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가해자 ‘소송 또 소송’…피해자의 시간은 멈춰있다

입력 2023.03.01 (07:09) 수정 2023.03.22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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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다 아들의 학교폭력 문제로 낙마한 정순신 변호사.

전학 처분에 불복하며 '행정 소송'을 냈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 논란이 됐습니다.

이 일은 5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도처에서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KBS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가해자가 '소송'으로 대응하는 사이, 피해자들은 고통의 시간에서 벗어나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이도윤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해 서울의 한 자사고에 입학한 A 양.

동급생 B양과 말다툼을 한 뒤로, 일종의 'SNS 공격'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A 양의 이성 문제 등을 험담하는 내용이었는데, 실명과 학급 번호 등 개인정보까지 유포돼, 정신적으로 견디기가 어려웠다고 합니다.

[A양 : "다른 반 애들이랑 수업하게 되면 '쟤도 그런 소문을 들었나? 그런 걸 믿으면 어떡하지?'. 시험 시간도 아무것도 못하고 가만히 앉아서 보내고..."]

결국 지난해 4월 학교폭력 신고를 했고, 두 달 뒤 심의위원회에서, 가해자 B 양의 '사회봉사' 조치가 의결됐습니다.

하지만 B 양 측에선 교육청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냈고, 법원이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였습니다.

[A양 : "(가해자 측에서) '내가 잘못이 없나 보다' 갑자기 이런 태도로 바뀌면서 복도를 지나가면 일부러 어깨 부딪히거나 약간 좀 째려보거나."]

B 양 측 변호인은 "말다툼 때문에 생긴 '쌍방 갈등'이었다"며, 10대 간의 흔한 험담이 '학교 폭력'에 해당하는지를 따져보기 위한 소송이었다고 밝혔습니다.

A 양은 우울증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A양 어머니 : "저희 아이는 제일 중요한 고등학교 1학년, 한 학기도 아니고 두 학기, 1년을 다 날린 거거든요. 그러면서 저 가해 학생은 계속 수시나 정시를, 대학을 가기 위해서 소송까지 해가면서..."]

[이지헌/학교폭력 전문 변호사 : "소송을 통해서 '나는 학교폭력 가해자가 아니다'라는 그런 주장을 하는 것을 알게 된다면 피해 학생이 입게 되는 그런 충격과 공포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고, 과연 학교폭력 제도가 자기를 보호할 수 있는지..."]

경기도 고양시에선 2020년, 10대 학생의 '신체 사진'을 대화방에 유포한 사건이 벌어졌는데 가해 학생에게 전학 조치가 내려지자, 마찬가지로 '불복' 소송을 낸 사실이 KBS 취재로 확인됐습니다.

1심 결과는 가해자 패소였지만, 사건 발생 이후 이 판결이 나오기까지만 '2년' 가까이 걸렸습니다.

KBS 뉴스 이도윤입니다.

촬영기자:이상훈 하정현/영상편집:김종선/그래픽:노경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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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3-01 07:09:32
    • 수정2023-03-22 16:3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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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다 아들의 학교폭력 문제로 낙마한 정순신 변호사.

전학 처분에 불복하며 '행정 소송'을 냈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 논란이 됐습니다.

이 일은 5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도처에서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KBS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가해자가 '소송'으로 대응하는 사이, 피해자들은 고통의 시간에서 벗어나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이도윤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해 서울의 한 자사고에 입학한 A 양.

동급생 B양과 말다툼을 한 뒤로, 일종의 'SNS 공격'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A 양의 이성 문제 등을 험담하는 내용이었는데, 실명과 학급 번호 등 개인정보까지 유포돼, 정신적으로 견디기가 어려웠다고 합니다.

[A양 : "다른 반 애들이랑 수업하게 되면 '쟤도 그런 소문을 들었나? 그런 걸 믿으면 어떡하지?'. 시험 시간도 아무것도 못하고 가만히 앉아서 보내고..."]

결국 지난해 4월 학교폭력 신고를 했고, 두 달 뒤 심의위원회에서, 가해자 B 양의 '사회봉사' 조치가 의결됐습니다.

하지만 B 양 측에선 교육청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냈고, 법원이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였습니다.

[A양 : "(가해자 측에서) '내가 잘못이 없나 보다' 갑자기 이런 태도로 바뀌면서 복도를 지나가면 일부러 어깨 부딪히거나 약간 좀 째려보거나."]

B 양 측 변호인은 "말다툼 때문에 생긴 '쌍방 갈등'이었다"며, 10대 간의 흔한 험담이 '학교 폭력'에 해당하는지를 따져보기 위한 소송이었다고 밝혔습니다.

A 양은 우울증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A양 어머니 : "저희 아이는 제일 중요한 고등학교 1학년, 한 학기도 아니고 두 학기, 1년을 다 날린 거거든요. 그러면서 저 가해 학생은 계속 수시나 정시를, 대학을 가기 위해서 소송까지 해가면서..."]

[이지헌/학교폭력 전문 변호사 : "소송을 통해서 '나는 학교폭력 가해자가 아니다'라는 그런 주장을 하는 것을 알게 된다면 피해 학생이 입게 되는 그런 충격과 공포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고, 과연 학교폭력 제도가 자기를 보호할 수 있는지..."]

경기도 고양시에선 2020년, 10대 학생의 '신체 사진'을 대화방에 유포한 사건이 벌어졌는데 가해 학생에게 전학 조치가 내려지자, 마찬가지로 '불복' 소송을 낸 사실이 KBS 취재로 확인됐습니다.

1심 결과는 가해자 패소였지만, 사건 발생 이후 이 판결이 나오기까지만 '2년' 가까이 걸렸습니다.

KBS 뉴스 이도윤입니다.

촬영기자:이상훈 하정현/영상편집:김종선/그래픽:노경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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