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침공 1년…동부전선 격전 속 전쟁장기화 우려
입력 2023.02.25 (21:51)
수정 2023.02.25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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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어제로 1년이 됐습니다.
조기에 끝날 거라던 예측과는 달리 전쟁은 출구가 보이지 않고 사상자는 계속 늘어만 갑니다.
동부와 남부 전선에선 격전이 몇 달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취재 중인 KBS 특파원을 연결합니다.
김귀수 특파원 전쟁 1년을 맞아 러시아의 대규모 공격이 있을 거라는 관측이 있었는데, 지금 키이우는 어떻습니까?
[기자]
매일 한 번 이상 공습경보가 울리고 있지만 지금의 키이우는 표면적으로는 전쟁 전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언제 러시아의 대공세가 시작될지 몰라 시민들이 불안함을 느끼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어제가 러시아 침공 딱 1년이 되는 날이었는데 우려됐던 미사일 공습 등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방심한 틈을 노려 내주 초에 예고 없는 폭격이 있을 수 있다는 걱정도 있습니다.
실제로 러시아군은 월요일 새벽, 또는 출근 시간을 노려 키이우를 공습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당분간 러시아군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앵커]
독일산 탱크를 시작으로 서방 탱크가 속속 우크라이나에 도착하고 있는데, 이렇게 되면 전세에도 상당한 변화가 있을까요?
[기자]
어제 처음으로 폴란드가 보낸 독일산 주력전차 레오파르트II 넉 대가 우크라이나 땅에 도착했습니다.
독일도 내일 같은 전차 18대를 보내기로 했습니다.
이게 시작이고 3월까지 미국과 영국 등에서 최대 300대를 전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번 전쟁에서 천대 이상의 러시아 전차가 파괴된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이에 따라 서방 주력 전차를 앞세운 우크라이나군이 지상전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관건은 우크라이나군이 얼마나 빨리 이 전차들을 운용할 수 있느냐입니다.
러시아는 서방 전차가 본격적으로 투입되기 전에 최전선에서 우위를 점하려고 전력을 집중하고 있는데요.
전쟁 1년을 맞은 동부 전선의 전황과 전쟁 전망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우크라이나 남부의 전략 요충지 헤르손.
러시아 공격 헬기 한 대가 시내 상공을 선회하는가 싶더니 곧 미사일을 발사합니다.
미사일은 버스 정류장에 떨어졌고 건물에 큰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거리 곳곳에선 구급대원들이 시신을 수습하고 부상자를 구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입니다.
미사일과 로켓포를 동원한 공격으로 다수의 건물과 상점들이 파괴됐고 시민 6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헤르손 시민 : "우리가 살아 남은 것에 대해 신께 감사드려요. 버스 정류장에 있는 사람들에 비하면 우리는 운이 좋았어요."]
이날 공격은 푸틴 대통령이 국정연설을 진행하는 동안 이뤄졌습니다.
러시아는 부인했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민간시설을 겨냥했다고 비난했습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우크라이나 대통령 : "러시아의 포격은 어떠한 군사적 목적도 있지 않았고 그럴 수도 없습니다. 비슷한 수천번의 포격도 마찬가지입니다. 이것이 러시아가 세계에 보내는 진짜 메세지입니다."]
동부 전선의 바흐무트와 솔레다르 등지에선 몇 달째 격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절대적 군사 요충지 바흐무트를 반드시 차지하겠다며 병력과 화력을 집중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는 결사항전의 태세로 맞서고 있습니다.
전투는 포격전과 참호전 양상으로 전개돼 양측에서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타라스 쟈오바/우크라이나 제80공중강습여단 공보장교 : "러시아군은 부상했거나 죽은 사람을 대피시키지 않습니다. 그들을 그곳에 남겨두고 파도가 몰아치든 더 많은 병력을 보냅니다."]
전쟁 물자를 절대적으로 서방에 의존하고 있는 우크라이나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탄약 부족.
한 달 평균 최대 20만 발의 포탄을 소비하는데, 유럽에선 2만 5천 발 밖에 생산하지 못합니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 외교안보 대표는 회원국들에게 탄약 비축분을 우크라이나에 신속히 보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호세프 보렐/EU 외교안보 대표 : "러시아의 침략에 대응하기 위해 우크라이나군에게는 많은 양의 탄약이 긴급히 필요합니다. 특히 탱크와 포병을 위해 보급돼야 합니다. 우리는 더 신속히 행동해야 합니다."]
지난 1년간의 전쟁으로 회복하기 힘든 타격을 받은 사람들은 우크라이나 민간인들.
유엔은 민간인 사망자를 최소 8천 명, 부상자는 만 3천여 명으로 집계했습니다.
공습과 포격에 집을 잃은 사람들의 삶은 참혹합니다.
인나 할머니도 그중 한 사람.
러시아군 포격으로 집은 산산조각 났고, 모든 것을 잃었습니다.
[인나 세브첸코 : "저기 집이 있었는데 다시 돌아와 보니 벽밖에 남은 게 없었어요. 벽도 다 타버렸고요. 아무리 닦아도 안 되더라고요."]
마을 사람들의 도움으로 흙을 발라가며 만든 임시거처에서 가까스로 살아갑니다.
수돗물은 그친 지 오래, 우물을 파 겨우 식수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마을 곳곳엔 이처럼 러시아군의 폭격 흔적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낯선 타지로 피란을 떠난 사람들은 셀 수 없을 정돕니다.
[로만 카니쉬체프 : "어제 경찰이 와서 마을에서 대피하라고 했어요. 러시아가 이 곳을 쳐들어올 수 있다고 했어요."]
장기화에 접어든 전쟁은 그 끝이 보이지 않는 상황.
바이든 대통령은 수도 키이우를 전격 방문해 4억 6천만 달러, 우리 돈 약 6천억 원의 추가 군사원조 계획을 내놨습니다.
[조 바이든/미국 대통령 : "키이우도, 우크라이나도, 민주주의도 건재합니다. 미국은 물론 세계가 우크라이나와 함께 할 것입니다."]
다만, 우크라이나가 간절히 원하고 있는 전투기 지원 언급은 없었습니다.
이에 맞서 푸틴 대통령은 전쟁의 원인을 서방 탓으로 돌리고 서방과의 대결에서 결코 물러설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러시아 대통령 : "우크라이나 분쟁의 선동, 확대, 희생자 수 증가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서방 엘리트와 물론 현재 우크라이나 정권에 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과 맺은 핵무기 통제 조약인 '뉴스타트' 참여 중단을 선언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의 '큰 잘못'이라고 했고 G7, 주요 7개국 외무장관들은 무책임하다며 규탄 성명을 냈습니다.
미국은 중국이 러시아에 무기를 줄 경우 그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강력 경고했습니다.
[토머스-그린필드/주유엔 미국대사 : "중국과 다른 나라들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잔인한 공격에 대해 지원을 하는 것은 용납될 수 없음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그건 '레드 라인'이 될 것입니다."]
이런 가운데 침공 1주년인 어제 폴란드는 독일산 레오파르트2 전차 넉 대를 전달했고, 독일도 내일 18대를 지원합니다.
우크라이나에 배치되는 미국과 독일, 영국 등 서방탱크는 3월까지 최대 300대 규모로 예상되는데 이번 전쟁의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 러시아와 중국의 신냉전 구도 속에 전쟁이 몇 년 동안 이어질 수도 있다는 암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김귀숩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어제로 1년이 됐습니다.
조기에 끝날 거라던 예측과는 달리 전쟁은 출구가 보이지 않고 사상자는 계속 늘어만 갑니다.
동부와 남부 전선에선 격전이 몇 달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취재 중인 KBS 특파원을 연결합니다.
김귀수 특파원 전쟁 1년을 맞아 러시아의 대규모 공격이 있을 거라는 관측이 있었는데, 지금 키이우는 어떻습니까?
[기자]
매일 한 번 이상 공습경보가 울리고 있지만 지금의 키이우는 표면적으로는 전쟁 전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언제 러시아의 대공세가 시작될지 몰라 시민들이 불안함을 느끼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어제가 러시아 침공 딱 1년이 되는 날이었는데 우려됐던 미사일 공습 등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방심한 틈을 노려 내주 초에 예고 없는 폭격이 있을 수 있다는 걱정도 있습니다.
실제로 러시아군은 월요일 새벽, 또는 출근 시간을 노려 키이우를 공습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당분간 러시아군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앵커]
독일산 탱크를 시작으로 서방 탱크가 속속 우크라이나에 도착하고 있는데, 이렇게 되면 전세에도 상당한 변화가 있을까요?
[기자]
어제 처음으로 폴란드가 보낸 독일산 주력전차 레오파르트II 넉 대가 우크라이나 땅에 도착했습니다.
독일도 내일 같은 전차 18대를 보내기로 했습니다.
이게 시작이고 3월까지 미국과 영국 등에서 최대 300대를 전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번 전쟁에서 천대 이상의 러시아 전차가 파괴된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이에 따라 서방 주력 전차를 앞세운 우크라이나군이 지상전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관건은 우크라이나군이 얼마나 빨리 이 전차들을 운용할 수 있느냐입니다.
러시아는 서방 전차가 본격적으로 투입되기 전에 최전선에서 우위를 점하려고 전력을 집중하고 있는데요.
전쟁 1년을 맞은 동부 전선의 전황과 전쟁 전망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우크라이나 남부의 전략 요충지 헤르손.
러시아 공격 헬기 한 대가 시내 상공을 선회하는가 싶더니 곧 미사일을 발사합니다.
미사일은 버스 정류장에 떨어졌고 건물에 큰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거리 곳곳에선 구급대원들이 시신을 수습하고 부상자를 구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입니다.
미사일과 로켓포를 동원한 공격으로 다수의 건물과 상점들이 파괴됐고 시민 6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헤르손 시민 : "우리가 살아 남은 것에 대해 신께 감사드려요. 버스 정류장에 있는 사람들에 비하면 우리는 운이 좋았어요."]
이날 공격은 푸틴 대통령이 국정연설을 진행하는 동안 이뤄졌습니다.
러시아는 부인했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민간시설을 겨냥했다고 비난했습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우크라이나 대통령 : "러시아의 포격은 어떠한 군사적 목적도 있지 않았고 그럴 수도 없습니다. 비슷한 수천번의 포격도 마찬가지입니다. 이것이 러시아가 세계에 보내는 진짜 메세지입니다."]
동부 전선의 바흐무트와 솔레다르 등지에선 몇 달째 격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절대적 군사 요충지 바흐무트를 반드시 차지하겠다며 병력과 화력을 집중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는 결사항전의 태세로 맞서고 있습니다.
전투는 포격전과 참호전 양상으로 전개돼 양측에서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타라스 쟈오바/우크라이나 제80공중강습여단 공보장교 : "러시아군은 부상했거나 죽은 사람을 대피시키지 않습니다. 그들을 그곳에 남겨두고 파도가 몰아치든 더 많은 병력을 보냅니다."]
전쟁 물자를 절대적으로 서방에 의존하고 있는 우크라이나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탄약 부족.
한 달 평균 최대 20만 발의 포탄을 소비하는데, 유럽에선 2만 5천 발 밖에 생산하지 못합니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 외교안보 대표는 회원국들에게 탄약 비축분을 우크라이나에 신속히 보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호세프 보렐/EU 외교안보 대표 : "러시아의 침략에 대응하기 위해 우크라이나군에게는 많은 양의 탄약이 긴급히 필요합니다. 특히 탱크와 포병을 위해 보급돼야 합니다. 우리는 더 신속히 행동해야 합니다."]
지난 1년간의 전쟁으로 회복하기 힘든 타격을 받은 사람들은 우크라이나 민간인들.
유엔은 민간인 사망자를 최소 8천 명, 부상자는 만 3천여 명으로 집계했습니다.
공습과 포격에 집을 잃은 사람들의 삶은 참혹합니다.
인나 할머니도 그중 한 사람.
러시아군 포격으로 집은 산산조각 났고, 모든 것을 잃었습니다.
[인나 세브첸코 : "저기 집이 있었는데 다시 돌아와 보니 벽밖에 남은 게 없었어요. 벽도 다 타버렸고요. 아무리 닦아도 안 되더라고요."]
마을 사람들의 도움으로 흙을 발라가며 만든 임시거처에서 가까스로 살아갑니다.
수돗물은 그친 지 오래, 우물을 파 겨우 식수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마을 곳곳엔 이처럼 러시아군의 폭격 흔적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낯선 타지로 피란을 떠난 사람들은 셀 수 없을 정돕니다.
[로만 카니쉬체프 : "어제 경찰이 와서 마을에서 대피하라고 했어요. 러시아가 이 곳을 쳐들어올 수 있다고 했어요."]
장기화에 접어든 전쟁은 그 끝이 보이지 않는 상황.
바이든 대통령은 수도 키이우를 전격 방문해 4억 6천만 달러, 우리 돈 약 6천억 원의 추가 군사원조 계획을 내놨습니다.
[조 바이든/미국 대통령 : "키이우도, 우크라이나도, 민주주의도 건재합니다. 미국은 물론 세계가 우크라이나와 함께 할 것입니다."]
다만, 우크라이나가 간절히 원하고 있는 전투기 지원 언급은 없었습니다.
이에 맞서 푸틴 대통령은 전쟁의 원인을 서방 탓으로 돌리고 서방과의 대결에서 결코 물러설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러시아 대통령 : "우크라이나 분쟁의 선동, 확대, 희생자 수 증가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서방 엘리트와 물론 현재 우크라이나 정권에 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과 맺은 핵무기 통제 조약인 '뉴스타트' 참여 중단을 선언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의 '큰 잘못'이라고 했고 G7, 주요 7개국 외무장관들은 무책임하다며 규탄 성명을 냈습니다.
미국은 중국이 러시아에 무기를 줄 경우 그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강력 경고했습니다.
[토머스-그린필드/주유엔 미국대사 : "중국과 다른 나라들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잔인한 공격에 대해 지원을 하는 것은 용납될 수 없음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그건 '레드 라인'이 될 것입니다."]
이런 가운데 침공 1주년인 어제 폴란드는 독일산 레오파르트2 전차 넉 대를 전달했고, 독일도 내일 18대를 지원합니다.
우크라이나에 배치되는 미국과 독일, 영국 등 서방탱크는 3월까지 최대 300대 규모로 예상되는데 이번 전쟁의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 러시아와 중국의 신냉전 구도 속에 전쟁이 몇 년 동안 이어질 수도 있다는 암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김귀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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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 침공 1년…동부전선 격전 속 전쟁장기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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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3-02-25 21:51:03
- 수정2023-02-25 22:09:36

[앵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어제로 1년이 됐습니다.
조기에 끝날 거라던 예측과는 달리 전쟁은 출구가 보이지 않고 사상자는 계속 늘어만 갑니다.
동부와 남부 전선에선 격전이 몇 달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취재 중인 KBS 특파원을 연결합니다.
김귀수 특파원 전쟁 1년을 맞아 러시아의 대규모 공격이 있을 거라는 관측이 있었는데, 지금 키이우는 어떻습니까?
[기자]
매일 한 번 이상 공습경보가 울리고 있지만 지금의 키이우는 표면적으로는 전쟁 전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언제 러시아의 대공세가 시작될지 몰라 시민들이 불안함을 느끼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어제가 러시아 침공 딱 1년이 되는 날이었는데 우려됐던 미사일 공습 등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방심한 틈을 노려 내주 초에 예고 없는 폭격이 있을 수 있다는 걱정도 있습니다.
실제로 러시아군은 월요일 새벽, 또는 출근 시간을 노려 키이우를 공습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당분간 러시아군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앵커]
독일산 탱크를 시작으로 서방 탱크가 속속 우크라이나에 도착하고 있는데, 이렇게 되면 전세에도 상당한 변화가 있을까요?
[기자]
어제 처음으로 폴란드가 보낸 독일산 주력전차 레오파르트II 넉 대가 우크라이나 땅에 도착했습니다.
독일도 내일 같은 전차 18대를 보내기로 했습니다.
이게 시작이고 3월까지 미국과 영국 등에서 최대 300대를 전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번 전쟁에서 천대 이상의 러시아 전차가 파괴된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이에 따라 서방 주력 전차를 앞세운 우크라이나군이 지상전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관건은 우크라이나군이 얼마나 빨리 이 전차들을 운용할 수 있느냐입니다.
러시아는 서방 전차가 본격적으로 투입되기 전에 최전선에서 우위를 점하려고 전력을 집중하고 있는데요.
전쟁 1년을 맞은 동부 전선의 전황과 전쟁 전망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우크라이나 남부의 전략 요충지 헤르손.
러시아 공격 헬기 한 대가 시내 상공을 선회하는가 싶더니 곧 미사일을 발사합니다.
미사일은 버스 정류장에 떨어졌고 건물에 큰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거리 곳곳에선 구급대원들이 시신을 수습하고 부상자를 구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입니다.
미사일과 로켓포를 동원한 공격으로 다수의 건물과 상점들이 파괴됐고 시민 6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헤르손 시민 : "우리가 살아 남은 것에 대해 신께 감사드려요. 버스 정류장에 있는 사람들에 비하면 우리는 운이 좋았어요."]
이날 공격은 푸틴 대통령이 국정연설을 진행하는 동안 이뤄졌습니다.
러시아는 부인했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민간시설을 겨냥했다고 비난했습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우크라이나 대통령 : "러시아의 포격은 어떠한 군사적 목적도 있지 않았고 그럴 수도 없습니다. 비슷한 수천번의 포격도 마찬가지입니다. 이것이 러시아가 세계에 보내는 진짜 메세지입니다."]
동부 전선의 바흐무트와 솔레다르 등지에선 몇 달째 격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절대적 군사 요충지 바흐무트를 반드시 차지하겠다며 병력과 화력을 집중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는 결사항전의 태세로 맞서고 있습니다.
전투는 포격전과 참호전 양상으로 전개돼 양측에서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타라스 쟈오바/우크라이나 제80공중강습여단 공보장교 : "러시아군은 부상했거나 죽은 사람을 대피시키지 않습니다. 그들을 그곳에 남겨두고 파도가 몰아치든 더 많은 병력을 보냅니다."]
전쟁 물자를 절대적으로 서방에 의존하고 있는 우크라이나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탄약 부족.
한 달 평균 최대 20만 발의 포탄을 소비하는데, 유럽에선 2만 5천 발 밖에 생산하지 못합니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 외교안보 대표는 회원국들에게 탄약 비축분을 우크라이나에 신속히 보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호세프 보렐/EU 외교안보 대표 : "러시아의 침략에 대응하기 위해 우크라이나군에게는 많은 양의 탄약이 긴급히 필요합니다. 특히 탱크와 포병을 위해 보급돼야 합니다. 우리는 더 신속히 행동해야 합니다."]
지난 1년간의 전쟁으로 회복하기 힘든 타격을 받은 사람들은 우크라이나 민간인들.
유엔은 민간인 사망자를 최소 8천 명, 부상자는 만 3천여 명으로 집계했습니다.
공습과 포격에 집을 잃은 사람들의 삶은 참혹합니다.
인나 할머니도 그중 한 사람.
러시아군 포격으로 집은 산산조각 났고, 모든 것을 잃었습니다.
[인나 세브첸코 : "저기 집이 있었는데 다시 돌아와 보니 벽밖에 남은 게 없었어요. 벽도 다 타버렸고요. 아무리 닦아도 안 되더라고요."]
마을 사람들의 도움으로 흙을 발라가며 만든 임시거처에서 가까스로 살아갑니다.
수돗물은 그친 지 오래, 우물을 파 겨우 식수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마을 곳곳엔 이처럼 러시아군의 폭격 흔적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낯선 타지로 피란을 떠난 사람들은 셀 수 없을 정돕니다.
[로만 카니쉬체프 : "어제 경찰이 와서 마을에서 대피하라고 했어요. 러시아가 이 곳을 쳐들어올 수 있다고 했어요."]
장기화에 접어든 전쟁은 그 끝이 보이지 않는 상황.
바이든 대통령은 수도 키이우를 전격 방문해 4억 6천만 달러, 우리 돈 약 6천억 원의 추가 군사원조 계획을 내놨습니다.
[조 바이든/미국 대통령 : "키이우도, 우크라이나도, 민주주의도 건재합니다. 미국은 물론 세계가 우크라이나와 함께 할 것입니다."]
다만, 우크라이나가 간절히 원하고 있는 전투기 지원 언급은 없었습니다.
이에 맞서 푸틴 대통령은 전쟁의 원인을 서방 탓으로 돌리고 서방과의 대결에서 결코 물러설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러시아 대통령 : "우크라이나 분쟁의 선동, 확대, 희생자 수 증가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서방 엘리트와 물론 현재 우크라이나 정권에 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과 맺은 핵무기 통제 조약인 '뉴스타트' 참여 중단을 선언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의 '큰 잘못'이라고 했고 G7, 주요 7개국 외무장관들은 무책임하다며 규탄 성명을 냈습니다.
미국은 중국이 러시아에 무기를 줄 경우 그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강력 경고했습니다.
[토머스-그린필드/주유엔 미국대사 : "중국과 다른 나라들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잔인한 공격에 대해 지원을 하는 것은 용납될 수 없음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그건 '레드 라인'이 될 것입니다."]
이런 가운데 침공 1주년인 어제 폴란드는 독일산 레오파르트2 전차 넉 대를 전달했고, 독일도 내일 18대를 지원합니다.
우크라이나에 배치되는 미국과 독일, 영국 등 서방탱크는 3월까지 최대 300대 규모로 예상되는데 이번 전쟁의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 러시아와 중국의 신냉전 구도 속에 전쟁이 몇 년 동안 이어질 수도 있다는 암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김귀숩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어제로 1년이 됐습니다.
조기에 끝날 거라던 예측과는 달리 전쟁은 출구가 보이지 않고 사상자는 계속 늘어만 갑니다.
동부와 남부 전선에선 격전이 몇 달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취재 중인 KBS 특파원을 연결합니다.
김귀수 특파원 전쟁 1년을 맞아 러시아의 대규모 공격이 있을 거라는 관측이 있었는데, 지금 키이우는 어떻습니까?
[기자]
매일 한 번 이상 공습경보가 울리고 있지만 지금의 키이우는 표면적으로는 전쟁 전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언제 러시아의 대공세가 시작될지 몰라 시민들이 불안함을 느끼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어제가 러시아 침공 딱 1년이 되는 날이었는데 우려됐던 미사일 공습 등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방심한 틈을 노려 내주 초에 예고 없는 폭격이 있을 수 있다는 걱정도 있습니다.
실제로 러시아군은 월요일 새벽, 또는 출근 시간을 노려 키이우를 공습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당분간 러시아군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앵커]
독일산 탱크를 시작으로 서방 탱크가 속속 우크라이나에 도착하고 있는데, 이렇게 되면 전세에도 상당한 변화가 있을까요?
[기자]
어제 처음으로 폴란드가 보낸 독일산 주력전차 레오파르트II 넉 대가 우크라이나 땅에 도착했습니다.
독일도 내일 같은 전차 18대를 보내기로 했습니다.
이게 시작이고 3월까지 미국과 영국 등에서 최대 300대를 전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번 전쟁에서 천대 이상의 러시아 전차가 파괴된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이에 따라 서방 주력 전차를 앞세운 우크라이나군이 지상전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관건은 우크라이나군이 얼마나 빨리 이 전차들을 운용할 수 있느냐입니다.
러시아는 서방 전차가 본격적으로 투입되기 전에 최전선에서 우위를 점하려고 전력을 집중하고 있는데요.
전쟁 1년을 맞은 동부 전선의 전황과 전쟁 전망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우크라이나 남부의 전략 요충지 헤르손.
러시아 공격 헬기 한 대가 시내 상공을 선회하는가 싶더니 곧 미사일을 발사합니다.
미사일은 버스 정류장에 떨어졌고 건물에 큰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거리 곳곳에선 구급대원들이 시신을 수습하고 부상자를 구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입니다.
미사일과 로켓포를 동원한 공격으로 다수의 건물과 상점들이 파괴됐고 시민 6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헤르손 시민 : "우리가 살아 남은 것에 대해 신께 감사드려요. 버스 정류장에 있는 사람들에 비하면 우리는 운이 좋았어요."]
이날 공격은 푸틴 대통령이 국정연설을 진행하는 동안 이뤄졌습니다.
러시아는 부인했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민간시설을 겨냥했다고 비난했습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우크라이나 대통령 : "러시아의 포격은 어떠한 군사적 목적도 있지 않았고 그럴 수도 없습니다. 비슷한 수천번의 포격도 마찬가지입니다. 이것이 러시아가 세계에 보내는 진짜 메세지입니다."]
동부 전선의 바흐무트와 솔레다르 등지에선 몇 달째 격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절대적 군사 요충지 바흐무트를 반드시 차지하겠다며 병력과 화력을 집중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는 결사항전의 태세로 맞서고 있습니다.
전투는 포격전과 참호전 양상으로 전개돼 양측에서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타라스 쟈오바/우크라이나 제80공중강습여단 공보장교 : "러시아군은 부상했거나 죽은 사람을 대피시키지 않습니다. 그들을 그곳에 남겨두고 파도가 몰아치든 더 많은 병력을 보냅니다."]
전쟁 물자를 절대적으로 서방에 의존하고 있는 우크라이나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탄약 부족.
한 달 평균 최대 20만 발의 포탄을 소비하는데, 유럽에선 2만 5천 발 밖에 생산하지 못합니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 외교안보 대표는 회원국들에게 탄약 비축분을 우크라이나에 신속히 보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호세프 보렐/EU 외교안보 대표 : "러시아의 침략에 대응하기 위해 우크라이나군에게는 많은 양의 탄약이 긴급히 필요합니다. 특히 탱크와 포병을 위해 보급돼야 합니다. 우리는 더 신속히 행동해야 합니다."]
지난 1년간의 전쟁으로 회복하기 힘든 타격을 받은 사람들은 우크라이나 민간인들.
유엔은 민간인 사망자를 최소 8천 명, 부상자는 만 3천여 명으로 집계했습니다.
공습과 포격에 집을 잃은 사람들의 삶은 참혹합니다.
인나 할머니도 그중 한 사람.
러시아군 포격으로 집은 산산조각 났고, 모든 것을 잃었습니다.
[인나 세브첸코 : "저기 집이 있었는데 다시 돌아와 보니 벽밖에 남은 게 없었어요. 벽도 다 타버렸고요. 아무리 닦아도 안 되더라고요."]
마을 사람들의 도움으로 흙을 발라가며 만든 임시거처에서 가까스로 살아갑니다.
수돗물은 그친 지 오래, 우물을 파 겨우 식수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마을 곳곳엔 이처럼 러시아군의 폭격 흔적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낯선 타지로 피란을 떠난 사람들은 셀 수 없을 정돕니다.
[로만 카니쉬체프 : "어제 경찰이 와서 마을에서 대피하라고 했어요. 러시아가 이 곳을 쳐들어올 수 있다고 했어요."]
장기화에 접어든 전쟁은 그 끝이 보이지 않는 상황.
바이든 대통령은 수도 키이우를 전격 방문해 4억 6천만 달러, 우리 돈 약 6천억 원의 추가 군사원조 계획을 내놨습니다.
[조 바이든/미국 대통령 : "키이우도, 우크라이나도, 민주주의도 건재합니다. 미국은 물론 세계가 우크라이나와 함께 할 것입니다."]
다만, 우크라이나가 간절히 원하고 있는 전투기 지원 언급은 없었습니다.
이에 맞서 푸틴 대통령은 전쟁의 원인을 서방 탓으로 돌리고 서방과의 대결에서 결코 물러설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러시아 대통령 : "우크라이나 분쟁의 선동, 확대, 희생자 수 증가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서방 엘리트와 물론 현재 우크라이나 정권에 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과 맺은 핵무기 통제 조약인 '뉴스타트' 참여 중단을 선언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의 '큰 잘못'이라고 했고 G7, 주요 7개국 외무장관들은 무책임하다며 규탄 성명을 냈습니다.
미국은 중국이 러시아에 무기를 줄 경우 그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강력 경고했습니다.
[토머스-그린필드/주유엔 미국대사 : "중국과 다른 나라들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잔인한 공격에 대해 지원을 하는 것은 용납될 수 없음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그건 '레드 라인'이 될 것입니다."]
이런 가운데 침공 1주년인 어제 폴란드는 독일산 레오파르트2 전차 넉 대를 전달했고, 독일도 내일 18대를 지원합니다.
우크라이나에 배치되는 미국과 독일, 영국 등 서방탱크는 3월까지 최대 300대 규모로 예상되는데 이번 전쟁의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 러시아와 중국의 신냉전 구도 속에 전쟁이 몇 년 동안 이어질 수도 있다는 암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김귀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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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귀수 기자 seowoo10@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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