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돋보기] 한일 관계는 미래로 향할까?…외신 평가 들여다보니

입력 2023.03.08 (10:48) 수정 2023.03.08 (10:57)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일제 강제 동원 피해자들에게 한국 재단이 배상하기로 하면서 이른바 '한일 관계 정상화'가 급물살을 타고 있습니다.

앞으로 양국 관계가 어떤 변화를 맞을지 국제사회도 주목하고 있는데요.

중국에 맞서 두 나라가 공조하기를 바라는 서방은 이번 발표가 '미래 지향적'이라며 높게 평가했는데, 그 말처럼 우리는 미래로 향할 수 있을까요?

지구촌 돋보기에서 황경주 기자와 들여다봅니다.

미국 등 서방은 한일 갈등 해결에 물꼬가 트였다는 점을 반기는 분위기네요?

[기자]

그제 우리 정부가 일제강점기 강제 동원 피해자들에게 일본 전범 기업 대신 한국 재단이 배상하기로 결정했죠.

이에 대해 미국이 "역사적인 발표", "담대한 비전"이라고 추켜세운 데 이어, 유럽연합도 "미래지향적 관계를 위한 노력"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습니다.

중국에 맞서 동아시아에서 한미일 동맹을 강화하고 싶은 서방 입장에서는 꼬여있는 한일 관계가 늘 골칫거리였기 때문이겠죠.

[웬디 셔먼/미 국무부 부장관/지난해 10월 : "한국과 일본의 동맹에 투자하는 것은 우리가 보고 싶은 미래를 만드는 데 매우 중요합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의 군사력에 맞서 아시아에서 미국의 '친구들'이 밀착하고 있다"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미국은 한일간의 과거사 문제에서는 한 발짝 물러서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는데요.

미 국무부 대변인은 그제 기자회견에서 '일본 정부가 사과해야 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한국과 일본에 해야 할 질문"이라며 답을 피했습니다.

[앵커]

미국 정부 입장에서야 과정이 어찌 됐든 한일 관계가 개선되는 게 가장 중요할테니까요.

미국 언론들도 이 소식을 비중 있게 다뤘다고요?

[기자]

네, 외신들도 한국 정부가 내놓은 해법이 한일 관계 개선에 중요한 진전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미국 정부처럼 마냥 긍정적인 평가는 아니었는데요.

뉴욕타임스는 '역사 갈등을 겪는 한일 관계가 개선될 수 있을까?'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 국제정책 전문가를 인용해 "한국이 일본보다 훨씬 많이 내준 타협"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일본은 최소한의 조치만 취했다"며, "진정한 화해를 위해 필요한 도덕적 리더십을 기시다 일본 총리가 보여주지 못했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일본인 전문가를 인용했는데, "한국 정부가 어려운 결정을 했다", 양국 관계의 미래를 위해서는 "일본이 더 많은 성의를 보여 줄 필요가 있고, 일본은 그럴 힘이 있다"고 짚었습니다.

한국의 강제동원 피해자 대부분이 받아들이지 못하는 방안을 한국 정부가 공식화했다는 점, 그런데도 일제 전범 기업은 물론 일본 정부조차 직접적인 사죄를 하지 않은 점 등에 비춰 보면, 한국이 많이 양보해준 거라는 거죠.

[앵커]

이번 해법이 지속 가능한지에 대한 의문도 외신에서 나오고 있죠?

[기자]

워싱턴포스트는 전문가를 인용해 이번 해법이 "정치적으로 매우 취약한 타협"이라고 꼬집었습니다.

비슷한 맥락으로 BBC는 2015년 한일 간에 이뤄졌던 '위안부 합의'가 2018년 번복됐던 사례를 짚었는데요.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양국은 '한일 위안부 합의'를 통해 위안부 피해자 지원 기금 백억 원가량을 조성했지만, 2018년 문재인 정부는 피해자들이 반대한다는 이유로 이 합의를 사실상 무력화시킨 바 있습니다.

[고노 타로/일본 외무상/2018년 :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도 책임감을 갖고 합의가 이행돼야 합니다.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는 국제사회에서도 높은 인정을 받았습니다."]

이번 강제동원 해법을 두고, 민주당이 강하게 비판하는 상황이죠.

한국 내 정치 지형이 바뀌면, 과거 위안부 합의 때처럼 또다시 뒤집힐 가능성이 있지 않겠냐는 겁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번 해법이 한일 사이 오랜 갈등을 모두 해결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윤 대통령의 의지에 의존한 방안"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앵커]

그제 발표 뒤 한일 양국은 관계 개선을 위한 후속 작업에 돌입했지만, 국내에서는 비판 여론이 상당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 바람대로 한일 관계가 정말 미래로 향할 수 있을까요?

[기자]

앞으로 한일 관계는 한국보다는 일본에 달려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제 한국은 본질적으로 공을 일본 코트에 두었다", 이렇게 표현했는데요.

그래도 긍정적인 점은 현재 일본 정부 역시 한국과의 관계 개선에 의지를 가진 것처럼 보인다는 겁니다.

뉴욕타임스는 "일본은 한미일 사이를 가깝게 하려는 미국의 노력에 저항하는 것처럼 보이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짚었습니다.

일본의 한 외교 전문가는 "한국은 이제 '글로벌 코리아'가 되어가고 있다"며, "국제적 기반을 넓혀가고 있는 한국을 일본이 전략 동반자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지금까지 지구촌 돋보기였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지구촌 돋보기] 한일 관계는 미래로 향할까?…외신 평가 들여다보니
    • 입력 2023-03-08 10:48:15
    • 수정2023-03-08 10:57:44
    지구촌뉴스
[앵커]

일제 강제 동원 피해자들에게 한국 재단이 배상하기로 하면서 이른바 '한일 관계 정상화'가 급물살을 타고 있습니다.

앞으로 양국 관계가 어떤 변화를 맞을지 국제사회도 주목하고 있는데요.

중국에 맞서 두 나라가 공조하기를 바라는 서방은 이번 발표가 '미래 지향적'이라며 높게 평가했는데, 그 말처럼 우리는 미래로 향할 수 있을까요?

지구촌 돋보기에서 황경주 기자와 들여다봅니다.

미국 등 서방은 한일 갈등 해결에 물꼬가 트였다는 점을 반기는 분위기네요?

[기자]

그제 우리 정부가 일제강점기 강제 동원 피해자들에게 일본 전범 기업 대신 한국 재단이 배상하기로 결정했죠.

이에 대해 미국이 "역사적인 발표", "담대한 비전"이라고 추켜세운 데 이어, 유럽연합도 "미래지향적 관계를 위한 노력"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습니다.

중국에 맞서 동아시아에서 한미일 동맹을 강화하고 싶은 서방 입장에서는 꼬여있는 한일 관계가 늘 골칫거리였기 때문이겠죠.

[웬디 셔먼/미 국무부 부장관/지난해 10월 : "한국과 일본의 동맹에 투자하는 것은 우리가 보고 싶은 미래를 만드는 데 매우 중요합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의 군사력에 맞서 아시아에서 미국의 '친구들'이 밀착하고 있다"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미국은 한일간의 과거사 문제에서는 한 발짝 물러서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는데요.

미 국무부 대변인은 그제 기자회견에서 '일본 정부가 사과해야 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한국과 일본에 해야 할 질문"이라며 답을 피했습니다.

[앵커]

미국 정부 입장에서야 과정이 어찌 됐든 한일 관계가 개선되는 게 가장 중요할테니까요.

미국 언론들도 이 소식을 비중 있게 다뤘다고요?

[기자]

네, 외신들도 한국 정부가 내놓은 해법이 한일 관계 개선에 중요한 진전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미국 정부처럼 마냥 긍정적인 평가는 아니었는데요.

뉴욕타임스는 '역사 갈등을 겪는 한일 관계가 개선될 수 있을까?'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 국제정책 전문가를 인용해 "한국이 일본보다 훨씬 많이 내준 타협"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일본은 최소한의 조치만 취했다"며, "진정한 화해를 위해 필요한 도덕적 리더십을 기시다 일본 총리가 보여주지 못했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일본인 전문가를 인용했는데, "한국 정부가 어려운 결정을 했다", 양국 관계의 미래를 위해서는 "일본이 더 많은 성의를 보여 줄 필요가 있고, 일본은 그럴 힘이 있다"고 짚었습니다.

한국의 강제동원 피해자 대부분이 받아들이지 못하는 방안을 한국 정부가 공식화했다는 점, 그런데도 일제 전범 기업은 물론 일본 정부조차 직접적인 사죄를 하지 않은 점 등에 비춰 보면, 한국이 많이 양보해준 거라는 거죠.

[앵커]

이번 해법이 지속 가능한지에 대한 의문도 외신에서 나오고 있죠?

[기자]

워싱턴포스트는 전문가를 인용해 이번 해법이 "정치적으로 매우 취약한 타협"이라고 꼬집었습니다.

비슷한 맥락으로 BBC는 2015년 한일 간에 이뤄졌던 '위안부 합의'가 2018년 번복됐던 사례를 짚었는데요.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양국은 '한일 위안부 합의'를 통해 위안부 피해자 지원 기금 백억 원가량을 조성했지만, 2018년 문재인 정부는 피해자들이 반대한다는 이유로 이 합의를 사실상 무력화시킨 바 있습니다.

[고노 타로/일본 외무상/2018년 :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도 책임감을 갖고 합의가 이행돼야 합니다.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는 국제사회에서도 높은 인정을 받았습니다."]

이번 강제동원 해법을 두고, 민주당이 강하게 비판하는 상황이죠.

한국 내 정치 지형이 바뀌면, 과거 위안부 합의 때처럼 또다시 뒤집힐 가능성이 있지 않겠냐는 겁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번 해법이 한일 사이 오랜 갈등을 모두 해결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윤 대통령의 의지에 의존한 방안"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앵커]

그제 발표 뒤 한일 양국은 관계 개선을 위한 후속 작업에 돌입했지만, 국내에서는 비판 여론이 상당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 바람대로 한일 관계가 정말 미래로 향할 수 있을까요?

[기자]

앞으로 한일 관계는 한국보다는 일본에 달려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제 한국은 본질적으로 공을 일본 코트에 두었다", 이렇게 표현했는데요.

그래도 긍정적인 점은 현재 일본 정부 역시 한국과의 관계 개선에 의지를 가진 것처럼 보인다는 겁니다.

뉴욕타임스는 "일본은 한미일 사이를 가깝게 하려는 미국의 노력에 저항하는 것처럼 보이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짚었습니다.

일본의 한 외교 전문가는 "한국은 이제 '글로벌 코리아'가 되어가고 있다"며, "국제적 기반을 넓혀가고 있는 한국을 일본이 전략 동반자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지금까지 지구촌 돋보기였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