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 명의 대포통장 천여개…검은 돈 12.8조 오갔다

입력 2023.02.19 (17:06) 수정 2023.02.19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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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노숙인 등의 명의를 훔쳐 대포통장을 천개 넘게 개설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이들 대포통장으로 오간 불법 자금은 12조 원이 넘습니다.

현예슬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현관문을 열자 원룸형 생활 공간이 나타나고, 거주자로 보이는 남성이 바닥에 앉아있습니다.

곳곳에 일상 용품들이 널부러진 이곳.

이른바 '숙소'로 불리는 곳으로, 명의도용 일당이 명의를 제공한 노숙인들의 동선을 관리한 현장입니다.

["혐의는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이고, 변호인 선임할 수 있는 권리 있으니까…."]

검거된 명의도용 일당은 역대 최대 규모의 대포통장을 유통했습니다.

그만큼 수법도 체계적이었습니다.

먼저, 도용한 타인 명의로 유령 회사를 세웠습니다.

회사마다 지점 여러 곳을 만들고 따로따로 사업자 등록을 했고, 이후 각 사업자 명의로 대포통장을 다수 만들었습니다.

유령 사업자 528개가 동원돼, 대포통장 1,048개를 양산했습니다.

대포통장은 전화금융사기나 도박사이트 등 현금 입출금 계좌가 필요한 범죄조직에게 빌려줬습니다.

통장 개설 문턱이 높아지면서 대포통장 몸값도 뛴 터라, 3년간 대여료 명목으로만 210억여 원을 챙겼습니다.

반면, 명의를 제공한 노숙인에겐 생활비로 매달 20만 원 정도를 줬습니다.

노숙인들의 궁박한 처지를 이용해 사실상 착취한 셈인데, 명의를 훔친 쪽은 물론 제공한 쪽도 처벌 대상입니다.

[고태완/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 계장 : "명의를 함부로 대여하는 행위는 범죄에 악용될 우려가 상당합니다.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적발된 대포통장에 입출금된 자금은 12조 8천억여 원.

다만, 어떤 범죄 조직이 무슨 용도로 대포통장을 썼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KBS 뉴스 현예슬입니다.

촬영기자:황종원/영상편집:여동용/그래픽:안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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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숙인 명의 대포통장 천여개…검은 돈 12.8조 오갔다
    • 입력 2023-02-19 17:06:45
    • 수정2023-02-19 21:4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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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노숙인 등의 명의를 훔쳐 대포통장을 천개 넘게 개설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이들 대포통장으로 오간 불법 자금은 12조 원이 넘습니다.

현예슬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현관문을 열자 원룸형 생활 공간이 나타나고, 거주자로 보이는 남성이 바닥에 앉아있습니다.

곳곳에 일상 용품들이 널부러진 이곳.

이른바 '숙소'로 불리는 곳으로, 명의도용 일당이 명의를 제공한 노숙인들의 동선을 관리한 현장입니다.

["혐의는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이고, 변호인 선임할 수 있는 권리 있으니까…."]

검거된 명의도용 일당은 역대 최대 규모의 대포통장을 유통했습니다.

그만큼 수법도 체계적이었습니다.

먼저, 도용한 타인 명의로 유령 회사를 세웠습니다.

회사마다 지점 여러 곳을 만들고 따로따로 사업자 등록을 했고, 이후 각 사업자 명의로 대포통장을 다수 만들었습니다.

유령 사업자 528개가 동원돼, 대포통장 1,048개를 양산했습니다.

대포통장은 전화금융사기나 도박사이트 등 현금 입출금 계좌가 필요한 범죄조직에게 빌려줬습니다.

통장 개설 문턱이 높아지면서 대포통장 몸값도 뛴 터라, 3년간 대여료 명목으로만 210억여 원을 챙겼습니다.

반면, 명의를 제공한 노숙인에겐 생활비로 매달 20만 원 정도를 줬습니다.

노숙인들의 궁박한 처지를 이용해 사실상 착취한 셈인데, 명의를 훔친 쪽은 물론 제공한 쪽도 처벌 대상입니다.

[고태완/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 계장 : "명의를 함부로 대여하는 행위는 범죄에 악용될 우려가 상당합니다.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적발된 대포통장에 입출금된 자금은 12조 8천억여 원.

다만, 어떤 범죄 조직이 무슨 용도로 대포통장을 썼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KBS 뉴스 현예슬입니다.

촬영기자:황종원/영상편집:여동용/그래픽:안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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