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人] 세계 유명 디자인 ‘나전’으로 탈바꿈

입력 2023.02.21 (19:41) 수정 2023.02.21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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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올 봄, 이탈리아에서 열릴 전시회를 앞두고 해외 유수 작가들의 디자인을 나전으로 구현하는 장인이 있습니다.

평생 나전과 옻칠을 지키며 새로움을 더해온 나전장을 경남인에서 만납니다.

[리포트]

제작 기간 3년이 걸린 5 미터 폭의 '백 준마도' 장롱이 한 폭의 그림 같습니다.

[장덕군/나전장 : "(먼 산은) 흑진주패라는 까만 색깔 나는 자개를 개발해서 만들었고 조금 더 밝은색을 중간에 넣고... 튀어 나오게 한 이 부분은 밑에 나무를 붙여놓고 깎아서 다듬어서 작업한 겁니다. 만들다가 안 되면 또 다시 하고..."]

다양한 자개와 기법을 고안해 원근감과 입체감을 살리고, 말의 갈기와 털 하나까지 세밀하게 묘사한 노장은 여전히 새로운 나전을 고민합니다.

열일곱 살부터 자개를 만진 장덕군 나전장의 공방.

생생하게 그려낸 도안을 옮긴 후 실처럼 가는 자개로 솔잎을 끊음질 합니다.

시간을 다투면 엄두도 못 낼 정교한 솜씨는 30년 전 완성한 대작에 고스란히 배어 있습니다.

[장덕군/나전장 : "중간에다 꽂아 넣어서 끼워가면서 원래 소나무가 이렇게 얽혀 있거든요. 그런 표현을 하기 위해서 소나무를 끊는 방법을 개발해서 그렇게 만든 겁니다."]

갈기를 휘날리며 달리는 말, 강물을 건너거나 풀숲에서 쉬는 말 등 자개 하나로 털의 질감과 윤기를 표현했습니다.

집 한 채를 짓듯이 통나무 기둥에는 용을 담고, 튼튼한 주춧돌을 앉히는가 하면 지붕 부분도 특별하게 디자인했습니다.

윗부분을 튀어나오게 해서 먼지가 앉지 못하게 기능성을 더하고 옥 손잡이로 멋을 낸 장에는 수십억 개 자개 조각이 들어갔는데요.

30년 세월에도 변형 없이 아름답고 견고합니다.

[장덕군/나전장 : "일이 많더라도 일단 다음에 영구 보전될 수 있게끔 독특하게 만들어야, 좀 다른 걸 만들어야 발전이 있지 않겠습니까."]

옛 방문에서 착안한 사군자 장롱은 실제 매화가 피듯 입체감을 살렸습니다.

[장덕군/나전장 : "짤막짤막하게 자개를 이만큼 놓고 또 여기서 이것만큼 놓고 자개가 다 다른 자개들입니다."]

새로운 디자인과 기법으로 세상에 없던 작품을 선보인 장인은 허투루 넘기는 공정이 없습니다.

전통방식대로 숯을 이용해 표면을 고르게 다듬고, 솜으로는 흠집 없이 깨끗한 광택을 냅니다.

그간 나전과 옻칠 분야를 아우르며 수많은 작품을 내놓았는데요.

옛 것의 품위를 지키되 요즘의 감각과 실용성을 더해왔습니다.

[장덕군/나전장 : "개발 안 한다는 건 끝나는 겁니다. 뭔가 자꾸 새로운 걸 자꾸 만들어야 해요."]

오는 4월 밀라노 트리엔날레 디자인 미술관에 전시할 협업 작품들입니다.

세계적인 작가들의 디자인을 나전으로 표현해 동시대에 맞는 디자인으로 재탄생시키는 의미 있는 작업입니다.

[장덕군/나전장 : "사진을 한번 보냈는데 표현이 보석보다 이게 훨씬 좋다고 표현했습니다. 광을 많이 낼수록 더 빛이 많이 나지요. 이것도 일종의 보석이라고 생각하면 안 되겠습니까."]

통제영 12공방의 맥을 잇는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공예관.

장덕군 나전장의 작품 앞에서 관람객이 눈을 떼지 못합니다.

[김윤곤/인천시 남동구 : "세세하게 섬세하게 하나하나 한 모습들이 이건 도저히 인간이 만든 것이 아닌 신의 경지에 도달한 그런 분이 만든 작품이 아닌가. 너무 영롱하고 찬란하고 정말 너무너무 탐스럽고 그렇습니다."]

과거의 나전칠기가 ‘통영 장'으로 명성을 쌓았다면 이젠 예술품으로, 생활소품으로 친숙하게 다가가야 한다고 장인은 말합니다.

[장덕군/나전장 : "이 시대에 필요한 그런 걸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지금 만든 것보다는 조금 더 발전된 것, 또 새로운 것 그런 걸 자꾸 개발해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명주실로 자수를 놓듯 실자개로 한 땀 한 땀 이어온 시간.

그가 걸어온 57년이 빛나는 건 전통에 새로움이라는 광택을 더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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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人] 세계 유명 디자인 ‘나전’으로 탈바꿈
    • 입력 2023-02-21 19:41:40
    • 수정2023-02-21 20:04:59
    뉴스7(창원)
[앵커]

올 봄, 이탈리아에서 열릴 전시회를 앞두고 해외 유수 작가들의 디자인을 나전으로 구현하는 장인이 있습니다.

평생 나전과 옻칠을 지키며 새로움을 더해온 나전장을 경남인에서 만납니다.

[리포트]

제작 기간 3년이 걸린 5 미터 폭의 '백 준마도' 장롱이 한 폭의 그림 같습니다.

[장덕군/나전장 : "(먼 산은) 흑진주패라는 까만 색깔 나는 자개를 개발해서 만들었고 조금 더 밝은색을 중간에 넣고... 튀어 나오게 한 이 부분은 밑에 나무를 붙여놓고 깎아서 다듬어서 작업한 겁니다. 만들다가 안 되면 또 다시 하고..."]

다양한 자개와 기법을 고안해 원근감과 입체감을 살리고, 말의 갈기와 털 하나까지 세밀하게 묘사한 노장은 여전히 새로운 나전을 고민합니다.

열일곱 살부터 자개를 만진 장덕군 나전장의 공방.

생생하게 그려낸 도안을 옮긴 후 실처럼 가는 자개로 솔잎을 끊음질 합니다.

시간을 다투면 엄두도 못 낼 정교한 솜씨는 30년 전 완성한 대작에 고스란히 배어 있습니다.

[장덕군/나전장 : "중간에다 꽂아 넣어서 끼워가면서 원래 소나무가 이렇게 얽혀 있거든요. 그런 표현을 하기 위해서 소나무를 끊는 방법을 개발해서 그렇게 만든 겁니다."]

갈기를 휘날리며 달리는 말, 강물을 건너거나 풀숲에서 쉬는 말 등 자개 하나로 털의 질감과 윤기를 표현했습니다.

집 한 채를 짓듯이 통나무 기둥에는 용을 담고, 튼튼한 주춧돌을 앉히는가 하면 지붕 부분도 특별하게 디자인했습니다.

윗부분을 튀어나오게 해서 먼지가 앉지 못하게 기능성을 더하고 옥 손잡이로 멋을 낸 장에는 수십억 개 자개 조각이 들어갔는데요.

30년 세월에도 변형 없이 아름답고 견고합니다.

[장덕군/나전장 : "일이 많더라도 일단 다음에 영구 보전될 수 있게끔 독특하게 만들어야, 좀 다른 걸 만들어야 발전이 있지 않겠습니까."]

옛 방문에서 착안한 사군자 장롱은 실제 매화가 피듯 입체감을 살렸습니다.

[장덕군/나전장 : "짤막짤막하게 자개를 이만큼 놓고 또 여기서 이것만큼 놓고 자개가 다 다른 자개들입니다."]

새로운 디자인과 기법으로 세상에 없던 작품을 선보인 장인은 허투루 넘기는 공정이 없습니다.

전통방식대로 숯을 이용해 표면을 고르게 다듬고, 솜으로는 흠집 없이 깨끗한 광택을 냅니다.

그간 나전과 옻칠 분야를 아우르며 수많은 작품을 내놓았는데요.

옛 것의 품위를 지키되 요즘의 감각과 실용성을 더해왔습니다.

[장덕군/나전장 : "개발 안 한다는 건 끝나는 겁니다. 뭔가 자꾸 새로운 걸 자꾸 만들어야 해요."]

오는 4월 밀라노 트리엔날레 디자인 미술관에 전시할 협업 작품들입니다.

세계적인 작가들의 디자인을 나전으로 표현해 동시대에 맞는 디자인으로 재탄생시키는 의미 있는 작업입니다.

[장덕군/나전장 : "사진을 한번 보냈는데 표현이 보석보다 이게 훨씬 좋다고 표현했습니다. 광을 많이 낼수록 더 빛이 많이 나지요. 이것도 일종의 보석이라고 생각하면 안 되겠습니까."]

통제영 12공방의 맥을 잇는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공예관.

장덕군 나전장의 작품 앞에서 관람객이 눈을 떼지 못합니다.

[김윤곤/인천시 남동구 : "세세하게 섬세하게 하나하나 한 모습들이 이건 도저히 인간이 만든 것이 아닌 신의 경지에 도달한 그런 분이 만든 작품이 아닌가. 너무 영롱하고 찬란하고 정말 너무너무 탐스럽고 그렇습니다."]

과거의 나전칠기가 ‘통영 장'으로 명성을 쌓았다면 이젠 예술품으로, 생활소품으로 친숙하게 다가가야 한다고 장인은 말합니다.

[장덕군/나전장 : "이 시대에 필요한 그런 걸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지금 만든 것보다는 조금 더 발전된 것, 또 새로운 것 그런 걸 자꾸 개발해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명주실로 자수를 놓듯 실자개로 한 땀 한 땀 이어온 시간.

그가 걸어온 57년이 빛나는 건 전통에 새로움이라는 광택을 더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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