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침공 1년, 체르노빌을 가다…여전한 러시아군의 흔적

입력 2023.02.17 (21:31) 수정 2023.02.17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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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인류의 대재앙으로 평가되는 1986년,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전 폭발 사고 지난해 러시아군이 체르노빌을 점령하면서 한때 위기감이 커졌었는데요.

KBS가 러시아군이 물러난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를 국내 언론 최초로 찾아가봤습니다.

김귀수 특파원입니다.

[리포트]

키이우에서 차로 2시간 거리.

체르노빌입니다.

원전 폭발 이후 폐허가 된 아파트와 호텔, 숲을 헤치고 나가자 놀이시설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완성 직후 사고가 나 한 번도 운행하지 못했던 대관람차는 체르노빌 비극의 상징물이 됐습니다.

37년 전 폭발한 원자로, 이중·삼중으로 방사능 유출이 억제되고 있습니다.

여전히 위험이 현재 진행형인 이윱니다.

그런데 지난해 2월 25일 러시아군이 침공 하루 만에 이곳을 점령했습니다.

[세르게이 리발코/체르노빌 원전 안전과 : "첫날이 제일 위험했습니다. 이곳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몰랐으니까요. 다들 무서워서 어떻게 할지 몰랐습니다."]

체르노빌이 직선 도로로 수도 키이우까지 진격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또 대참사가 우려돼 우크라이나군이 쉽사리 공격할 수 없을 거라는 계산도 깔렸습니다.

한 달여 만에 퇴각한 러시아군, 곳곳에 지뢰를 심어놨습니다.

무기 상자, 군복.

러시아군의 흔적을 따라가 봤습니다.

숲으로 들어서자 땅굴 같은 것이 보입니다.

참호입니다.

러시아군이 이곳을 점령했을 때 파놓은 참호입니다.

체르노빌에선 이렇게 곳곳에서 러시아군의 흔적을 쉽게 찾아 볼 수 있습니다.

안을 살펴봤습니다.

오랫동안 점령할 것으로 여겼는지 난로도 만들어놨습니다.

숲 안은 온통 참호.

방사능으로 오염된 땅 속에서 생활한 건데, 이 때문에 피폭된 러시아 병사도 상당수인 것으로 전해집니다.

부서진 차량들만 남은 주차장, 러시아군은 퇴각하며 남은 것들을 대부분 파괴했고 쓸만한 것들은 약탈했습니다.

[미하일로 사우추크/방사능폐기물 처리부서 관리자 : "가전 제품도 훔쳐 갔습니다. 냉장고, 세탁기뿐만 아니라 밥솥도 가져갔습니다."]

가까스로 안정을 되찾은 체르노빌, 하지만 이번에 예고된 대공세로 1년 만에 다시 러시아에 점령되지 않을까 불안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체르노빌에서 KBS 뉴스 김귀수입니다.

영상편집:이웅/자료조사:문지연

[앵커]

우크라이나 현지 이어서 연결합니다.

김귀수 특파원이 체르노빌을 거쳐 수도 키이우에 나가 있습니다.

김 특파원! 지금 키이우 상황은 어떻습니까?

[기자]

키이우는 비교적 안전해 보입니다.

최근 며칠간 매일 한 번 이상 공습경보가 울렸지만 실제 미사일이나 드론 공격이 가해진 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동부전선의 상황은 다릅니다.

이미 돈바스 지역에서는 러시아군의 대규모 공격이 시작됐고, 격전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전쟁 1년이 되는 이달 24일을 전후해선 우크라이나 북쪽과 남쪽, 동쪽 흑해 등에서 대규모 공습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서방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가 이번 공세를 잘 막아내면, 서방의 주력전차들이 도착하는 다음달 이후 우크라이나가 대반격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합니다.

[앵커]

그런데, 이번 전쟁이 몇 년 동안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의 말인데요.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 인접국을 자신이 좌우할 수 있길 바라고 있다며 이처럼 말했습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나토 사무총장 : "따라서 우리는 장기적으로 대비해야 합니다. 이(전쟁)는 수년 동안 지속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는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 대비해야 합니다."]

이와 함께 유엔은 우크라이나 전쟁 1년을 하루 앞둔 오는 23일 평화 촉구 결의안을 표결합니다.

사실상의 정전 촉구인데 채택되더라도 법적 구속력은 없습니다.

한편 오늘 열리고 있는 세계 최대 안보회의 뮌헨 안보회의에선 우크라이나가 간절히 원하는 전투기 지원 문제가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지금까지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전해드렸습니다.

촬영:김영환/영상편집:고응용/자료조사:조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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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르포] 침공 1년, 체르노빌을 가다…여전한 러시아군의 흔적
    • 입력 2023-02-17 21:31:49
    • 수정2023-02-17 22:0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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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인류의 대재앙으로 평가되는 1986년,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전 폭발 사고 지난해 러시아군이 체르노빌을 점령하면서 한때 위기감이 커졌었는데요.

KBS가 러시아군이 물러난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를 국내 언론 최초로 찾아가봤습니다.

김귀수 특파원입니다.

[리포트]

키이우에서 차로 2시간 거리.

체르노빌입니다.

원전 폭발 이후 폐허가 된 아파트와 호텔, 숲을 헤치고 나가자 놀이시설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완성 직후 사고가 나 한 번도 운행하지 못했던 대관람차는 체르노빌 비극의 상징물이 됐습니다.

37년 전 폭발한 원자로, 이중·삼중으로 방사능 유출이 억제되고 있습니다.

여전히 위험이 현재 진행형인 이윱니다.

그런데 지난해 2월 25일 러시아군이 침공 하루 만에 이곳을 점령했습니다.

[세르게이 리발코/체르노빌 원전 안전과 : "첫날이 제일 위험했습니다. 이곳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몰랐으니까요. 다들 무서워서 어떻게 할지 몰랐습니다."]

체르노빌이 직선 도로로 수도 키이우까지 진격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또 대참사가 우려돼 우크라이나군이 쉽사리 공격할 수 없을 거라는 계산도 깔렸습니다.

한 달여 만에 퇴각한 러시아군, 곳곳에 지뢰를 심어놨습니다.

무기 상자, 군복.

러시아군의 흔적을 따라가 봤습니다.

숲으로 들어서자 땅굴 같은 것이 보입니다.

참호입니다.

러시아군이 이곳을 점령했을 때 파놓은 참호입니다.

체르노빌에선 이렇게 곳곳에서 러시아군의 흔적을 쉽게 찾아 볼 수 있습니다.

안을 살펴봤습니다.

오랫동안 점령할 것으로 여겼는지 난로도 만들어놨습니다.

숲 안은 온통 참호.

방사능으로 오염된 땅 속에서 생활한 건데, 이 때문에 피폭된 러시아 병사도 상당수인 것으로 전해집니다.

부서진 차량들만 남은 주차장, 러시아군은 퇴각하며 남은 것들을 대부분 파괴했고 쓸만한 것들은 약탈했습니다.

[미하일로 사우추크/방사능폐기물 처리부서 관리자 : "가전 제품도 훔쳐 갔습니다. 냉장고, 세탁기뿐만 아니라 밥솥도 가져갔습니다."]

가까스로 안정을 되찾은 체르노빌, 하지만 이번에 예고된 대공세로 1년 만에 다시 러시아에 점령되지 않을까 불안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체르노빌에서 KBS 뉴스 김귀수입니다.

영상편집:이웅/자료조사:문지연

[앵커]

우크라이나 현지 이어서 연결합니다.

김귀수 특파원이 체르노빌을 거쳐 수도 키이우에 나가 있습니다.

김 특파원! 지금 키이우 상황은 어떻습니까?

[기자]

키이우는 비교적 안전해 보입니다.

최근 며칠간 매일 한 번 이상 공습경보가 울렸지만 실제 미사일이나 드론 공격이 가해진 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동부전선의 상황은 다릅니다.

이미 돈바스 지역에서는 러시아군의 대규모 공격이 시작됐고, 격전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전쟁 1년이 되는 이달 24일을 전후해선 우크라이나 북쪽과 남쪽, 동쪽 흑해 등에서 대규모 공습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서방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가 이번 공세를 잘 막아내면, 서방의 주력전차들이 도착하는 다음달 이후 우크라이나가 대반격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합니다.

[앵커]

그런데, 이번 전쟁이 몇 년 동안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의 말인데요.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 인접국을 자신이 좌우할 수 있길 바라고 있다며 이처럼 말했습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나토 사무총장 : "따라서 우리는 장기적으로 대비해야 합니다. 이(전쟁)는 수년 동안 지속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는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 대비해야 합니다."]

이와 함께 유엔은 우크라이나 전쟁 1년을 하루 앞둔 오는 23일 평화 촉구 결의안을 표결합니다.

사실상의 정전 촉구인데 채택되더라도 법적 구속력은 없습니다.

한편 오늘 열리고 있는 세계 최대 안보회의 뮌헨 안보회의에선 우크라이나가 간절히 원하는 전투기 지원 문제가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지금까지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전해드렸습니다.

촬영:김영환/영상편집:고응용/자료조사:조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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