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 흔들리는 꽃”…안팎에서 ‘검찰 공화국’ 비판도

입력 2023.02.24 (21:07) 수정 2023.02.24 (21:16)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검사 공화국이냐" 경찰 내부에서는 불만이 터져나왔습니다.

검찰 출신이 후임으로 오는 걸 놓고 떠나는 국수본부장은 '소이부답', 웃음으로 입장 표명을 갈음하겠다면서도 지금 경찰 조직을 '바람 앞에 흔들리는 꽃'으로 비유하기도 했습니다.

이어서 김민혁 기잡니다.

[리포트]

"경찰 수사의 독립성, 중립성이 지켜지도록 힘을 모아달라"

임기 2년을 마친 남구준 국가수사본부장이 퇴임사에서 당부한 말입니다.

작금의 경찰 조직을 '흔들리는 꽃'에, 현재 상황을 '썰물'에 비유하기도 했습니다.

[남구준/국가수사본부장 : "이 순간은 힘들다고 느끼시겠지만. 썰물이 있으면 반드시 밀물의 때가 옵니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겠습니까. 바람에 흔들리기도 하고 비에 젖을 때도 있습니다…."]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 논란에 이어, 검찰 출신 국수본부장 임명까지...

민감한 변화들 앞에 동요하는 조직 분위기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남구준/국가수사본부장 : "(후임 인사에 대해 내부 우려가 있는데 이에 대해 생각은 어떠신지요?) 그건 뭐 '소이부답(대답 대신 웃음)'하겠습니다."]

일선 경찰들은 내부망을 중심으로 반발했습니다.

"우려가 현실이 됐다." "놀랍지도, 새롭지도 않다"며 자조 섞인 반응을 보였고, "검사 공화국"이라는 정면 비판도 있었습니다.

[일선 경찰/음성변조 : "이게 말이 되는 거야? 그럼 검찰국 아니에요? 우리(경찰) 수뇌부가 우리가 되어야지."]

야당인 민주당 소속 국회 행안위원들도, 경찰을 검찰 통제 하에 두려는 것이라며 임명 철회를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김교흥/국회 행정안전위 위원/민주당 : "검찰의 불합리한 기소 남용을 방지하고 공정한 수사를 위해 전진시킨 검경 수사권 조정을 전면 퇴행시키는 비열한 수법이다."]

잇따른 우려에 대통령실도 입장을 냈습니다.

"적법한 공모 절차에 따라 추천, 제청된" 인사라며, "업무 경험과 역량을 고려해 결정된 사안"이라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김민혁입니다.

[앵커]

사회부 김민혁 기자와 이야기 좀 더 나눠보겠습니다.

김 기자,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국가수사본부' 자체가 원래 검경 수사권 조정과 맞물려서 생겨난 조직인거죠?

[기자]

네, 맞습니다.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에 대한 검찰의 수사 지휘권이 폐지됐었죠.

당시 경찰 조직 '비대화' 우려가 제기됐는데, 그래서 경찰 사무를 국가·수사·자치 경찰, 이렇게 크게 세 개로 나눴거든요.

여기서 수사 부분의 사무를 지휘하는 자리가 바로 국가수사본부장입니다.

전국 경찰의 수사 분야를 총괄하는 겁니다.

[앵커]

그런 자리에 경찰이 아닌 검찰 출신이 오다 보니 지금 반발이 큰 거군요.

[기자]

네, 앞서 남구준 본부장이 '흔들리는 꽃'이란 말도 했잖아요.

그만큼 조직 내 동요가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시계를 조금 돌려보면, 작년에는 또 '경찰국' 문제가 시끄러웠잖아요.

행정안전부 안에, 경찰 사무를 관장하는 경찰국을 둔다, 이 문제로, 많은 경찰들이 반발했습니다.

사상 초유의 '총경 회의'까지 열렸고, 그걸 주도한 류삼영 총경이 중징계를 받는가 하면, 나머지 참가자들도 최근에 대거 '좌천성' 인사발령을 받았습니다.

이런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서 '경찰 수사'를 관장하는 자리에 '검찰 출신'이 오게 된 거죠.

경찰 독립성에 대한 불만, 그리고 '상실감' 같은 것들이 내부적으로 대두되는 배경입니다.

[앵커]

설상가상으로 최근엔 또 '보완 수사', '재수사' 문제로 검경 간 이견이 불거진 거 같아요?

[기자]

네, 지금은 경찰이 재수사 후 '불송치' 한 사건은, 원칙적으로 검찰이 재수사를 '또' 요청할 순 없게 돼 있습니다.

당장 재판에 넘겨야 할 정도로 사유가 명백한 사안이 아닌 한, 재수사 요청을 '1회'로 제한한 거죠.

하지만 법무부는 이걸 바꿔서, 재수사가 미진하다고 판단할 경우 검찰이 아예 사건을 넘겨받도록 개정하려고 합니다.

보완수사도 보시면요.

지금은 검사가 '경찰로 하여금' 보완수사를 하도록, 요구하는 권한을 갖지만, 앞으로는 검찰이 '직접' 보완수사를 할 수 있도록 준칙을 바꾸려 하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은 의견 수렴 기간이라 확정된 안은 아닌데, 이 문제에 대해서도 경찰 내부에서 여러 모로 불편한 기류가 읽힙니다.

[앵커]

경찰이 맞닥뜨리게 될 민감한 변화, 하나 더 있죠?

'경찰대 폐지' 이것도 가시화되고 있다면서요?

[기자]

다음 주 화요일, 경찰제도발전위원회가 열리는데, 거기서 이 문제에 대한 결론이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경찰대는, 졸업하면 바로 경위로 임관하는데 이번 정권 들어 그걸 '특권'으로 보는 담론이 강하게 제기됐지요.

경찰대 폐지, 또는 적어도 경위 '임용 시험'을 따로 보게 하자는 안들이 거론돼 왔는데, 이제 거론을 넘어, 구체적인 방안이, 조만간 확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바람에 흔들리는 꽃”…안팎에서 ‘검찰 공화국’ 비판도
    • 입력 2023-02-24 21:07:00
    • 수정2023-02-24 21:16:59
    뉴스 9
[앵커]

"검사 공화국이냐" 경찰 내부에서는 불만이 터져나왔습니다.

검찰 출신이 후임으로 오는 걸 놓고 떠나는 국수본부장은 '소이부답', 웃음으로 입장 표명을 갈음하겠다면서도 지금 경찰 조직을 '바람 앞에 흔들리는 꽃'으로 비유하기도 했습니다.

이어서 김민혁 기잡니다.

[리포트]

"경찰 수사의 독립성, 중립성이 지켜지도록 힘을 모아달라"

임기 2년을 마친 남구준 국가수사본부장이 퇴임사에서 당부한 말입니다.

작금의 경찰 조직을 '흔들리는 꽃'에, 현재 상황을 '썰물'에 비유하기도 했습니다.

[남구준/국가수사본부장 : "이 순간은 힘들다고 느끼시겠지만. 썰물이 있으면 반드시 밀물의 때가 옵니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겠습니까. 바람에 흔들리기도 하고 비에 젖을 때도 있습니다…."]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 논란에 이어, 검찰 출신 국수본부장 임명까지...

민감한 변화들 앞에 동요하는 조직 분위기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남구준/국가수사본부장 : "(후임 인사에 대해 내부 우려가 있는데 이에 대해 생각은 어떠신지요?) 그건 뭐 '소이부답(대답 대신 웃음)'하겠습니다."]

일선 경찰들은 내부망을 중심으로 반발했습니다.

"우려가 현실이 됐다." "놀랍지도, 새롭지도 않다"며 자조 섞인 반응을 보였고, "검사 공화국"이라는 정면 비판도 있었습니다.

[일선 경찰/음성변조 : "이게 말이 되는 거야? 그럼 검찰국 아니에요? 우리(경찰) 수뇌부가 우리가 되어야지."]

야당인 민주당 소속 국회 행안위원들도, 경찰을 검찰 통제 하에 두려는 것이라며 임명 철회를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김교흥/국회 행정안전위 위원/민주당 : "검찰의 불합리한 기소 남용을 방지하고 공정한 수사를 위해 전진시킨 검경 수사권 조정을 전면 퇴행시키는 비열한 수법이다."]

잇따른 우려에 대통령실도 입장을 냈습니다.

"적법한 공모 절차에 따라 추천, 제청된" 인사라며, "업무 경험과 역량을 고려해 결정된 사안"이라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김민혁입니다.

[앵커]

사회부 김민혁 기자와 이야기 좀 더 나눠보겠습니다.

김 기자,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국가수사본부' 자체가 원래 검경 수사권 조정과 맞물려서 생겨난 조직인거죠?

[기자]

네, 맞습니다.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에 대한 검찰의 수사 지휘권이 폐지됐었죠.

당시 경찰 조직 '비대화' 우려가 제기됐는데, 그래서 경찰 사무를 국가·수사·자치 경찰, 이렇게 크게 세 개로 나눴거든요.

여기서 수사 부분의 사무를 지휘하는 자리가 바로 국가수사본부장입니다.

전국 경찰의 수사 분야를 총괄하는 겁니다.

[앵커]

그런 자리에 경찰이 아닌 검찰 출신이 오다 보니 지금 반발이 큰 거군요.

[기자]

네, 앞서 남구준 본부장이 '흔들리는 꽃'이란 말도 했잖아요.

그만큼 조직 내 동요가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시계를 조금 돌려보면, 작년에는 또 '경찰국' 문제가 시끄러웠잖아요.

행정안전부 안에, 경찰 사무를 관장하는 경찰국을 둔다, 이 문제로, 많은 경찰들이 반발했습니다.

사상 초유의 '총경 회의'까지 열렸고, 그걸 주도한 류삼영 총경이 중징계를 받는가 하면, 나머지 참가자들도 최근에 대거 '좌천성' 인사발령을 받았습니다.

이런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서 '경찰 수사'를 관장하는 자리에 '검찰 출신'이 오게 된 거죠.

경찰 독립성에 대한 불만, 그리고 '상실감' 같은 것들이 내부적으로 대두되는 배경입니다.

[앵커]

설상가상으로 최근엔 또 '보완 수사', '재수사' 문제로 검경 간 이견이 불거진 거 같아요?

[기자]

네, 지금은 경찰이 재수사 후 '불송치' 한 사건은, 원칙적으로 검찰이 재수사를 '또' 요청할 순 없게 돼 있습니다.

당장 재판에 넘겨야 할 정도로 사유가 명백한 사안이 아닌 한, 재수사 요청을 '1회'로 제한한 거죠.

하지만 법무부는 이걸 바꿔서, 재수사가 미진하다고 판단할 경우 검찰이 아예 사건을 넘겨받도록 개정하려고 합니다.

보완수사도 보시면요.

지금은 검사가 '경찰로 하여금' 보완수사를 하도록, 요구하는 권한을 갖지만, 앞으로는 검찰이 '직접' 보완수사를 할 수 있도록 준칙을 바꾸려 하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은 의견 수렴 기간이라 확정된 안은 아닌데, 이 문제에 대해서도 경찰 내부에서 여러 모로 불편한 기류가 읽힙니다.

[앵커]

경찰이 맞닥뜨리게 될 민감한 변화, 하나 더 있죠?

'경찰대 폐지' 이것도 가시화되고 있다면서요?

[기자]

다음 주 화요일, 경찰제도발전위원회가 열리는데, 거기서 이 문제에 대한 결론이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경찰대는, 졸업하면 바로 경위로 임관하는데 이번 정권 들어 그걸 '특권'으로 보는 담론이 강하게 제기됐지요.

경찰대 폐지, 또는 적어도 경위 '임용 시험'을 따로 보게 하자는 안들이 거론돼 왔는데, 이제 거론을 넘어, 구체적인 방안이, 조만간 확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