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돋보기] 바이든 “부자는 세금 더 내라”…지지층에 보내는 구애?

입력 2023.03.17 (10:50) 수정 2023.03.17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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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부자 증세를 골자로 한 정부 예산안을 공식적으로 내놓으면서 야당인 공화당과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

공화당이 장악한 하원이 예산 처리 권한을 갖고 있어서 정부안 그대로 통과될 가능성은 낮은 상황인데요.

이런 사정을 다 아는 바이든 대통령이 부자 증세를 공식화한 이유는 뭘까요?

지구촌 돋보기에서 황경주 기자와 알아봅니다.

미국 정부가 발표한 예산안 내용부터 정리해볼까요?

[기자]

미국은 우리나라랑 달리 회계연도가 매년 10월에 시작해 이듬해 9월에 끝나죠.

바이든 정부가 최근 오는 10월에 시작하는 2024 회계연도 예산안을 공개했습니다.

우리 돈 약 9천백조 원 규모입니다.

백악관은 이번 예산안이 앞으로 10년 동안 정부 적자를 3천8백조 원 정도 줄이는걸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카린 장-피에르/미 백악관 대변인 : "미래를 생각할 때 우리는 재정 문제를 매우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현재 미국인들뿐 아니라, 다음 세대를 고려해야 합니다."]

미국은 코로나19 대유행을 거치면서 정부 적자가 크고 빠르게 늘었는데요.

지난해 12월의 경우 한 달간 미 연방정부 적자가 우리 돈 105조 원이 넘었는데, 이는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4배나 늘어난 규모입니다.

[앵커]

정부 적자를 줄이자는 데야 이견이 없겠지만, 그 방법이 부자 증세라서 논란이 되고 있죠?

[기자]

의료 서비스 같은 사회 보장 시스템을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정부 적자를 줄이는 방법은 부자들이 돈을 더 내는 것이라는 게 바이든 정부의 주장입니다.

[조 바이든/미국 대통령 : "어떤 억만장자도 학교 교사나 소방관 또는 이 방에 있는 여러분 중 누구보다 낮은 세금을 내서는 안 됩니다."]

예산안에는 부자 증세를 위한 각종 방안이 담겼는데요.

먼저 이른바 '억만장자세' 도입이 추진됩니다.

상위 0.01% 자산가에게는 최소 25%의 세율을 적용해 자산 증가분에 세금을 매기는 겁니다.

또 연 소득이 5억 2천만 원 이상인 개인의 소득세율도 높입니다.

법인세율과 장기 투자수익에 적용되는 '자본이득세'도 상향 조정됩니다.

이렇게 부자들에게 걷은 세금을 의료 서비스나 연구, 자녀 세액공제. 국방비 등으로 쓰겠다는 계획입니다.

[앵커]

하지만 정부 예산안이 그대로 통과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요?

[기자]

미국은 예산안 편성과 심의 권한을 의회가 갖고 있고, 정부 예산안은 법적 구속력이 없습니다.

그런데 현재 미 하원은 야당인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죠.

공화당 소속인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은 정부 예산안을 두고 "미국은 세입이 아니라 지출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적자를 줄이고 싶으면 돈을 더 걷을 게 아니라 정부가 쓰는 돈을 줄이라는 거죠.

공화당은 정부 지출 삭감을 요구하면서 정부 부채 한도도 높여주지 않고 있는데요.

석 달 정도 안에 의회가 한도 상한을 해주지 않으면 미국 정부가 부도가 나는, '디폴트' 상태에 빠지게 되는 상황이죠.

이런 막강한 카드를 쥔 공화당이 정부안을 그대로 수용해 줄 이유는 거의 없을 겁니다.

[케빈 매카시/미 하원의장 : "사람들은 힘들게 번 돈을 정부가 더 가져가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정부가 그들의 돈을 낭비하기를 원하지 않아요."]

이 때문에 현지 언론들도 정부 예산안이 그대로 통과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고 있는데요.

블룸버그통신은 예산안에 대해 "정부의 희망목록이다" 이런 표현을 썼습니다.

[앵커]

이런 상황을 바이든 대통령이 모를 리가 없겠죠?

그래서 부자 증세를 못 박듯 말하는 속내가 따로 있다는 말이 나온다고요?

[기자]

내년 대통령 선거 재도전을 앞둔 바이든 대통령이 정치적 화두를 던진 것이란 분석이 많습니다.

공화당과 성격이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자신의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의도라는 겁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주 미 서부지역을 순방하면서도 '공화당과의 차별화'에 중점을 둔 행보를 보였습니다.

최근 총기 사고가 난 캘리포니아 몬터레이 파크에서 연설을 하면서, 총기 구매자에 대한 신원 조회를 강화하는 행정 명령을 발표하기도 했는데요.

총기 강화 입법에 반대하는 공화당과 각을 세운 셈이죠.

이번 예산안 발표에서 부자 증세와 복지 확대를 전면에 내세운 것도 비슷한 맥락이라는 분석입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정부 예산안이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도전을 위한 공약 역할"이라고 썼고, AP통신은 "바이든의 대선 캠페인 미리 보기"라고 평가했습니다.

지금까지 지구촌 돋보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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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3-17 10:50:56
    • 수정2023-03-17 11: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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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부자 증세를 골자로 한 정부 예산안을 공식적으로 내놓으면서 야당인 공화당과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

공화당이 장악한 하원이 예산 처리 권한을 갖고 있어서 정부안 그대로 통과될 가능성은 낮은 상황인데요.

이런 사정을 다 아는 바이든 대통령이 부자 증세를 공식화한 이유는 뭘까요?

지구촌 돋보기에서 황경주 기자와 알아봅니다.

미국 정부가 발표한 예산안 내용부터 정리해볼까요?

[기자]

미국은 우리나라랑 달리 회계연도가 매년 10월에 시작해 이듬해 9월에 끝나죠.

바이든 정부가 최근 오는 10월에 시작하는 2024 회계연도 예산안을 공개했습니다.

우리 돈 약 9천백조 원 규모입니다.

백악관은 이번 예산안이 앞으로 10년 동안 정부 적자를 3천8백조 원 정도 줄이는걸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카린 장-피에르/미 백악관 대변인 : "미래를 생각할 때 우리는 재정 문제를 매우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현재 미국인들뿐 아니라, 다음 세대를 고려해야 합니다."]

미국은 코로나19 대유행을 거치면서 정부 적자가 크고 빠르게 늘었는데요.

지난해 12월의 경우 한 달간 미 연방정부 적자가 우리 돈 105조 원이 넘었는데, 이는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4배나 늘어난 규모입니다.

[앵커]

정부 적자를 줄이자는 데야 이견이 없겠지만, 그 방법이 부자 증세라서 논란이 되고 있죠?

[기자]

의료 서비스 같은 사회 보장 시스템을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정부 적자를 줄이는 방법은 부자들이 돈을 더 내는 것이라는 게 바이든 정부의 주장입니다.

[조 바이든/미국 대통령 : "어떤 억만장자도 학교 교사나 소방관 또는 이 방에 있는 여러분 중 누구보다 낮은 세금을 내서는 안 됩니다."]

예산안에는 부자 증세를 위한 각종 방안이 담겼는데요.

먼저 이른바 '억만장자세' 도입이 추진됩니다.

상위 0.01% 자산가에게는 최소 25%의 세율을 적용해 자산 증가분에 세금을 매기는 겁니다.

또 연 소득이 5억 2천만 원 이상인 개인의 소득세율도 높입니다.

법인세율과 장기 투자수익에 적용되는 '자본이득세'도 상향 조정됩니다.

이렇게 부자들에게 걷은 세금을 의료 서비스나 연구, 자녀 세액공제. 국방비 등으로 쓰겠다는 계획입니다.

[앵커]

하지만 정부 예산안이 그대로 통과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요?

[기자]

미국은 예산안 편성과 심의 권한을 의회가 갖고 있고, 정부 예산안은 법적 구속력이 없습니다.

그런데 현재 미 하원은 야당인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죠.

공화당 소속인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은 정부 예산안을 두고 "미국은 세입이 아니라 지출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적자를 줄이고 싶으면 돈을 더 걷을 게 아니라 정부가 쓰는 돈을 줄이라는 거죠.

공화당은 정부 지출 삭감을 요구하면서 정부 부채 한도도 높여주지 않고 있는데요.

석 달 정도 안에 의회가 한도 상한을 해주지 않으면 미국 정부가 부도가 나는, '디폴트' 상태에 빠지게 되는 상황이죠.

이런 막강한 카드를 쥔 공화당이 정부안을 그대로 수용해 줄 이유는 거의 없을 겁니다.

[케빈 매카시/미 하원의장 : "사람들은 힘들게 번 돈을 정부가 더 가져가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정부가 그들의 돈을 낭비하기를 원하지 않아요."]

이 때문에 현지 언론들도 정부 예산안이 그대로 통과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고 있는데요.

블룸버그통신은 예산안에 대해 "정부의 희망목록이다" 이런 표현을 썼습니다.

[앵커]

이런 상황을 바이든 대통령이 모를 리가 없겠죠?

그래서 부자 증세를 못 박듯 말하는 속내가 따로 있다는 말이 나온다고요?

[기자]

내년 대통령 선거 재도전을 앞둔 바이든 대통령이 정치적 화두를 던진 것이란 분석이 많습니다.

공화당과 성격이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자신의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의도라는 겁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주 미 서부지역을 순방하면서도 '공화당과의 차별화'에 중점을 둔 행보를 보였습니다.

최근 총기 사고가 난 캘리포니아 몬터레이 파크에서 연설을 하면서, 총기 구매자에 대한 신원 조회를 강화하는 행정 명령을 발표하기도 했는데요.

총기 강화 입법에 반대하는 공화당과 각을 세운 셈이죠.

이번 예산안 발표에서 부자 증세와 복지 확대를 전면에 내세운 것도 비슷한 맥락이라는 분석입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정부 예산안이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도전을 위한 공약 역할"이라고 썼고, AP통신은 "바이든의 대선 캠페인 미리 보기"라고 평가했습니다.

지금까지 지구촌 돋보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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