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북한은] 北 심상찮은 식량 문제…“전원회의 소집” 외

입력 2023.02.11 (08:11) 수정 2023.02.11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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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이 이달 하순에 노동당 전원회의를 연다고 하는데요.

의제는 단 한 가지, 농업 문제입니다.

전원회의를 이미 지난 연말에 열었었는데 두 달 만에 또 회의를 여는 걸 보면 상당히 이례적인데요.

개성에서 하루 수십 명씩 굶어 죽는 이들이 생긴다는 미확인 보도까지 나올 만큼 식량부족 사정이 심상찮아 보입니다.

<요즘 북한은>, 첫 소식입니다.

[리포트]

5개년 경제 개발 계획 3년 차를 맞은 북한이 이달 말 전원회의를 또 엽니다.

[조선중앙TV/2월 6일 : "새 시대 농촌혁명강령실현을 위한 지난해 투쟁 정형을 총화하고 당면한 농사문제와 농업발전의 전망 목표들을 토의하기 위하여..."]

농업 문제를 초미의 과제라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국정 운영 방향을 결정하는 당 전원회의를 지난해 12월 말에 연 지 두 달 만에, 그것도 농업 문제만 단일 의제로 다루는 건 매우 이례적입니다.

지난 전원회의에선 올해 경제 과제로 ‘12개 중요 고지’를 정하고, 첫 번째로 ‘알곡’을 내세웠는데요.

[조선중앙TV/2월 6일 : "올해의 알곡 생산 계획을 경제 발전의 첫째가는 고지로 정한 우리 당의 뜻을 받들어..."]

연초엔 이른바 거름 전투에 나섰고, 나라의 쌀독을 채우자며애국미 헌납운동까지 펼쳤습니다.

[조선중앙TV/2월 1일 : "전국의 수많은 다수확 선구자들이 국가 알곡 계획을 넘쳐 수행하고도 많은 애국미를 나라에 헌납하는 아름다운 미풍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나름의 자구책 속에도 국제제재와 코로나19의 여파 등으로 지난해 식량 생산량은 줄어든 것으로 보입니다.

[구병삼/통일부 대변인 : "정부가 추정한 북한의 식량 생산량은 2022년도 451만 톤이었고, 그 전해 2021년도에는 469만 톤이었습니다. 다소 3.8%의 감소가 있었던 것으로..."]

최근엔 북한의 식량 부족 사태가 1990년대 대기근 이래 최악이라는 진단도 나왔는데요.

개성에서 하루 수십 명씩 아사자가 발생했다는 미확인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습니다.

또 김덕훈 내각총리가 지난달 하순부터 곡창지대인 황해남북도와 평안남북도의 식량공급소, 양곡판매소 등 유통 현장을 직접 찾고 있어 주목됩니다.

여기에 김정은 위원장이 몇 년 전부터 쌀 공급에 대한 중앙집권화를 강조하면서 장마당에서의 쌀 판매가 금지됐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이렇다 보니 농민들이 쌀을 국가에 내놓지 않고 숨길 가능성도 있어, 이번 식량 위기가 심각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앵커]

다시 꺼내든 ‘빨치산 정신’…사상무장 고삐

방금 전해드린 북한의 식량부족 사태처럼 사회, 경제적 난국을 극복해내자며 북한 당국이 강조하는 것이 있는데요.

어려웠던 ‘그때 그 시절’, 시대정신입니다.

요즘 북한 당국이 꺼내 든 것은 바로 ‘빨치산 정신’과 ‘천리마 운동’인데요.

경제적 어려움이 커지면 커질수록 주민들이 동요할까 사상무장의 고삐를 죄어가고 있습니다.

<요즘 북한은>, 두 번째 소식 이어갑니다.

[리포트]

한동안 잠잠했던 빨치산 정신을 다시 들고나온 노동신문.

빨치산 정신을 내세우며 노동계급이 자력갱생으로 나라의 쌀독을 채우자고 강조합니다.

빨치산은 1930년대 항일 무장 세력부터 1950년대 중반 남한에서의 유격대까지, 공산주의 비정규군을 가리키는데요.

청년들은 항일 빨치산 부대의 근거지였던 혁명전적지를 답사하며, 결의를 다집니다.

[리억철/평성시청년동맹위원회 부위원장 : "항일 빨치산 참가자들의 뜨거운 조국애를 지니고 조국 보위 초소와 사회주의 강국 건설의 어렵고 힘든 전구들에 용략 떨쳐나갈 결의를 다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경제성장을 독려하며 ‘천리마 운동’도 앞세웁니다.

천리마 운동은 천리마처럼 빠르게 생산량을 늘리고, 건설, 공업 등 전 분야의 성장을 이루겠다며 1956년 시작한 대중운동인데요.

최근, 청년들에겐 천리마 시대 정신으로 무장해 탄원을 떠나라고 촉구합니다.

[김연아/문화성청년동맹위원회 : "기적의 천리마를 안아 올린 1950년대 청년들의 그 투쟁 이야기를 우리는 들으며 성장해 왔습니다. 지금에야말로 그 자랑스러운 전통을 이어 애국 청년의 기개를 남김없이 발휘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영화 방영에서도 찾을 수 있는데요.

지난달엔 1968년과 1969년에 있었던 미국과의 군사적 대결 상황을 담은 영화 두 편을 재방송했습니다.

이달 들어선, 한국전쟁 당시 인민군이나 발전소 노동자가 된 제대 군인 등 체제에 충성하는 인물들을 주인공으로 하는 작품을 주로 내보내고 있는데요.

건군절과 열병식을 계기로 이전 시대 정신을 부각해 내부 위기를 돌파하려는 의도란 분석입니다.

[이우영/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2월 8일) 건군절이라든지 이런 것들이 하는 시점이니까 김정은 정신이라든지 이런 것들을 얘기하면서 그것이 역사적 뿌리가 깊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 아닌가 저는 이렇게 봅니다."]

얼어붙은 대외관계에 갈수록 심각한 경제난과 식량난 등 산적한 난제를, 복고적인 사상과 운동을 또 내세우며 맞서겠다는 모양새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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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즘 북한은] 北 심상찮은 식량 문제…“전원회의 소집” 외
    • 입력 2023-02-11 08:11:25
    • 수정2023-02-11 09:4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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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이 이달 하순에 노동당 전원회의를 연다고 하는데요.

의제는 단 한 가지, 농업 문제입니다.

전원회의를 이미 지난 연말에 열었었는데 두 달 만에 또 회의를 여는 걸 보면 상당히 이례적인데요.

개성에서 하루 수십 명씩 굶어 죽는 이들이 생긴다는 미확인 보도까지 나올 만큼 식량부족 사정이 심상찮아 보입니다.

<요즘 북한은>, 첫 소식입니다.

[리포트]

5개년 경제 개발 계획 3년 차를 맞은 북한이 이달 말 전원회의를 또 엽니다.

[조선중앙TV/2월 6일 : "새 시대 농촌혁명강령실현을 위한 지난해 투쟁 정형을 총화하고 당면한 농사문제와 농업발전의 전망 목표들을 토의하기 위하여..."]

농업 문제를 초미의 과제라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국정 운영 방향을 결정하는 당 전원회의를 지난해 12월 말에 연 지 두 달 만에, 그것도 농업 문제만 단일 의제로 다루는 건 매우 이례적입니다.

지난 전원회의에선 올해 경제 과제로 ‘12개 중요 고지’를 정하고, 첫 번째로 ‘알곡’을 내세웠는데요.

[조선중앙TV/2월 6일 : "올해의 알곡 생산 계획을 경제 발전의 첫째가는 고지로 정한 우리 당의 뜻을 받들어..."]

연초엔 이른바 거름 전투에 나섰고, 나라의 쌀독을 채우자며애국미 헌납운동까지 펼쳤습니다.

[조선중앙TV/2월 1일 : "전국의 수많은 다수확 선구자들이 국가 알곡 계획을 넘쳐 수행하고도 많은 애국미를 나라에 헌납하는 아름다운 미풍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나름의 자구책 속에도 국제제재와 코로나19의 여파 등으로 지난해 식량 생산량은 줄어든 것으로 보입니다.

[구병삼/통일부 대변인 : "정부가 추정한 북한의 식량 생산량은 2022년도 451만 톤이었고, 그 전해 2021년도에는 469만 톤이었습니다. 다소 3.8%의 감소가 있었던 것으로..."]

최근엔 북한의 식량 부족 사태가 1990년대 대기근 이래 최악이라는 진단도 나왔는데요.

개성에서 하루 수십 명씩 아사자가 발생했다는 미확인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습니다.

또 김덕훈 내각총리가 지난달 하순부터 곡창지대인 황해남북도와 평안남북도의 식량공급소, 양곡판매소 등 유통 현장을 직접 찾고 있어 주목됩니다.

여기에 김정은 위원장이 몇 년 전부터 쌀 공급에 대한 중앙집권화를 강조하면서 장마당에서의 쌀 판매가 금지됐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이렇다 보니 농민들이 쌀을 국가에 내놓지 않고 숨길 가능성도 있어, 이번 식량 위기가 심각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앵커]

다시 꺼내든 ‘빨치산 정신’…사상무장 고삐

방금 전해드린 북한의 식량부족 사태처럼 사회, 경제적 난국을 극복해내자며 북한 당국이 강조하는 것이 있는데요.

어려웠던 ‘그때 그 시절’, 시대정신입니다.

요즘 북한 당국이 꺼내 든 것은 바로 ‘빨치산 정신’과 ‘천리마 운동’인데요.

경제적 어려움이 커지면 커질수록 주민들이 동요할까 사상무장의 고삐를 죄어가고 있습니다.

<요즘 북한은>, 두 번째 소식 이어갑니다.

[리포트]

한동안 잠잠했던 빨치산 정신을 다시 들고나온 노동신문.

빨치산 정신을 내세우며 노동계급이 자력갱생으로 나라의 쌀독을 채우자고 강조합니다.

빨치산은 1930년대 항일 무장 세력부터 1950년대 중반 남한에서의 유격대까지, 공산주의 비정규군을 가리키는데요.

청년들은 항일 빨치산 부대의 근거지였던 혁명전적지를 답사하며, 결의를 다집니다.

[리억철/평성시청년동맹위원회 부위원장 : "항일 빨치산 참가자들의 뜨거운 조국애를 지니고 조국 보위 초소와 사회주의 강국 건설의 어렵고 힘든 전구들에 용략 떨쳐나갈 결의를 다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경제성장을 독려하며 ‘천리마 운동’도 앞세웁니다.

천리마 운동은 천리마처럼 빠르게 생산량을 늘리고, 건설, 공업 등 전 분야의 성장을 이루겠다며 1956년 시작한 대중운동인데요.

최근, 청년들에겐 천리마 시대 정신으로 무장해 탄원을 떠나라고 촉구합니다.

[김연아/문화성청년동맹위원회 : "기적의 천리마를 안아 올린 1950년대 청년들의 그 투쟁 이야기를 우리는 들으며 성장해 왔습니다. 지금에야말로 그 자랑스러운 전통을 이어 애국 청년의 기개를 남김없이 발휘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영화 방영에서도 찾을 수 있는데요.

지난달엔 1968년과 1969년에 있었던 미국과의 군사적 대결 상황을 담은 영화 두 편을 재방송했습니다.

이달 들어선, 한국전쟁 당시 인민군이나 발전소 노동자가 된 제대 군인 등 체제에 충성하는 인물들을 주인공으로 하는 작품을 주로 내보내고 있는데요.

건군절과 열병식을 계기로 이전 시대 정신을 부각해 내부 위기를 돌파하려는 의도란 분석입니다.

[이우영/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2월 8일) 건군절이라든지 이런 것들이 하는 시점이니까 김정은 정신이라든지 이런 것들을 얘기하면서 그것이 역사적 뿌리가 깊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 아닌가 저는 이렇게 봅니다."]

얼어붙은 대외관계에 갈수록 심각한 경제난과 식량난 등 산적한 난제를, 복고적인 사상과 운동을 또 내세우며 맞서겠다는 모양새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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