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돋보기] 한국전 참전비 세워진 유서 깊은 도시 덮친 지진…전 세계 울린 튀르키예의 비극

입력 2023.02.09 (10:47) 수정 2023.02.09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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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튀르키예와 시리아에서 발생한 강진으로 인명 피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여진이 이어지고 있고 악천후까지 겹치면서 구조 작업도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지구촌 돋보기> 오늘은 지진 소식, 집중 전해드립니다.

홍석우 기자, 인명 피해 상황부터 전해주시죠.

[기자]

전 세계를 울린 사진 한 장 먼저 보겠습니다.

무너진 건물 잔해 아래 숨진 딸의 손을 아버지가 꼭 잡고 있는 모습인데요.

현지시각으로 지난 6일 규모 7.8의 강진이 튀르키예 남부와 시리아 북부를 덮쳤습니다.

양국 사망자가 현재까지 만 5천 명을 넘었고요.

외신들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최악의 참사라고 전했습니다.

하늘에서 본 튀르키예 모습은 무너진 건물들로 가득합니다.

공식 확인된 붕괴 건물만 6천여 채에 달합니다.

이재민은 2천3백만 명이 넘을 거로 추산되고요.

세계보건기구 WHO는 최악의 경우, 사망자가 2만 명이 넘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앵커]

규모 7.8의 지진이면 어느 정도 위력인 겁니까?

[기자]

히로시마 원자 폭탄보다 무려 3만 배가량 강력했다고 하는데요.

실제로 건물이 무너지는데 10초도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강력한 지진이 발생한 지 불과 9시간 만에 또 규모 7.5의 강진이 발생하면서 피해가 커졌습니다.

[현지 방송사 기자 : "지금 보시는 것처럼, 지진이, 지진…."]

규모 7.5의 지진이 닥쳤을 당시 긴박했던 모습은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겼는데요.

이처럼 본진 규모와 맞먹는 강력한 여진은 이례적인 것으로 학계는 보고 있습니다.

[앵커]

단순한 여진이 아니다?

[기자]

네, 튀르키예는 지진 발생이 잦은 나라입니다.

1999년 8월 이스탄불 인근에서 발생했던 규모 7.6의 강진으로 만 8천 명 가까이 숨졌습니다.

최근 25년 동안 규모 7 이상의 지진만 일곱 차례나 있었는데요.

지질학적 특성 때문입니다.

아프리카판과 아나톨리아판 등 4개의 판이 튀르키예에서 만납니다.

판이 하나만 움직여도 영향을 받는 구조인데요.

이번 지진은 그동안 큰 지진 활동이 없던 동 아나톨리아 단층에서 발생했습니다.

그만큼 오랜 기간 쌓인 에너지가 분출해 지진 강도가 컸을 거란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습니다.

특히, 각 판이 수평으로 움직이면서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방출했고, 지진이 발생한 위치도 18km로 깊지 않아 지진 강도와 피해가 컸다는 분석입니다.

게다가 이번 지진이 인구 1,600만 명이 사는 이스탄불이 있는 북쪽 지진대에도 영향을 주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홍태경/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7일 'KBS 9시 뉴스' : "이스탄불에서는 큰 지진이 예상이 되고 있는 상황이고, 앙카라 지역에서도 또 다른 단층대가 존재함으로 인해서 지진이 우려되고 있습니다."]

[앵커]

이번 피해 지역은 어떤 곳입니까?

[기자]

네, 우리나라와도 인연이 있어요.

피해가 많은 곳이 지중해쪽에 하타이 주라는 곳인데요.

이 지역의 항구 도시, 이스칸데룬은 한국전쟁 당시 터키군이 부산으로 출발한 곳입니다.

이처럼 한국전 참전기념비가 세워졌죠.

튀르키예는 한국전쟁 때 4번째로 많은 2만여 명을 파병했고요.

중국군과의 전투로 700여 명이 전사했습니다.

이스칸데룬 항구를 통해 한국에 온 튀르키예 군인이 전쟁 고아가 된 여자 아이를 구출해 부대에서 키우는데요.

이 실화를 바탕으로 '아일라'라는 영화가 제작되기도 했습니다.

또 가지안테프 지역엔 알렉산더 대왕의 동방원정부터 고대 로마, 십자군의 유적지가 여럿 남아 있습니다.

기독교 성서에 안디옥이라고 나오는 안타키아도 이 지역에 있습니다.

[앵커]

우리 교민도 적지 않다고 들었는데, 안전한 거죠?

[기자]

튀르키예 전체 교민이 2천 7백여 명인데요.

이 가운데 지진이 일어난 동남부 거주 한인은 100명 정돕니다.

교민들은 모두 무사하다고 외교부가 밝혔습니다.

100년 된 문화재인 안타키아의 한국 교회는 이번 지진으로 피해를 보았다고 합니다.

[앵커]

전반적인 구조 작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여진 때문에 쉽지 않다고 들었어요?

[기자]

첫 지진 이후 튀르키예에 450차례 넘게 이어진 여진에, 영하권 강추위 속에 눈비까지 내려 구조 작업이 더딥니다.

생존자를 발견할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48시간이 지나면 저체온증으로 사망자가 속출할 수 있다는 외신 보도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실종자 가족/튀르키예 : "생후 18개월 된 손자가 있습니다. 제발 도와주세요. 아침부터 어떤 소식도 듣지 못했어요. 제발 도와주세요."]

시리아 상황도 심각합니다.

오랜 내전으로 온전한 건물이 없고 이 추운 날씨에 난방은커녕 먹을 것조차 부족한 상황에서 지진이 난 건데요.

세계보건기구는 생존자들이 물과 식량, 연료 등을 구하지 못해 2차 위기에 몰렸다며 긴급 지원을 호소했습니다.

세계 각국에서 구조 인력과 구호 물품을 보내는 등 인도적 지원에 나섰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습니다.

한국 긴급구호대 110여 명은 어제 현지에 도착해 하타이 주에서 구호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지구촌 돋보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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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구촌 돋보기] 한국전 참전비 세워진 유서 깊은 도시 덮친 지진…전 세계 울린 튀르키예의 비극
    • 입력 2023-02-09 10:47:56
    • 수정2023-02-09 11:5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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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튀르키예와 시리아에서 발생한 강진으로 인명 피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여진이 이어지고 있고 악천후까지 겹치면서 구조 작업도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지구촌 돋보기> 오늘은 지진 소식, 집중 전해드립니다.

홍석우 기자, 인명 피해 상황부터 전해주시죠.

[기자]

전 세계를 울린 사진 한 장 먼저 보겠습니다.

무너진 건물 잔해 아래 숨진 딸의 손을 아버지가 꼭 잡고 있는 모습인데요.

현지시각으로 지난 6일 규모 7.8의 강진이 튀르키예 남부와 시리아 북부를 덮쳤습니다.

양국 사망자가 현재까지 만 5천 명을 넘었고요.

외신들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최악의 참사라고 전했습니다.

하늘에서 본 튀르키예 모습은 무너진 건물들로 가득합니다.

공식 확인된 붕괴 건물만 6천여 채에 달합니다.

이재민은 2천3백만 명이 넘을 거로 추산되고요.

세계보건기구 WHO는 최악의 경우, 사망자가 2만 명이 넘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앵커]

규모 7.8의 지진이면 어느 정도 위력인 겁니까?

[기자]

히로시마 원자 폭탄보다 무려 3만 배가량 강력했다고 하는데요.

실제로 건물이 무너지는데 10초도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강력한 지진이 발생한 지 불과 9시간 만에 또 규모 7.5의 강진이 발생하면서 피해가 커졌습니다.

[현지 방송사 기자 : "지금 보시는 것처럼, 지진이, 지진…."]

규모 7.5의 지진이 닥쳤을 당시 긴박했던 모습은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겼는데요.

이처럼 본진 규모와 맞먹는 강력한 여진은 이례적인 것으로 학계는 보고 있습니다.

[앵커]

단순한 여진이 아니다?

[기자]

네, 튀르키예는 지진 발생이 잦은 나라입니다.

1999년 8월 이스탄불 인근에서 발생했던 규모 7.6의 강진으로 만 8천 명 가까이 숨졌습니다.

최근 25년 동안 규모 7 이상의 지진만 일곱 차례나 있었는데요.

지질학적 특성 때문입니다.

아프리카판과 아나톨리아판 등 4개의 판이 튀르키예에서 만납니다.

판이 하나만 움직여도 영향을 받는 구조인데요.

이번 지진은 그동안 큰 지진 활동이 없던 동 아나톨리아 단층에서 발생했습니다.

그만큼 오랜 기간 쌓인 에너지가 분출해 지진 강도가 컸을 거란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습니다.

특히, 각 판이 수평으로 움직이면서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방출했고, 지진이 발생한 위치도 18km로 깊지 않아 지진 강도와 피해가 컸다는 분석입니다.

게다가 이번 지진이 인구 1,600만 명이 사는 이스탄불이 있는 북쪽 지진대에도 영향을 주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홍태경/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7일 'KBS 9시 뉴스' : "이스탄불에서는 큰 지진이 예상이 되고 있는 상황이고, 앙카라 지역에서도 또 다른 단층대가 존재함으로 인해서 지진이 우려되고 있습니다."]

[앵커]

이번 피해 지역은 어떤 곳입니까?

[기자]

네, 우리나라와도 인연이 있어요.

피해가 많은 곳이 지중해쪽에 하타이 주라는 곳인데요.

이 지역의 항구 도시, 이스칸데룬은 한국전쟁 당시 터키군이 부산으로 출발한 곳입니다.

이처럼 한국전 참전기념비가 세워졌죠.

튀르키예는 한국전쟁 때 4번째로 많은 2만여 명을 파병했고요.

중국군과의 전투로 700여 명이 전사했습니다.

이스칸데룬 항구를 통해 한국에 온 튀르키예 군인이 전쟁 고아가 된 여자 아이를 구출해 부대에서 키우는데요.

이 실화를 바탕으로 '아일라'라는 영화가 제작되기도 했습니다.

또 가지안테프 지역엔 알렉산더 대왕의 동방원정부터 고대 로마, 십자군의 유적지가 여럿 남아 있습니다.

기독교 성서에 안디옥이라고 나오는 안타키아도 이 지역에 있습니다.

[앵커]

우리 교민도 적지 않다고 들었는데, 안전한 거죠?

[기자]

튀르키예 전체 교민이 2천 7백여 명인데요.

이 가운데 지진이 일어난 동남부 거주 한인은 100명 정돕니다.

교민들은 모두 무사하다고 외교부가 밝혔습니다.

100년 된 문화재인 안타키아의 한국 교회는 이번 지진으로 피해를 보았다고 합니다.

[앵커]

전반적인 구조 작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여진 때문에 쉽지 않다고 들었어요?

[기자]

첫 지진 이후 튀르키예에 450차례 넘게 이어진 여진에, 영하권 강추위 속에 눈비까지 내려 구조 작업이 더딥니다.

생존자를 발견할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48시간이 지나면 저체온증으로 사망자가 속출할 수 있다는 외신 보도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실종자 가족/튀르키예 : "생후 18개월 된 손자가 있습니다. 제발 도와주세요. 아침부터 어떤 소식도 듣지 못했어요. 제발 도와주세요."]

시리아 상황도 심각합니다.

오랜 내전으로 온전한 건물이 없고 이 추운 날씨에 난방은커녕 먹을 것조차 부족한 상황에서 지진이 난 건데요.

세계보건기구는 생존자들이 물과 식량, 연료 등을 구하지 못해 2차 위기에 몰렸다며 긴급 지원을 호소했습니다.

세계 각국에서 구조 인력과 구호 물품을 보내는 등 인도적 지원에 나섰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습니다.

한국 긴급구호대 110여 명은 어제 현지에 도착해 하타이 주에서 구호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지구촌 돋보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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