추 시킨 것은 "모기를 대포로 쏜 셈"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등 거세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풍선을 격추 시킨 다음날 중국은 외교라인을 통해 미국에 공식 항의하고, "미국의 무력 행동은 명백한 과잉 대응이며, 국제법 정신을 위반한 것"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앵커]
하지만 중국 '정찰 풍선'으로 의심되는 물체가 다른 나라에서도 속속 발견되고 있잖아요?
[기자]
네, 미국이 지난 3일 중남미 상공에도 중국 정찰 풍선이 있는 것 같다고 발표하자마자, 콜롬비아 상공에서 비슷한 물체를 확인했습니다.
다만 콜롬비아 정부는 미국처럼 안보나 항공에 위협이 되는 것 같진 않다면서 빠져나갈 때까지 감시만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정찰 풍선이 논란이 되자 타이완 정부는 중국 정찰 풍선이 존재한 지 이미 오래라는 주장을 들고 나왔는데요.
타이완 기상국은 2021년 이후 2차례 중국 정찰 풍선이 타이완 상공에서 발견됐다고 밝혔습니다.
독일은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면서, 혹시 독일 상공에도 이런 풍선이 없는지 실태 확인에 나선 상태입니다.
[앵커]
그런데 드론이나 인공위성처럼 최첨단 기기가 넘치는 시대에 정찰을 하려고 풍선을 띄운다니, 잘 이해가 안 되는데요?
[기자]
바람 따라 날아다니는 풍선이 제대로 정보 수집이나 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죠.
하지만 생각보다 장점이 많다고 합니다.
워싱턴포스트가 지난 4일 '드론과 인공위성의 세상에서 왜 정찰 풍선을 사용할까?'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는데요.
위성과 비교하면 비용이 저렴하고, 또, 지구 표면에서 더 가까운 대기 범위에서 움직이는 만큼 사진이나 영상 품질이 더 괜찮을 수 있다는 겁니다.
여기에 더해 기술적으로 레이더가 포착하기도 까다롭다고 합니다.
정찰 풍선은 과거 2차 세계대전 때부터 많이 사용되기 시작했는데요.
미국도 냉전 시기 소련의 미사일 발사를 탐지하기 위해 180 미터가 넘는 거대한 풍선을 띄운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앵커]
미국도 정찰 풍선을 띄운 적이 있고, 강대국들이 서로 견제하고 감시하는 일은 항상 있었군요.
이번 사태가 이렇게까지 커진 배경은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요?
[기자]
네, 일단 중국이 일부러 들키려고 띄운 게 아니냐는 분석이 있습니다.
아무리 풍선의 장점이 있다고 해도, 미국의 정보를 빼내려면 더 좋은 방법이 많이 있다는 거죠.
또 첩보 활동은 비밀리에 하는 게 보통인데, 지상에서도 눈으로 볼 수 있는 커다란 풍선을 보냈다는 점도 의심쩍습니다.
BBC는 전문가를 인용해 "중국이 심각한 긴장 상태를 일으키지 않으면서, 미국 영공까지 침투할 수 있는 첨단 기술을 가졌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중국 분석 전문가 : "중국이 가진 첩보 기술력과 미국의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기꺼이 어떤 행동까지 할 것인지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미-중 관계에 큰 손실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찰 풍선 이슈는 미국 내에서 안보 논쟁으로 번지고 있는데요.
야당인 공화당은 바이든 정부가 풍선을 일주일이나 내버려 뒀다면서 대통령을 규탄하는 결의안 채택 등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지구촌 돋보기였습니다.
조금이나마 풀리나 했던 미-중 관계가 풍선 하나 때문에 새 갈등 국면에 접어 들었습니다.
미국이 자국 상공에서 중국의 '정찰 풍선'을 발견했다며 격추시키자, 중국은 민간 비행선일 뿐이라고 반발하고 있는데요.
지구촌 돋보기에서 황경주 기자와 이야기 해봅니다.
이번에 발견된 '정찰 풍선'이 어떤 건지 먼저 정리해 볼까요?
[기자]
미국이 지금까지 발표한 걸 보면, 크기는 60 미터 정도 됩니다.
버스 세 대를 길게 이어붙일 정도가 되는 거죠.
또 프로펠러와 방향타를 갖고 있어 스스로 속도와 방향도 통제할 수 있다고 하는데요.
미국은 이 풍선이 자국 내 민감한 군사시설을 정찰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미국 군 관계자 :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우리는 모든 정보 수집을 막기 위해 예방 조치를 최대한 취했다는 것입니다."]
특히 이 정찰풍선에서 문제가 되는 부분은 긴 비행 기간인데요.
지난달 28일 미국 알래스카 영공에 도착해 서쪽 방향으로 비행하며 캐나다를 지나 아이다호주, 몬태나주 등 미국 곳곳을 일주일이나 날아다닌 것으로 추정됩니다.
미 공군은 풍선이 바다로 빠져나오길 기다린 뒤 지난 4일 동부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바다 위에서 격추했습니다.
현재는 풍선 잔해를 수거하는 작업이 진행 중입니다.
파장이 커지면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지난 5일쯤 중국을 방문하기로 했던 일정도 연기했습니다.
[앵커]
미국은 정찰풍선이라고 하지만, 중국은 정찰용 풍선이 아니라고 반발하고 있죠?
[기자]
네, 기상 관측용 민간 비행선이고, 바람에 통제력을 잃어서 우연히 미국에 들어갔을 뿐이라는 게 중국 입장인데요.
그런 비행선을 미국 전투기가 격추 시킨 것은 "모기를 대포로 쏜 셈"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등 거세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풍선을 격추 시킨 다음날 중국은 외교라인을 통해 미국에 공식 항의하고, "미국의 무력 행동은 명백한 과잉 대응이며, 국제법 정신을 위반한 것"이라고 비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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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중국 '정찰 풍선'으로 의심되는 물체가 다른 나라에서도 속속 발견되고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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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미국이 지난 3일 중남미 상공에도 중국 정찰 풍선이 있는 것 같다고 발표하자마자, 콜롬비아 상공에서 비슷한 물체를 확인했습니다.
다만 콜롬비아 정부는 미국처럼 안보나 항공에 위협이 되는 것 같진 않다면서 빠져나갈 때까지 감시만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정찰 풍선이 논란이 되자 타이완 정부는 중국 정찰 풍선이 존재한 지 이미 오래라는 주장을 들고 나왔는데요.
타이완 기상국은 2021년 이후 2차례 중국 정찰 풍선이 타이완 상공에서 발견됐다고 밝혔습니다.
독일은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면서, 혹시 독일 상공에도 이런 풍선이 없는지 실태 확인에 나선 상태입니다.
[앵커]
그런데 드론이나 인공위성처럼 최첨단 기기가 넘치는 시대에 정찰을 하려고 풍선을 띄운다니, 잘 이해가 안 되는데요?
[기자]
바람 따라 날아다니는 풍선이 제대로 정보 수집이나 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죠.
하지만 생각보다 장점이 많다고 합니다.
워싱턴포스트가 지난 4일 '드론과 인공위성의 세상에서 왜 정찰 풍선을 사용할까?'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는데요.
위성과 비교하면 비용이 저렴하고, 또, 지구 표면에서 더 가까운 대기 범위에서 움직이는 만큼 사진이나 영상 품질이 더 괜찮을 수 있다는 겁니다.
여기에 더해 기술적으로 레이더가 포착하기도 까다롭다고 합니다.
정찰 풍선은 과거 2차 세계대전 때부터 많이 사용되기 시작했는데요.
미국도 냉전 시기 소련의 미사일 발사를 탐지하기 위해 180 미터가 넘는 거대한 풍선을 띄운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앵커]
미국도 정찰 풍선을 띄운 적이 있고, 강대국들이 서로 견제하고 감시하는 일은 항상 있었군요.
이번 사태가 이렇게까지 커진 배경은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요?
[기자]
네, 일단 중국이 일부러 들키려고 띄운 게 아니냐는 분석이 있습니다.
아무리 풍선의 장점이 있다고 해도, 미국의 정보를 빼내려면 더 좋은 방법이 많이 있다는 거죠.
또 첩보 활동은 비밀리에 하는 게 보통인데, 지상에서도 눈으로 볼 수 있는 커다란 풍선을 보냈다는 점도 의심쩍습니다.
BBC는 전문가를 인용해 "중국이 심각한 긴장 상태를 일으키지 않으면서, 미국 영공까지 침투할 수 있는 첨단 기술을 가졌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중국 분석 전문가 : "중국이 가진 첩보 기술력과 미국의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기꺼이 어떤 행동까지 할 것인지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미-중 관계에 큰 손실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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