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확대된’ 방첩사 시행령…‘민간 사찰’ 부활?

입력 2023.02.22 (21:11) 수정 2023.05.04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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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1990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국군보안사령부의 민간인 사찰 사건입니다.

당시 군 조직 보안사가 정치인, 사회 인사까지 사찰했던 사실이 알려지게 됐죠.

그 보안사는 국군기무사령부로 이름까지 바꾸고, 민간 자료는 안 보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이번 정부에선 방첩사령부로 이름을 바꿨는데 민간인을 다시 사찰하게 되는 건 아닌지 우려가 나옵니다.

방첩사의 직무 범위를 넓힌다는 내용의 시행령이 법제처 최종 심의에 올라있는데 정보 수집 대상에 민간 영역이 포함됐습니다.

이유민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리포트]

국군 방첩사령부의 시행령 개정 최종안입니다.

군 관련 정보 수집 대상으로 '국가 전복'과 '테러'는 그대로 두고, 기존 '대간첩 작전'을 '통합 방위'로 바꾸는 내용입니다.

관련 법상 '통합방위'는 군은 물론 예비군과 민방위대 통합방위협의회를 두는 직장 등 민간 영역을 광범위하게 포함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 입법 예고 때 이런 내용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습니다.

[전하규/국방부 대변인/지난해 12월 : "넓어진 업무 영역, 직무 영역에 대해서 명확하고 구체적인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될 필요가 있어서."]

하지만 수정 없이 이번 최종안에도 포함된 겁니다.

[김형남/군인권센터 사무국장 : "불필요한 정보들을 캐내고 민간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사찰하고 수집하고, 그런 것들을 합법적으로 할 수 있게 하는 독소조항(입니다)."]

논란이 됐던 또 다른 신설 조항.

방첩사에 사실 확인을 위한 정보 수집과 작성, 배포 등을 요청할 수 있는 기관으로 '중앙 행정기관의 장'을 명시했습니다.

야권을 중심으로 우려가 나옵니다.

대통령실은 물론 각 부처 장관들이 방첩사를 통해 정보를 수집할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이인영/국회 정보위원회 위원 : "모호한 표현을 통해서 방첩사의 권한을 사실상 확대하고 방첩사가 헌정 파괴를 일삼았던 과거의 보안사 시절로 회귀하려고 하는 거 아니냐, 이런 의심이 저는 들어요."]

이에 국방부는 정치 관여와 민간 사찰, 권력 오남용 금지 등 이른바 '3불 원칙'은 유지된다며, 중앙 행정기관장의 정보 수집 요청도 법령에 근거해 요청한 경우에만 협조가 가능하다는 제한적 조항이라고 밝혔습니다.

정부 시행령은 국회를 거치지 않는 만큼 방첩사 시행령도 법제처 심의가 끝나는 대로 국무회의에서 의결될 것으로 보입니다.

KBS 뉴스 이유민입니다.

[앵커]

이 내용 취재한 정치부 이유민 기자와 자세한 내용 짚어보겠습니다.

군 당국은 '민간인 사찰 없을 거'라고 하는데, 왜 논란이 될까요?

[기자]

아무래도 방첩부대가 걸어온 길 때문일 겁니다.

전두환 정권 때 서슬 퍼렜던 보안사, 탄핵 국면 때 계엄 문건 작성 의혹으로 사실상 해편된 기무사, 방첩사의 전신 기관들마다 민간인 사찰 사건이 벌어졌는데요.

이후 안보지원사로 바뀌면서 인원이 30% 이상 줄고, 임무 범위도 엄격히 줄었는데, 이번 시행령이 회귀의 발판이 되는 거 아니냐, 이런 지적이 나오게 된 겁니다.

[앵커]

이런 게 기우일 수도 있는데, 주목해서 봐야 할 대목이 있을까요?

[기자]

지금 시행령이 확정되면 그에 맞춰 조직·인력 개편이 있을 수 있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기무사 당시엔 군 부대가 아닌 전국 주요 시·도에 이른바 '60부대', 즉 11개의 지역 관리부대가 있었는데요.

이들이 사실상 '통합 방위', 즉 민간 영역을 담당했다가 지금은 없어졌는데, 유사한 조직이 신설되는지 여부를 먼저 봐야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국방부도 그런 우려를 반영해서 입법 예고한 뒤에 일부 수정까지 했다는 거잖아요?

부작용 막을 장치는 없을까요?

[기자]

취재 과정에서 국방부 입장은 단호했습니다.

직무를 벗어난 민간 사찰 같은 이른바 3불 행위는 절대 없을 거라는 겁니다.

또 중앙행정기관장이 요청할 수 있는 정보도 '군 복무 당시' 같은 군 관련 정보에 한정하는 거로 규정도 다시 고쳤다고 했습니다.

[앵커]

국방부 설명대로라면 과거에 그랬으니 앞으로도 그럴 거다, 예단할 필요가 없다는 거네요.

[기자]

네, 간첩 잡고, 법에 따라 처벌하자는 데엔 이견이 없겠죠.

하지만 그 과정에서, 칼로 자르듯 명확하게 구분지을 수 없는 게 또, 이 '정보'의 속성이거든요.

그런 만큼 중요한 건 불필요한 논란 막을 시스템, 안전 장치일 겁니다.

별도 지침을 만들거나 내부 규정을 다듬어서 모호한 개념을 확실하게 구분 짓는 것도 방안이 될 것 같습니다.

방첩사 업무 특성상, 언론이나 시민사회 감시가 쉽지 않은 만큼 국회 차원의 적극적인 감시도 필요해 보입니다.

촬영기자:윤대민 서다은/영상편집:조완기/그래픽:김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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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확대된’ 방첩사 시행령…‘민간 사찰’ 부활?
    • 입력 2023-02-22 21:11:43
    • 수정2023-05-04 11:39:40
    뉴스 9
[앵커]

1990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국군보안사령부의 민간인 사찰 사건입니다.

당시 군 조직 보안사가 정치인, 사회 인사까지 사찰했던 사실이 알려지게 됐죠.

그 보안사는 국군기무사령부로 이름까지 바꾸고, 민간 자료는 안 보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이번 정부에선 방첩사령부로 이름을 바꿨는데 민간인을 다시 사찰하게 되는 건 아닌지 우려가 나옵니다.

방첩사의 직무 범위를 넓힌다는 내용의 시행령이 법제처 최종 심의에 올라있는데 정보 수집 대상에 민간 영역이 포함됐습니다.

이유민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리포트]

국군 방첩사령부의 시행령 개정 최종안입니다.

군 관련 정보 수집 대상으로 '국가 전복'과 '테러'는 그대로 두고, 기존 '대간첩 작전'을 '통합 방위'로 바꾸는 내용입니다.

관련 법상 '통합방위'는 군은 물론 예비군과 민방위대 통합방위협의회를 두는 직장 등 민간 영역을 광범위하게 포함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 입법 예고 때 이런 내용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습니다.

[전하규/국방부 대변인/지난해 12월 : "넓어진 업무 영역, 직무 영역에 대해서 명확하고 구체적인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될 필요가 있어서."]

하지만 수정 없이 이번 최종안에도 포함된 겁니다.

[김형남/군인권센터 사무국장 : "불필요한 정보들을 캐내고 민간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사찰하고 수집하고, 그런 것들을 합법적으로 할 수 있게 하는 독소조항(입니다)."]

논란이 됐던 또 다른 신설 조항.

방첩사에 사실 확인을 위한 정보 수집과 작성, 배포 등을 요청할 수 있는 기관으로 '중앙 행정기관의 장'을 명시했습니다.

야권을 중심으로 우려가 나옵니다.

대통령실은 물론 각 부처 장관들이 방첩사를 통해 정보를 수집할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이인영/국회 정보위원회 위원 : "모호한 표현을 통해서 방첩사의 권한을 사실상 확대하고 방첩사가 헌정 파괴를 일삼았던 과거의 보안사 시절로 회귀하려고 하는 거 아니냐, 이런 의심이 저는 들어요."]

이에 국방부는 정치 관여와 민간 사찰, 권력 오남용 금지 등 이른바 '3불 원칙'은 유지된다며, 중앙 행정기관장의 정보 수집 요청도 법령에 근거해 요청한 경우에만 협조가 가능하다는 제한적 조항이라고 밝혔습니다.

정부 시행령은 국회를 거치지 않는 만큼 방첩사 시행령도 법제처 심의가 끝나는 대로 국무회의에서 의결될 것으로 보입니다.

KBS 뉴스 이유민입니다.

[앵커]

이 내용 취재한 정치부 이유민 기자와 자세한 내용 짚어보겠습니다.

군 당국은 '민간인 사찰 없을 거'라고 하는데, 왜 논란이 될까요?

[기자]

아무래도 방첩부대가 걸어온 길 때문일 겁니다.

전두환 정권 때 서슬 퍼렜던 보안사, 탄핵 국면 때 계엄 문건 작성 의혹으로 사실상 해편된 기무사, 방첩사의 전신 기관들마다 민간인 사찰 사건이 벌어졌는데요.

이후 안보지원사로 바뀌면서 인원이 30% 이상 줄고, 임무 범위도 엄격히 줄었는데, 이번 시행령이 회귀의 발판이 되는 거 아니냐, 이런 지적이 나오게 된 겁니다.

[앵커]

이런 게 기우일 수도 있는데, 주목해서 봐야 할 대목이 있을까요?

[기자]

지금 시행령이 확정되면 그에 맞춰 조직·인력 개편이 있을 수 있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기무사 당시엔 군 부대가 아닌 전국 주요 시·도에 이른바 '60부대', 즉 11개의 지역 관리부대가 있었는데요.

이들이 사실상 '통합 방위', 즉 민간 영역을 담당했다가 지금은 없어졌는데, 유사한 조직이 신설되는지 여부를 먼저 봐야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국방부도 그런 우려를 반영해서 입법 예고한 뒤에 일부 수정까지 했다는 거잖아요?

부작용 막을 장치는 없을까요?

[기자]

취재 과정에서 국방부 입장은 단호했습니다.

직무를 벗어난 민간 사찰 같은 이른바 3불 행위는 절대 없을 거라는 겁니다.

또 중앙행정기관장이 요청할 수 있는 정보도 '군 복무 당시' 같은 군 관련 정보에 한정하는 거로 규정도 다시 고쳤다고 했습니다.

[앵커]

국방부 설명대로라면 과거에 그랬으니 앞으로도 그럴 거다, 예단할 필요가 없다는 거네요.

[기자]

네, 간첩 잡고, 법에 따라 처벌하자는 데엔 이견이 없겠죠.

하지만 그 과정에서, 칼로 자르듯 명확하게 구분지을 수 없는 게 또, 이 '정보'의 속성이거든요.

그런 만큼 중요한 건 불필요한 논란 막을 시스템, 안전 장치일 겁니다.

별도 지침을 만들거나 내부 규정을 다듬어서 모호한 개념을 확실하게 구분 짓는 것도 방안이 될 것 같습니다.

방첩사 업무 특성상, 언론이나 시민사회 감시가 쉽지 않은 만큼 국회 차원의 적극적인 감시도 필요해 보입니다.

촬영기자:윤대민 서다은/영상편집:조완기/그래픽:김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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