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돋보기] 미국 외교관이 되면 몸이 아파진다?…‘아바나 증후군’ 뭐길래

입력 2023.03.03 (10:47) 수정 2023.03.03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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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해외로 나간 미국 외교관이나 정보요원들이 원인 모를 질병에 시달리는 일이 벌어진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이런 현상을 '아바나 증후군'이라고 하는데요.

수백 명이나 비슷한 증상에 시달리면서 러시아 같은 나라의 공격이 아니냐는 주장까지 나왔습니다.

결국 미 당국이 강도 높은 전수 조사까지 벌였다고 합니다.

지구촌 돋보기에서 황경주 기자와 알아봅니다.

일단 다른 나라의 공격일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고요?

[기자]

지난 몇 년간 미국 중앙정보국 등 7개 정부 기관이 '아바나 증후군'에 대해 합동 조사를 벌여왔는데요.

러시아 같은 적성 국가의 공격일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했습니다.

그동안 '아바나 증후군'이 전파나 초음파 같은 에너지를 이용한 공격일 수 있다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돼 왔는데요.

이상 증상 사례 천 건 정도를 조사했지만, 특정한 공통점을 발견할 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때문에 환경 요인이나 진단받지 않은 의학적 조건, 스트레스 등으로 인한 증상일 거라고 결론내렸습니다.

[앵커]

하지만 미국 외교관이나 정보요원들만 원인 모를 질병에 시달린다니, 단순히 환경이나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하기엔 너무 기이한 현상 같아요.

[기자]

이 증상이 처음 보고된 건 2016년 쿠바 아바나에서였습니다.

그래서 '아바나 증후군'이라는 이름이 붙은 건데요.

아바나에 주재하는 미국 외교관과 그 가족들이 원인 모를 구토와 두통에 시달리기 시작한 겁니다.

결국 미국은 아바나 주재 직원들을 필수 인력만 남기고 대거 철수시켰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는 게 문제인데요.

중국과 독일, 오스트리아 등 세계 곳곳에서 근무하는 미 외교관과 정보요원들이 비슷한 증상을 호소하기 시작한 거죠.

주로 두통과 메스꺼움, 이명 같은 증상이 나타났습니다.

[앵커]

해리스 부통령까지 '아바나 증후군'때문에 해외 순방 일정에 차질을 빚은 적이 있다고요?

[기자]

2021년 동남아 순방 길에 오른 해리스 부통령의 비행기가 3시간 동안 지연된 일이 있었습니다.

싱가포르에서 베트남으로 갈 예정이었는데, 베트남 하노이에서 근무하는 외교관 2명이 '아바나 증후군' 의심 증상을 나타낸 겁니다.

백악관은 고민을 거듭한 끝에 순방을 계속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젠 사키/전 백악관 대변인 : "물론 우리는 '아바나 증후군'이 보고된 사건에 대해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그래서 해리스 부통령이 안전할 수 있을 지 평가했고, 계속 순방할 수 있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다행히 해리스 부통령은 아무 이상 없이 순방을 마무리했지만, 당시엔 미 최고위층 인사까지 이 증후군의 영향력에 놓인 게 아니냐는 불안감이 커졌던 사건입니다.

[앵커]

미국 입장에서는 자신들을 노린 공격이라는 우려가 나올 법도 하네요.

[기자]

심지어 외부 공격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적도 있습니다.

2020년 미국 국립과학공학의학원이 전문가 19명과 함께 연구한 결과를 발표했는데요.

외국이 극초단파 에너지를 무기화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입니다.

극초단파는 전자렌지나 휴대전화 기지국처럼 일상 생활에서 많이 쓰이지만, 정밀하게 초점을 맞출 수 있어 무기로도 활용될 수 있습니다.

러시아와 중국, 심지어 미국도 극초단파를 무기화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외 연구에서는 외부 세력과 '아바나 증후군' 사이에 과학적 연관성을 찾기 힘들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쿠바 신경과학 전문가 : "불행히도 외교관들을 쫓는 신비한 무기가 있다는 생각은 어떠한 과학적 근거도 없습니다."]

[앵커]

이번 조사에서도 결국 정확한 원인은 찾지 못한 셈이라 쉽게 논란이 사그라들지는 않을 것 같아요.

[기자]

미 당국은 새로운 분석 기술이 나오면 다시 조사를 진행할 예정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백악관은 이번 조사 결과와 상관없이 피해자 치료와 보상이 이뤄질 거라고 설명했습니다.

[카린 장-피에르/미 백악관 대변인 : "이번 조사 결과와 상관없이 피해자와 그 가족들, 동료들은 대통령의 약속대로 필요한 도움과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겁니다."]

미국은 2021년 이른바 '아바나 법'을 만들었는데요.

'아바나 증후군'으로 고통받는 외교관들에 대해 의료지원 등을 강화하고, 피해자 지원금 규정을 마련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지구촌 돋보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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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3-03 10:47:58
    • 수정2023-03-03 11: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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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로 나간 미국 외교관이나 정보요원들이 원인 모를 질병에 시달리는 일이 벌어진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이런 현상을 '아바나 증후군'이라고 하는데요.

수백 명이나 비슷한 증상에 시달리면서 러시아 같은 나라의 공격이 아니냐는 주장까지 나왔습니다.

결국 미 당국이 강도 높은 전수 조사까지 벌였다고 합니다.

지구촌 돋보기에서 황경주 기자와 알아봅니다.

일단 다른 나라의 공격일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고요?

[기자]

지난 몇 년간 미국 중앙정보국 등 7개 정부 기관이 '아바나 증후군'에 대해 합동 조사를 벌여왔는데요.

러시아 같은 적성 국가의 공격일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했습니다.

그동안 '아바나 증후군'이 전파나 초음파 같은 에너지를 이용한 공격일 수 있다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돼 왔는데요.

이상 증상 사례 천 건 정도를 조사했지만, 특정한 공통점을 발견할 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때문에 환경 요인이나 진단받지 않은 의학적 조건, 스트레스 등으로 인한 증상일 거라고 결론내렸습니다.

[앵커]

하지만 미국 외교관이나 정보요원들만 원인 모를 질병에 시달린다니, 단순히 환경이나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하기엔 너무 기이한 현상 같아요.

[기자]

이 증상이 처음 보고된 건 2016년 쿠바 아바나에서였습니다.

그래서 '아바나 증후군'이라는 이름이 붙은 건데요.

아바나에 주재하는 미국 외교관과 그 가족들이 원인 모를 구토와 두통에 시달리기 시작한 겁니다.

결국 미국은 아바나 주재 직원들을 필수 인력만 남기고 대거 철수시켰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는 게 문제인데요.

중국과 독일, 오스트리아 등 세계 곳곳에서 근무하는 미 외교관과 정보요원들이 비슷한 증상을 호소하기 시작한 거죠.

주로 두통과 메스꺼움, 이명 같은 증상이 나타났습니다.

[앵커]

해리스 부통령까지 '아바나 증후군'때문에 해외 순방 일정에 차질을 빚은 적이 있다고요?

[기자]

2021년 동남아 순방 길에 오른 해리스 부통령의 비행기가 3시간 동안 지연된 일이 있었습니다.

싱가포르에서 베트남으로 갈 예정이었는데, 베트남 하노이에서 근무하는 외교관 2명이 '아바나 증후군' 의심 증상을 나타낸 겁니다.

백악관은 고민을 거듭한 끝에 순방을 계속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젠 사키/전 백악관 대변인 : "물론 우리는 '아바나 증후군'이 보고된 사건에 대해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그래서 해리스 부통령이 안전할 수 있을 지 평가했고, 계속 순방할 수 있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다행히 해리스 부통령은 아무 이상 없이 순방을 마무리했지만, 당시엔 미 최고위층 인사까지 이 증후군의 영향력에 놓인 게 아니냐는 불안감이 커졌던 사건입니다.

[앵커]

미국 입장에서는 자신들을 노린 공격이라는 우려가 나올 법도 하네요.

[기자]

심지어 외부 공격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적도 있습니다.

2020년 미국 국립과학공학의학원이 전문가 19명과 함께 연구한 결과를 발표했는데요.

외국이 극초단파 에너지를 무기화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입니다.

극초단파는 전자렌지나 휴대전화 기지국처럼 일상 생활에서 많이 쓰이지만, 정밀하게 초점을 맞출 수 있어 무기로도 활용될 수 있습니다.

러시아와 중국, 심지어 미국도 극초단파를 무기화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외 연구에서는 외부 세력과 '아바나 증후군' 사이에 과학적 연관성을 찾기 힘들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쿠바 신경과학 전문가 : "불행히도 외교관들을 쫓는 신비한 무기가 있다는 생각은 어떠한 과학적 근거도 없습니다."]

[앵커]

이번 조사에서도 결국 정확한 원인은 찾지 못한 셈이라 쉽게 논란이 사그라들지는 않을 것 같아요.

[기자]

미 당국은 새로운 분석 기술이 나오면 다시 조사를 진행할 예정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백악관은 이번 조사 결과와 상관없이 피해자 치료와 보상이 이뤄질 거라고 설명했습니다.

[카린 장-피에르/미 백악관 대변인 : "이번 조사 결과와 상관없이 피해자와 그 가족들, 동료들은 대통령의 약속대로 필요한 도움과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겁니다."]

미국은 2021년 이른바 '아바나 법'을 만들었는데요.

'아바나 증후군'으로 고통받는 외교관들에 대해 의료지원 등을 강화하고, 피해자 지원금 규정을 마련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지구촌 돋보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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