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대담] ‘주 69시간 근무’ 경남 노동계 왜 반발하나?

[앵커]

정부의 근로시간 개편 방안에 노동계가 최악의 노동개악이라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금속노조법률원 김두현 변호사와 핵심 쟁점 짚어보겠습니다.

현행 주 52시간을 강제하기보다 일감이 많을 땐 장시간 일하고 없을 땐 쉴 수 있게 근로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하겠다.

얼핏 듣기엔 합리적인 측면도 있지 않은가요?

[답변]

사용자 입장에서는 합리적이라고 볼 수 있는데, 근로자 입장에서는 좀 아닌 것 같습니다.

애초 일이 많을 때, 많이 시키는 거는 기본적으로 사용자의 편의에 맞춰진 그런 정책입니다.

개편안대로면 주당 근로시간은 69시간까지 가능하게 되고 주 7일을 기준으로 하면 80.5시간이 될 수도 있습니다.

[앵커]

주 단위 제한을 월 단위로 바꿨을 뿐, 월평균 초과근로 시간은 동일하기 때문에 노동자의 선택권,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한 개편이란 주장인데, 노동자 건강권 침해를 걱정하는 이유는 뭔가요?

[답변]

일을 여러 날에 나눠서 하는 것보다 몰아서 하는 게 원래 건강에는 더 나쁩니다.

기계도 몰아서 가동하면 과부화로 고장 날 가능성은 더 높아지지 않습니까.

이미 의학적으로도 1일 11시간 이상이나 주 60시간 이상 이렇게 몰아서 일하게 되면 심근경색 위험이 2배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런 걸 반영해서 이미 현행 법령상에서도 업무상 질병 인정 기준에서 주 52시간을 초과한 근무는 뇌경색이나 심근경색 이런 과로성 질병 발병과의 관련성을 높게 보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앵커]

일감이 많을 때 몰아서 하고 없을 땐 푹 쉴 수 있고, 근로시간이 늘어나면 임금도 늘어날 수 있으니, 반기는 노동자도 있지 않을까요?

[답변]

우선 야근을 특정 주에 몰아서 하는 것이지, 아마 임금 때문에 그렇게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 일을 많이 해서 임금 더 받겠다.

이런 건데 야근 특정 주에 몰아서 하는 것이 총 야근 시간이 늘어나는 건 아니므로 임금이 늘어나는 정책은 아닙니다.

그리고 생각해보시면 매일 7시에 퇴근하는 것과 회사 사정에 따라서 어떤 날은 자정에 퇴근하고 어떤 날은 6시 퇴근하고 이렇게 하는 것보다 매일 같은 시간에 퇴근하는 게 더 삶의 질이 높습니다.

야근 시간 편차가 회사의 필요에 따라서 너무 심하게 변하게 되면 퇴근 후에 정기적으로 헬스장 간다든가 운동한다거나 취미 생활 이런 것도 하기 어려워지죠.

이미 있는 연차 휴가도 눈치가 보여서 몰아 쓰기가 힘든 게 현실인데, 과연 몰아서 일했다고 몰아서 쉴 수 있게 될 것인가.

잘 모르겠습니다.

더구나 이게 더 중요하다 저는 생각하는데요.

지금은 주 52시간 넘으면 불법이다.

굉장히 명료하지 않습니까.

원래 명료한 법이 더 잘 지켜집니다.

그런데 이번 정책대로 바뀌게 되면 월평균, 분기 평균으로 계산해 봐야 합니다.

이게 52시간 초과인지 아닌지를 더하고 빼고 나누기까지 해서 해야 하는데, 심지어는 그 기간도 31일부터 30일까지인지 15일부터 다음 달 15일까지인지, 이런 것도 애매하고 이렇게 근로시간이 애매하고 계산을 해봐야 하는 것이 되면 제한 규정 잘 지켜지지 않습니다. 원래 헷갈리는 법은 잘 지켜지지 않습니다.

[앵커]

영세한 기업들은 주 52시간 제한이 현실에 맞지 않는단 불만도 있었는데, 노동시간을 탄력적으로 적용하자는 건 기업계 오랜 요구였는데 개편을 앞둔 경남의 사업장 분위기는 어떤가요?

[답변]

애초 사용자 편의를 위한 정책이다 보니까.

사용자들은 반길 텐데, 근로자들은 대체적으로 부정적인 반응인 것 같습니다.

가까이 있는 한국GM 창원공장에서도 벌써 연장근로를 확대하려는 그런 움직임이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자동차 판매 성수기에 일를 몰아서 하고 비수기엔 적게 하면 사용자는 당연히 이익이 될 것인데, 근로자 입장에서는 총 임금은 그대로이면서 몸만 더 힘들게 될 것 같습니다.

[앵커]

근로시간은 임금과 함께 가장 중요한 노동조건입니다.

과로, 산재로부터 안전한 노동환경, 더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정책 개편을 기대하겠습니다.

말씀 잘 들었습니다.

*출연자의 발언은 KBS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