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농촌 버스터미널’…빨라지는 ‘지방 소멸’

입력 2023.02.09 (19:31) 수정 2023.02.13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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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농촌 마을 버스터미널이 경영난을 못 이겨 잇달아 문을 닫고 있습니다.

터미널이 사라지는 곳은 오지로 전락하고, 사람들이 또 떠나는 지방 소멸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오정현 기자입니다.

[리포트]

매표구에 먼지 엉긴 거미줄이 드리웠습니다.

나뒹구는 차표 뭉치가 여기가 한때 매표소였다는 걸 보여 줍니다.

사람 손길이 닿지 않아 구석구석 빠르게 낡아버린 곳.

김제 원평 터미널은 마치 폐가처럼 변했습니다.

2년 전, 터미널 사업자는 경영난을 버티지 못해 폐업 신고를 냈습니다.

이러다 노선마저 끊길까봐 김제시는 다달이 백만 원을 임대료로 내고 텅 빈 터미널을 정류장처럼 쓰게 했습니다.

[주민 : "썰렁하고 너무 힘들어. 화장실도 말도 못 해. 이렇게 추운데, 춥지만 않으면 조금 기다렸다가 타고 가면 되는데."]

기간제근로자에겐 간단한 청소만 맡겼습니다.

[김화섭/김제시 공공일자리 근로자 : "공공일자리다 보니까 5일 일하고 이틀 쉬잖아요. 토요일, 일요일은 (청소를) 안 하니까 월요일 되면 완전히 엉망진창이 돼요."]

남원 인월 공용 터미널, 이곳도 곧 같은 처지가 됩니다.

새벽 6시 반부터 일해봐야 하루 매출이 5만 원 정도니, 폐업 밖에 도리가 없다고 터미널 주인은 말합니다.

["뭐 8장, 다 해봐야 5, 6장 이렇게 나가요. (하루에요?) 네."]

결국 지난달 말 남원시에 터미널 문을 닫겠다고 통보하면서 정해진 폐업 날까진 이제 50일 정도 남았습니다.

[김희순/남원 인월 터미널 운영자 : "맨날 손해를 보면서 (할 순 없잖아요.) 상권이 죽잖아요, 우리가 문을 닫으면. 그걸 왜 몰라 다 알지. 그렇지만…."]

최근 5년새 전북 곳곳에 있는 버스터미널 30곳 가운데 6곳이 폐업했습니다.

모두 이용객이 줄면서 생긴 경영난이 이유였습니다.

2018년 1,085만 명이었던 전라북도 터미널 이용객은 2020년 574만 명, 반토막이 났습니다.

[전라북도 관계자/음성변조 : "국가에서도 조금 관여를 해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지방에 있는 터미널도 국비를 내려보내 달라고 건의를 하고 있어요."]

줄어드는 인구, 사라지는 기반 시설.

그리고 다시 낙후된 곳을 떠나는 악순환이 지방 소멸의 시계를 앞당기고 있습니다.

KBS 뉴스 오정현입니다.

촬영기자:박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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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라지는 ‘농촌 버스터미널’…빨라지는 ‘지방 소멸’
    • 입력 2023-02-09 19:31:10
    • 수정2023-02-13 13:19:42
    뉴스7(전주)
[앵커]

농촌 마을 버스터미널이 경영난을 못 이겨 잇달아 문을 닫고 있습니다.

터미널이 사라지는 곳은 오지로 전락하고, 사람들이 또 떠나는 지방 소멸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오정현 기자입니다.

[리포트]

매표구에 먼지 엉긴 거미줄이 드리웠습니다.

나뒹구는 차표 뭉치가 여기가 한때 매표소였다는 걸 보여 줍니다.

사람 손길이 닿지 않아 구석구석 빠르게 낡아버린 곳.

김제 원평 터미널은 마치 폐가처럼 변했습니다.

2년 전, 터미널 사업자는 경영난을 버티지 못해 폐업 신고를 냈습니다.

이러다 노선마저 끊길까봐 김제시는 다달이 백만 원을 임대료로 내고 텅 빈 터미널을 정류장처럼 쓰게 했습니다.

[주민 : "썰렁하고 너무 힘들어. 화장실도 말도 못 해. 이렇게 추운데, 춥지만 않으면 조금 기다렸다가 타고 가면 되는데."]

기간제근로자에겐 간단한 청소만 맡겼습니다.

[김화섭/김제시 공공일자리 근로자 : "공공일자리다 보니까 5일 일하고 이틀 쉬잖아요. 토요일, 일요일은 (청소를) 안 하니까 월요일 되면 완전히 엉망진창이 돼요."]

남원 인월 공용 터미널, 이곳도 곧 같은 처지가 됩니다.

새벽 6시 반부터 일해봐야 하루 매출이 5만 원 정도니, 폐업 밖에 도리가 없다고 터미널 주인은 말합니다.

["뭐 8장, 다 해봐야 5, 6장 이렇게 나가요. (하루에요?) 네."]

결국 지난달 말 남원시에 터미널 문을 닫겠다고 통보하면서 정해진 폐업 날까진 이제 50일 정도 남았습니다.

[김희순/남원 인월 터미널 운영자 : "맨날 손해를 보면서 (할 순 없잖아요.) 상권이 죽잖아요, 우리가 문을 닫으면. 그걸 왜 몰라 다 알지. 그렇지만…."]

최근 5년새 전북 곳곳에 있는 버스터미널 30곳 가운데 6곳이 폐업했습니다.

모두 이용객이 줄면서 생긴 경영난이 이유였습니다.

2018년 1,085만 명이었던 전라북도 터미널 이용객은 2020년 574만 명, 반토막이 났습니다.

[전라북도 관계자/음성변조 : "국가에서도 조금 관여를 해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지방에 있는 터미널도 국비를 내려보내 달라고 건의를 하고 있어요."]

줄어드는 인구, 사라지는 기반 시설.

그리고 다시 낙후된 곳을 떠나는 악순환이 지방 소멸의 시계를 앞당기고 있습니다.

KBS 뉴스 오정현입니다.

촬영기자:박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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