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지사, ‘간토 조선인 학살’ 인정 거부…“역사가 연구 몫” 궤변

입력 2023.02.23 (21:39) 수정 2023.02.24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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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100년 전 일본 간토 지방에서 대지진이 일어난 뒤 유언비어가 퍼져 6천 명 넘는 조선인이 학살됐는데요.

현 도쿄 도지사가 이런 역사적 사실을 외면해 온데 이어, 이번엔 사실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는 발언까지 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도쿄 지종익 특파원입니다.

[리포트]

1923년 9월, 도쿄 등 일본 수도권을 강타한 간토대지진.

'조선인이 폭동을 일으켰다', '우물에 독을 탔다'는 유언비어가 퍼지며 조선인 6천여 명이 집단 학살됐습니다.

지난 21일 열린 도쿄도의회 정례회.

도쿄도의원이 조선인 학살은 다 확인된 사실이라며 고이케 도지사에게 사실을 인정하냐고 따져 묻습니다.

[도야 에스코/도쿄도의원 : "(도쿄 100년사에서) 조선인 학살을 역사의 씻을 수 없는 오점이라고 기록했습니다. 지사는 이 내용들을 인정합니까? 지금도 수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까?"]

또 조선인 희생자 추도식에 도쿄도지사 명의의 추도문 발송을 재개할 것을 요구하자, 고이케 지사는 아직 역사적 사실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는 궤변을 늘어 놓습니다.

[고이케 유리코/도쿄도지사 : "간토대지진에 관해서는 여러 내용이 역사적 사실로서 쓰여 있지만 무엇이 사실인지는 역사가가 풀어야 할 문제입니다."]

학살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를 또 부정한 겁니다.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등 우익 성향의 고이케 지사는 지난 2017년에도 일본 정부의 가해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바 있습니다.

역대 도쿄도지사들은 조선인 희생자 추도식이 시작된 1974년부터 줄곧 추도문을 보냈는데 고이케 지사는 취임 이듬해인 2017년부터 이마저도 발송을 중단했습니다.

[고이케 유리코/도쿄도지사/2017년 : "지사로서 간토대지진으로 희생된 모든 분들에게 애도의 뜻을 표했습니다. 그게 전부입니다."]

간토대지진 100년이 다 되는 동안 일본 정부는 조선인 학살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도쿄도지사의 말과 행동은 더 주목받고 있습니다.

도쿄에서 KBS 뉴스 지종익입니다.

촬영:안병욱/영상편집:박은주/자료조사:문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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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쿄지사, ‘간토 조선인 학살’ 인정 거부…“역사가 연구 몫” 궤변
    • 입력 2023-02-23 21:39:29
    • 수정2023-02-24 08:10:37
    뉴스 9
[앵커]

100년 전 일본 간토 지방에서 대지진이 일어난 뒤 유언비어가 퍼져 6천 명 넘는 조선인이 학살됐는데요.

현 도쿄 도지사가 이런 역사적 사실을 외면해 온데 이어, 이번엔 사실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는 발언까지 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도쿄 지종익 특파원입니다.

[리포트]

1923년 9월, 도쿄 등 일본 수도권을 강타한 간토대지진.

'조선인이 폭동을 일으켰다', '우물에 독을 탔다'는 유언비어가 퍼지며 조선인 6천여 명이 집단 학살됐습니다.

지난 21일 열린 도쿄도의회 정례회.

도쿄도의원이 조선인 학살은 다 확인된 사실이라며 고이케 도지사에게 사실을 인정하냐고 따져 묻습니다.

[도야 에스코/도쿄도의원 : "(도쿄 100년사에서) 조선인 학살을 역사의 씻을 수 없는 오점이라고 기록했습니다. 지사는 이 내용들을 인정합니까? 지금도 수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까?"]

또 조선인 희생자 추도식에 도쿄도지사 명의의 추도문 발송을 재개할 것을 요구하자, 고이케 지사는 아직 역사적 사실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는 궤변을 늘어 놓습니다.

[고이케 유리코/도쿄도지사 : "간토대지진에 관해서는 여러 내용이 역사적 사실로서 쓰여 있지만 무엇이 사실인지는 역사가가 풀어야 할 문제입니다."]

학살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를 또 부정한 겁니다.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등 우익 성향의 고이케 지사는 지난 2017년에도 일본 정부의 가해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바 있습니다.

역대 도쿄도지사들은 조선인 희생자 추도식이 시작된 1974년부터 줄곧 추도문을 보냈는데 고이케 지사는 취임 이듬해인 2017년부터 이마저도 발송을 중단했습니다.

[고이케 유리코/도쿄도지사/2017년 : "지사로서 간토대지진으로 희생된 모든 분들에게 애도의 뜻을 표했습니다. 그게 전부입니다."]

간토대지진 100년이 다 되는 동안 일본 정부는 조선인 학살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도쿄도지사의 말과 행동은 더 주목받고 있습니다.

도쿄에서 KBS 뉴스 지종익입니다.

촬영:안병욱/영상편집:박은주/자료조사:문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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