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목숨 건 탈북…12,000km의 여정 1부

입력 2023.02.18 (08:28) 수정 2023.02.18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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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독립영화제, 미국 ‘선댄스 영화제’에서 탈북민을 소재로 한 영화가 올해, 뜻깊은 상을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네, 배우 윤여정씨가 오스카상을 받았던 영화 ‘미나리’도 2년 전 이 영화제를 통해 돌풍을 일으켰었는데요.

이번엔 다큐멘터리 영화 ‘유토피아를 넘어서’가 관객상을 받았습니다.

이하영 리포터, 탈북민을 다룬 영화라고 하셨는데, 어떤 내용을 담고 있길래 큰 인기를 받게 됐나요?

네, 2019년 북한의 일가족 5명이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어 탈북하는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인데요.

동남아 일대 지역의 밀림을 헤치며 걷고 또 걷는 그 험난한 여정을 직접 촬영해 담았습니다.

이 일가족이 무사히 우리 땅을 밟은 거죠?

이 다큐멘터리에 등장하는 실제 주인공들을 이하영 리포터가 만나고 온 겁니까?

네, 맞습니다.

삶과 죽음의 고비고비를 전해들을 때마다 눈물이 나곤 했습니다.

이 다큐멘터리 촬영 과정 등을 담은 제작기와 조력자의 얘기 등 풀어드릴 얘기들이 많아서 다음 주까지 2부로 나눠 소개해 드릴텐데요.

오늘은 먼저,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일가족의 탈북 여정, 만나 보시죠.

[리포트]

칠흑 같은 어둠 속, 겁에 질린 아이의 울음소리가 정적을 깨우며 들려옵니다.

["할아버지, 좀 도와주시오."]

80대 노모와 부부, 그리고 어린 두 딸은 바로 눈앞에 놓인 생사의 갈림길에서 누군가의 도움을 간절히 요청합니다.

[송아현/가명/탈북민 : "정말 감사합니다."]

[김성은/갈렙선교회 목사 : "내일 우리가 거기로 가니까 나 만날 거예요. 안심하고."]

[송아현/가명/탈북민 : "네, 기다립니다."]

2019년 9월, 양강도 땅을 떠나 탈북한 일가족 5명의 기록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유토피아를 넘어서>입니다.

자유를 찾아 국경을 넘은 일가족은 거친 숲속에서 헤매며 걷고 또 걷습니다.

배를 타고 어디론가 향하는 아이의 표정에는 불안과 공포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마침내 밟은 자유의 땅.

감격에 겨워 그동안 꾹꾹 참아왔던 울음을 그만 터뜨리고 맙니다.

[김성은/갈렙선교회 목사 : "자 너희들은 이제 자유를 찾은 거야..."]

[송아현/가명/탈북민 : "네, 감사합니다."]

이 위험천만한 탈북 여정이 담긴 다큐멘터리 영화 <유토피아를 넘어서>는 지난 1월, 세계 최고 독립영화제로 꼽히는 ‘선댄스 영화제’에서 주목을 끌었습니다.

[김성은/갈렙선교회 목사 : "아직도 중국에는 북한에서 팔려간 여성들, 이런 분들이 한 10만 명 정도가 남아있는 걸로 파악되고 있어요."]

세계 각지의 쟁쟁한 독립영화들 속에서 관객상 수상작 5편 가운데 하나로 선정됐습니다.

이 다큐멘터리 속의 탈북민 일가족은 2019년 11월 한국 땅을 밟았습니다.

정착한 지 벌써 4년, 직접 만나보니 화면 속에서 접했던 불안한 표정은 지금은 찾아볼 수 없는데요.

송아현 씨는 낮에는 청소 일을, 저녁엔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공부하고 있다고 합니다.

현재 가장 큰 고민거리는 한국의 부모들이 겪는 ‘사교육’입니다.

[송아현/가명/탈북민 : "제가 여기에 와보니까 학원을 애들을 보내려고 하니까 학원비가 만만치 않아요. 그런데 제가 청소하면서 학원비를 대려고 하니까 학원비가 애가 둘이다 보니까."]

올해 중학교 3학년에 올라가는 큰딸은 공부에 대한 압박감이 큰데요.

여느 청소년들과 비슷한 모습입니다.

[유나래/가명/탈북민 : "영어도 수학도 잘하고 싶고 다른 것도 중간 정도만 해도 괜찮을 거 같은데 중간도 안 되는 거 같아서 아직은 너무 속상해요."]

80대 할머니는, ‘당장 뭘 먹지’라는 걱정 대신 ‘공부가 가장 큰 고민’이라는 건 북한에선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고 합니다.

[박단희/가명/탈북민 : "내가 일하면 일한 것만큼 돈 주고 그러니까, 자기가 부지런하면 사는 일은 하나도 일 없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서울에서 몇 시간 동안 달려 충남 아산으로 향하는 길, 탈북 과정에 결정적인 도움을 준 김성은 목사를 만나는 날입니다.

이곳은 어렵게 한국 땅을 밟은 탈북민들이 잠시 머물며 쉬어가는 쉼터의 역할을 하는 곳입니다.

직접 공간을 만든 김성은 목사는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북한 주민들의 탈북 과정을 돕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송아현/가명/탈북민 : "안녕하세요, 목사님."]

[김성은/갈렙선교회 목사 : "오셨어요!"]

미국 시상식에 함께 다녀온 뒤 며칠 만에 만나는 목사님이지만 얼굴만 봐도 눈물이 나옵니다.

[박단희/가명/탈북민 : "올 때 너무 힘들게 데려와서 막 보면 반가워요."]

반가운 자리엔 역시 음식이 빠질 수 없는데요, 야외에 삼겹살 파티가 준비됐습니다.

모두가 즐거운 분위기 속, 대화는 자연스레 영화제 얘기로 흘러가는데요.

[송아현/가명/탈북민 : "너무 감동적인 게 그 사람들이 같이 공감해주고 눈물 흘린다는 게 대단하더라고요, 그분들이."]

4년 전 자기 모습이 나온 영화를 본 아이들은, 가장 인상적인 장면으로 이 부분을 꼽았습니다.

[유나래/가명/탈북민 : "목사님 땀 닦아 드리는 장면 맞지, 그게 기억에 많이 남죠."]

[김성은/갈렙선교회 목사 : "우리 가족 살려주셔서 고맙다고 수건으로 닦아주는데 옆에 천사잖아요, 천사."]

미국에 다녀온 특별한 경험을 한 뒤로 나래의 꿈은 ‘영어 잘하는 사람’이 됐습니다.

[유나래/가명/탈북민 : "영어를 열심히 배워서 북한 상황을 다른 사람한테 좀 많이 알리고 싶어요."]

탈북 당시 여섯 살이던 나슬이는 여전히 구김살 없는 어린입니다.

[유나슬/가명/탈북민 : "(꿈이 뭐예요?) 아이돌, 모델, 영화배우."]

[송아현/가명/탈북민 : "대통령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험난한 길 위에서도 마치 소풍을 온 것처럼 들떠 있던 영락없는 아이였다고 합니다.

[김성은/갈렙선교회 목사 : "엄마가 우리 탈북한단 얘기 못하잖아. 그럼 동남아 같은 데 갔다가 산에서 코끼리 만나잖아. 야생 코끼리 무서워요. 근데도 소리 지르면 안 되는데 애들은 모르고 코끼리다!"]

지금은 이렇게 웃으며 회상할 수 있지만 탈북을 결심했던 2019년은 아현 씨에게 참 시리도록 아프고 무서웠습니다.

먼저 한국에 간 언니와 남동생, 조카로 인해 보위부 감시 대상이 된 아현 씨 가족은 산골로 추방됐고, 결국 죽음을 각오한 탈북을 결심했습니다.

[송아현/가명/탈북민 : "우리가 떠나는 날이 바로 추석날이었거든요. 묘소 가는 것처럼 차비 다 해서 애들은 애들대로 술통도 쥐고 차타고 밀림 까지 우리 백두산 쪽으로 향해 왔거든요."]

한 사람이 탈북에 실패하고 돌아간다면 잠깐 돈 벌러 중국에 갔었다고 변명할 수 있지만, 가족 전체가 탈북을 시도하다 실패하면 목숨까지 위태로운데요.

[송아현/가명/탈북민 : "우리도 일단 떠날 땐 사이나 갖고 떠나요. 사이나란 꿩이 먹으면 꿩 잡는 거 있잖아요. 시약. 잡히는 순간에는 차라리 싸이나 먹고 죽는 게 낫거든요. 다 그거 갖고 떠나요."]

여든이었던 노모는 민폐가 될까 두려워 그냥 자신을 두고 떠나라고 호소했다고 합니다.

[박단희/가명/탈북민 : "얘네 둘 때문에 내가 떠나야지. 이거 둘 떠나면 어떻게 내가 살아."]

하지만 손녀는 할머니의 손을 놓지 않았고 끝까지 함께 고된 길을 걸었습니다.

[유나래/가명/탈북민 : "할머니가 걷지도 못하시고 다리가 아프신데 그래도 열심히 오는 게 보여서 같이 왔죠."]

[김성은/갈렙선교회 목사 : "아이고, 시원하다."]

["이 손녀 시집갈 때까지 살아야죠."]

[박단희/가명/탈북민 : "못 살죠."]

[김성은/갈렙선교회 목사 : "뭘 그렇게까지 오래 사셔요. 손녀가 딸 낳을 때까지 살아야지."]

[박단희/가명/탈북민 : "얘들이 다 클 때까지 살면 좋을 텐데."]

["이젠 남은 게 행복밖에 없어요. 알았어요?"]

[박단희/가명/탈북민 : "네."]

[앵커]

끝 부분 화면은 가족이 탈북한 직후 동남아에서 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대화를 주고받던 장면인데요.

막막한 상황에서도 끝까지 삶의 희망을 놓지 않는 모습에 가슴이 먹먹해지고 진한 여운이 남습니다.

네, 오늘은 이렇게 다큐멘터리 영화에 나온 일가족 사연을 소개해 드렸고요.

다음 주 <통일로 미래로> 이 시간엔 조력자, 김성은 목사 얘기를 비롯해 영화는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등등을 세세히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기대 많이 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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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일로 미래로] 목숨 건 탈북…12,000km의 여정 1부
    • 입력 2023-02-18 08:28:52
    • 수정2023-02-18 09:4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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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독립영화제, 미국 ‘선댄스 영화제’에서 탈북민을 소재로 한 영화가 올해, 뜻깊은 상을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네, 배우 윤여정씨가 오스카상을 받았던 영화 ‘미나리’도 2년 전 이 영화제를 통해 돌풍을 일으켰었는데요.

이번엔 다큐멘터리 영화 ‘유토피아를 넘어서’가 관객상을 받았습니다.

이하영 리포터, 탈북민을 다룬 영화라고 하셨는데, 어떤 내용을 담고 있길래 큰 인기를 받게 됐나요?

네, 2019년 북한의 일가족 5명이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어 탈북하는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인데요.

동남아 일대 지역의 밀림을 헤치며 걷고 또 걷는 그 험난한 여정을 직접 촬영해 담았습니다.

이 일가족이 무사히 우리 땅을 밟은 거죠?

이 다큐멘터리에 등장하는 실제 주인공들을 이하영 리포터가 만나고 온 겁니까?

네, 맞습니다.

삶과 죽음의 고비고비를 전해들을 때마다 눈물이 나곤 했습니다.

이 다큐멘터리 촬영 과정 등을 담은 제작기와 조력자의 얘기 등 풀어드릴 얘기들이 많아서 다음 주까지 2부로 나눠 소개해 드릴텐데요.

오늘은 먼저,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일가족의 탈북 여정, 만나 보시죠.

[리포트]

칠흑 같은 어둠 속, 겁에 질린 아이의 울음소리가 정적을 깨우며 들려옵니다.

["할아버지, 좀 도와주시오."]

80대 노모와 부부, 그리고 어린 두 딸은 바로 눈앞에 놓인 생사의 갈림길에서 누군가의 도움을 간절히 요청합니다.

[송아현/가명/탈북민 : "정말 감사합니다."]

[김성은/갈렙선교회 목사 : "내일 우리가 거기로 가니까 나 만날 거예요. 안심하고."]

[송아현/가명/탈북민 : "네, 기다립니다."]

2019년 9월, 양강도 땅을 떠나 탈북한 일가족 5명의 기록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유토피아를 넘어서>입니다.

자유를 찾아 국경을 넘은 일가족은 거친 숲속에서 헤매며 걷고 또 걷습니다.

배를 타고 어디론가 향하는 아이의 표정에는 불안과 공포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마침내 밟은 자유의 땅.

감격에 겨워 그동안 꾹꾹 참아왔던 울음을 그만 터뜨리고 맙니다.

[김성은/갈렙선교회 목사 : "자 너희들은 이제 자유를 찾은 거야..."]

[송아현/가명/탈북민 : "네, 감사합니다."]

이 위험천만한 탈북 여정이 담긴 다큐멘터리 영화 <유토피아를 넘어서>는 지난 1월, 세계 최고 독립영화제로 꼽히는 ‘선댄스 영화제’에서 주목을 끌었습니다.

[김성은/갈렙선교회 목사 : "아직도 중국에는 북한에서 팔려간 여성들, 이런 분들이 한 10만 명 정도가 남아있는 걸로 파악되고 있어요."]

세계 각지의 쟁쟁한 독립영화들 속에서 관객상 수상작 5편 가운데 하나로 선정됐습니다.

이 다큐멘터리 속의 탈북민 일가족은 2019년 11월 한국 땅을 밟았습니다.

정착한 지 벌써 4년, 직접 만나보니 화면 속에서 접했던 불안한 표정은 지금은 찾아볼 수 없는데요.

송아현 씨는 낮에는 청소 일을, 저녁엔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공부하고 있다고 합니다.

현재 가장 큰 고민거리는 한국의 부모들이 겪는 ‘사교육’입니다.

[송아현/가명/탈북민 : "제가 여기에 와보니까 학원을 애들을 보내려고 하니까 학원비가 만만치 않아요. 그런데 제가 청소하면서 학원비를 대려고 하니까 학원비가 애가 둘이다 보니까."]

올해 중학교 3학년에 올라가는 큰딸은 공부에 대한 압박감이 큰데요.

여느 청소년들과 비슷한 모습입니다.

[유나래/가명/탈북민 : "영어도 수학도 잘하고 싶고 다른 것도 중간 정도만 해도 괜찮을 거 같은데 중간도 안 되는 거 같아서 아직은 너무 속상해요."]

80대 할머니는, ‘당장 뭘 먹지’라는 걱정 대신 ‘공부가 가장 큰 고민’이라는 건 북한에선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고 합니다.

[박단희/가명/탈북민 : "내가 일하면 일한 것만큼 돈 주고 그러니까, 자기가 부지런하면 사는 일은 하나도 일 없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서울에서 몇 시간 동안 달려 충남 아산으로 향하는 길, 탈북 과정에 결정적인 도움을 준 김성은 목사를 만나는 날입니다.

이곳은 어렵게 한국 땅을 밟은 탈북민들이 잠시 머물며 쉬어가는 쉼터의 역할을 하는 곳입니다.

직접 공간을 만든 김성은 목사는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북한 주민들의 탈북 과정을 돕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송아현/가명/탈북민 : "안녕하세요, 목사님."]

[김성은/갈렙선교회 목사 : "오셨어요!"]

미국 시상식에 함께 다녀온 뒤 며칠 만에 만나는 목사님이지만 얼굴만 봐도 눈물이 나옵니다.

[박단희/가명/탈북민 : "올 때 너무 힘들게 데려와서 막 보면 반가워요."]

반가운 자리엔 역시 음식이 빠질 수 없는데요, 야외에 삼겹살 파티가 준비됐습니다.

모두가 즐거운 분위기 속, 대화는 자연스레 영화제 얘기로 흘러가는데요.

[송아현/가명/탈북민 : "너무 감동적인 게 그 사람들이 같이 공감해주고 눈물 흘린다는 게 대단하더라고요, 그분들이."]

4년 전 자기 모습이 나온 영화를 본 아이들은, 가장 인상적인 장면으로 이 부분을 꼽았습니다.

[유나래/가명/탈북민 : "목사님 땀 닦아 드리는 장면 맞지, 그게 기억에 많이 남죠."]

[김성은/갈렙선교회 목사 : "우리 가족 살려주셔서 고맙다고 수건으로 닦아주는데 옆에 천사잖아요, 천사."]

미국에 다녀온 특별한 경험을 한 뒤로 나래의 꿈은 ‘영어 잘하는 사람’이 됐습니다.

[유나래/가명/탈북민 : "영어를 열심히 배워서 북한 상황을 다른 사람한테 좀 많이 알리고 싶어요."]

탈북 당시 여섯 살이던 나슬이는 여전히 구김살 없는 어린입니다.

[유나슬/가명/탈북민 : "(꿈이 뭐예요?) 아이돌, 모델, 영화배우."]

[송아현/가명/탈북민 : "대통령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험난한 길 위에서도 마치 소풍을 온 것처럼 들떠 있던 영락없는 아이였다고 합니다.

[김성은/갈렙선교회 목사 : "엄마가 우리 탈북한단 얘기 못하잖아. 그럼 동남아 같은 데 갔다가 산에서 코끼리 만나잖아. 야생 코끼리 무서워요. 근데도 소리 지르면 안 되는데 애들은 모르고 코끼리다!"]

지금은 이렇게 웃으며 회상할 수 있지만 탈북을 결심했던 2019년은 아현 씨에게 참 시리도록 아프고 무서웠습니다.

먼저 한국에 간 언니와 남동생, 조카로 인해 보위부 감시 대상이 된 아현 씨 가족은 산골로 추방됐고, 결국 죽음을 각오한 탈북을 결심했습니다.

[송아현/가명/탈북민 : "우리가 떠나는 날이 바로 추석날이었거든요. 묘소 가는 것처럼 차비 다 해서 애들은 애들대로 술통도 쥐고 차타고 밀림 까지 우리 백두산 쪽으로 향해 왔거든요."]

한 사람이 탈북에 실패하고 돌아간다면 잠깐 돈 벌러 중국에 갔었다고 변명할 수 있지만, 가족 전체가 탈북을 시도하다 실패하면 목숨까지 위태로운데요.

[송아현/가명/탈북민 : "우리도 일단 떠날 땐 사이나 갖고 떠나요. 사이나란 꿩이 먹으면 꿩 잡는 거 있잖아요. 시약. 잡히는 순간에는 차라리 싸이나 먹고 죽는 게 낫거든요. 다 그거 갖고 떠나요."]

여든이었던 노모는 민폐가 될까 두려워 그냥 자신을 두고 떠나라고 호소했다고 합니다.

[박단희/가명/탈북민 : "얘네 둘 때문에 내가 떠나야지. 이거 둘 떠나면 어떻게 내가 살아."]

하지만 손녀는 할머니의 손을 놓지 않았고 끝까지 함께 고된 길을 걸었습니다.

[유나래/가명/탈북민 : "할머니가 걷지도 못하시고 다리가 아프신데 그래도 열심히 오는 게 보여서 같이 왔죠."]

[김성은/갈렙선교회 목사 : "아이고, 시원하다."]

["이 손녀 시집갈 때까지 살아야죠."]

[박단희/가명/탈북민 : "못 살죠."]

[김성은/갈렙선교회 목사 : "뭘 그렇게까지 오래 사셔요. 손녀가 딸 낳을 때까지 살아야지."]

[박단희/가명/탈북민 : "얘들이 다 클 때까지 살면 좋을 텐데."]

["이젠 남은 게 행복밖에 없어요. 알았어요?"]

[박단희/가명/탈북민 : "네."]

[앵커]

끝 부분 화면은 가족이 탈북한 직후 동남아에서 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대화를 주고받던 장면인데요.

막막한 상황에서도 끝까지 삶의 희망을 놓지 않는 모습에 가슴이 먹먹해지고 진한 여운이 남습니다.

네, 오늘은 이렇게 다큐멘터리 영화에 나온 일가족 사연을 소개해 드렸고요.

다음 주 <통일로 미래로> 이 시간엔 조력자, 김성은 목사 얘기를 비롯해 영화는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등등을 세세히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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