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in뉴스] ‘공장 접근권’까지 요구하는 미국…K반도체 선택은?

입력 2023.03.02 (12:35) 수정 2023.03.02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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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미국이 자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들에게 지원금을 주기로 했는데 그 조건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지원금을 받는 반도체 공장에 대한 접근권"까지 요구한 것인데요.

기업의 비밀이 침해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박대기 기자와 함께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아봅니다.

박기자, 우선 미국이 준다는 반도체 보조금이라는 것이 뭐죠?

[기자]

미국에 공장을 짓는 반도체 기업에 정부가 총 50조원을 지원하는 보조금입니다.

지난해 통과된 반도체법에 따른 보조금입니다.

공장을 짓는데 들어갈 돈의 5에서 15%를 지원해주는 방식입니다.

예를들어서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 테일러시에 20조 원을 투입해서 공장을 짓고 있습니다.

지원을 받는다면 최대 3조 원쯤 받을 수 있고요. 이외에도 미국 정부의 대출과 보증까지 포함하면 7조 원 정도를 직간접 지원 받게 됩니다.

[앵커]

여기에 까다로운 조건을 붙여서 논란이 된 거잖아요? 어떤 조건이 가장 문제인가요?

[기자]

제가 봤을 때 가장 문제가 있는 조건은 우리 반도체 기업의 기밀이 흘러나갈 우려가 있는 조건입니다.

지급대상 평가 기준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실험, 생산이나 국가 안보 사업에 필요한 반도체 시설에 대한 접근권을 제공할 지원자를 찾는다"

이 말을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관건인데요.

단순히 미국 정부가 반도체를 살 권리를 넘어서 공장에 들어가볼 수 있는 권리를 뜻하는 것이라면 우리기업들로서는 매우 우려할 수 밖에 없는 조건입니다.

[앵커]

그밖에도 초과이익이 발생하면 공유해야한다는 조건도 논란이던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지원금을 받은 기업이 예상보다 훨씬 많은 이익을 얻을 경우에 이익을 미국 정부와 공유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습니다.

다만, 미국 정부가 준 지원금의 75%까지만 환수가 됩니다.

예를들어서 SK하이닉스가 미국 정부로부터 1조 원의 지원금을 받은 뒤 예상을 뛰어넘는 이익을 봤다면 그 중에 7천5백억 원은 돌려받는다는 이야기입니다.

지원금을 줘 놓고 다시 75%까지 환수하겠다니, 논란이 될 수 밖에 없는 이야기입니다.

[앵커]

그 밖에, 이미 보도됐던 내용이지만 지원금을 받으면 중국 공장을 확장하는 일은 못하게 되는 거죠?

[기자]

지원금을 받으면 10년간은 중국 공장을 확장할 수 없게 됩니다.

문제는 이미 가동하고 있는 공장은 어떻게 되는가하는 것입니다.

반도체 공장은 끊임없이 수리를 받아야 하는데다가 주기적으로 최신 제품 생산라인으로 교체하는 투자도 필요합니다.

이미 미국은 중국으로의 첨단 반도체 장비 수출을 금지하면서 삼성과 SK의 중국 공장들에는 1년 유예를 줬습니다.

여기다 더해서 앞으로 나올 이른바 '가드레일'이라는 세부 조건에서 중국 내 기존 공장의 생산라인 교체도 제한받을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됩니다.

[앵커]

이미 우리 기업들이 중국에 투자한 돈이 많죠?

[기자]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공장에만 30조 원을 투자했습니다.

여기서 삼성이 만드는 낸드 플래시 메모리 40%가 만들어집니다.

SK하이닉스는 우시에 D램공장이 있는데 자사 D램의 40%를 거기서 만듭니다.

SK 다렌 낸드플래시 메모리 공장에서도 자사 물량의 20%가 생산됩니다.

이처럼 우리 반도체 기업들이 이미 투자한 규모가 상당하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미국과 협상으로 시간을 벌 수 밖에 없는 일입니다.

[앵커]

지금 말씀하신 여러가지 조건이 문제라면 미국 정부의 지원금을 안 받으면 그만 아닌가요?

[기자]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형식은 제안이지만 사실상 따를 수 밖에 없다는 말이죠.

미국의 정책이 큰 틀에서 중국 반도체 산업을 고립시키려는 의도가 있기 때문에 여기에 동참하지 않기도 K-반도체 기업으로서는 눈치가 보이는 일입니다.

우리 기업들은 지원금을 신청한다 하지 않는다 아직 공식입장은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앵커]

우리 기업이나 정부가 이 난국을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기자]

지금까지 결과는 상당히 실망스럽고, 큰 조건은 이미 나왔습니다.

남은 방법은 세부적인 조건의 협상입니다.

앞으로 나올 대중국 '가드레일'같은 것에서 세부적으로 우리에게 유리한 조건을 만들어 넣는 것입니다.

또, 앞서 '미국 정부의 시설 접근권'이 애매한 표현이라고 말씀드렸는데요.

실질적으로 한국 반도체 기업의 기밀이 유지될 수 있도록 조건을 명확하게 하는 작업에도 정부와 기업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미국 정치권에서는 만약 타이완과 중국 사이에 군사적 갈등이 벌어진다면 타이완의 첨단 시스템반도체 생산 설비가 멈추거나 중국으로 넘어가는 일을 우려해왔습니다.

그런 우려는 불식시키면서도 실리를 찾는 묘수가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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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in뉴스] ‘공장 접근권’까지 요구하는 미국…K반도체 선택은?
    • 입력 2023-03-02 12:35:31
    • 수정2023-03-02 13: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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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미국이 자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들에게 지원금을 주기로 했는데 그 조건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지원금을 받는 반도체 공장에 대한 접근권"까지 요구한 것인데요.

기업의 비밀이 침해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박대기 기자와 함께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아봅니다.

박기자, 우선 미국이 준다는 반도체 보조금이라는 것이 뭐죠?

[기자]

미국에 공장을 짓는 반도체 기업에 정부가 총 50조원을 지원하는 보조금입니다.

지난해 통과된 반도체법에 따른 보조금입니다.

공장을 짓는데 들어갈 돈의 5에서 15%를 지원해주는 방식입니다.

예를들어서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 테일러시에 20조 원을 투입해서 공장을 짓고 있습니다.

지원을 받는다면 최대 3조 원쯤 받을 수 있고요. 이외에도 미국 정부의 대출과 보증까지 포함하면 7조 원 정도를 직간접 지원 받게 됩니다.

[앵커]

여기에 까다로운 조건을 붙여서 논란이 된 거잖아요? 어떤 조건이 가장 문제인가요?

[기자]

제가 봤을 때 가장 문제가 있는 조건은 우리 반도체 기업의 기밀이 흘러나갈 우려가 있는 조건입니다.

지급대상 평가 기준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실험, 생산이나 국가 안보 사업에 필요한 반도체 시설에 대한 접근권을 제공할 지원자를 찾는다"

이 말을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관건인데요.

단순히 미국 정부가 반도체를 살 권리를 넘어서 공장에 들어가볼 수 있는 권리를 뜻하는 것이라면 우리기업들로서는 매우 우려할 수 밖에 없는 조건입니다.

[앵커]

그밖에도 초과이익이 발생하면 공유해야한다는 조건도 논란이던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지원금을 받은 기업이 예상보다 훨씬 많은 이익을 얻을 경우에 이익을 미국 정부와 공유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습니다.

다만, 미국 정부가 준 지원금의 75%까지만 환수가 됩니다.

예를들어서 SK하이닉스가 미국 정부로부터 1조 원의 지원금을 받은 뒤 예상을 뛰어넘는 이익을 봤다면 그 중에 7천5백억 원은 돌려받는다는 이야기입니다.

지원금을 줘 놓고 다시 75%까지 환수하겠다니, 논란이 될 수 밖에 없는 이야기입니다.

[앵커]

그 밖에, 이미 보도됐던 내용이지만 지원금을 받으면 중국 공장을 확장하는 일은 못하게 되는 거죠?

[기자]

지원금을 받으면 10년간은 중국 공장을 확장할 수 없게 됩니다.

문제는 이미 가동하고 있는 공장은 어떻게 되는가하는 것입니다.

반도체 공장은 끊임없이 수리를 받아야 하는데다가 주기적으로 최신 제품 생산라인으로 교체하는 투자도 필요합니다.

이미 미국은 중국으로의 첨단 반도체 장비 수출을 금지하면서 삼성과 SK의 중국 공장들에는 1년 유예를 줬습니다.

여기다 더해서 앞으로 나올 이른바 '가드레일'이라는 세부 조건에서 중국 내 기존 공장의 생산라인 교체도 제한받을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됩니다.

[앵커]

이미 우리 기업들이 중국에 투자한 돈이 많죠?

[기자]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공장에만 30조 원을 투자했습니다.

여기서 삼성이 만드는 낸드 플래시 메모리 40%가 만들어집니다.

SK하이닉스는 우시에 D램공장이 있는데 자사 D램의 40%를 거기서 만듭니다.

SK 다렌 낸드플래시 메모리 공장에서도 자사 물량의 20%가 생산됩니다.

이처럼 우리 반도체 기업들이 이미 투자한 규모가 상당하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미국과 협상으로 시간을 벌 수 밖에 없는 일입니다.

[앵커]

지금 말씀하신 여러가지 조건이 문제라면 미국 정부의 지원금을 안 받으면 그만 아닌가요?

[기자]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형식은 제안이지만 사실상 따를 수 밖에 없다는 말이죠.

미국의 정책이 큰 틀에서 중국 반도체 산업을 고립시키려는 의도가 있기 때문에 여기에 동참하지 않기도 K-반도체 기업으로서는 눈치가 보이는 일입니다.

우리 기업들은 지원금을 신청한다 하지 않는다 아직 공식입장은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앵커]

우리 기업이나 정부가 이 난국을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기자]

지금까지 결과는 상당히 실망스럽고, 큰 조건은 이미 나왔습니다.

남은 방법은 세부적인 조건의 협상입니다.

앞으로 나올 대중국 '가드레일'같은 것에서 세부적으로 우리에게 유리한 조건을 만들어 넣는 것입니다.

또, 앞서 '미국 정부의 시설 접근권'이 애매한 표현이라고 말씀드렸는데요.

실질적으로 한국 반도체 기업의 기밀이 유지될 수 있도록 조건을 명확하게 하는 작업에도 정부와 기업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미국 정치권에서는 만약 타이완과 중국 사이에 군사적 갈등이 벌어진다면 타이완의 첨단 시스템반도체 생산 설비가 멈추거나 중국으로 넘어가는 일을 우려해왔습니다.

그런 우려는 불식시키면서도 실리를 찾는 묘수가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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