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부모·교사까지 고소…‘가해자의 기술’들

입력 2023.02.28 (21:08) 수정 2023.02.28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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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 문제 취재한 사회부 이예린 기자와 이야기 좀 더 나눠보겠습니다.

이번에 '정순신 변호사 아들' 일로 알려지게 됐지만, 이런 일이 실제로는 비일비재 하다면서요?

[기자]

네, 정 변호사 아들의 경우 '언어 폭력'을 놓고 징계 여부를 다퉜지만, 신체적, 물리적 폭력 사건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동급생을 '강제 추행'한 혐의로 형사 재판에까지 넘겨진 중학생 A 군 사례입니다.

교육청 차원에선 '전학'과 '접촉 금지' 조치가 내려졌는데, 이 사건에서도 가해 학생 측은, 행정소송으로 대응했습니다.

이후 법원에서 폭력의 심각성을 지적하며 청구를 기각하긴 했지만, 피해자는 학교를 졸업한 이후에도, 상당 기간 이 소송으로 인해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고 합니다.

저희가 판결문을 조사해 봤더니요.

이런 식으로 가해 학생이 행정 소송을 제기한 사례, 최근 3년 동안에만 3백 건이 넘었습니다.

[앵커]

그나마 행정소송은 '교육청'을 상대로 하는 거지만, 아예 '피해 학생' 측을 상대로 형사소송 거는 경우도 있다면서요?

[기자]

네, 피해 학생 '부모'를 사실적시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는 일이 있습니다.

피해 사실을 주변에 알린 게, 가해 학생에 대한 명예 훼손에 해당한다는 논리인데요.

한 피해 학생 부모는 "학교 폭력범은 접촉 금지" 라는 문구를 SNS '상태 메시지'로 올렸다는 이유만으로 고소를 당해서, 재판까지 받아야 했습니다.

무죄를 선고받긴 했지만, 사건이 대법원 파기환송까지 거치면서 고통의 시간이 길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뿐만 아니라 가해학생 측에서 학폭위에 참여했던 '교사'를 무고 혐의로 고소한 사례까지도, 저희가 확인했습니다.

[앵커]

교사까지요?

정말 심각하네요.

이러는 이유, 역시나 학폭 '이력'을 면하려는 거겠죠?

[기자]

처분이 정말로 부당해서 소송을 내는 경우도 물론 있겠죠.

그러나 전문가들은 상당수가 '시간 끌기용' 이라는 해석을 내놓습니다.

상급학교에 진학할 때까지 생활기록부에 '학폭 이력'이 남지 않도록 소송으로 시간을 번다는 건데요.

요즘 포털 검색만 해봐도, 변호사들이 가해 학생을 위한 '대응 요령(기술)' 알려주는 걸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이 문제,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기자]

행정소송도 헌법에 보장된 권리이기 때문에, 무조건적으로 막을 순 없죠.

다만 이런 소송의 경우 '학폭'을 둘러싼 일인 만큼, 재판이 지연되지 않고, 최대한 신속하게 진행될 필요가 있습니다.

이건 '사법부' 차원에서 해법을 모색해줘야 할 것 같고요.

소송 기간 동안 가해자-피해자를 분리하는 조치, 그리고 상담이나 심리치료를 제공하는 방안 등은 교육 당국에서 서둘러줘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촬영기자:김민준/영상편집:박철식/그래픽: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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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해자 부모·교사까지 고소…‘가해자의 기술’들
    • 입력 2023-02-28 21:08:45
    • 수정2023-02-28 21: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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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 문제 취재한 사회부 이예린 기자와 이야기 좀 더 나눠보겠습니다.

이번에 '정순신 변호사 아들' 일로 알려지게 됐지만, 이런 일이 실제로는 비일비재 하다면서요?

[기자]

네, 정 변호사 아들의 경우 '언어 폭력'을 놓고 징계 여부를 다퉜지만, 신체적, 물리적 폭력 사건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동급생을 '강제 추행'한 혐의로 형사 재판에까지 넘겨진 중학생 A 군 사례입니다.

교육청 차원에선 '전학'과 '접촉 금지' 조치가 내려졌는데, 이 사건에서도 가해 학생 측은, 행정소송으로 대응했습니다.

이후 법원에서 폭력의 심각성을 지적하며 청구를 기각하긴 했지만, 피해자는 학교를 졸업한 이후에도, 상당 기간 이 소송으로 인해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고 합니다.

저희가 판결문을 조사해 봤더니요.

이런 식으로 가해 학생이 행정 소송을 제기한 사례, 최근 3년 동안에만 3백 건이 넘었습니다.

[앵커]

그나마 행정소송은 '교육청'을 상대로 하는 거지만, 아예 '피해 학생' 측을 상대로 형사소송 거는 경우도 있다면서요?

[기자]

네, 피해 학생 '부모'를 사실적시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는 일이 있습니다.

피해 사실을 주변에 알린 게, 가해 학생에 대한 명예 훼손에 해당한다는 논리인데요.

한 피해 학생 부모는 "학교 폭력범은 접촉 금지" 라는 문구를 SNS '상태 메시지'로 올렸다는 이유만으로 고소를 당해서, 재판까지 받아야 했습니다.

무죄를 선고받긴 했지만, 사건이 대법원 파기환송까지 거치면서 고통의 시간이 길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뿐만 아니라 가해학생 측에서 학폭위에 참여했던 '교사'를 무고 혐의로 고소한 사례까지도, 저희가 확인했습니다.

[앵커]

교사까지요?

정말 심각하네요.

이러는 이유, 역시나 학폭 '이력'을 면하려는 거겠죠?

[기자]

처분이 정말로 부당해서 소송을 내는 경우도 물론 있겠죠.

그러나 전문가들은 상당수가 '시간 끌기용' 이라는 해석을 내놓습니다.

상급학교에 진학할 때까지 생활기록부에 '학폭 이력'이 남지 않도록 소송으로 시간을 번다는 건데요.

요즘 포털 검색만 해봐도, 변호사들이 가해 학생을 위한 '대응 요령(기술)' 알려주는 걸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이 문제,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기자]

행정소송도 헌법에 보장된 권리이기 때문에, 무조건적으로 막을 순 없죠.

다만 이런 소송의 경우 '학폭'을 둘러싼 일인 만큼, 재판이 지연되지 않고, 최대한 신속하게 진행될 필요가 있습니다.

이건 '사법부' 차원에서 해법을 모색해줘야 할 것 같고요.

소송 기간 동안 가해자-피해자를 분리하는 조치, 그리고 상담이나 심리치료를 제공하는 방안 등은 교육 당국에서 서둘러줘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촬영기자:김민준/영상편집:박철식/그래픽: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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